| 일상을 가벼움으로만 일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어떠한 고민도 없이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실의 복잡함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산물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수많은 소설들은 현실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복잡, 다양한 갈등들을 담고 있다. 그렇기에 소설을 두고 ‘개연성을 지닌 허구’라고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쓰여져 있는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이라면 나도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랄까. 하지만 가끔씩은 그와 같은 강박관념이 독서를 망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는 망각했던 듯 싶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10대의 후반 즈음을 걷고 있는 듯해 보인다. 고등학교의 갑갑한 삶에 완벽히 적응해 있는 이들도 있었고, ‘모범생’의 범주에 속하기 힘들어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20대에 대한 환상 따위를 갖고 있는 듯해 보였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도 더욱 크게 느껴졌던 그들의 환상은 그들의 행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여자 친구를 놔두고 다른 이를 만나는 네이트와, 그런 네이트를 위해 잠옷바지를 훔친 블레어. 그들에겐 상대를 지배하고자 하는 혹은 지배 받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이 사랑보다도 앞서 있었다. 이들 둘 외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가벼움에 찌든 듯한 일상을 지니고 있었다. 대학 입시를 앞둔 그들의 머리 속에는 진학이나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자신이 속한 사회는 아이비리그 입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곳이고, 자신은 예일대 외에는 진학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블레어. 그녀의 성적은 좋은지 모르나, 그녀의 미래 계획은 네이트와의 결혼 외엔 없는 듯해 보인다. 게다가 블레어의 엄마는, 딸 생일은 까마득히 잊은 체 자신의 결혼에만 몰두하는 이 어른의 행동은 아이들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모든 이야기는 끝을 알지 못하는 듯했다. 면접을 망친 블레어가 대입에서 고배를 마셨는지, 다같이 브라운 대학 면접에 응했던 이들은 어찌 되었는지 우리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것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가상 웹 사이트 gossipgirl.net에 게재된 글들은 그들의 남녀관계가 어찌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도배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쯤 되면 책의 제목을 ‘gossip girl’이라 잡은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Gossip, 말 그대로 험담을 하고 팠던 것일까? 아니면 제3 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뜬소문들을 다루다 보니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겉핥기 마냥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던 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