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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그림이나 판화는 무언가 뻣뻣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인가를 멍하게 바라보는 듯한 시선, 여기 저기에 의뭉스럽게 배치된 조금은 쌩뚱맞은 동물과 물건들, 마치 잘 짜여진 암호 같은 중세의 독특한 개념들은 그러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 시대를 살아 본 것도 아닌데다가, 역사문화권 또한 동떨어져 있는 한국인에겐 유독 그러하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것은 중세의 구별되지 않은 지식과 흥미 덩어리. 근대로 오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분화 과정은 학문과 기술, 예술과 기술 등을 각자의 전문 영역으로 구체화시키지만, 그 이전에는 그 모든 것이 한 덩어리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공학부터 회화까지 건드리지 않은 부분이 없었고, 파스칼은 컴퓨터의 전신이 되는 기계를 발명하면서도 명상록을 쓰기도 했다.
그런 시대에도 뭔가 취미스러운 '꺼리'들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에 열을 올리고 떠들듯이, 그시대에도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많은 환상 속의 설화들. 가고일, 그리폰, 유니콘 등의 상상속 동물들. 도대체 어디서 저런 뻥을 칠 수 있지? 라고 생각하는 많은 코드들.
저자는 이러한 코드들을 분석한다. 그 안에 담겨진 수많은 의미의 연결고리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근원을 추적하고, 궁극적으로 중세 문화와 그 뒤를 잇는 서구 근대문명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의 의식 속 상징의 연결코드들을 명쾌하게 분석한다.
다루는 내용에 비해 책이 무척 쉽다. 딱히 어려운 개념들을 마구 갖다 쓰기보다는 그림 하나하나와 연관되는 연상작용을 통해 말을 풀어가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낄 책은 아니다. 평소 신화, 중세문화, 상징과 해석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이라면 쌍수를 들어 반길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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