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흔들리는 순간이 많다. 아니, 인생이란 애초에 흔들림의 연속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키울 때는 더 그렇다. 옆집 엄마 이야기, 커뮤니티에서 들려오는 말, 내가 직접 검색해서 찾은 정보들까지. 모든 게 쉴 새 없이 나를 흔들곤 했다.
나는 학군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아무래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신경 쓰지 않기란 더 어렵다. 선행, 학원, 경시대회, 각종 특별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우리 아이만 너무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불쑥 고개를 든다.
나름대로의 교육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말에 마음이 출렁일 때가 있다.
정민경 작가의 《흔들리지만 잘 키우고 싶습니다》는 그런 고민 속에 있는 부모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아직 명확한 기준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겐 방향을 제시해 주고, 이미 자신만의 교육관을 갖고 있는 부모에겐 ‘잘하고 있다’고 다정하게 말해준다.
작가의 저자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작가는 자녀의 특성을 섬세하게 파악해 그에 맞는 양육 방식을 실천하고 있었다. 시각과 촉각에 예민한 첫째에게는 쨍한 색감의 책을 골라주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었으며, 청각에 민감한 둘째에겐 그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또래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첫째의 기준으로 둘째를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비교하지 않으며, 각자의 성향에 맞게 대하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 했다.
저마다 적합한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해보면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특성에 관심이 많다.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성격과 성향이 제각각이라는 데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하루 종일 함께 지내고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엄마이기에, 아이의 성향을 잘 아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다음 단계가 어렵다. 아이의 성향에 맞는 교육 환경을 찾아주고 동기부여가 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우리 첫째 아이는 동기부여가 되면 물질적인 보상이 없어도 스스로 끝까지 해내는 아이다. 예를 들면 무언가를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데, 그 자체로 충분히 만족해 한다. 하지만 관심이 없는 일엔 아무리 선물이나 보상을 걸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영어책 몇 권 읽기, 칭찬 스티커판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
반면, 방학에 본인이 정한 미션 하기나 교회 새벽 기도 일주일 참석처럼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일엔 따로 보상이 없어도 기꺼이 즐겁게 해낸다.
둘째는 즉각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판을 다 채우면 선물을 준다고 할 때 오히려 그 선물에 매몰되어 과정 자체를 스트레스로 여겼다. 아무리 멋진 보상을 약속해도, 거기까지 가는 길이 아이에겐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는 걸 알게 됐다.
작가는 아이에게 맞는 기회를 찾기 위해 매일 ‘손품’을 판다고 했다.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꾸준히 검색하고, 괜찮은 정보는 즐겨찾기 해두며 자주 들어가 본다고. 그렇게 해서 좋은 행사나 대회를 발견하면 참여를 제안한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대회에 나가 좋은 성과를 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듣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열 번 제안하면 아홉 번은 싫다고 한다"라고 했다. 그래도 거절을 전제로 계속 제안한다고. 그 말이 기억에 남았다. 멋지게 계획하고 제안하면 아이가 바로 따라줄 것 같지만, 아이는 주저하고 거절하길 반복한다는 현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태도에서 많은 걸 배웠다.
우리 아이 교육에 관한 결정 만큼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깊이 파악하고 있는 부모는 작은 특성까지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어요.
책을 읽고 문득,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전업주부가 되었는데 오히려 내 일에 집중하느라 아이들에게 시간은커녕 이런 관심과 노력조차 줄인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맞는 교육 환경이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찔리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 감정 역시 어쩌면 또 다른 ‘비교’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정민경 작가가 일관되게 강조했던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라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지금 나와 아이들이 보내는 이 시간이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흔들리지만 잘 키우고 싶습니다》는 흔들리는 마음을 무조건 다잡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부모로서 단단해지는 과정을 다정하게 안내해 준다.
특히 아이의 기질에 맞는 교육 방식을 고민하는 부모, 끊임없이 비교하고 조급해지는 자신을 다독이고 싶은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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