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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신경계에 침묵이란 없다. 우리는 존재하는 매 순간 신경세포를 통해 소통이라는 열정적인 교향곡을 끊임없이 내보내고 있다. 우리는 소통하기 위해 태어났다.” (p.11, 하 응유엔 박사, 《바다는 생각한다How Oceans Think》 중) 소설의 모든 챕터는 하 응유엔 박사와 앤캐틀러 미너부도티어-첸 박사, 이들의 저서인 《바다는 생각한다How Oceans Think》와 《마인드 건설하기》의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 응유엔 박사는 두족류 연구 특히나 문어의 신경계를 연구하는 데 있어 선구자이고 앤캐틀러 미너부도티어-첸 박사는 마인드 연구를 통하여 에브림이라는 최초의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 “...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에브림은 인간이 최초로 만들어낸, 의식을 가진 존재였다... 또한, 에브림은 영감이자 표적이었다. 일련의 법률들이 성급하게 제정되었고, 유사한 존재에 대한 제작 행위는 유엔 지배 체제에 속한 모든 국가를 포함해 세계 대부분의 통치 체제에서 불법이 되었다...” (p.42) 앤캐틀러 미너부도티어-첸 박사는 또한 거대 기업인 디아니마를 만든 장본인이며 하 응유엔 박사가 연구를 진행하는 꼰다오 군도를 사들이고 여기에 에브림을 숨겨 놓았다. 또한 하 응유엔 박사는 에브림과 함께 사이보그화된 인간인 알탄체체크의 보호(?) 아래에 있다. 이들은 쉽사리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상태에서 문어와의 소통이라는 인류 최초의 시도를 진행 중이다. “당신은 정신에 관해 원하는 대로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계에서 발사하는 수십억 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진 커넥톰 없이는 아주 단순한 기억조차도 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이 기억하는 레모네이드에 관한 기억은 모두 전기화학적 번개가 미시적으로 살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인드들을 ‘건설한다’라고 표현한다. 마인드들은 벽돌로 지어진 벽만큼이나 물리적이다.” (p.63, 앤캐틀러 미너부도티어-첸 박사, 《마인드 건설하기》 중) 소설은 여기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갈등들로 점철되어 있다. 어쩌면 이 갈등들은 소통의 오류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문어는 인간을 공격하여 살해한 전력이 있고, 하 응유엔 박사는 에브림을 질시하기도 한다. 알탄체체크는 하 응유엔과 에브림을 보호하는 동시에 이들이 섬을 탈출하는 경우 살해하는 임무도 갖는다. 하 응유엔 박사는 또한 자신을 꼰다오 군도로 이끈 앤캐틀러 미너부디티어-첸 박사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 “... 우리는 사실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괴물’로 만들어버린 종으로서 그동안 해온 짓들이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인공지능이 우리는 지배할 거라고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거지요. 아주 간절히요.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대가를 치르게 할 누군가가 필요한 거예요... 우리는 인공지능이 우리를 파괴할까 두려운 게 아니에요. 그러지 않을까 봐 두려운 거죠...” (p.315) 소설은 세 가지의 줄기쯤으로 진행되는데 꼰다오 군도가 아닌 또 다른 공간은 ‘바다늑대호’라는 무인자동화 어선이다. 이곳에는 에이코와 손이 붙잡혀 노예인 채로 일한다. 그런가하면 인간의 의식 구조인 마인드와 신경망을 해킹하는 것이 가능한 천재 해커 러스템의 이야기가 소설의 또다른 줄기를 담당한다. ‘바다늑대호’는 결국 꼰다오 군도로 들이닥치고, 러스템은 에브림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 당신은 자의식이 있는 정도가 아니에요. 당신도 인간이에요. 당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관계없어요. 그런 것들이 자의식의 유무를 결정하는 게 아니니까요. 당신이 인간이라는 걸 정하는 건 바로 당신이 인간적 상호작용과 인간만이 가진 상징적 세계에 완전하게 참여한다는 사실이에요. 당신은 인가들이 창조한 세상에서 인간들만큼 그 세상을 인지하면서, 인간들처럼 정보를 처리하며 살고 있어요.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인간이 된다는 건 인간처럼 세상을 감지하며 사는 거에요. 그게 다라고요. 그러니까, 당신은 인간이에요. 인간 이상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아는 대부분 사람만큼이나 확실한 인간이에요. 어떤 땐 그들보다 낫기도 하고요.” (pp.368~369) 근미래 SF의 외양을 띠고 있는 소설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여러 과학 기술을 전시하는 동시에 그리하여 우리가 도달하게 될 철학적 문제 또한 미리 직면하도록 돕고 있다. 우리보다 하급하다고 여기는 두족류와의 소통을 우리보다 우월할 것이 분명한 안드로이드와의 소통과 연결시키는 작가의 방식은 독특하며 성실하다. 결국 이 모든 중심에는 인간이 있을 것인데, 작가의 판단은 유보적이기 보다는 변화무쌍하다. “인간과 똑같은 마인드를 가진 다른 종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제대로 알아볼 거라는 사실을 가장 두려워할 것이다. 그들이 부족한 우리 모습을 보고 역겨워하며 등을 돌릴 것 같기 때문이다. 다른 마인드와 접촉하면 인간은 스스로 만족하던 가치관을 잃게 될 것이다. 결국은 진실한 우리의 모습과 삶의 터전에 우리가 저질러온 짓들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마주해야만 구원받을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진 근시안, 잔혹함, 그리고 어리석음을 직시하고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이다.” (p.503, 하 응유엔 박사, 《바다는 생각한다How Oceans Think》 중 레이 네일러 Ray Nayler / 김항나 역 / 바닷속의 산 (Mountain In The Sea) / 위즈덤하우스 / 535쪽 / 2025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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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의 산』의 배경은 지금과는 달리 세계 각국의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미래의 어느 시점이다. 디스토피아적 지구 미래를 짐작케하는 시대는 곧 인류세 말기로 인간의 자연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것을 마치 응징이라도 하듯이 생태계 보호 지역에서 불법적인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죽인다는 바다 괴물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런 가운데 하 박사가 이곳으로 초대되어 오게 되는데 그는 디아니마라는 기업의 의뢰로 기이한 문어를 연구하는데 합류하게 된다. 문어가 상당히 지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있는데 이 작품 속에선 마치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문자도 있고 피부의 변색을 통해 대화도 가능하며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것들을 인간이 후손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래를 이야기 할 때 인간계는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또 어떤 식으로든 인간은 그 문제를 해결하고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같지만 현실에서 만약 이런 지구 종말, 인간 멸종의 위기가 도래했을 때도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정말 이런 시대가 온다면 인간을 대체 할, 또는 인간 같은 위치에 설 존재가 등장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여러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였던것 같다. #바닷속의산 #레이네일러 #위즈덤하우스 #리뷰어스클럽 #장편소설 #SF소설 #네뷸러상최종후보 #아서C클라크상최종후보작 #책 #독서 #도서리뷰 #책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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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편소설 #SF소설 #바닷속의산
바다늑대호는 탐조등으로 높고 불규칙한 파도 위를 비추었다. 그때 에이코는 보았다. 좌현으로부터 약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회색 뱃머리가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선박 길이는 약 20미터 이상이었고, 어두운 형상으로 가득 찬 갑판에는 적어도 회전 무기 세 대가 고정된 채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이 선박이 시야에 들어온 것과 동시에 뱃머리에서 예광탄들이 호를 그리며 바다늑대호를 향해 날아왔다. -127 p/ <바닷속의 산>
<바닷속의 산>은 레이 네일러를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게 만든 문제작입니다. 그는 첫 장편소설 <바닷속의 산>으로 로커스 최우수 신인소설상을 수상하고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사실 화려한 수상 경력이나 이력보다 제가 더 관심이 갔던 건 소설의 제목이었습니다. 정말 바다 이야기를 하는 소설일지가 무척 궁금했거든요. 저는 해양 생태계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유독 바다 이야기와 관련한 소설, 콘텐츠를 즐겨 봅니다. 이 소설이 과연 제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바다 세계를 보여줄까하는 호기심 반, 기대 반의 마음을 품고 책장을 한 장씩 넘겼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기대했던 미지의 심해 생물이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인간과 친숙한 ‘문어’가 등장을 하는데요. 소설의 중심인물인 하 응유엔 박사는 문어와 교감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의 대사에서도 나오듯 문어는 ‘기호를 사용해서 소통하기 이전부터 이미 지능적이었던 보기 드문 동물’입니다. 저도 유튜브 영상에서 문어가 복잡한 미로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한 지능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요. 이 소설에서도 문어는 지능적인 고등 생명체로 등장을 합니다. 그래서 하 박사는 문어들에게 ‘메타 메시지’까지 보낼 시도를 합니다. 단어를 써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문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능력은 된다는 것을 어필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하 박사는 문어와의 소통에 성공을 할까요? 소설의 중요한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지의 생명체, 그것도 고등 생명체로 알려진 문어와 인간의 교류는 정말 문어가 원했던 것인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인간은 거의 인간 중심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빠진 채, 다른 생명체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거나 혹은 경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과연 그런 권리가 있을까요? 인간의 자만이 아닐까요? 이 소설은 문어라는 생명체를 통해 ‘인간 중심주의’와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또한 이 소설에는 AI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여느 평범한 SF소설처럼 안드로이드와 인간과의 공생을 그리기보다는, 인간과 문어의 관계처럼 과연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소통’을 해야만 하는 관계인가, 그리고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가라는 점을 묻고 있습니다. 파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학, AI에 대한 지식이 없이도 철학적인 생각을 하도록 돕는 소설이어서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잘 맞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SF소설이 단순히 과학, 기술의 시선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결국 인문학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진정한 소통, 생명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곱씹게 만드는 훌륭한 소설이었습니다. SF소설 작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레이 네일러의 작품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읽을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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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소설 작품 『바닷속의 산』은 국가 개념이 모두 해체된 근미래, ‘지구의 포식자’ 인류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물종을 한계까지 착취하며 살아남는 ‘인류세’ 말기를 배경으로 한다. 저자 레이 네일러는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20년 동안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코소보 등에서 거주하며 일했다고 한다. 주호찌민 미국 영사관에서 환경, 과학, 기술, 보건 담당관으로 근무했으며 미국 해양대기청 산하 국립 해양보호구역처 국제 자문관, 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 과학기술정책 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졌다. 소설의 주무대는 베트남의 고립된 군도 꼰다오이다. 어느날 불법 낚시를 자행하는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바다 괴물” 소문이 꼰다오에 퍼진다. 두족류의 지능을 연구하는 하 응유엔 박사는 최초의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거대 기업 ‘디아니마’의 의뢰를 받고 이곳에 도착한다. 이곳에선 이미 안드로이드 에브림과 보안 관리자 알텐체체그가 독특한 문어를 연구하고 있었다. 꼰다오 바다 깊숙이 잠긴 난파선에서 발견된 문어들은 자기들만의 문자를 사용하고, 색깔과 무늬가 변하는 피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도구를 사용하며, 여러 세대가 모여 체득해온 지식을 대물림하면서 살고 있었다.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문어 문명을 발견한 하 박사는 문어의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또한 풍부한 어획량을 찾아 끝없이 항해하는 ‘무인 선박’ 바다늑대호가 망망대해에 떠 있다. ‘무인’이지만 세심한 관리와 막대한 유지 비용이 필요한 로봇 대신 인간이 물고기를 낚아올리는 노예선이다. 납치당한 노예 에이코는 자신만의 ‘기억 궁전’에 바다늑대호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저장해둔다. 해양 자원은 마침내 밑바닥을 드러내고, 목표 어획량을 맞추지 못한 바다늑대호는 점점 광포해진다. 한편 ‘마인드’ 해커 러스템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에게서 의문의 의뢰를 받는다. 어떤 복잡한 마인드를 해킹해달라는 것. 소설에서 마인드란 “신경계에서 발사하는 수십억 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진 커넥톰”(p.63)이자 인간의 의식, 자각하는 능력 자체를 의미한다. 러스템은 마치 거대한 궁전이나 미로처럼 느껴지는 마인드의 입구를 오랫동안 찾아 헤매며, 인류세의 끝자락에서 ‘지키기 위해 폭력을 선택한’ 급진적 환경 단체와 마주하게 된다. 세 이야기는 마침내 푸른 꼰다오 앞바다에서 한데 만나 ‘인류세 이후의 인간’의 모습을 “그 틈을 메울 수 없을 정도로 우리와는 다른 종”(p.525)인 문어의 피부를 통해 그려낸다. 정재승(과학자)은 레이 네일러는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당혹스러운 질문을 다시 꺼내들되, 이번엔 문어의 피부와 안드로이드의 눈동자, 그리고 잊혀진 인간의 기억에서 대답하려 한다고 추천사를 썼다. 또 청예(소설가)는 우리는 우리가 아닌 것들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혹은 어디까지 알 수 있는가? 저자가 이 작품에서 묻는다고 지적하고, ‘타자’로 이루어진 미로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바로 ‘공감’이라고 강조한다. 이 소설 작품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용서받지 못하는 죄는 ‘무관심’이라고 전제한 뒤, 종말에 대한 우리의 판타지는, 실은 종말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바닷속의 산』은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을 함께 돌아보기를 권유한다. 이 소설은 53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4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① 퀄리아(Qualia): 감각질.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이나 떠오르는 심상. ② 움벨트(Umwelt): 주변 환경. 생물에게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사회적 조건이나 상황. ③ 세미오스피어(Semiosphere): 기호계. 자연이 감각과 경험을 결정한다는 생각과 반대로, 현상 세계는 기호가 감각과 경험을 생산하기 위해 함께 작동하는 과정의 창조적이고 논리적인 구조라는 생물기호학 이론. ④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제조하거나 재생산하는 것. 자기생산, 자기제작, 자기창출을 의미한다. 출판사 측은 저자 및 작품 소개에서 "2023년 로커스 최우수 신인 소설상을 수상하고,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히는 네뷸러상과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새로운 ‘SF 거장’의 탄생을 알린 장편소설"이라고 호평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이야기의 힘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소설. 때때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와 긴장감 넘치는 액션이 더해져, 경고로서도, 오락물로서도 성공한 작품이다."고 쓴 〈가디언〉, "마음을 울리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뷔작"이라고 쓴 〈워싱턴 포스트〉, 소설가 제프 밴더미어(『서던 리치』 시리즈 저자)의 평가도 주목할 만한다. "이 소설은 흥미롭고, 잔혹하며, 강렬하고, 구원적이다. 인공지능과 비인간 지능에 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그 대답은 자극적이고도 매혹적이다." "휴머노이드 인공지능을 더는 만들어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에브림이 지은 미소는 완벽했다. 진실하고 꾸밈없는 게 진짜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 미소는 내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에브림이라는 존재가 나라는 존재를 시사했다. 내가 그저 미리 프로그램된 충동들이 무리 지어 끊임없이 반복되는 기계 그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에브림에게 정말 의식이 있고 누군가에 의해 제작된 존재라면 나 역시 그런 존재일 수 있다. 스스로 자유의지가 있다고 착각한 채 걸어 다니는, 살덩이로 덮인 뼈대라는 물질에 불과하다. 우연히 만들어졌거나, 또는 즉흥적으로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p.60) 소설은 “의식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문어와 안드로이드를 통해 철학적이고 서정적으로 대답하고자 한다. “마침내 인간 마인드의 창발적인 복잡성을 완전히 재창조”(p.185)하여 탄생된 안드로이드 에브림이 그 대답의 시작이다. 에브림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의식이 있는 존재인가요?” 그리고 대답한다. “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짜’ 인간들은 에브림을 혐오스러울 정도로 정교한 가짜라고 단정지으며, 에브림과 대화하려는 시도를 그만둔다. 에브림은 언젠가 인간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창조물로 전락한다. 소설 속에서 인간의 세상은 둘로 나뉜다. 인간이거나, 인간이 아니거나. 그러나 하 박사만은 에브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당신은 그저 유일한 존재예요. 그리고 새로운 존재이고요.”(p.339) 밤이 깊으면 해변으로 올라와 두 개의 ‘팔’로 걸어다니며 조개를 사냥하고, 자신들을 위협하는 인간을 날카로운 조개껍데기 단면으로 찔러 죽이는 꼰다오 문어 또한 에브림과 비슷한 존재다. “저 괴물들은 어떻게 말하는 걸 배웠을까?”(p.295) 온갖 미신과 소문이 떠도는 군도에서 “위험하고 똑똑한 바다 생명체”인 문어는 똑똑하다는 이유만으로 공포의 대상이 된다. 화가 난 문어들이 언젠가는 지상으로 올라와 인류를 휩쓸어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탐구하는 문어의 마인드를 이용해 위대한 발명을 해내려는 과학자의 욕심이 팽팽히 맞선다. 그러나 어느 쪽도 문어를 ‘친구’로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는다. 하 박사와 에브림만이 끊임없이 문어에게 말을 걸며 손을 내민다. 소설 속에서 인간은 가장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생명체다.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그러나 문어와 안드로이드의 세계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인간과 문어와 안드로이드라는, 결코 섞일 수 없는 ‘종’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소설은 “인간만이 가진 외로움”(p.525)을 끝내는 방법을 찾아낸다. “계속 생각해봤어. 우리는 어떻게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소통하려는 괴물들이랄까? 우리는 문어에게 괴물이나 다름없어. 사냥꾼이자 파괴자로서 그들의 친족을 살해하고 보금자리에 쓰레기나 버리고 말이야. 그런데 문어들도 우리에겐 괴물이야. 도대체 뭘 하려는지 알 수가 없고 완전히 이질적인 생물체니까.”(p.212) 이 소설에 대해 정재승 교수(KAIST 뇌인지과학과 및 융합인재학부 학부장)는 매우 인상적인 추천사를 남겼다. "어떤 소설은 독자를 먼 미래로 데려가지만, 어떤 소설은 독자의 내면 깊숙한 곳, 아직 이름 붙지 못한 감각과 기억의 심연으로 데려간다. 『바닷속의 산』은 후자에 속한다. 이 작품에서 SF는 상상력의 장르가 아니라 인식론의 무대다. 레이 네일러는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당혹스러운 질문을 다시 꺼내들되, 이번엔 문어의 피부와 안드로이드의 눈동자, 그리고 잊혀진 인간의 기억에서 대답하려 한다. 배경은 베트남의 외딴 군도 꼰다오. 이 섬은 한때 정치범 수용소였고, 지금은 무정부 자본주의 시대의 해양 생물 보호 구역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언어도, 문명도, 전선도 없이 빛과 질감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두족류 문어들이 있다. 그들과 접촉하려는 이는 하 응유엔 박사, 과거의 실패를 등에 진 생물학자이자 언어 없는 생명체의 언어를 꿈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에브림이 있다. 인류가 만든 첫 번째 의식을 가진 존재. 금속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이다. 이 소설은 ‘퀄리아Qualia’나 ‘세미오스피어Semiosphere’,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같은 개념들을 아무렇지 않게, 마치 시구처럼 펼쳐 보인다. 테드 창과 어슐러 르 귄을 연상케 하는 서사적 우아함과 이론적 밀도가 아름답게 얽힌다. 바닷속에서 암호처럼 반짝이는 문어의 패턴은 언어의 기원이고, 에브림의 침묵은 인간성의 종착지처럼 보인다. 뇌과학자의 눈으로 보자면, 이 소설은 마치 커넥톰 지도를 따라 구성된 메타픽션 같다. 감각의 인코딩, 기억의 반복 회로, 자기참조 루프, 그리고 ‘자아’라는 환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서사로 재구성한 정교한 실험실이다. 결국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의식이란 기억일까, 관계일까, 아니면 그저 신경 발화의 패턴일까?” 작가 레이 네일러는 어떤 대답도 강요하지 않지만, 깊은 바다처럼 독자의 뇌에 파문을 남긴다. 《바닷속의 산》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쳐온 존재들과, 우리가 미처 정의하지 못한 감정들과, 그리고 다시 낯설게 돌아온 우리 자신과 다시 마주 앉게 만든다. 그리고 깊은 바다에서부터 서늘하게 올라온 파문은 우리 의식 속에 오래 남는다." 이 소설은 근미래의 지구촌을 그리고 있다. 기업 스파이, 군사, AI 등의 장치를 두루 활용한다. 그러나 핵심 내용은 “인간이 정말 세상의 중심인가?”라는 질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깨닫게 되는 것은 두 가지 진실이다. 첫째, 개인은 절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둘째, 인류도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가 작품의 주 무대를 '섬'을 택한 것도 숨은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섬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나 메시지도 곁들여 정립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 제안해 본다. 이 소설에서 발견되는 문어는 그들만의 사회를 이룬다. 하지만 이들의 지각이나 개념 체계는 인간과 다르다. 소설의 핵심 테마는 문어의 언어 해독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오만·자기기만 등 윤리적 문제를 드러내는 데 있는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환경 파괴나 인권 침해가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저자 레이 네일러는 문제 원인을 인류의 무관심과 탐욕으로 확대 규정하고,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역설하는 듯하다. 하 박사의 흥분이 완벽하게 에브림의 표정에 나타났다. 그렇다. 에브림도 분명히 공감하고 있었다.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너무 달라서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감정은 확실했다. 그녀가 발견한, 아니 함께 발견한 것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 “우리의 문어는 지금 석기시대에 살고 있어요. 아니면,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개껍데기 시대에 살고 있네요.”(p.168) 저자 : 레이 네일러 첫 장편소설 《바닷속의 산》으로 로커스 최우수 신인 소설상을 수상하고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극찬을 받은 신예.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20년 동안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코소보 등에서 거주하며 일해왔다. 런던대학교 소아스SOAS,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국제 연구 및 외교 센터에서 국제외교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호찌민 미국 영사관에서 환경, 과학, 기술, 보건 담당관으로 근무했으며 미국 해양대기청 산하 국립 해양보호구역처 국제 자문관, 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 과학기술정책 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바닷속의 산》을 비롯해 《멸종의 엄니The Tusks of Extinction》 《도끼는 어디에 묻혔는가Where the Axe is Buried》 등을 발표했다. 중편소설 〈석관Sarcophagus〉은 시어도어 스터전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역자 : 김항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공과대학교와 영국 런던시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외국 항공사 여객 조업을 담당했다. 이후 번역가로 전향해 KBS, OBS 등 방송사와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시사, 과학, 비즈니스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현재는 출판번역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소설 및 에세이를 중심으로 영미서 번역에 매진하며 출판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전자책 역서로는 《데지레의 아기?케이트 쇼팽 단편선》 《밤비》 등이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안드로이드를 만드는 진짜 이유가 뭐지요?" 인터뷰 영상에서 사회자는 미너부도티어-첸 박사에게 물었다. 베트남의 고립된 군도 꼰다오에는 바다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전설처럼 오랫동안 전해 내려져 왔다. 원래는 그림자와 갑자기 물에 빠져 죽는 현상과 해안가에 나타나는 형상처럼 아이들을 겁주려는 신화에 가까웠다. 하지만 실제로 불법으로 낚시하던 어부 몇 명과 거북이 알을 밀렵하던 공원 관리자가 한 명이 괴물에게 공격받아 죽는 일이 벌어지고 나서, 이제는 모든 주민이 그 이야기를 믿었다. 섬에 위험한 존재는 바다 괴물 외에도 상어, 창꼬치, 사람... 등 더 많았지만, 바다 괴물은 위험하기만 한 게 아니라 똑똑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그건 물속에서 나타난 게 아니라 해변을 따라 내려왔다. 처음엔 땅에 낮게 붙어 있어 마치 모래 위를 움직이는 얼룩 같았던 그것은 갑자기 팔 끝으로 일어섰다. 움직이는 모습은 문어가 맞았지만, 거의 사람 형체를 하고 사람처럼 움직였던 것이다. 그게 가능한 것일까?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인간들은 그렇게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할 수 있는 종이 아니에요. 절대. 분명 저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연약한 작은 사회, 이미 우리가 수 세기 동안 체계적인 거대 산업 규모로 망가뜨리고 있던 해양 생태계의 남은 부분마저 파괴하는 걸로 끝날걸요. 우리는 또 다른 종족들을 쓸어버리겠지요. 게다가 이번에는 자기들끼리 문화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종족들을 말이에요. 멸종이 아니라 집단 학살이 될 거예요. 그것도 제가 그들이 사는 삶을 이해할 기회를 얻기도 전에 일어날 거라고요......" p.405 이 작품의 배경은 '인류세' 말기이다. 인류세란 인류로 인한 지구온난화 및 생태계 침범을 특징으로 하는 지질학적 시기를 뜻한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들 중심으로 생각하며 진화해왔고, 해양자원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시키며 생존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작품 속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존의 국가 개념이 모두 해체된 근미래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인간과 문어와 안드로이드라는, 결코 섞일 수 없는 ‘종’들의 관계에 대해 사유하게 만들어 준다. 최근에 한 과학책을 읽다가 문어에 관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컷 문어는 대부분 평생 단 한 번 알을 낳고, 그 알들이 부화하고 나면 죽는다고 한다. 그리고 암컷 문어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굶은 상태로 최장 4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알을 끌어안고 보호했다. 문어 알은 다른 생물들에게 귀중한 영양분일테니, 자리를 이탈해 사냥하러 갈 수가 없었던 거다. 오로지 몸에 저장해 둔 에너지로 무려 4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희생해 알을 품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실제로 문어는 지능을 가지고 있는 굉장히 똑똑한 생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5억 개의 뉴런 중 일부만 뇌에 있고, 나머지는 8개 다리에 분포되어 각각 다리가 독립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 뛰어난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닷 속의 산>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탐구하는 문어의 세계를 매우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구축해내고 있다. 그래서 SF 소설이 아니라 한 편의 과학 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덕분에 너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이라니, 이렇게 생각하는 SF라니... 감탄하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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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파고들수록 이세상은 말이 안되는 모순덩어리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여러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개는 먹으면 안되지만 소는 먹어도 된다라는 사고의 결말은 결국 인간에게 더 친근한 동물인 개에 대한 선호에서 비롯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진 여러 문화적인 측면에서 철저하게 타존재가 되어 바라본다면 비합리적이고 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인간이 멸종하거나, 추후 타 생물들이 지속적으로 진화한다면 다음 지성체 생물은 누가 될것이라는 질문은 흥미롭다. 군체를 이룬 개미와 벌, 이제 뗀석기에 들어섰다는 원숭이의 한 종류 등 후보군이 많지만 그 중 하나 인 문어에 대해서 더 관심이 간다. 신체를 사용해서 인간처럼 정교한 물체 사용이 가능하고 한편으로 지능또한 낮지 않다고 하니 의외의 후보는 흥미를 돋운다. 소설 ‘바닷속의 산’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써, 그리고 바닷속 문어라는 생물체가 지성체가 되면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버무려낸 SF소설이다. 인공지능으로서 발전하는 하나의 지성체, 인간이라는 존재, 그리고 바닷 속 깊은 산속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문어 지성체까지 다양한 지성체는 그들과의 소통과 숨겨진 비밀에 대한 소통을 통해서 역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역으로 질문하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인간이라는 단독자에서가 아니라, 타 지성체와의 질답과 관계를 통해서 새롭게 정의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좀더 풍부하고 새로운 시선에서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을 마주하게 되고, 마치 해외여행에서 오는 문화충격처럼 흥미로운 충격을 주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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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무더운 여름, 한 권의 책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선사했습니다. 레이 네일러의 데뷔작 <바닷속의 산>은 오랜만에 지적 갈증을 해소해준 작품입니다. 로커스 최우수 신인 소설상 수상과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력이 말해주듯, 이 신예 작가는 단숨에 SF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책의 중심축은 인간과 문어 간의 교감입니다. 하 박사가 문어의 언어를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을 지켜보며,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테드 창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그 영화처럼, 레이 네일러 역시 서로 다른 존재 간의 소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룹니다. 흥미롭게도 책배에 그려진 신비로운 그림이 바로 문어의 언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반전은 작은 감동이었습니다. 문어와의 대화 장면들은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지성체의 관점을 상상해보게 하는 대목들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문어와의 대화가 조금 더 길게 펼쳐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소설은 문어와 인간의 만남과 평행하게 몇 개의 이야기를 더 펼쳐놓습니다. 해커 러스템과 AI 시스템이 지배하는 어선에 잡혀간 에이코의 이야기, 그리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에브림과 하 박사의 관계가 그것입니다. 이 세 갈래의 이야기는 모두 '타자와의 관계'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합니다. 인간과 문어, 인간과 안드로이드,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과 공감. 각각의 관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역전된 권력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은 우리가 당연시해온 인간성의 개념을 재고하게 만듭니다. <바닷속의 산>의 가장 큰 매력은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와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점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루면서도 끝까지 흥미진진한 서사를 유지합니다. SF라는 외피 안에 담긴 것은 의식과 소통, 공감과 이해에 대한 치밀한 탐구입니다. 작가는 미래적 설정을 통해 현재의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리하게 조명합니다. 인공지능과의 공존, 환경 파괴, 그리고 타자에 대한 이해라는 시대적 과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닷속 세상으로의 여행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레이 네일러는 우리를 물리적인 바닷속뿐만 아니라 사유의 깊은 바다로도 안내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과 인간성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테드 창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SF 작가의 탄생을 목격하는 기쁨도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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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어가 축구 승패를 예측한 것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들이 떠오른다. 이때만 해도 단순히 뉴스 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문어가 지능이 높은 해양 생물이고,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가 아는 전부다. 그런데 작가는 문어의 몇 가지 특징을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기존 국가들이 해체된 후의 미래 세계를 그려낸다. 우리가 알던 강대국들은 사라졌고, 티베트 불교 국가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그 기반에는 놀라운 과학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과학 기술과 문어, 인공지능 마인드 등이 엮여 있는데 복잡하고 어렵다. 베트남의 고립된 섬 꼰다오에는 바다 괴물에 대한 소문이 있다. 디지털 마스크 압글란츠를 쓴 여자가 그 섬 주민을 만난다. 그 섬에 있었던 불법적인 일들과 괴물 이야기와 수상한 상황 하나. 꼰다오에 하 응유엔 박사가 연구를 위해 도착한다. 그녀를 이곳에 데리고 온 사람은 앤캐틀러 미너부도티어 첸 박사다. 미너부도티어 챈 박사는 세계적인 인공지능 마인드 설계자다. 그녀가 만든 안드로이드 에브림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 에브림과 함께 있는 알텐체체그는 섬을 지키는 용병이다. 알텐체체그의 놀라운 놀라운 이력과 능력은 뒤로 가면서 더 놀라게 된다. 하 박사와 에브림이 섬에 있는 문어의 그림을 해독하고자 한다. 이들이 섬에서 문어들의 놀라운 세계를 연구할 때 다른 사건들이 생긴다. 하나는 해커 러스템을 고용해 무언가를 해킹하려는 시도다. 러스템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외부에서 핵심에 다가가게 한다. 이와 별개로 바다에서 불법 어업을 하는 무인 어선 이야기가 나온다. 에이코는 일 때문에 호치민 자유무역지역에 왔는데 납치되어 어선을 탔다. 도시 전설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고, 무인선을 타고 물고기를 잡는다. 쉽게 생각하면 인간보다 로봇들이 더 효율적인 것 같지만 아니다. 바다, 염분 등이 로봇의 고장율을 높여 납치된 노예보다 더 비용이 높다. 에이코가 무인 어선에서 경험하는 일은 처참하고 대단히 비인간적이다. 서로 다른 장소, 상황, 환경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 박사와 에브림은 문어의 표식이 의미하는 바를 해독하려고 한다. 꼰다오 섬의 경계를 침범하는 무인 어선들이 나타나면서 경보음이 울린다. 알텐체체그는 드론 등을 이용해 이 무인 어선을 폭파한다. 섬의 방어는 성공했는데 해안가에 인간의 시체가 밀려온다. 이 시체를 묻어주자고 말한 것은 에브림이고 실제 일도 에브림이 다 한다. 무인 어선이라고 했는데 사람이 있는 이유는 에이코의 사연으로 알 수 있다. 작가는 조각들을 하나씩 이야기 속에 풀어놓는다. 이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것은 마지막 순간에 도달했을 때다. 이 문어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 하 박사. 문어의 특징과 티베트 불교 공화국의 기술과 비교하는 알텐체체그. 인공지능 마인드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미너부도티어 첸 박사. 현재 최고의 완성작이라고 불리는 안드로이드 에브림의 모습들. 어떤 것을 해킹하는지 모르지만 위험 속에 있는 해커 러스템. 러스템이 이스탄불 경찰에게서 들은 과거 동물 유기 사건. 에이코와 함께 무인 어선에 탄 손이 노리는 꼰다오 행. 생물학과 인공 지능 등을 이용한 화려한 과학 기술에 대한 설명과 가설들. 인간과 문어, 자본과 비인간화, 동물보호와 살인 등이 엮인다. 뛰어난 가독성과 함께 곰곰이 생각해야 하는 이론들이 흥미롭다. #장편소설 #SF소설 #바닷속의산 #레이네일러 #위즈덤하우스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김항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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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0년 발표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My Octopus Teacher』는 인간과 문어의 훈훈한 교감을 통해 잊혀진 감성을 회복하는 감동 드라마다. 작품은 인간과 문어가 “서로 정말 다를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해 결국 “사실 닮았다!”로 훈훈하게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이 소설 『바닷속의 산』은 그 따스한 결말에 시원하게 찬물을 끼얹는다. “닮긴 뭐가 닮아?”라고 반박하면서 독자의 세계관을 통째로 흔들기 때문이다.
주인공 하 응우옌 박사는 베트남 깐다오 제도에서 특이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문어 집단을 조사한다. 원래 문어는 혼자 사는 외톨이에 평균 수명도 짧아 지적 발달이 어렵다. 하지만 이곳의 문어들은 복잡한 색채 패턴으로 소통하고 마치 자신만의 SNS 문화를 만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함께 하는 인물들 역시 평범한 조력자가 아니라 하 박사의 심리를 흔드는 거울들이다. 완벽한 기억력을 가진 안드로이드 에브림은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인간을 비추고, 말수가 극히 적은 경비원 알탄체체그는 불편한 침묵 속에 갇힌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낸다. 하 박사 자신도 결국 타인과의 단절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깨닫는다.
작가는 여기에 병렬 서사 두 개를 끼워 넣어 이야기를 더 쫄깃하게 만든다. 러시아 해커 러스템과 AI가 지배하는 어선에 잡혀간 일본 청년 에이코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이 인간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씁쓸한 현실을 비추며, 우리가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슬쩍 꼬집는다. 다만 소설이 철학적 대화를 과하게 늘어놓아 종종 설교 같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박진감 넘치는 묘사와 긴장감 있는 전개가 충분히 메워준다. 특히 저자는 해양 생태 전문가답게 문어를 ‘귀여운 바다 친구’가 아니라, 우리와 완전히 다른 지성을 가진 진짜 타자로 그려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작품은 결국 인간 중심적 사고에 유쾌한 반기를 드는 소설이다. 인간이 인간과의 관계마저 어려워 반(半)인격 AI를 선호하는 세상에서, 또 다른 지성체와의 연결을 갈망하는 우리의 이상한 욕망을 지적한다. 문어들이 던지는 명확한 메시지 “닝겐들, 우리를 방해하지 마!”는 독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정말 연결되어 있기는 해?”
소설은 최신작답게 기업 스파이물, 군사물, AI 스릴러 장치를 두루 활용하지만, 핵심은 결국 “인간이 정말 세상의 중심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주인공들이 깨닫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두 가지 진실이다. 첫째, 개인은 절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고 둘째, 인류도 자연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진 섬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품의 무대가 ‘섬’이라는 점은 이 메시지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작중 섬은 결국 세계의 모든 사건과 얽히고설킨 운명을 보여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발견되는 언어를 가진 문어 사회는 인간학의 기준으로도 분명 사회다. 하지만 이들의 지각이나 개념 체계는 인간과 너무 다르다. 따라서 소설의 중심은 문어의 언어 해독이 아니라 탐욕·오만·자기기만 등 우리의 윤리적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데 있다. 환경 파괴나 인권 침해 문제도 특정 개인이나 기업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작가는 문제의 원인을 전 인류의 무관심과 탐욕으로 넓히고, 책임 역시 한두 영웅이 아니라 모두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개성을 지우지도 않는다. 문어의 신경망을 비유 삼아 각 개인이 자신의 자리에서 능동적으로 행동할 때 세상이 변화한다고 귀띔한다.
흥미롭게도 세 명의 주인공은 서로 만나지도 않으면서 협력해 문어 사회를 보호한다. 각자 자신이 세상의 일부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설이 불교적 세계관을 빌려 '올바른 관점(정견)'과 '무관심'을 대비시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진짜 적은 악의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난 어차피 아무것도 못해”라는 체념을 가장 경계하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독자의 귀를 사정없이 잡아당긴다.
결과적으로 공상과학 소설이라 하면 흔히 생각하듯 외계 지성체와 만나는 단순함을 넘어, 이 소설은 독자를 능글맞게 꼬드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문제작이다. 등장인물들이 자꾸만 진지한 철학적 대화로 빠지지만, 놀랍게도 재미는 끝까지 유지된다. 그래서 Scientific 대신 Speculative Fiction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평을 듣는다. 결국 이 소설은 독자에게 행복한 결말을 약속하면서도 꾸준한 책임과 관심이 없으면 언제든 다시 불행해질 수 있다고 짓궂게 경고한다. 다 읽고 나면 웃으며 책을 덮을 수는 있어도, 인류의 연결성에 관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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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최대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바닷속의 산 저자 Nayler, Ray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25.07.23. 오늘도 안녕하세요, 네이버 블로거 '조용한 책 리뷰어' '조책'입니다 :) #책추천 #책읽기 #책스타그램 #책리뷰 #서평 #서평단 #도서서평 #독서노트 #독서일기 #독서 #서평 #서평단 #신간소개 #위즈덤하우스 #장편소설 #SF소설 #바닷속의산 문어와 지구의 포식자 인류의 첫 대화 저자인 레이 네일러 작가는 과학 기술과 생명 윤리, 그리고 생명이 지닌 내밀한 지능에 대한 사유를 글로 옮기는 작가로 소개한다. 이번 작품은 문어라는 타자로부터 시작된 사유의 여행이며 의식, 언어, 감각, 공감에 대한 질문을 지능 있는 존재와 인간 사이의 첫 만남으로 그려낸다. 책은 베트남 꼰다오라는 외딴 군도 아래 깊은 바닷속을 배경 삼아 문명이 다다르지 못한 곳에 독자적인 생명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언어 없는 존재가 문명을 만든다는 상상이 독자인 나로 하여금 진정한 ‘타자성’이라는 개념을 흔들리게 만들었다고 느꼈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중심을 이루는 문어를 통해 의식이 어떻게 생성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기존 인간 중심 언어와 달리 빛과 질감, 움직임으로 소통하는 문어의 세계관은 의식의 본질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인류가 만든 최초의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데, 인간과 거의 다를 것 없는 외표를 지닌 존재지만 정체성과 사회적 인식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이 존재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방식으로 의식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또한, 국제 기술 기업, 연구 기관, 정치 세력까지 문어를 둘러싼 자본과 권력의 흐름 속에서 타자에 대한 윤리가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지를 작가는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결국, 인간만이 가진 외로움은 공감하려는 시도로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익숙한 세계가 아닌 곳에서 문명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낯섦이었던 것 같다. 문어와 인간이 언어가 아닌 감각으로 이해를 시도하는 모습은 내 사고 체계가 얼마나 인간 중심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기계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역설은 오히려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줬고, 이 작품은 스릴러도, 생태 소설도 아니지만 두 장르의 경계 너머에서 정밀하게 인식론을 탐구하는 문장으로 연결된다. 책의 마지막까지 읽어냈을 때 느낀 바는 인간의 외로움, 그리고 공감의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저자의 시도였다. 요약 공감의 가능성 인간 중심의 세계관 인간의 외로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