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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황 설정: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통에 가까웠던 전작들에 비해 어린 연인들을 주제로 한 학원물에 가깝다고 할까?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여주와, 그런 여주를 마음 속에 품은 남주를 설정하여 이야기를 이끌었다. 고등학교 시점부터 전개되었는데 두 사람이 갈등이기를 겪고, 사랑을 깨달은 후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간혹, 작가의 나이대와 그려내고자 하는 인물들의 나이가 맞지 않아 젊은 그들의 사상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젊은이다운 행동과 말투등 그들의 입장에서 써 내려가 공감이 갔다. 또, 주인공 외에 조연들의 역활을 잘 배합하여 흥미를 배로 느낄 수 있었다.
2. 글의 구조: 글의 “기”에 해당하는 부분은 두 주인공들의 고등학교 시절이다.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유경은 학교의 잔일을 하며 지내고, 그런 유경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남주인 정욱은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행동을 한다. 어떻게 보면 유치하거나 삐뚤게 보일지 모르지만 정욱이 다운 행동이다. 자칫 정욱의 행동을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쯤으로 오해할 수 있었으나 그의 숨은 마음을 잘 표현해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자존심 강한 유경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그녀의 곁을 지키는 그만의 표현 방식이었을 것이다.
군대를 제대한 정욱이 유경을 찾게 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승”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힘들게 유경과 재회하게 되고 그녀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전달하는 유신이 가장 멋있어 보였다. 그녀를 보기 위해 매일 금고에 드나든다거나, 다리를 다친 유경의 출근을 돕기 위해 신경을 쓰는 등의 세심한 면은 그를 돋보이게 했다.
오해가 극에 달하고 유경이 정욱을 돌아보게 되면서 서서히 그의 사랑을 인식하게 된가 하지만 정욱에게 필이 꽂힌 나로서는 그의 사랑을 늦게 깨달은 그녀가 조금은 야속하였다.
로맨스의 끝이 해피이길 원하는 간절한 바램처럼 행복한 결말이었다. 알콩달콩 행복한 신혼 이야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유경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마음 고생을 한 정욱이 그녀를 닮은 예쁜 딸아이의 아빠가 되는 장면을 보고 싶었다. 아마 정욱이라면 틀림없이 아이에게 자상한 아빠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3. 주인공들의 소개
여주인공은 유경은 바르고 성실하다. 아버지의 외도로 어머니와 단 둘이 살지만 모나지 않고 반듯한 학교 생활을 한다. 자존심 강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이지만 학업을 하기 위해 학교의 잔일을 하기도 한다. 아집 센 사람처럼 무조건 자존심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성취를 위해 어느 정도 숙일 줄 아는 자세도 되어 있다. 유신의 구애를 모질게 거절해 독자들의 원성을 들을까봐 안타까움이 들었다. 로맨스를 읽은 독자라면 대부분 남주에게 몰입하게 된다. 그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남주를 힘들게 했으니 유경이 어쩌면 미워보였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조금만 관심있게 본다면 그녀를 이해할 것이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 놓였다면 그녀처럼 했을 것이다. 고된 일과로 살기도 벅찬 그녀에게 정욱의 질주하는 관심은 부담이 되었을 테니까.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정욱은 반항아적 기질이 있는 철부지 소년 같지만 속은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다. 책 속의 등장인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 이런 남자가 현실에 존재하고 그런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면 그 대상은 가장 복 받은 여자일 것이다.
4. 조연들: 이 글에서 무엇보다 조연들의 역할이 비중 있었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으로 끝난 게 아닌 없어서는 안될 위치에서 글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학을 했다. 주인공 위주로 전개되다 보면 간혹 지루하거나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에선 그럴 틈이 없었다. 조연들의 유머스런 행동이 글을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 면에서 조연들의 성격을 잘 살려낸 것 같았다. 조연들의 대사를 보면서 작가님이 재치있고 재미 있으신 분이라는 걸 느꼈다. 억지로 만들어 낸 말이 아닌 주위에서 한 번은 들어봄직한 표현들이어서 공감이 갔고 친근했다.
정욱의 친구인 성태는 입이 걸고 철없는 듯 하지만 가장 재미있고 애정이 가는 캐릭터다.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그에게서는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마음에 들었던 여자도 친구의 여자라는 걸 아는 순간 미련 없이 마음을 접는다. 유신에게 잔소리를 해대지만 자세히 보면 그에 대한 애정에서 묻어나는 행동들이다.
유경의 친구인 성옥도 빼 놓을 수 없는 감초 같은 역할이다. 성태에 비해 등장이 적어 그녀의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말수가 적고, 어떻게 보면 딱딱하게 보일 유경 곁에서 힘이 되어 주곤 한다.
6. 총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았다. 좋은 책을 읽고 났을때면 의례 그렇듯 미소가 지어졌다.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며 쉽게 사랑을 하는 요즘 이 책의 주인공인 유경과 정욱의 사랑은 신선했으며 파격적이었다. 힘들게 맺어진 만큼 오래오래 사랑하길 바래본다.
[인상깊은구절] 들려 내 심장 뛰는 소리....널 위해서만 뛰는 거야...(유경을 향한 정욱의 대사중에서...) |
| 아마도 이 소설을 통해 처음 현지원 작가를 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린시절 부모들끼리 친해 자연스레 소꼽동무가 된 정욱과 유경 세월이 흘러 고교생이 되었으나 이들 사이는 예전과 사뭇 달라져 있다. 승승장구하는 정욱 집안과 정반대로 유경의 집안은 몰락해 있는 상태. 더 이상 소꼽동무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정욱은 여전히 유경을 사랑하지만 유경은 마음의 문을 닫는다. 이 벽을 깨고 진심과 진심이 맞닿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가. 더구나 자의식이 강한 유경이라는 캐릭터는 정욱에게 난공불락의 성과 같을터인데.. 오똑이처럼 쓰러져도 다시 꿋꿋이 일어나 제 갈길을 걸어가는 유경의 뒤에는 늘 정욱의 보이지 않는 뒷받침이 있었다. 이를 유경이 깨닫기까지 이들의 감정선은 끊임없이 엇갈리지만 정욱의 할머니가. 나중에는 정욱의 부모가 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니..참으로 현실에서는 있기 어려운 해피앤딩이 아닐 수 없다. 우울하고 어두운 캐릭터에서 초심을 잃지 않는 자의식 강한 캐릭터로 조금씩 변모하는 유경의 성장이 흥미진진한 정통멜로소설이다. 현지원 작가의 다른 작품들까지 섭렵하게 한 계기가 되었을 정도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