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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키드를 다시 보며 배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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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무조건 많이 보면서 성장했다. 15원을 내고 동시상영 영화관을 드나들었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 극장주가 아버지인 친구 때문에 목에 힘주며 극장을 드나들었던 사춘기 시절, 청년 시절은 데이트 때문에 극장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만의 문화관이었다. 지금은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명동의 중앙, 충무로의 스카라, 종로의 피카디리, 단성사 극장 등은 흘러간 젊음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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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무조건 많이 보면서 성장했다. 15원을 내고 동시상영 영화관을 드나들었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 극장주가 아버지인 친구 때문에 목에 힘주며 극장을 드나들었던 사춘기 시절, 청년 시절은 데이트 때문에 극장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만의 문화관이었다. 지금은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명동의 중앙, 충무로의 스카라, 종로의 피카디리, 단성사 극장 등은 흘러간 젊음과 함께 추억으로 존재하지만 영화는 해상도가 뛰어난 스캐너처럼 지난 시절을 완벽하게 복원시켜 놓는다. 동년배의 친구들 보다 분명 조금 더 많은 영화를 봤겠지만 느끼는 아쉬움은 그 영화들이 자신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락적 기능으로 만족했기에 지금처럼 노트에 감상평을 기록해 놓지도, 분석도 해 보지 않았기에 수많은 영화들은 1회용 컵처럼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도 편린(片鱗)처럼 반짝이는 영화와 기억되는 장면들이 있다. 영화사에 기록된 명작일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여행과 마찬가지로 누구와 함께 했느냐에 따라 소중한 기억이 된다. 우선은 아내와 데이트 하던 시절에 봤던 ‘미션, 코난, 위대한 개츠비’ 등이 얼핏 떠오르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난함에는 변함이 없었기에 언제나 데이트 비용은 아내가 부담했는데 이제야 미안함이 있다.

 

 

아!, 사는 게 지겨웠던 시절 지금은 사라진 화신 백화점 꼭대기에 있었던 화신 극장에서 본 영화가 있는데 ‘엘비라 마디간’ 이다. 사랑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시대는 그들의 사랑을 불륜으로 매도했고 직업을 가질 수 없었기에 가난은 그들의 사랑을 막는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비극적으로 끝나는 영화는 그래서 여운이 길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이 영화를 격조 있게 만들었고 그들의 사랑은 데이트 하는 남녀의 교과서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지금의 20대가 보면 하품하거나 졸겠지만…….ㅎㅎ) 이렇게 누구에게나 영화에 대한 추억 몇 가지는 있을 것이고 발전된 IT 기술로 인해 영화는 집에서 편하게 앉아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상념에 젖을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가 그런 영화다. 안정효의 원작소설을 정지영 감독이 영화화 했기에 대중성을 확보했던 이 영화는 중견배우로 불리는 최민수, 독고영재 등의 열연이 볼만하지만 신인이었던 홍경인, 김정현의 연기는 뱉어 내고 싶은 풋사과처럼 밍밍하게 다가온다. 또 하나 ‘시네마 천국’을 봤다면 어쩔 수 없이 두 영화가 비교되기도 한다. 토토와 알프레도의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 매어주는 진정한 인간관계 그리고 토토의 사랑은 봄바람을 타고 날리는 꽃잎처럼 아름답기에  마음을 적시는 감동이 있다. 그러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비극적이다.

강렬한 에로티시즘이 영화의 바닥에 깔려있기에 호러영화를 보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하지만 흡혈 당하는 여인의 목덜미에서 관능미를 발견하고, 10분 동안 946명이나 되는 배우들 명단을 작성하는 병석(최민수)은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영화에 대한 지식만으로 짱으로 군림한다. 드디어는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들끼리 모여 영화 ‘황야의 7인’을 패러디 해 황야의 7인을 결성한다. 영화와 같은 삶이 꿈인 그들은 몰래 기차를 타고 일탈을 경험하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본 사랑의 장면을 현실에서 재현하기도 한다. 연상의 누나, 영화에 대한 말발로 유혹한 하얀 칼라가 빛나는 예쁜 소녀 등 사랑은 그들 나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싶은 짜릿한 희열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가 아니기에 그들의 삶은 많은 변화를 가져 온다. 성인이 된 병석과 명길의 삶은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멋지지 않다. 그나마 명길은 충무로의 2류 감독의 삶을 살고 있다. 소식이 끊어진 병석은 거의 폐인이 되었다. 실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한 병석에게 감독의 꿈은 날아간 버린 새와 같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의 삶은 영화의 제목처럼 헐리우드 키드의 생이 되고 만다.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기에 실제의 삶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의 삶이 키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실은 바다를 덮는 쓰나미처럼, 땅을 가르는 지진처럼 한 개인의 삶을 무너트리기에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비극적이다. 젊은 시절엔 자신과 영화 속의 주인공을 동일시했기에 빛나는 삶을 꿈꿨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를 보며 꿈꾸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아픔과 고통을 극대화 시킨 영화를 보며 삶의 치열함에 눈뜨게 된다. 최근에 보았던 영화 ‘와일드’의 한 대사가 기억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셰릴이 비오는 산장에서 기록한 한 문장.


“내겐 지켜야 할 약속과 내가 잠들기 전 가야 할 길이 있다.”

 

삶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을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것. 그것은 자신에 대한 약속이고 그 약속을 이루기 위하여 잠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래, 삶은 영화 속의 아름다운 장면처럼 낭만적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치열하고 아프고 고통스럽고 험난하다는 것. 비루한 삶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견디며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 헐리우드 키드를 다시 보며 배우는 역설적 삶의 원리다. 

 

YES마니아 : 로얄 j*****r 2015.05.19.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