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쥘리앵 소렐은 한 가난하고 천박한 제재소공의 막내 아들이다. 그는 명민한 두뇌와(특히 그의 암기력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아름답게 미소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가녀린 외모와는 달리 나폴레옹을 열렬히 숭배하고 나폴레옹처럼 입신출세를 꿈꾸는 야심찬 젊은이이다. 레날 시장의 세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된 쥘리앵은 레날 부인을 만나게 된다. 레날 부인은 엄청난 유산 상속자로 세상물정을 하나도 모르고 남편과 아이들만 아는 순진한 귀족 여성이다. 그녀는 '얼굴이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난폭한' 사내들만 보아왔다가 쥘리앵을 보고 그 소녀같은 외모와 흰 살결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쥘리앵 역시도 레날 부인의 티없는 순수함에 매료되어서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레날 부인은 관습과 윤리의 틀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들의 행복했던 밀애의 시간은 길지 못했다. 쥘리앵은 레날 시장의 집에서 나가서 신학교를 들어가게 되고, 그의 총명함이 인정을 받아서 파리의 대귀족인 라 몰 후작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후작의 딸인 마틸드를 만나게 된다. 마틸드 역시도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여러모로 레날 부인과는 다른 성격의 여성이었다. 자존심이 강하고 도도하며 변덕이 심한 마틸드와 쥘리앵은 불같은 열애를 하지만, 쥘리앵은 정말 그녀를 사랑한다기 보다는 이기적인 그녀를 정복하고자 하는 정복욕이 더 컸다. 공적인 면에서는 후작의 신임을 두텁게 받는 비서가 되어서 후작의 비밀 업무를 잘 보좌해 준다. 쥘리앵은 귀족들이 하는 많은 것들을 따라하지만(파티 참석, 댄스, 승마 등) 결정적으로 귀족이 아니기 때문에 무시를 받곤 하는 처지였다. 자존심이 강한 마틸드가 쥘리앵에게 빠져버리고, 마틸드는 쥘리앵의 아이를 임신한다. 유서깊은 공작과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자존심이 센 마틸드는 아버지를 설득해서 쥘리앵의 이름으로 상당한 재산과 지위를 물려준다. 그들의 결혼과 쥘리앵의 신분 상승이 눈앞에 보이는 찰나, 레날 부인의 눈물로 얼룩진 쥘리앵에 대한 비난 편지가 라 몰 후작에게 날아들어오게 되고, 격분한 쥘리앵은 레날 부인에게 두 발의 충을 쏜다. 레날 부인은 가볍게 상처를 입었을 뿐이라서 다치기만 했지만, 쥘리앵은 붙잡혀서 사형 선고를 받고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다. 마틸드는 쥘리앵을 사랑하긴 했지만 쥘리앵 그 자체를 사랑하기보다는 다른 인물의 환영을 덧입혀서 보곤 했었다. 사랑의 낭만에 취해서 정작 사랑하는 사람은 보지 못하는 콧대센 이 아가씨는 쥘리앵이 사형 선고를 기다리면서 감옥에 갇혀 있을 때는 그를 중세 프랑스의 마르그리트 공주의 연인이었던 라 몰 후작과 동일시해서 본다. 그래서 쥘리앵이 사형당한 후에 쥘리앵의 목을 안고 동굴로 가서 목에 키스한 다음 그를 성대하게 장례치뤄준다. 레날 부인과 쥘리앵의 사랑은 서로 아무 가식없는 순수한 사랑이었다. 감옥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그 둘은, 쥘리앵이 죽은 며칠 후 레날 부인의 죽음으로 연결된다. 스탕달은 살아 생전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은 작가였다. 그의 일생은 그가 유언해서 새겨진 묘비명에 잘 드러나 있다. [앙리 베일, 밀라노 인, 쓰고, 사랑하고, 살았다.] 그는 이 묘비명대로의 일생을 산 사람이었다. 몇 명의 여인들과 열정적인 사랑을 하면서 일생을 산 그는 길거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객사하게 된다.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그의 소설은 그의 예언대로 그가 죽은뒤 몇십년 후에 인정을 받고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는 걸작이 되었다. 그리고 적과 흑은 단락의 앞, 대단락이건 중단락이건 소단락이건 간에 단락의 앞에 유명한 작가나 사상가의 말이 인용이 되어있다. 그 인용문은 그 단락의 내용을 잘 설명해준다. 가끔 엉뚱해보이는 인용문도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글의 맥락에서 어울리고 위트있는 글들이 많다. 스탕달의 박학다식함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고 노력하는 만큼 성공한다고는 하지만, 오늘날에도 역시 기득권층은 보수적이고 가끔씩 "개천" 에서 용이 되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중 적지않은 수가 기득권층에 의해서 눌러지는 것을 보면, 이 야심찬 젊은이의 일대기가 비단 19세기의 프랑스에서만 있었던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