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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책세상문고!!'라고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명쾌하고 깊이 있으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칸트의 글이 이렇게 재미있었다니, 도덕교육 공부하는 동안 그의 글은 비판들처럼 딱딱하고 어려운 글밖에 없는줄 알았는데 칸트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와 숭고에 관심이 있고, 예술교육을 도덕, 철학교육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논문을 준비하며 "판단력비판"을 읽고 있었는데 그 모태가 되는 이 책을 읽으니 칸트가 무슨 생각으로 "판단력비판"을 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철학사조의 이름에 따라 입장을 부여하기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칸트는 합리론과 경험론을 종합하고자한 측면이 있었고(이성과 감정의 종합) 이는 칸트의 미학에서도 나타난다고 보게 되었다. 인간을 구성하는 "순수이성비판"에서의 지성, "실천이성비판"의 에서의 욕구와 이성의 다리가 되는 것이 "판단력비판"의 주관적 보편성을 갖는 취미판단이기 때문이다. 자연세계 안에서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이 그 질서에 맞게 판단하고 행위하는 것을 도덕적 실천이라고 본다면 그 다리가 되는 반성적 판단력이 중요하리라는 생각이다.
(백종현 역, "판단력비판", p.187)
관념론자로 분류되는 칸트는 이 책을 경험론적인 방법으로 쓰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시각으로 봤을 때 칸트는 철저한 근대인이었다. 아마 이 "고찰"이 그의 비판 시리즈만큼은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성별과 민족에 대한 그의 근대인적 시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는 그가 글로 배웠던 사례들이 갖는 한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남성과 여성에게, 민족적 성향에 그런 경향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열고 읽어내려갔다. 누군가는 화를 낼지도 모르는 내용이지만 딱딱해보였던 칸트라는 철학자가 타인에 대해 마음 속으로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었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중요한 것은 칸트가 '경험론적 방법'으로 글을 썼다는 사실이다.
도덕과 교육학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정의'와 '배려'일 것 같다. 길리건과 나딩스는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을 위한 도덕교육이 '정의윤리'를 중심으로 한 남성 중심의 도덕교육이었다며 '배려윤리'를 중심으로 한 도덕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미에 대한 성차를 다룬 부분을 읽으면서 '정의윤리'와 '배려윤리'가 생각났다. 칸트가 말했던 아름다움에 대해 갖는 남성과 여성의 경향성 차이가 정의윤리와 배려윤리로 나타나지 않나 싶어졌다.
<<고찰>>에서 칸트는 주관의 심리 상태(1장), 인간 일반의 특성(2장), 인간의 성별 차이(3장), 그리고 사회의 총체적 집합체인 민족의 특징들(4장)에 대해 다룬다. (p.125 번역자 이재준의 해제 중) 그는 인간이 쾌불쾌와 관련된 취미판단의 근거가 되는 주관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1장에서는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2장에서는 히포크라테스의 4대기질설을 가져와 그 두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의 경향성과 숭고함을 추구하는 남성의 경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해 각 민족이 가진 경향성을 풀어간다. 아마도 우울질이었고 남성이고 독일인이었던 칸트가 어떤 자세로 아름다움과 숭고함에 대해 쓰고 있는지에 집중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역자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번역이 매우 깔끔한 느낌은 아니지만 읽는데 큰 지장은 없는 것 같다. 짧지 않은 해제 '미학 이전의 미학, 칸트의 <<고찰>>'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미학을 공부했다는 역자의 친절한 해제 덕분에 경험론에 토대를 둔 다른 철학자들의 미학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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