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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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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기억을 읽는다. 물론 ‘읽는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달리 쓸만한 단어가 없다. 기억을 아는 것도, 기억을 보는 것도, 기억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니까. 사람의 기억을 읽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건물이나 장소에 남아있는 기억을 느낀다.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고, 결국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단지 나는 하나의 잔상을 느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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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기억을 읽는다. 물론 ‘읽는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달리 쓸만한 단어가 없다. 기억을 아는 것도, 기억을 보는 것도, 기억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니까. 사람의 기억을 읽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건물이나 장소에 남아있는 기억을 느낀다. 언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고, 결국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단지 나는 하나의 잔상을 느낄 뿐이다. 막연하고, 흐릿한 어떤 이미지를 감지한다.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는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드문 일이다. 기억은 스쳐지나가는 풍경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막연히 사라져버린다, 이렇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스크 스토리’는 ‘다크’라는 동양인 소년이 겪는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두 권의 단편집이다. 다크는 유령을 본다. 그는 원하지 않지만 죽은 사람과 동물, 남들이 만든 환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마도카 카와구치의 ‘죽음과 그녀와 나’처럼 끔찍하고 소름끼치게 보고 유령에게 위협을 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치코 이마의 ‘백귀야행’처럼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가볍고 유쾌하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클램프의 ‘도쿄 바빌론’처럼 멋진 퇴마사들이 불쌍한 요괴를 성불시켜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크는 어린 소년이지만 건조하고 따뜻한 어른의 시선으로 유령을 바라본다. 그는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세상의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지 담담하게 이해한다. 사람은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제 나이로 보이고 또래처럼 생각하고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것이 좋다. 한 단계 한 단계 과정을 밟으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위대한 사람이 되거나 거창한 일을 해내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훌륭하다. 주어진 환경 때문에 일찍 어른이 되는 것이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아이로 남아 있으려는 것은 자신이나 타인 모두에게 좋지 않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불편하다. ‘AI'와 ’마이너 리포트‘를 보면서 나는 주인공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그들이 체념을 배우지 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를 찾는 순수한 인조인간 소년과 잃어버린 행복을 구하는 자상한 아버지이며 영웅인 그 남자의 고통은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그들은 그래야만 하는 어떤 허상을 연기하고 있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복을. 위대해 보이는 휴머니즘을. 진짜 같은 유토피아를. 집요하게 갈구하고 고집스럽게 강요했다. 인생이란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삶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슬프고도 견디기 힘들다. 체념과 허무함은 천천히 배워야 한다. 그것을 나이가 많이 들어 이해했다고 해도 결코 늦은 일은 아니다. 애정과 삶의 따뜻함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어린애가 인생의 쓰라림을 먼저 배운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유령들이 찾아와 그들의 괴로움을 호소해도 다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남의 기억을 읽는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역시 없다. 명백하게 주어진 사실을 볼 수 있다면, 그 때문에 자신의 무능력을 깨닫게 된다면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무엇을 말할 수도 행동할 수도 없다. 입을 다물고 한걸음 비껴서는 것은 당연하다. 어른은 비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크가 자신의 비겁함을 괴로워하듯 가슴에 유리조각처럼 박힌 기억은 나를 괴롭히곤 한다. 봄날 늦은 오후, 졸음과 나른함으로 넘쳐나던 이상심리학 시간. 자기 합리화가 잘못된 일은 아니라고, 살기 위해 인간은 어느 정도의 자기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쓸쓸하게 충고하던 교수의 말은 불행히도 나에게 위안이 되지 못했다. 나는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기 위한 관대함을 너무 일찍 배웠다. 생의 모순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침묵하고 깊은 이해심은 결국 자기 위안이다. 체념을 배운 자의 따뜻함은 나약하고 고통을 이겨낸 사람의 부드러움은 비관적이다. 제대로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빨리 인정했고 그 때문에 너무 쉽게 비겁해져버렸다.
m***i 2003.02.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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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년 '더스트 스토리'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년 '더스트 스토리'" 내용보기
인간이나 동물의 영혼과 강한 '사념'등을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년 다크토. 그의 눈동자가 응시하는 것은...기억속의 아득한 나날과 소중한 추억들이 되살아난다. 하드풀. 고스트 스토리동화 같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끝내는 그냥 동화가 아니라 잔혹동화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는 토노의 작품. '치키타 구구'와 '칼바니아 이야기'에 이은 '더스크 스토리'를 보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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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나 동물의 영혼과 강한 '사념'등을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년 다크토. 그의 눈동자가 응시하는 것은...
기억속의 아득한 나날과 소중한 추억들이 되살아난다. 하드풀. 고스트 스토리

동화 같고 아기자기 하면서도 끝내는 그냥 동화가 아니라 잔혹동화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는 토노의 작품.
'치키타 구구'와 '칼바니아 이야기'에 이은 '더스크 스토리'를 보게 되었다. 전의 두 작품과는 다르게 판타지세계, 공상의 나라가 배경이 아닌 나름 현대적 이라서 작가 특유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세계관과 자유분방한 정의는 좀 감이 떨어졌던것 같지만 그렇기에 현실적이고 가슴에 와닿는 다뜻한 느낌이 더 두드러 진다는 느낌이다.
이 만화의 보너스 페이지에서 토노가 치키타구구와 칼바니아. 더스크 스토리까지 3개의 만화를 동시연재 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이렇게 짜임새좋고 각자 개성도 특징도 다른 이야기를 한두개도 아닌 3개씩이나 동시에 연재했었다는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마르지 않는 소재의 샘 이라도 가지고 계신건지...
흔히 만화에서 '귀신을 보는', '초 자연적 현상과 함께하는' 주인공 이라고하면 그 내용이야 다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맥이나 느낌은 거의 비슷비슷 했었는데 이 더스크 스토리는 토노작가의 향기가 진하게 날 뿐 기존의 다른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는 주인공이 존재하는 만화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주인공의 능력에서 오는 이야기에 주목을 하는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주제로 주인공의 능력이 부재로서 이야기를 흥 나는대로 진행시키다가 필요하면 주인공을 끌어다 쓰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주인공 부각을 위해 이런 내용을 구상했다! 라는 다른 만화들과는 다르게, 내가 생각했고 보여주고싶은 이야기들에 이런 주인공이 어울릴것 같아서 저런능력을 넣어 만들었다. 라는 느낌?
한마디로 감동적이고 극히 '토노적'인 이야기에 다크토가 부가물이 되는듯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렇다고 이게 나쁘다거나 아쉽다거나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딱 이 작가 다운 특징들이 느껴져서 좋았다.
전 두작품에 비하면 좀 평범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가장 감성적이었던 만화.

q***********2 2011.04.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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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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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다크토는 죽은 이의 혼령이나 살아있는 사람이 키운 환상을 볼 수 있다. 그걸 통해 그는 그 사람의 추억과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 엄마가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자기만의 밀림을 만드는 라토르라든지..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자기를 스쳐지나간 남자들에게 돈을 받았던 창녀이야기라든지.. 코끼리가 죽자 코끼를 너무 사랑했던 사육사의 유령이라든지.. 짤막한 에피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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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다크토는 죽은 이의 혼령이나 살아있는 사람이 키운 환상을 볼 수 있다. 그걸 통해 그는 그 사람의 추억과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아버지 엄마가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자기만의 밀림을 만드는 라토르라든지..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자기를 스쳐지나간 남자들에게 돈을 받았던 창녀이야기라든지.. 코끼리가 죽자 코끼를 너무 사랑했던 사육사의 유령이라든지..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때론 내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얘기가 흘러간다. 어쩔때는 <식스센스>같은 구성도 있고.. 이 만화가 얘기하고 싶은건 죽음 자체는 아니다. 글 중간중간에 우리는 살아가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끊임없이 얘기한다. 언젠가 모든게 끝나도 우린 아픔이나 고독을 안은채 걸어가게 되어있다고...

[인상깊은구절]
다크토, 그건 말이지 살아가는 일이란다.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나처럼 나이를 먹고 새하얀 백발이 되서 언젠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더라도 날마다 살아가는 것이 모두가 최후까지 해내야 할 가장 소중한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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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O다운, 지극히 TONO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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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명성에 대해선 익히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명성인지야 관심 밖이라 몰랐었다. 최근 금전 사정이 좀 나아지면서 관심 밖의 존재들에도 관심을 돌리면서 접한 것이 TONO. 아직은 뭐라 그를 정의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헐렁할 뿐 아니라 성의의 자취도 찾기 어려운(있는데 못찾은 걸지) 엉성한 그림에도 불구하고 TONO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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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명성에 대해선 익히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명성인지야 관심 밖이라 몰랐었다. 최근 금전 사정이 좀 나아지면서 관심 밖의 존재들에도 관심을 돌리면서 접한 것이 TONO. 아직은 뭐라 그를 정의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헐렁할 뿐 아니라 성의의 자취도 찾기 어려운(있는데 못찾은 걸지) 엉성한 그림에도 불구하고 TONO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어떤 지점이란 건 있을 거다. 그건 뒷날로 미루고- 가장 인상적이던 대목은 그것이다, '살아가는 일'. 사는 걸 '일'이라고 단정지어 말하는 TONO가 피부로 느껴졌다. 슬픈 일도 기쁜 일도 건너뛰어 죽음에 이르도록 착실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가 지고 있는 해묵은 '일감'이다. TONO는 그걸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는 공기가 있어 호흡하고 있다는 지적받은 양 멈칫해버린다. 독자를 그렇게 멈칫하게 만드는 만화가는, 만화라는 장르가 가진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 속성 탓에 쉽지 않다. 물론 모든 창작이 감상자를 멈칫하게 만들 엄숙한 의무에 시달릴 필요는 없겠다. 그래도 트랜디 드라마만 줄창 보는 건 지루한 노릇, 가끔 다큐멘터리를 봐줘야 한다. 매일 방탕하게 굴던 자라도 한번은 고해성사를 해줘야 하는 것과 같을까? 삶에는 정화의 순간이 필요하고 TONO의 작품은 그 계기를 만들어준다.
c******6 2004.01.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