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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두고 갈 수 있는 용기
"두려움을 두고 갈 수 있는 용기" 내용보기
9월 들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다. 교장으로서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야 하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 힘들어하는 여러 샘들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 언론과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 등과 뒤섞여 우울감을 가중시켰다.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은 학교와 주변의 생명체들(식물, 동물), 집의 가족(몽이와 물고기 포함
"두려움을 두고 갈 수 있는 용기" 내용보기

9월 들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다. 교장으로서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야 하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 힘들어하는 여러 샘들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 상황, 언론과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 등과 뒤섞여 우울감을 가중시켰다.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은 학교와 주변의 생명체들(식물, 동물), 집의 가족(몽이와 물고기 포함), 유언무언으로 힘을 주는 분들, 그리고 바로 이 책이었다.

아마도 내 기분때문에 더욱 그랬겠지만, 열흘 전 쯤 팟케스트 "책읽아웃"에서 추천한 세 권의 책은 모두 너무나 읽고싶어져서, 처음으로 추천 책 전부를 사게 되었다.

책은 9월 7일에 왔다

이 가운데 시집(밤 하늘은~)은 머리맡에 두고 몇 편씩 읽어보았지만 별 감흥이 없었고,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는 학교에서 틈틈이 조금씩 읽었다. 구절구절이 얼마나 마음에 와닿는지.

저자도 동동이라는 냥이와 함께 산다길래 우리집 냥이 몽이와 같이 찍으려 하는데 협조를 잘 안해주네^^

저자는 일러스트이며 출판에 종사하는 분인데 고양이 동동이와 살고 있는 40대 여성이다. 덴마크 '스반홀름'이라는 생태공동체에서 2개월 생활하며 느꼈던 마음 속 깊숙한 울림을 멋진 글솜씨와 예쁜 사진으로 아름답게 풀어놓는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스스로 토닥여지는 책읽기 경험이었다. 읽는 당시에 메시지를 주었던 부분에 많은 책갈피를 붙였는데, 그 내용을 순서대로 아래에 정리한다. 아마도 사람마다, 그리고 혹시 내가 나중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책갈피를 붙일 곳이 또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책갈피는 '지금' 나의 상태를 표현한다.

We learn to respect Margrete as a wonderful person even though she tends to take her working hours rather lightly and managed to arrange herself an exceptionally big room too. It doesn't make sense to go around checking up on each other and criticizing each other. It's undignified and doesn't lead anywhere. 어떤 사람이 요령을 피우고 예외적인 혜택을 원한다고해도 우리는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따지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것은 품위 있는 행동이 아니며, 또한 우리를 어디로도 이끌지 않는다.(스반홀름 홈페이지, 공동체 소개 중에서)(13쪽)

팟케스트에서 이 내용을 읽어주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이곳의 당근은 그동안 알던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투명한 주홍이다. 덕분에 깨낼 때마다 검은 흙 안에서 빛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새봄 같은 이파리에 연둣빛이 돌았다. (중략) 주홍과 연두의 색 무더기. 수확이란, 밭에서 색을 캐내어 땅을 채색하는 일이었다.(36-37쪽)

일러스트가 직업이니 색에 더욱 민감한 듯. 학교 텃밭에도 당근 씨앗을 뿌렸는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의 기운은 너무 가깝지 않으면서 살갑고, 강압적이지 않으면서 무게감이 있었다. 듬직한 리더와 명랑한 꼬마가 한 몸에 다 들어 있는 여자였다. 한나를 보고 있으면 '즐거운 일을 하거나 일을 즐겁게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62쪽)

스반홀름 공동체의 리더인 '한나'라는 분에 대한 생각이다. 나도 이러고 싶다.

그런데 로즈마리를 먹어 치운 잡초는 분명 넝쿨이었다. 로즈마리 줄기 하나하나를 억센 넝쿨이 촘촘히도 휘감고 올라가 줄기 끝까지 점령하고 있었다.(63쪽)

학교에도 다양한 넝쿨식물이 자란다. 며칠 전에는 환삼덩굴과 으름덩굴을, 어제는 나팔꽃 종류가 나무를 휘감고 있어서 일부 제거했다. 학교 진입로와 본관 앞쪽 화단도 다음 주쯤에 정비작업을 하자고 행정실장님께 말씀드려놓았다. 주무관샘들이 하시게 되면 나도 같이 참여할 생각이다.

농사 꿈나무도 아닌 우리에게 그저 할 일만 지시해도 될 터였지만 한나는 늘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이나 방향, 나중에 끼칠 영향까지 차근히 설명했다.(63쪽)

왜 하는지 알아야 신명이 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4시에 가까워지자 일꾼들은 일제히 허리를 폈다. 아직 잡초 무덤이 몇 동 남아 있었다. 조금만 더 일하면 말끔해질 텐데 누구도 그런 제안은 하지 않았다.(66쪽)

내가 이렇게 잘 못한다. 그러니 은연중에 다른 사람들도 '더'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같다. 이걸 버려야 한다.

그동안 '일'로 삼은 행위들은 대부분 몸은 보전되지만 마음이 쓰이고 다치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이곳의 일은 반대다. 몸을 움직이는 자체가 일이고, 일이 곧 결과로 눈앞에 보인다. 그런 시간이 쌓여가는 동안 나의 몸은 마음이 참 잘하는 일(후회, 불안, 의심, 과장, 회피 따위)을 덜 하거나 아예 하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다. 몸의 헌신 덕에 마음이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분이랄까.(70쪽)

어제 저녁에 난우독서모임에서 줌 모임을 할 때 줌 운영자 구본희샘이 여는 단계에서 오늘의 기분을 날씨로 물었다. 두 분 샘이 '맑음'이라 하셨는데, 일과 후에 한 분은 드럼을 한 분은 야구를 하셨다고 한다. 역시, 몸을 쓰는게 좋다.ㅋㅋㅋ

마음이 복잡할 땐 집을 벗어나라고도 했다. 모든 물건은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 사연이 깃든 물건으로 채워진 공간은 상념 덩어리라고, 그 안에서 머리 싸매고 있어 봤자 다 소용없다고 했다.(71쪽)

저자의 요가 선생님의 말이라고 한다. 그런 것같다.

서로를 적당히 궁금해했고 적당히 모르는 척해 주었다. 적당히 내버려 두기도 적당히 끌어내기도 했다. 모두 근면했고 일이 힘들다고 짜증이나 심통을 내는 사람도 없었다. 덕분에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았고 같이 있을 땐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단순히 '친하다'는 말로는 끌어안을 수 없는 느긋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관계.(98쪽)

함께 농사일을 하는 일곱 그룹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 학교도 이랬으면 좋겠다. '느긋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관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든 사람들이 잘난 구석, 못난 구석은 있는데 꼬인 구석이 없다. 취향은 다른데 서로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각자가 선택한 시간과 공간이 겹쳐 하나의 '그룹', 즉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엄청난 우연의 덕을 받아야 가능하다.(99쪽)

위와 마찬가지로 우리 학교도 이랬으면 좋겠지만, '엄청난 우연의 덕을 받아야 가능하다'.ㅠㅠ 노력하면 조금은 비슷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여행에서 험한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한 내 친구들의 심정을, 앞으로 하소연할 사람들의 처지를, 이제는 '마음'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날의 사건이 없었더라면 몰랐을 이 마음의 가치는 얼마로 환산할 수 있을까 ….(117쪽)

코펜하겐에 도착하자마자 여권, 신분증, 돈 등 중요한 것들이 든 지갑을 잃어버린 저자가 그 사건을 통해 깨달은 내용이다. '마음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행복이라는 다면체의 한 단면은 '보수성'이라고, 덴마크도 스반홀름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은 아니었다. 공동체가 요구하는 기여를 할 수 있고, 그곳의 규율을 체득한 사람들만이 서로에게 안전과 신뢰를 보장하며 모여 사는 것이다.(145쪽)

그럴 것 같기는 하고 그러면 편하겠다 싶기도 하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끌어안고 살아가는 곳이 진정한 공동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가까웠던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극복하지 않지. 극복할 수 없고. 그냥 삶에 데리고 가는 거야."(147쪽)

저자는 한국에서 온 취재진의 인터뷰 통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 양치기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20일 전쯤 졸지에 아내를 잃은 친구 생각이 났다.

거위로서의 일상에서 얼핏 백조 같은 면모를 발견하는 곳, 서로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은 평범한 거위들이 하나둘 모여든 기슭(각주: 스반홀름Svanholm은 백조Svan가 노니는 기슭Holm을 뜻한다.)이 바로 여기, 스반홀름이었으면 좋겠다고 … (195쪽)

그렇구나. 그럼 스톡홀름은 무슨 기슭일까?

‘스톡홀름’이라는 이름은 1252년 기록물에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Stock은 통나무라는 뜻이고 holm은 섬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은 이 지역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멜라렌 호(스웨덴어: Malaren Laken) 상류에서 통나무를 동동 띄워 땅에 닿는 곳에 도시를 짓기로 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출처: 위키백과)

어랏? 위키에서는 holm이 섬이라고 나오네? 위키백과의 유래에 따르면 '통나무가 닿은 기슭'이라 해석하는게 더 자연스러운데?

이번 목표는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쯤 기차를 타고 가야 나오는 오지(?) 속 미술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꼽히는 루이지애나 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이었다.(200쪽)

구미가 확 당긴다. 검색 들어간다.

https://goo.gl/maps/VQvRWjppAyoTAKNw5

정말 멋있다. 사진만 봐도 힐링이 된다. 버킷 리스트에 담는다.

크리스티아니아는 코펜하겐 도심 복판에 자리한 무정부자들의 마을이다. 원래 군사시설이 있던 지역에 군대가 철수하자 내 땅 네 땅 구분 없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여들었다.(중략) 이들이 공유지를 무단점거하며 임대료도 세금도 내지 않겠다고 버티니 정부나 이웃들과 마찰이 없었을 리 없다. 40년간 투닥거린 끝에 크리스티아니아는 자치마을로 인정받게 되었고 정부의 복지혜택도 받고 있다.(202-203쪽)

크리스티아니아도 찾아보았다.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735

부엌의 벽에 켜켜이 쌓여 있는 아우성들, 태평한 모습 뒤로 자기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을 나의 동료, 나의 공동체, 타인의 두려움은 달의 뒤편 같은 존재다. 달을 보는 것은 일상적이고 간단한 일이지만, 달의 뒤편은 지구상의 그 누구도 자기가 선 자리에서 끝끝내 볼 수 없다. 그것을 기어코 두 눈으로 확인하려 하고, 촘촘히 알려 하고, 완벽히 이해하려 애썼던 적이 있었다. 이해에 실패할 때면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는 상상으로 가늠해 보고 짐작으로 배려해 보는 선에서 멈추곤 한다. 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현명하고, 모르는 부분으로 남겨두는 것도 현명하다. 어떤 행위에 앞서 '함께 있는 것' 자체로 충분히 현명하다.(245쪽)

선문답, 황희 정승 같긴 하다만 책 앞부분에서도 언급된 '적당히'가 가진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이제 3살이 된 동동은 좋든 싫든 나와 살고 있다. '좋든 싫든'이 중요하다. 나는 동동에게 물을 수 없고 동동은 답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의 깊은 의중을 모르는 채로 같이 산다. 그것이 대단하고, 한편 사무친다고 생각한다.(247쪽)

10살이 된 우리 집 몽이도 마찬가지다. 사람도 고양이와 같이 대한다면? 세상은 훨씬 평화로와지지 않을까?

자연에는 나비도 있고 뱀도 있다. 과실수도 있고 독버섯도 있다. 공을 들인 탄생도 있고 허무한 소멸도 있다. 스반홀름에서 나는 자연을 조금 이해했다. 자연의 것들은 감정에 우열을 매기지도, 행복의 순위를 정하지도 않는다. 지난 일을 묻지도, 올 일을 예단하지도 않는다. 지금의 성장이 전부다.(248쪽)

이 책을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소개받았다고 했는데, 그 뒤에 방송한 "어쩌다 정신과의사" 편에서 나온 얘기와 비슷하다. 과거(미련, 후회)나 미래(불안, 걱정)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지금, 여기)에 집중하라는 거다. 이 책은 과거(작년?), 거기(덴마크 스벤호름) 이야기지만 지금, 여기서 걱정과 후회에 빠져있던 나를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p*****0 2020.09.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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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EAVE MY FEAR HERE
"I LEAVE MY FEAR HERE" 내용보기
"내 두려움을 여기 숨기고 가겠다.""I LEAVE MY FEAR HERE."그녀는 '여행'이 아닌 '도망'을 떠났다.안전한 험지, 또는 험난한 안전지대 '스반홀름'으로..스반홀름은 1970년대에 설립된 덴마크의 생활공동체이다.약 150명이 집, 식당, 차량 등을 공유하며 살고, 주로 농번기에 필요한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숙식을 제공한다고 한다.모든 사정들을 한국에 놓아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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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려움을 여기 숨기고 가겠다."
"I LEAVE MY FEAR HERE."


그녀는 '여행'이 아닌 '도망'을 떠났다.
안전한 험지, 또는 험난한 안전지대 '스반홀름'으로..

스반홀름은 1970년대에 설립된 덴마크의 생활공동체이다.
약 150명이 집, 식당, 차량 등을 공유하며 살고, 주로 농번기에 필요한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숙식을 제공한다고 한다.
모든 사정들을 한국에 놓아두고 그곳의 자원봉사자로 도망을 떠난 것이다.

그곳에는 '아무 맛 없는 시골빵 한 덩어리를 뚝 떼어 나눠 먹는 아침밥' 같은 담백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든 사람들, 있는 그대로를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느긋하고 두근거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마치 운명인 듯 만나-

함께 단순하고 반복적인 밭일을 하고,
푸른 하늘 아래 세상에서 가장 낮게 깔려있는 뭉실 구름들을 보고,
로맨틱한 반지하 하얀 방에 놀러 오던 까만 고양이 티미안을 만나고,
노오란 따릉이로 이곳저곳을 누비고,
주황 호박을 이바나의 얼굴에 내던지는 실수를 범하고서는 호박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어 바치기도 하고,
머렉과 피자를 만들고,
감자 트럭에 실린 채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30년 만에 트램펄린에 다시 올라서기도 하며,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책을 통해 이야기를 만나야 더 재미있을 테니까 생략!^^)
자신이 도망자라는 것을 잊은 듯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맑고, 생기 넘치는 나날을 보냈다.

그렇다고 하여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마주해야 할 현실들이 사라졌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여기저기 숨겨두었을 뿐.

씩씩하게 돌아오는 법을 몰랐던 그녀는 지금 자신만의 공동체에 거주하고 있다.
다시 스반홀름으로 돌아가더라도 또 다시 도망을 떠난 것이거나, 그때의 공동체가 그리워서는 아니라고 하였다.
한나가 약속한 30분의 쉬는 시간을 받으러 가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두려움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그녀가 머지않은 미래에 그녀만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그 이야기를 몹시도 기다리고 있다.
(동동)

나의 공동체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달의 뒤편에 대해서도...
나의 두려움과 타인의 두려움, 그리고 '함께 있는 것' 자체의 충분함을 떠올려본다.

그녀의 솔직 담백한 일기 같은 글을 아끼고, 아껴가며 두 번, 세 번 읽다 보면 당장 스반홀름으로 떠나고 싶어질 수도 있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런데 나는 아직 혼자는 못간다. 같이 갈 사람을 구해야 할지도. 벌써 꼬드겨야 할 누군가가 마구 떠오른다.)

참고로 이 책은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의 프리퀄-
아네뜨 할머니의 딸 쥴리와의 첫 만남이 이 안에 들어있으니,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왕이면 '김목인'의 '스반홀름'을 들으며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1) 문장을 발견할 때 만들고 있던 초콜릿 쿠키(p.5)
(2) 호박파운드케이크(p.94)
(3) 머렉과 함께 만들었던 피자(p.135)
(4) 갸또 오 쇼콜라(p.181)
이 네 가지로 쿠킹클래스가 한 번씩 열렸으면 좋겠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를 읽고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있는 아네뜨 할머니의 귀여운 허니쟈들과 곧 만들어질 양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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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반홀름 동료들과의 만남은 아무 맛 없는 시골빵 한 덩어리를 뚝뚝 떼어 나눠 먹는 아침밥 같았다. 자극도 호들갑도 없는 대화. 누구도 누구에게 기대를 걸거나 기대를 심지 않는, 바라는 것이 없는 사이의 대화. 잘해 보이겠다는 의지를 약속할 필요가 없는 대화. 아, 담백해. 있는 그대로를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깨끗한 한 끼 식사를 마친 기분이 들었다.(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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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란, 밭에서 색을 캐내어 땅을 채색하는 일이었다.(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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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카페에 앉아 보내는 '허송세월'이 없는 삶이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p.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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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은 어떤 부탁을 하려고 나를 불러들인 걸까. 나는 어떤 밭일까. 아니면 어떤 잡초일까. 내가 뿜어낸 말과 결정은 어떤 성질의 잡초였을까.(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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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적당히 궁금해했고 적당히 모르는 척해 주었다.?적당히 내버려 두기도 적당히 끌어내기도 했다.?모두 근면했고 일이 힘들다고 짜증이나 심통을 내는 사람도 없었다.?덕분에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았고 같이 있을 땐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단순히 ‘친하다’는 말로는 끌어안을 수 없는 느긋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관계.(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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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든 사람들이 잘난 구석, 못난 구석은 있는데 꼬인 구석은 없다. 취향은 다른데 서로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각자가 선택한 시간과 공간이 겹쳐 하나의 '그룹', 즉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엄청난 우연의 덕을 받아야 가능하다.(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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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웠던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극복하지 않지. 극복할 수 없고. 그냥 삶에 데리고 가는 거야.(중략) 잘 데리고 살아야지."(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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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정의될까? 내 표정, 행동, 말... 그중 어느 하나도 나를 대표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나를 말해주기도 한다. 누가, 언제의 나를 만나느냐, 그 타이밍, 인연의 문제다.(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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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각자의 마지막 한 시간을 지켜줄 다정한 사람들, 혹은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여정에 있는 것일까.(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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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두려움은 달의 뒤편 같은 존재다. 달을 보는 것은 일상적이고 간단한 일이지만, 달의 뒤편은 지구상의 그 누구도 자기가 선 자리에서 끝끝내 볼 수 없다. 그것을 기어코 두 눈으로 확인하려 하고, 촘촘히 알려 하고, 완벽히 이해하려 애썼던 적이 있었다. 이해에 실패할 때면 화가 나기도 했다. 이제는 상상으로 가늠해보고 짐작으로 배려해 보는 선에서 멈추곤 한다. 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현명하고, 모르는 부분으로 남겨두는 것도 현명하다. 어떤 행위에 앞서 '함께 있는 것' 자체로 충분히 현명하다.(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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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부그룹에서 집사그룹으로 소속이 옮겨졌다. 아주 자연스럽게.(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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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면 한결같이 싸우는 존재가 사람이라면, 내가 고른 사람과 잡초라도 뽑으면서 그러는 편리 낫지 않겠나! 난 괜찮던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동동아?(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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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 2020.09.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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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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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에서 책추천 보다가 댓글에 이 책을 추천하길래 제목이 너무 끌려서 예스24에서 미리보기로 읽어보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이렇게 잔잔한 일상 이야기같은 책을 좋아하는데 너무 기대하면서 읽었습니다. 작가님이 내신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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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에서 책추천 보다가 댓글에 이 책을 추천하길래 제목이 너무 끌려서 예스24에서 미리보기로 읽어보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이렇게 잔잔한 일상 이야기같은 책을 좋아하는데 너무 기대하면서 읽었습니다. 작가님이 내신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요 감사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a*****2 2025.07.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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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공동체의 건강한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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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게되고, 재미있고, 술술 일혀지며..잔잔한 감동과, 예쁜 사진들…정겹고, 따뜻한 책 이네요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져 예사에서 주문… 150자 이상써야하는건 무슨 이유인지?? 좋은책은 짧은 설명으로도 충분할텐데…. 150자 부담때메 리뷰를 남기기 구ㅏ찮아질수도 있단 생각암튼 추천 하고푼 책 입니다여기꺼지 썼는데도150자가 안됀다하니…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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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게되고, 재미있고, 술술 일혀지며..
잔잔한 감동과, 예쁜 사진들…
정겹고, 따뜻한 책 이네요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져 예사에서 주문… 150자 이상써야하는건 무슨 이유인지?? 좋은책은 짧은 설명으로도 충분할텐데…. 150자 부담때메 리뷰를 남기기 구ㅏ찮아질수도 있단 생각
암튼 추천 하고푼 책 입니다
여기꺼지 썼는데도150자가 안됀다하니… 난감
YES마니아 : 플래티넘 q*******7 2024.0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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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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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책을 읽고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책을 구입한지는 좀 되었지만 언제 읽어도 힐링될 수 있는 여행 에세이집이다. 하정 작가가 쓴 책 다 읽은 중에서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책 보면서 첨에는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읽다보면 가끔은 흥미진진해지듯이 읽게 된다. 집중적으로 보게 된다.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는 책 제목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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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책을 읽고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책을 구입한지는 좀 되었지만

언제 읽어도 힐링될 수 있는 여행 에세이집이다.

하정 작가가 쓴 책 다 읽은 중에서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책 보면서

첨에는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읽다보면 가끔은 흥미진진해지듯이

읽게 된다.

집중적으로 보게 된다.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는 책 제목처럼

꼼꼼히 읽게 될지도 모르는 나의 맘..

한편은 두려움과 괴로움을 시달리기보다는 내려놓음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책을 보면서

늘 힘겹고 지칠때 나에게 많은 힘이 되었으면 한 맘뿐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h*****9 2021.08.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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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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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를 읽어보면서 홈페이지에서 책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한 나자신을 칭찬했다. 새로운 공동체의 삶을 간접적으로 책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였기때문에 만은 사람들에게 적극척으로 추천한다.나자신도 책 저자인 하정처럼 공동체 삶에 도전할 수있을런지 많은 생각이 들었으며 소비보다 생산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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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를 읽어보면서 홈페이지에서 책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한 나자신을 칭찬했다. 새로운 공동체의 삶을 간접적으로 책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이였기때문에 만은 사람들에게 적극척으로 추천한다.

나자신도 책 저자인 하정처럼 공동체 삶에 도전할 수있을런지 많은 생각이 들었으며 소비보다 생산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이 어떤 면에서 부러우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g********l 2020.09.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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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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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치 소울메이트가 지구 반대편에서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당장이라도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싶다. 지금의 삶에 무언가 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내려놓고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그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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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치 소울메이트가 지구 반대편에서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당장이라도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싶다. 지금의 삶에 무언가 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내려놓고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면서 과정을 즐기고 마침내 찾고야 마는, 어리바리 하지만 순수하고, 상처를 안고 있지만, 희망으로 가득 찬 우리 모두의 모습을 진실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책을 놓지 않고 한 번에 다 읽을 다음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 책을 더 주문했다.사랑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여기에 전부 적혀 있어, ‘당신의 삶을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할 선물로 완벽했다.


13p

“우리를 어디로도 이끌지 않는다.” 이 문장에서 한참을 멈추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었고, 서로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 밤늦게 까지 잠들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덧 서로의 세상을 부정하고 조롱했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보여달라고 했다. 어떻게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더 이상 훌륭한 사람Wonderful person이 아니게 되었을까. 우리는 애초에 Wonderful person이 아니었다. 서로를 그 자리에 올려놓았다가 일순간에 비겁하고 뻔뻔한 사람으로 끌어내렸다. 연애는 오만하고 이별은 치사했다. 얄밉고 이기적인 사람을, 여전히Wonderful person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16p

나른한 정신으로 들여다본 스반흘름의 풍경은 비현실적이었다. 포근하고 건조한 햇살,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 눈이 시린 연둣빛의 잔디밭과 촉촉한 숲, 작은 호수, 풀을 뜯는 소떼, 야생 딸기 덩굴, 빨간 바탕에 하얀 십자가 깃발, 미끄럼틀에 기대어 생소한 언어로 재잘거리는 백금발의 아이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초록… 아, 좋다. 과장하자면, 몸이 죽어서 영혼만 어떤 공간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의 안내자를 따라다니며 구경을 하는 기분이었다.


29p

공동체에는 거울이 귀했다. 세면장과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찾기가 어려웠고 전신거울은 어디에도 없었다. 방에 벽거울이 하나 있는데 하도 높이 걸려있어서(내 키에는) 까치 발을 해도 눈썹까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내가 나를 보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시간이 담겼던 몸을 넣으니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 온’이라는 것은 무의미해지는 듯했다.


63p

농사 꿈나무도 아닌 우리에게 그저 할 일만 지시해도 될 터였지만 한나는 늘 우리가 하는 일의 목적이나 방향, 나중에 끼칠 영향까지 차근히 설명했다. Why, How, Therefore, 왜 하는가, 어떻게 하는가, 그래서 어떻게 되는가. 한나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 자신이 이 일에, 이 땅에 관여된 기분이 들었다.


65p

이 땅은 어떤 부탁을 하려고 나를 불러들인 걸까. 나는 어떤 밭일까. 아니면 어떤 잡초였을까.

내 인생에서 뿌리 뽑았다 생각한 것들, 그런 일이 있었나 싶게 까마득해진 것들도 고스란히 뽑힌 자리에 다시 피어올라 나를 괴롭힐까. 일에 집중할수록 어느 것이 땅인지, 로즈마리인지 잡초인지, 나인지 너인지,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게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어졌다. 이 밭을 다 정리하고 나면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될까.


70p

그동안 ‘일’로 삼은 행위들은 대부분 몸은 보전되지만 마음이 쓰고 다치는 방식으로 행해졌다. 이곳의 일은 반대다. 몸을 움직이는 일 자체가 일이고, 일이 곧 결과로 눈앞에 보인다. 그런 시간이 쌓여가는 동안 나의 몸은 마음이 참 잘하는 일(후회, 불안, 의심, 과장, 회피 따위)을 덜 하거나 아예 하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다. 몸의 헌신 덕에 마음이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71p

잡초가 그득한 밭이랑에는 나의 몸과 나의 일만이 존재한다. 시간도 사라진다. 밭은 내 몸에 거침없이 흔적을 새긴다. 초심자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몸의 흔적과 상처는 마음의 그것과는 달리 숨길 수도, 괜찮은 척을 할 수도 없다. 인과가 분명하며 과장도 없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몸처럼만 산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담백하고 단순해질 수 있을까.


98p

서로를 적당히 궁금해했고 적당히 모르는 척해 주었다. 적당히 내버려 두기도 적당히 끌어내기도 했다. 모두 근면했고 일이 힘들다고 짜증이나 심통을 내는 사람도 없었다. 덕분에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았고 같이 있을 땐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단순히 ‘친하다’는 말로는 끌어안을 수 없는 느긋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관계.


99p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든 사람들이 잘난 구석, 못난 구석은 있는데 꼬인 구석이 없다. 취향은 다른데 서로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각자가 선택한 시간과 공간이 겹쳐 하나의 ‘그룹’, 즉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엄청난 우연의 덕을 받아야 가능하다.


193p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정의될까? 내 표정, 행동, 말 … 그중 어느 하나도 나를 대표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나를 말해주기도 한다. 누가, 언제의 나를 만드느냐 , 그 타이밍, 인연의 문제다. 우리는 높고 좁다란 담장 위를 걷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어느 쪽으로 떨어지느냐에 따라 누구에게는 나쁜 사람이, 누구에게는 원더풀 퍼슨이 될 뿐이다. 담장폭 하나 차이의 두 세계는 이토록 다르다.


193p

나는 스반흘름의 로고에는 백조보다 거위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완벽함, 우아함, 고결함의 상징인 백조 말고 궁둥이를 뒤뚱대며 걷다가 스텝이 꼬여 종종 넘어지기도 하고, 괴상한 목소리로 꽥꽥거리는 거위 말이다. 거위로서의 일상에서 얼핏 백조 같은 면모를 발견하는 곳, 서로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은 평범한 거위들이 하나둘 모여든 기슭이 바로 여기, 스반흘름이었으면 좋겠다고… 새까만 달콤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218p

결국 우리는 각자의 마지막 한 시간을 지켜줄 다정한 사람들, 혹은 단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여정에 있는 것일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참 좋은 삶이고 죽음이겠다는 것이 그날 대화의 결론이었다.


233p

이제부터는 집중력이 필요한 시간. 부엌에 들어가 마카를 집어 들었다. 지난 며칠, 독일행 버스도 예매해야 하고 베를린 일정도 짜야 했지만 모두 차치하고 작별의 벽에 쓸 말을 정하는 것이 나의 최우선 과제였다. 마음에 두었던 노래 가사의 일부를 적어두고, 마지막으로 동료들을 위한 선물을 복도에 설치했다. 두 달 전, 투박한 발소리를 따라 들어왔던 하얀 복도를 이제 홀로 걸어 나갈 때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a*******5 2020.08.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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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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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님 인스타에서 신간 소식을 안 뒤론 들락날락하며 기다렸어요.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를 너무 아껴가며 읽었거든요!ㅎㅎ 종이질도 너무 사각사각(?)하고, 가벼워서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들어요. 할머니도 가볍게 다시 인쇄하시면 또 살거에요?ㅋㅋㅋ 빠르게 주문해서 사인과 그림도 담겨 있어 정말 아끼는 책이 될 것 같아요! 읽고 있는 중이지만 벌써 종이 넘어가는 걸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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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님 인스타에서 신간 소식을 안 뒤론 들락날락하며 기다렸어요.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를 너무 아껴가며 읽었거든요!ㅎㅎ 종이질도 너무 사각사각(?)하고, 가벼워서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들어요. 할머니도 가볍게 다시 인쇄하시면 또 살거에요?ㅋㅋㅋ 빠르게 주문해서 사인과 그림도 담겨 있어 정말 아끼는 책이 될 것 같아요! 읽고 있는 중이지만 벌써 종이 넘어가는 걸 아까워할 만큼 스반홀룸의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읽으며 나의 두려움은 무엇일까, 어디에 두고 오면 좋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며 읽겠습니다. 하정 작가님, 좋은 글 계속 써 주세요~^^
a******4 2020.08.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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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곳의 기억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시공, 스반홀름 덴마크의 생활공동체 스반홀름에서 보낸 휴가 이야기? 생활공동체? 이거 이상한 종교집단 이런거 아닌가? '그것이 알고싶다'에 여러번 나왔던 그런 공동체가 언뜻 떠올라 '생활공동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았던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수록 그곳에서 매일매일 소소하게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에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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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곳의 기억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시공, 스반홀름

덴마크의 생활공동체 스반홀름에서 보낸 휴가 이야기? 생활공동체? 이거 이상한 종교집단 이런거 아닌가?

'그것이 알고싶다'에 여러번 나왔던 그런 공동체가 언뜻 떠올라 '생활공동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았던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수록 그곳에서 매일매일 소소하게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곤했다.

이렇게 소소한데, 이렇게 빠져들수 있다니. 나도 가고싶잖아!

미래를 약속했던 남자에게, 심지어 스반홀름에 같이 가기로까지 했던 남자에게 차이고 도망치듯 날아간 그곳.

저마다의 사연으로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이들은 자신들이 왔던 곳의 기억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담담하게,

담백하게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간다.

 

다만 공평하게 사는 곳

공동체라고 하면 그 마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외부와는 어떤 벽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인줄 알았다.

하지만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사람들로 공동체 외부에서 회사원,교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마을 내에서 필요한 직업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단지, 이들은 공해로 가득한 도시를 벗어나 좋은 식사와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며

소비주의적인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공동의 목적으로 모였을 뿐 그 밖의 취향이나 가치관은 제각기 다르다.

공동체 생활을 위해서는 생활비를 내야하는데, 각자의 벌이에 동일한 비율을 적용한 금액은 낸다.

덴마크는 세금이 40%로 일단 세금을 제하고 나머지의 70%를 공동체에 납부한다. 내 수입이 100만원이라면 40만원은 세금.

나머지 60만원 중 70%인 42만원을 공동체에 생활비로 납부. (내 손엔 28만원이 남는다)

대신, 이 곳에서 생활하는 모든 비용(식사,주거 등)은 무료이다. 정확히는 무료는 아니고 생활비에 포함되는 것이다.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쓰면 되고 먹고 싶은 것을 가져다 먹으면 된다.

그렇더라도 공동체에 납부하는 생활비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100만원을 받는 쟤는 42만원을 내고 200만원을 받는 나는 82만원을 낸다면

200만원을 받는 나로서는 내가 하루 5끼를 먹는 것도 아닌데, 열받을 것 같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고 한다. 불만이 있다면 애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오히려 개인마다 다른 능력치를 기준으로 같은 비율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공평'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이 서로를 공평하게 인정하며 살겠다는 또하나의 공동의 목표가 있는 곳.

 

칼같이 지켜지는 하루 3번의 브레이크 타임과 오후4시까지의 근무 시간

공동체 사람들이 먹고, 생활하고 그리고 수익을 위해서 외부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물량까지 소화하기 위해서

일손이 늘상 부족한 곳이긴하지만 그래도 하루 3번의 브레이크 타임과 오후 4시까지의 근무시간은 칼같이 지켜진다고.

부러웠다. 밭에서 흙을 뒤집어쓰며 허름한 모습으로 일하는 그들이 꽤나 쾌적한 사무실에서 멀끔하게 차려입고 앉아서

일하는 우리보다 더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것 같아서. 그녀는 처음해보는 농사일이었었지만 나름 재밌어했고, 보람을 느꼈고,

일하면서 순간순간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일을 얼마나 즐기고 사랑했었는지 그녀의 일에 대한 애정이 마구마구 느껴져서

질투가 조금 났다. 나에게도 하루 3번의 브레이크 타임과 오후 4시에 칼퇴근이 허락된다면,

점심도 자리에서 대충 떼우고 야근을 밥먹듯이 해서 진절머리가 나기도 하는 내 일이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

 

그곳에서 너와 나의 관계

개인적으로 이성이건 동성이건 우리가 왜 이제 만났을까라며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불꽃이 붙어버린 관계는 끝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에 실망도 크지 않았을까.

그곳 사람들과의 첫만남을 그녀는 아무 맛 없는 시골빵 한 덩이를 둑뚝 떼어 나눠 먹는 아침밥 같았다고 한다.

누구도 누구에게 기대를 걸거나 기대를 심지 않는, 바라는 것이 없는 사이의 대화. 담백해서 너무 좋았다고.

그렇다고 마냥 무뚝뚝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읽는 내내 문장으로, 그리고 사진까지 있어서 더 명백하게

서로를 향한 사랑스러운 눈빛이 충분히 느껴졌으니깐.

그들과의 관계를 표현한 이 문장들이 참 좋았다.

"서로를 적당히 궁금해했고 적당히 모르는 척해 주었다. 적당히 내버려 두기도 적당히 끌어내기도 했다.",

"단순히 친하다는 말로는 끌어안을 수 없는 느긋하면서도 두근거리는 관계"

특별하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마음을 자꾸 확인하려하고, 촘촘히 알려하고, 완벽히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상대를 탓하고 자책을 하기도 한다. 그 사이 그 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일그러진다.

작가는 관계에 대해 깨달은 바를 말한다. 이제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상상으로 가늠해보고 짐작으로 배려해보는 선에서 멈추곤 한다고,

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현명하지만 모르는 부분으로 남겨두는 것도 현명하다고. '함께 있는 것' 자체로 충분히 현명하다고.

고양이를 키우면서 서로의 깊은 의중을 모르는 채로 '좋든 싫든' 같이 살지 않냐고. 그 '좋든 싫든'이 중요한 것이라고!!

와우, 정말 대단하다.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나도 그런 마음을 갖고싶다. 나도 언젠가 저런 깨달음이 얻어질수 있을까?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따라오지를 못하고 있다.

 

이별까지 사랑스럽게

공동 주방 벽은 일종의 방명록으로 게스트들은 스반홀름을 떠나면서 부엌 벽에 작별의 말을 적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작가가 처음 스반홀름에 도착했을 때 아주조그맣게 일부러 감추어두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위치에 적힌 한국어문구를 발견했는데,

그 문구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저 문구가 너무 와닿았고, 이 책의 제목으로 참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면 새롭게 사는 물건들, 꼭 데려가고 싶은 물건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면 캐리어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장 후진 옷을 호텔에 툭하고 버리고 올때가 있다.

저마다의 근심,걱정, 두려움을 안고 이곳에 왔겠지만 새로운 마음의 에너지를 얻었으니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져온 것 중 가장 후진 것을

하나 버리고 가야하지 않을까.

작가도 이 곳을 떠나며 기존 전통을 따라 방명록을 작성을 했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나의 전통을 추가했다.

동료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들을 출력해서 벽 한쪽에 미니 사진전을 열어둔 것. 작가가 떠난 후 아침에 일어난 동료들이

그 전시를 발견하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관람하던 모습들. 또 그 모습을 사진을 찍어서 작가에게 보내준 어느 동료.

스반홀름은 이별까지도 정말 사랑스러운 곳인것 같다.

 

 

스반홀름같은 공간, 사람

"마음이 요동칠 때는 떠돌거나 새로운 책임을 떠안지 말고, 적당히 안전하면서 적당히 낯선 울타리 안에 머물며 자신을 돌보라고.

그 안에서 일하고 밥 벅고 잠자는 보통의 일상을 정성껏 반복하다 보면 다음 일을 마주할 기운이 생긴다는 것" 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스반홀름으로 당장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신세. "적당히 안전하면서 적당히 낯선 울타리"가 꼭 해외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딘가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월이 어느새 스쳐지나가버렸다. 설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진정한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위안삼으며 뭔가 새해에는

스반홀름같은 공간과 사람들을 만나 한뼘 성장하는 어른이가 되고 싶다.

s*****9 2021.02.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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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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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조금 생소한 먼나라의 어떤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예쁜 책이었다
작가님이 도망친 몸으로 하는 노동의 세계에 공감하며 읽었다
같은 종류는 아니지만 머리가 시끄러울 때 몸을 움직이는 일은 분명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스반홀름 할아버지의 상실을 극복 하지않고 잘 데리고 살아야한다는 인터뷰 글
j******p 2020.10.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