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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진화론을 보고 난뒤 웬지 4컷 만화가 좋아졌다. 단 4칸으로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4컷 만화의 진수가 아닐까? 그렇지만 이 만화를 능가하는 4컷 만화는 별로 보지 못했다. (물론 보노보노라는 또하나의 명작이 있긴 하지만...... )OL진화론은 OL, 그러니까 일본의 오피스 레이디들의 생활을 그린 만화다.
그렇지만 직장생활이나 업무에 관한 내용보다는 20대 초반에서 후반까지의 여성들의 일상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여고생활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만화를 읽고 있으면 작가(혹은 작가 친구들)의 절절한 경험 없이는 이런 만화가 나올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여자들이 언제 야한 속옷을 입는지, 언제 짙은 스타킹을 신는지. 다 떨어진 스타킹으론 뭘 하는지, 또 언제 머리모양을 바꾸고, 방을 치우고, 친구를 불러서 요리를 대접하는지... 이런 것들은 경험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겠지?)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웃을 수 있는 여성들 뿐 아니라 여자친구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남성들에게도 적절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애인이 없는 경우에도 물론 추천이다. 내 주변의 남자들 중 이 책을 읽고 웃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여자친구가 뭘 좋아하는지, 평소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또 남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 오리무중이라면 더욱 권할만 하다. 여자 맘은 대개 비슷한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모든 여자들이 먹는거랑 브랜드, 결혼만 밝힌다고 생각한다면 오해겠지만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보너스도 다 써버리고, 월급날은 멀고...그 방법을 써야겠어. (허리에 리본을 매고 등장!)발렌타인 선물은 바로 나! 또야?// 왜? 행복하지 않아? 너같음 5년동안 똑같은 선물에 행복하겠냐?// 칫, 처음에는 눈물까지 흘렸으면서. 남자들은 다 그래? |
| 사실 어느 모로 보나 짧고 효과적으로 자신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은 없다. 난 그런 의미에서 4컷 만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난 피넛츠 시리즈를 좋아한다. 만약 피넛츠 시리즈를 좋아하고 직장생활 경험이 있다면 OL진화론을 강력히 추천한다. (OL은 office lady의 약자이다.) 물론 앞의 두 가지가 해당이 안돼도 추천한다. 그만큼 재미가 있고 따뜻하고 통쾌한 맛이 있다. 내 경우는 매일 한 권씩 빌려서 학교에서 돌아와서 킥킥 웃어대며 읽었다. 정말 재미있다. 난 처음에 주인공이 없는 줄 알았다. 워낙 비슷비슷하고 특별히 인물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주인공 OL들의 이름을 안 것은 8권의 속지를 보고서야 였다. 이것은 8권의 속지에 나와 있는 인물소개이다. 천하태평 노리꼬 활달한 준 중간관리직의 거울 - 과장님 24시간 신부 모집 중인 다나까 언제나 느긋한 사장님 항상 확실한 사장비서 - 레이꼬 화려한 걸 좋아하는 - 아이 어른스런 - 에미 야무진 - 게이꼬 사내의 저널리스트 사내 편집부 - OL 히로미 과장부인 장남 - 이찌로 장녀 자쯔키 준의 애인 모리시타 신 메뉴 개발의 귀재 정식집 아저씨 물론 10권까지 반복되는 동안 어느 정도 정형화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전혀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각각 인물들이 개성이 뚜렷해지면서 더욱 재미있어진다. 예를 들어 사장비서 레이꼬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여자이다. 아니 완벽을 넘어서 인간이 아닌 슈퍼맨 같은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사장이 급한 약속이 있는데 골프 공을 넣는 것에 정신이 팔려 이것만 넣고 가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번에 넣은 공이 전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자 레이꼬가 다른 골프 공으로 맞추어서 집어넣어 버리는 식이다. 이 이외에도 사장의 취향 등등을 고려해서 옆길로 샌 사장이 어느 술집에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라 할지 엄청난 일들을 자주 벌인다. 거의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사장비서의 역할을 재미있게 나타낸 것 같다. 그 밖의 다른 인물들도 개성이 뚜렷하다. 다만 OL들만 전형적인 인물상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OL 들이 외국의 고급브랜드를 좋아하는 것, 우아한 척 하는 것, 외국 여행 자주 가는 것, 그리고 라이벌 의식OL들이 걸리기 쉬운 변비 등등 OL들의 생활들을 아주 재미있게 묘사했다. 내가 이 만화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일본이 우리랑 많이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만화는 자유로운 성관념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이 만화를 보면 애인사이이면 동거정도는 가능하다는 전제로 에피소드가 전개되고 있다. 그래도 우리 나라나 일본 역시 30-40대 중간 관리직 샐러리맨들의 열악한 생활은 비슷한 것 같다. 이 만화의 장점은 그러한 샐러리맨들의 어려움, 결혼 생활의 권태라든지 얼핏보면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는 것들을 코믹하게 그려내었다는 점이다. 유쾌한 만화였다. |
| 일본은 영어를 줄인 낱말들이 난무하는 나라이다. 비단 영어뿐만아니라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서 줄인다던가 하는 국적 불명의 말이 많다. 이 만화의 제목 OL 진화론에 OL은 오피스 레이디의 줄임말로 직장 여성을 뜻하는 단어다. 일본에서는 하루에만도 엄청난 만화가 쏟아져 나오고 그것을 보는 계층도 다양하니 만큼 소재도 다양하고 그 공략층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그러니만큼 직장 생활을 하는 커리어 우먼을 소재로 한 만화도 아주 많은데.... 우리 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 것도 있고, 직장 생활의 애환보다는 외모를 치장하고 남자에게 열중하는 비뚤어진 여성상의 모습을 다루는 것이 많다. 무조건 멋진 여성이나 핑크빛 환상을 보여주는 것도 안되지만 약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만화는 소박한 직장여성들의 사람을 4컷만화로 재미있게 다루고 있어 볼만하다. 단지 짤막짤막한 만화를 잡지에서 보면서 기분전환하는 것은 괜찮지만 한권의 책으로 보기에는 지겨운 감이 없쟎아 있다는 점이 단점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