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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형식을 빌린 다큐멘터리, 그리고 작가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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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빨치산의 딸"이라니. 이념의 온도차가 현격히 낮아진 오늘날에도 괜스레 부담스러운 제목이다. 정지아의 다른 소설들을 이미 읽은 터라 기본적인 줄거리는 예상하고 있었으나 한 번 더 표지의 제목을 바라보고 책장을 넘긴다. 이 책은 65년생 정지아가 90년에 쓴 소설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작가가 자신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일어난 빨치산 항쟁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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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빨치산의 딸"이라니. 이념의 온도차가 현격히 낮아진 오늘날에도 괜스레 부담스러운 제목이다. 정지아의 다른 소설들을 이미 읽은 터라 기본적인 줄거리는 예상하고 있었으나 한 번 더 표지의 제목을 바라보고 책장을 넘긴다. 이 책은 65년생 정지아가 90년에 쓴 소설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작가가 자신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일어난 빨치산 항쟁을 소설화 한 것이다. 소설 곳곳에서 젊은 작가의 이념적 동경, 역사와 사람에 대한 소명의식, 그 밑에 고여있는 슬픔이 묻어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이야기가 아니라 빨치산 투쟁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취재와 증언으로 버무린 실록이다.

 

50년 즈음의 지리산보다 90년 즈음의 작가를 먼저 떠올려 본다. 87년 민주화운동 열기는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으나 북한과 통일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아지던 시기로 기억한다.(이 책에 가해진 판매금지, 출판사 대표 구속 등을 감안할 때 아직 표현의 자유 등의 수준이 척박한 시기였다.) 그런 정치사회적 환경, 작가 자신의 혈연적 뿌리, 그리고 젊은 작가의 '용기'가 이 소설이 탄생한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일상의 독자로서 나는 이 소설의 다른 점에 더 주목한다. 바로 "기록"으로서의 가치이다. 빨치산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기에 비록 소설의 형식을 빌렸더라도 이 책은 역사서의 가치를 지닌다. 빨치산 출신의 부모님이 가장 중요한 소재이고 서사의 출처이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부모님의 구술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작가의 숨은 노고가 있었을 테고, 그런 노력이 소중한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지리산을 대여섯 번 올랐다. 백무동, 대성동, 중산리, 피아골, 뱀사골...웬만한 계곡도 두어 번씩 지나갔다. 몇 년 전 화순 백아산도 올랐다. 완벽한 등산장비와 영양가 넘치는 휴대식량으로 무장하고도 간신히 올라섰던 능선과 골짜기가 불과 한 세대 전에 이념이 부딪히고, 총알이 부딪히고, 생과 사가 부딪혔던 최전방 전선이었다. 그 험준한 산세와 눈에 묻힌 계곡과 무엇보다 굶주림을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지도 앱에서 다시 살펴본 남도의 산들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눈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s***u 2022.06.0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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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알아 갑니다. 우리 역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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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알면서도 모른체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 새롭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읽다가 궁금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이 작가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왔던 거 같아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진실들이 꽁꽁 묻혀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우리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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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알면서도 모른체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

새롭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읽다가 궁금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나도 이 작가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왔던 거 같아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진실들이 꽁꽁 묻혀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우리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할 시기가 아닌가 싶으네요.

YES마니아 : 로얄 s*****5 2023.08.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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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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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모든 산이 좌우 이데올로기의 치열한 격전장이 되었던 지도 장장 사십년이 지났다. 영원히 어둠에 묻혀 있을 것 같던 우리 조국의 슬픈 현대사도 세월이 지나자 조금씩 가렸던 베일을 벗고 있다.최근들어 현대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고조되면서 남부군의 총수 이현상이니 남도부니 하는 지도자들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온다.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최후의 순간조차 알아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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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모든 산이 좌우 이데올로기의 치열한 격전장이 되었던 지도 장장 사십년이 지났다. 영원히 어둠에 묻혀 있을 것 같던 우리 조국의 슬픈 현대사도 세월이 지나자 조금씩 가렸던 베일을 벗고 있다.최근들어 현대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고조되면서 남부군의 총수 이현상이니 남도부니 하는 지도자들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온다.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최후의 순간조차 알아낼 수 없는 수많은 죽음들이 있었고, 간신히 살아남아서도 평생을 감옥에서, 보호감호소에서 보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은 당대의 역사적 요구를 희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싸웠다. 그리고 어떤 유혹과 화려한 조건 앞에서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해방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차가운 감방에서 전 인생을 보냈다. 일제 식민지 치하를 보내고 또다시 미국의 한반도 점령에 맞서 싸우면서 가장 힘든 세상을 살아온 선배들은 자신의 삶에서는 그 가열찬 투쟁의 어떤 성과도, 보상도 받지 못했다. 차가운 감옥에서 나온 그분들을 맞은 것은 돈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냉엄한 자본주의의 질서였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y 2023.03.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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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정지아. 빨치산의 딸
"(독서후기) 정지아. 빨치산의 딸" 내용보기
#독서후기 정지아, 빨치산의 딸 1. 1부와 2부로 구성된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 1을 다 읽었다.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나서, 이 책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지아는 이 책을 25세에 완성했다. 1990년대 책이 나오지마자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고, 출판사 대표는 잡혀들어갔다. 읽어보니 그럴 만했다. 1990년대라면 여전히 하늘은 새까맣던 시절이 아니던가.
"(독서후기) 정지아. 빨치산의 딸" 내용보기

#독서후기 정지아, 빨치산의 딸 1.

1부와 2부로 구성된 정지아의 <빨치산의 딸> 1을 다 읽었다.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나서, 이 책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지아는 이 책을 25세에 완성했다. 1990년대 책이 나오지마자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고, 출판사 대표는 잡혀들어갔다. 읽어보니 그럴 만했다. 1990년대라면 여전히 하늘은 새까맣던 시절이 아니던가.

그랬던 책이 다시 풀려났다. 그녀의 책을 눈여겨본 필맥 출판사 대표가 다시 책을 내자고 제안한 것이라 한다. 2005년이 1쇄인데 2020년이 5쇄다.

책도 빨치산처럼 살아남아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더불어 다시 판매가 되고 있지 않은가.

먼저 책을 읽은 독자, 나에 대해 먼저 설명이 필요하다. 나는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으니, 사실 민주화 운동 같은 것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을 법한데 그러지 못했다.

역사, 현대사, 민주화 같은 사상, 정치에는 내 시선이 가 있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의 가난과 삶의 힘겨움에 다른 것에 시선을 둘 형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아무런 의심이나, 생각이나, 판단 같은 것이 없는 채로 국가가 먹여주는 수업을 받고 자랐다. 대학 때 시위가 날마다 일어났지만, 절대 데모하는 데 가면 안 된다는 부모님 말씀만 열심히 지켰다.

그런 사람이었다. 직장에 가서 노사협의회 대의원을 하면서, 처음으로 거시적 관점의 정치라는 것을 체험했다. 그때 회사 그룹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온갖 협박을 받으면서 나의 거룩한 정의를 발견했다.

그렇게 뒤늦게 독서의 폭을 넓히면서 우리나라 역사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고, 뒤늦게 알아차린 역사의 아픔에 어쩔 줄 몰라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며, 그밖의 숱한 문학작품을 읽으며, 남과 북의 문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아픔의 근원에 마음으로 통곡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밌게 읽은 터라, <빨치산의 딸>도 그정도 소설적 재미가 있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빨치산의 딸>은 소설이라고 이름붙인 역사서였다. 그것도 남한 정부의 시선이 아닌, 철저하게 빨치산의 시선에서 바라본 투쟁의 기록.

그래서 남한의 경찰과 군인은 악랄하다고 표현한다. 네이팜을 터뜨렸고, 세균전을 펼쳤다.

하지만 나는 이 지점에서, 어느 쪽 편을 들지 못한다. 남한 입장에서 빨치산은 골칫덩이였을 테니, 무슨 방법과 수단을 쓰더라도 없애야 하는 암적 존재였다.

몇 년 전, 한국전쟁을 중국인 입장에서 쓴 벽돌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에서 저자는 미국의 입장과 미국의 정보를 보다 세세하게 밝히며 나름대로 중립의 위치를 노력했는데 <빨치산의 딸>은 그렇지 않다. 철저하게 빨치산의 입장에서 쓴 빨치산의 기록이다.

70쪽에 달하는 프롤로그가 압권이다.

저자의 가난했던 삶에 대한, 생존에 대한 눈물 없인 읽을 수 없는 그 연좌제의 흔적은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가난의 아픔을 알기에, 감정이입이 크다.

그리고 시작되는 실제 같이 살았단 아버지에 대한 기록이 소설로 이어진다.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구술하고, 기록을 했을지 저자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북한에 대한, 빨치산에 대한, 공산당에 대한, 빨갱이에 대한 시선이 불편한 사람은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래서, 또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역사적인 기록이 담긴, 우리의 아픈 과거, 잊을 수 없는 비극으로 우리는 마주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전히 나뉘어져 있고, 여전히 싸우고 있고, 여전히 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어떤 것의 힘으로 저렇게 산을 타고 넘으며, 몇 날 며칠을 굶고 눈 속을 헤매며 의지를 다지는가.

그 용기와 힘의 원천은 과연 무엇인가.

하지만 역사는 정의롭지 않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빨치산은 북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고, 정지아의 아버지는 남한에서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세월이 변해도 평생 빨치산의 피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임은, <빨치산의 딸>을 읽어보면 안다. 어찌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세상은 변했지만,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오히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 반복되는 아버지의 말을 더 깊은 가슴으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2부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니, 이 역시 기대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23.03.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