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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용 애니메이션은 몰라도, 출판만화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동등한 위치에 놓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책을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는 한참 멀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명가의 술]은 일본주 생산이 가업으로 내려온 한 집안 이야기이다. 일본주에 대해 큰 자긍심을 갖고 있는 장남 야스오가 가문을 잇기로 하고, 야스오의 여동생 나츠코는 자신이 하고 싶은 광고 카피라이터의 길을 걷기 위해 도쿄로 나간다. 그러나 야스오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나츠코는 오빠의 사업을 대신 이루기로 결심한다. 오빠의 꿈은 주조에 있어서 '환상의 쌀'로 불리우는 다츠니시키로 환상의 술을 빚는 것.
일본주를 제조하는 과정은 쌀 다듬기로 시작된다. 일반 술쌀을 25~30% 깎아 진주같은 알갱이로 만드는데, 이 깎는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술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반 술쌀의 크기로는 40%이상 깎기도 힘들뿐더러 쌀알이 깨져버리기 때문에 그 이상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다츠니시키는 천알의 무게가 28g에 달하는 슈퍼 우량 술쌀이다. 다츠니시키를 이용하면 50~60%의 정미까지 가능한 것이다. 그 다츠니시키가 사라진 이유는 한가지, 유기농법을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나츠코의 시련은 시작된다. 농약공중살포를 중지시키기 위한 농협 조합과의 싸움이 그 출발이다. 농약의 편리함에 길들여져버린 농민들이 그녀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을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자기 집안의 논에 모를 내지 못하고 버려진 산간의 밭을 홀로 개간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강한 집념이 엿보인다. 1350알의 볍씨가 태풍을 견뎌내고 이삭을 맺기까지, 그리고 그 수확으로 이듬해 다시 모를 내어 드디어 한 탱크의 술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다츠니시키가 불어나기까지 나츠코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다츠니시키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다츠니시키에 제일 잘 맞는 효모(누룩)을 선택하고, 전국의 상태를 살펴 짤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환상의 술에는 그녀 집안 술의 이름 '달의 눈물'대신에 '야스오'와 '다츠니시키'를 합친 '야스다치'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이렇듯, 우리나라 만화와 일본 만화를 구별짓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전문성'이다. 이미 불후의 명작이 되어버린 [유리가면]뿐만 아니라, [서양골동양과자점], [고스트바둑왕], 가깝게는 [테니스의 왕자]나 [휘슬]등.. 스포츠, 요리, 온갖 분야에서 전문성 짙은 만화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조적으로 한국만화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찾아보기 힘들다. 만화를 읽는 독자층이 확대되면서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프로 못지 않은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만화를 읽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설픈 지식으로는 독자들의 조소를 사기 쉽기 때문에 만화작가들이 몸을 사리는 게 아닐까 싶다. 이렇듯 작가들이 학원물과 러브스토리에만 치중하는 가운데 천계영의 [오디션]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우리나라 만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 만화가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스토리작가의 육성이다. 만화가 자신이 스토리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고스트 바둑왕](원제 : 히카루의 바둑)같은 경우도 바둑 프로 홋타 유미가 직접 콘티를 그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만화가 스스로를 갱생하고 다양한 분야를 포괄할 때 만화는 문화의 한 장르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소설이 통속적인 주제를 다룬다면 대중들에게 외면당할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하물며 만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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