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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황사를 적극적으로 취재하면서 닝샤나 칭하이쪽을 다녔다. 그곳에 가면 도교나 불교가 아닌 이슬람의 종교적 기반하에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김호동 교수의 <황하에서 천산까지>를 읽었기 때문에 ‘마명심’ 등 그들의 가진 힘든 역사와 이슬람 문화를 얼핏 아는 정도라 그들을 가능하면 알고 싶어했다.
이들 지역 만이 아니라 톈진이나 베이징의 회민(回民) 거리는 독특한 거리 문화와 음식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얼핏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에 중국 철학 기행차 추안저우(泉州) 등 푸젠 지역에 있는 초기 회민 역사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가진 회민, 즉 이슬람을 종교적 근원으로 가진 민족은 아무래도 선입견과 편견에 씌여있을 수밖에 없다. ‘한 손에는 쿠란, 한 손에는 칼’등 거친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후 티베트를 여행할 때, 육로로 커얼무(格尔木)를 거쳐서 탕구라산 입구를 경유했다. 이곳도 티벳 불교와 회족 문화가 결합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종교 문화를 만날 수 있다.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는 중국 당대 소설은 거의 읽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츠쯔젠(迟子建, 1964년~)이다. <뭇 산들의 꼭대기>, <가장 짧은 낮> 등 5권 정도의 소설이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츠쯔젠의 문학 세계는 고향 헤이룽장성 다싱안링 모허(漠河)에 배경을 두고 있다. 아무르강을 경계로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고, 원시삼림 속에 겨울에는 영하 40도의 동토가 되는 곳이다. 인간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신과의 소통, 동물과 식물과의 소통이 더 편한 이곳의 정서가 난 마음에 들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소설이 마음 깊이 들어왔다.
그러다 이번에 딩옌의 소설을 통해 츠쯔젠의 지역과는 전혀 다른 닝샤나 칭하이쪽 간난(甘南)쪽의 정서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간난은 ‘간난장족자치주’(甘南藏族自治州)를 말한다. 옌볜조선족자치주처럼 이곳은 장족, 즉 티벳족들이 인구의 근간을 이루고, 정치도 주도한다. 깐수성의 란저우에서 직선 거리는 160킬로미 정도고, 주변에는 황난(黃南) 등 장족 자치주가 많고, 란저우로 가는 길에는 ‘린샤회족자치주’(临夏回族自治州)가 있다. 2024년 상주인구 67만명 정도인 간난은 하늘에서 보면 갈색의 땅과 설산밖에 보이지 않는 땅이다. 이곳의 린탄현(临潭县)에서 1990년 작가 딩옌(丁颜)이 태어났다. 그녀는 현재 인구 77만명 정도인 소수민족 동샹족(东乡族)이다.
이제 우리 나이로 35살 정도인 작가는 2019년 중편소설 ‘유량지가’(有粮之家)가 ‘베이징문학’(北京文学) 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설산의 사랑>(雪山之恋)은 소설집으로 7개의 중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모두 그녀의 문학적 터전이라 할 수 있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첫 소설 ‘속세의 괴로움’은 4살에 티베트 사원에 맡겨져 18살이 된 샤오줘(小卓)는 승려가 되는 입전의식을 치르기 전 고모이자 스승인 라오줘마에게 먼저 아버지를 만나고 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티베트에서 어머니를 만나 자신을 만든 아버지 쑤정칭이 오지 않아서 어머니는 재가하면서 그녀를 사원에 맡겼기 때문에 마음이 심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모 쑤쓰화를 만나 아버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문제는 티베트 장족 사원에서 승려가 되려는 자신의 민족이 이슬람을 믿는 회족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회족 문화 속에서 살아갔고, 그속에서 복잡한 인연으로 이리 오래전 사망했다는 것을 비롯해 그녀를 둘러싼 복잡한 악연의 갈고리들이 그녀를 번뇌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오래 전 읽은 김호동 교수의 <황하에서 천산까지>를 통해 접한 회민들의 역사부터 정수일 교수의 책들에서 읽은 중국 내 이슬람의 역사가 기억나 그쪽의 책을 자연스럽게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소설 <설산의 사랑>은 무역으로 살아가는 린탄현 회족 마씨가의 막내아들 마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씨 집안이 샤허에서 하는 샤허의 가게에 불이 나면서 티베트 청년이 목숨을 잃는다. 당장 보상금을 해줄 수 없는 가족은 막내아들 마전을 그 집에 볼모 같은 생활로 보낸다. 그런데 그 집은 티베트 전통그림을 그리는 처녀 용춰와 할머니가 살아간다. 하나 뿐인 가장을 잃은 두 여인은 마전이 마뜩잖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상업을 전공했지만 전통 미술에 관심을 가졌던 마전은 느긋한 시간을 나브랑 사원에서 보내면서 그림을 관찰한다. 그리고 용춰도 그 그림을 그리는 한 사람이다. 티베트 민족과 다른 용모와 종교를 가졌기에 많은 곳에서 다른 점이 있지만,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간다. ㄱ런 가운데 이 화재 때 갚지 못한 원한으로 살인사건이 나고, 가족들은 급히 돈을 보내, 마전을 데려오면서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그가 갔을 때, 용춰는 결혼식을 하고 있었다.
소설집의 일곱편의 소설은 이렇게 사람들이 만나는 인연 가운데서 발생하는 사건과 감정 들을 예민하게 그려낸다.
관계에서는 젊은 청년 간은 물론이고(설산의 사랑, UFO가 온다), 중년과 청년(잿물), 미혼 남성과 사실상 이혼녀(아프리카 봉선하) 등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만나서 마음을 교차하는 모습들이 위험하고, 애잔해 보인다. 작가의 고향에 상종하는 종교적 분위기도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철저한 이슬람 의식을 갖고 있는 회족과 불교를 믿는 티베트인 간의 의식적 차이나 사상적 차이부터 음식까지 차이는 크지만 그들은 수백년 동안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살아가는 것은 마음을 교차하면서 깊어지거나 무관심해지는 것의 연속이다.
글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것은 이슬람 문화의 일면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종교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회인들의 전통, 마음이 따른다면 남편에게 아이를 만들어주기 위해, 새로운 여인을 얻게 하는 등(늦둥이) 우리가 생각하던 선입견 속 이슬람과 다른 중국 회족 사람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또 이슬람의 ‘십일조’라 할 수 있는 자카트나 금식을 마칠 때 하는 급식 기부인 이프타르 등의 문화를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인간에 대한 깊은 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츠쯔젠이 매서운 동북쪽 추위 속에서 만들어지는 샤머니즘 등의 깊은 문화를 보여준다면 딩옌은 전혀 다른 서남쪽 지역에 자리한 이슬람이나 티벳트 불교에 깊이 물든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실크로드나 티베트 여행, 윈난 여행에서 가장 많이 가는 곳이 티베트 사원이다. 만약 란저우나 시닝, 인촨 등으로 간다면 이슬람 문화인 회족 문화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긴 역사 동안 오체투지로 신성한 땅을 찾아가고, 알라의 땅을 향해 기도했다.
딩옌의 소설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준다. 아쉽게도 라브랑 사원이 있는 작가의 고향인 간난은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란저우나 시닝, 인촨을 다니면서 나는 많은 모스크를 다녔다. 또 우리 집에서 10분 거리에 부평지역 이슬람 사원이 있어서 각지에서 모인 이슬람인들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다. 그런데 딩옌의 소설을 통해 그들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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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표제작 ‘설산의 사랑’을 읽으며 나는 알퐁스 도데의 「별」이 떠올랐다. 소설은 밤하늘과 산의 정적, 별빛, 여름 공기 같은 자연의 풍경과 호흡을 따라 주인공들의 감정을 에둘러 전한다. "마전은 묵묵히 설산을 보았다. 그는 설산이 좋았다. 뭐가 좋은 건지 분명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거기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비밀스럽고 숭고한 무언가가 설산을 거대한 수수께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마전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게에 난 화재로 점원이 목숨을 잃자, 목숨값을 치르기 전까지 그 남자의 여동생 융춰와 할머니가 사는 집에 보내졌다. 그는 미안한 마음으로 매일 과일을 사서 문 앞에 두지만, 융춰는 그 과일을 봉지째 쓰레기통에 버린다. 버려지는 과일처럼 두 사람의 감정도 표면적으로는 폐기되지만, 그 행위는 묘한 소통의 통로가 된다. 멀리 보이는 설산에 신비로움을 느끼듯, 마전은 융춰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그 마음은 말로 꺼내는 순간 빛이 바래질 것 같아 차라리 침묵 속에 묻어둔다. 메를로-퐁티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침묵은 단순한 소극성이 아니라 지각의 생생함을 지키려는 선택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느끼는 순간은 언어 이전의 경험으로 가득하지만, 이를 “사랑한다” “좋아한다”로 옮기는 순간 그 풍부함은 단순한 개념으로 줄어든다. 마전은 그 순수함을 지키고자 말 대신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에조차 애틋함과 아름다움을 지닌다. 이렇듯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내 직접적인 고백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설산 같은 침묵 속에서 서서히 무게를 더해 간다. 읽는 내내 ‘오늘날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스쳤다. 요즘 우리의 사랑과 문학은 대체로 직설적이며, 우리는 그것을 솔직하고 쿨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침묵 속에도 깊고 오래가는 아름다움이 있다. 『설산의 사랑』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소수민족 둥샹족 출신인 작가는 무슬림 주인공과 종교·문화적 배경을 통해 중국 소설에서는 드물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를 빚어낸다. 특히 티베트 고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광활한 자연과 섬세한 풍경 묘사가 돋보인다. 속세와 사원 사이에서 갈등하는 비구니의 이야기 「속세의 괴로움」, 생존과 자아 사이에서 길을 찾는 청년을 그린 「아프리카봉선화」, 혈연을 넘어선 유대를 다룬 「늦둥이」 등, 서로 다른 결의 이야기들이 모두 말하지 못하는 마음과 그 마음이 빚어낸 침묵의 아름다움을 공유한다. 가보지 못한 광활한 티베트 고원을 상상하며, 침묵이 어떻게 한 편의 시가 되고 삶이 되는지를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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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쓸쓸한 세상에서 이 한 번의 만남도 충분히 사치스러운데 무엇을 더 탐낸단 말인가.” 『설산의 사랑』은 티베트 인접 지역의 배경으로 종교적 • 전통적 • 문화적인 색을 보여주는 소설이에요!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 다양한 갈등, 사랑의 본질에 대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7편의 단편이 실려있어요. 딩옌은 눈 덮인 겨울 마을의 고요함과 미묘한 긴장감을 우아한 문장으로 포착하며, 인물들의 내면을 잘 표현해 주는 것 같아요.. 사물과 풍경 묘사 속에 스민 감정선은 쉽게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관계의 무게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줍니다. 소설 속 시적인 언어와 몽환적인 배경, 그리고 억압된 감정의 흐름이 맞물려 오랜 여운을 남겨주었어요... 중국 소수 민족과 더불어 종교, 문화, 사랑이라는 주제를 적절한 감정적 균열과 사회적 구조라는 공간 속에서 잘 녹여낸 것 같아 정말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도서제공 #서평단 #글항아리 #설산의사랑 #딩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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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딩옌은 중국 간쑤성 린탄 출신의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여성 작가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2019년 문예지 “화성”에 발표한 중편소설 “유량지가(有粮之家)”로 중산지성 올해의 젊은 작가 우수작품상과 베이징문학 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2023년 “설산의 사랑(雪山之戀)”으로 화성문학상 중편소설상을 받으며 다시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2025년 1월 최신작 “협죽도유독(夾竹桃有毒)”이 홍서봉배 독자가 가장 사랑한 소설 중편소설 부문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가치와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티베트 인접 지역의 풍경과 민족적 배경 특유의 몽환적 분위기를 기반으로 종교적 본질, 인간의 존엄, 전통의 가치, 세대 갈등 등의 깊은 주제를 다루며 특별한 문학적 색채를 보여 준다. 이 책에는 ‘속세의 괴로움’ ‘아프리카 봉선화’ 등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모두 속세와 종교, 문화 사이에서 억눌린 감정 또는 존재를 조용히 드러내는 문체와 분위기라는 공통된 문학적 장치가 있다. 각 단편은 겉으론 담담한 일상이나 풍경을 그리지만 그 이면에는 반복되는 내면의 고통이나 근원을 알기 어려운 정서적 긴장이 흐른다. 7편의 소설이 각기 다른 소재를 다루지만 모두 이방인의 시선, 소외된 존재의 내면, 혹은 현실과 삶의 경계에 서 있는 감정적 균열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각 단편이 담고 있는 그 고요한 분노와 불완전한 사랑의 여운 속에서 딩옌만의 문학적 색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중 “설산의 사랑”은 티베트족 여성과 회족 남성의 관계를 중심에 둔다. 골동품 가게의 불로 인해 한 집에 살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깊은 감정을 품지만 종교와 문화의 벽 앞에서 그 마음을 끝내 말로 꺼내지 못한다. 마전은 매일 사과의 의미로 과일을 두지만 융춰는 이를 무심히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 사이에는 호감과 냉랭함이 얽혀 간다. 티베트 불교 사원과 회족 모스크를 오가며 두 사람의 삶은 침묵 속에서 부풀고 설산 아래에서 결국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환각처럼 무너져 내린다. 이 작품의 힘은 단순한 줄거리보다 ‘분위기’에 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 버려지는 과일 봉지, 설산의 냉랭한 빛 같은 사소한 장면이 사랑의 깊이와 불가능성을 더 강하게 드러낸다. 딩옌은 구체적인 서사를 과감히 절제하고 대신 세밀한 묘사와 여백을 통해 독자의 감정을 직접 채우게 만든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동안 숨이 막힐 듯한 정적과 억눌린 갈망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온다. “설산의 사랑”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티베트 불교와 회족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중국 변방의 일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창이다. 두 종교가 만들어내는 생활 리듬, 언어와 예배 방식, 신앙의 상징들이 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깊이 스며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중국 내 소수민족 간의 문화적 긴장과 상호작용,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을 더 생생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이 주는 정적이면서도 격렬한 분위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나 카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을 떠올리게 한다. 두 작품 모두 감정을 직접 표출하지 않고 일상의 반복과 세밀한 묘사 속에서 서서히 감정의 무게를 쌓아 올린다. 하지만 “설산의 사랑”은 여기에 중국 소수민족의 종교적·문화적 맥락을 더해 사랑의 불가능성이 단지 개인의 사정이 아닌 사회적 구조와 전통의 결과임을 더욱 강렬히 드러낸다.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서평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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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산의 사랑 ㅣ 딩옌 지음, 오지영 옮김 ㅣ 글항아리 『설산의 사랑(雪山之戀)』은 한국에 처음 소개된 중국의 젊은 작가 딩옌의 소설집이다. 티베트족 자치 행정구역인 간쑤성 린탄 출생이자 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소수민족 둥샹족 출신인 딩옌의 지역적·민족적 배경이 소설 전반에 묻어나 있다. 책의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작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티베트의 서늘한 풍경은 책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긴 겨울, 냉랭하고 건조한 서북의 한대기후, 광활한 고원과 설산이 이루는 티베트의 정경이 탁월한 묘사로 그려진다. 유려한 문장으로 딩옌은 독자를 몽환적이고 이색적인 작품 세계 속에 끌어들인다. 동시에 종교적 특색이 강한 출생지의 영향으로, 작품 곳곳에서 전통 불교와 이슬람의 대립, 중국 주요 민족인 한족과 무슬림 소수민족 회족의 대립이 눈에 띈다. 첫 번째 수록작 「속세의 괴로움」에서는 주인공 ‘샤오줘’를 둘러싼 종교적 갈등과 종교에 대한 개인의 고뇌가 엿보인다. 줄곧 티베트 사원에서 비구니가 되기 위해 수련해 온 샤오줘는 어떤 계기로 인해 속세로 나갔다가, 어지러운 세상의 현실을 목도한다. 지금껏 해온 불교 수행에 대한 회의와 잔인한 속세의 고통 사이에 오갈 데 없이 놓인 샤오줘의 이야기는, 차갑고 강렬하게 책의 시작을 연다. 표제작인 「설산의 사랑」에는 회족인 ‘마전’과 전통 불교를 숭상하는 티베트족 ‘융춰’가 등장한다. 마전의 가족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집안의 대들보인 오빠를 잃은 융춰의 만남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다. 거기다 융화될 수 없는 종교의 차이로 이들의 관계는 도무지 가까워지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라 할 수 있는 감정이 싹 튼다. 손에 닿지 않는 설산의 환영 같은 형상처럼, 고백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마음은 결국 서로에게 가닿지 못한 채 환상처럼 흩어진다. 그 희뿌연 감정의 여운이 마음을 거세게 울린다. 딩옌은 무정한 삶의 비극이 필연적이며 운명적인 것이라 말한다. 이런 생각이 반영된 듯 책에 수록된 단편들에는 모두 저마다의 슬픔이 배어 있어 한 편 한 편이 종결될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먹먹해진다. 다만 딩옌은 그런 서사들을 극적으로 포장하지는 않는데, 그런 꾸밈없고 덤덤한 시선이 이 책에 매료되게 한다. “옳은 것과 그른 것, 닮은 것과 다른 것, 노랫소리와 속세, 속세와 불문, 서로 융합하면서 겉도는 것, 불문 같지 않기도 하고 속세 같지 않기도 한 것이 지금 그의 심정에 꼭 들어맞았다.” _p140 “보고 있자니 자신은 마치 육지에서 끝없는 바다 밑으로 잠수한 사람 같았다. 사방이 온통 바닷물이었다. 그 짜고 떫은맛에는 익숙해졌지만 외로움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더 멀리 내다보니 설산이 보였다. 오직 설산뿐이었다. 볼 수 는 있지만 닿을 수는 없기에 처음 느낀 감정과 지금이 똑같은 것은.” _p155 “다시 빛나는 곳을 향해 달렸지만 여전히 하얗기만 했다. 온통 하얀색이었다. 온 대지가 이미 흰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환상처럼 아름다운 그 모습이 아직도 몰아치는 찬 바람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 역시 하얀색이었고 흐릿했다. 마치 그가 백번 천번 우러러보았던 설산 같았다.” _p171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설산의사랑 #서평단 #글항아리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융춰는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마젠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마전을 바라보았다. 마전은 뻣뻣하게 서서 그녀의 눈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눈물 속에서 자신을 보았고 자신과 그녀의 관계를 보았다. 그것은 환상 속에 투영된 상상이었다. 환상 속 만물은 각자의 궤적에 따라 자라고 움직였다. 상상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실현할 길이 없었다. 그에게는 길이 없었고 그녀에게도 길이 없었다.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둘 다 길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 '설산의 사랑' 중에서, p.170~171 린탄에서 명성이 자자한 마씨 집안은 티베트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큰 화재가 발생해 전부 타버렸는데 불행하게도 점원으로 일하던 티베트인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양측은 목숨값으로 합의를 보았지만, 화재로 인한 손실이 막대해 비싼 보장금을 당장 내놓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마씨 집안의 막내아들 마전이 죽은 남자의 여동생과 할머니가 사는 집에 ‘인질’로 들어가게 된다. 마전이 할 일은 집안에 돈이 돌아 보상금을 지불할 수 있을 때까지 그곳에서 조용히 지내는 거였다. 그렇게 티베트식 가옥의 가장 아래층에 머물게 된 마전은 자신을 전혀 반기지 않는 두 사람과 함께 지내게 된다. 티베트족 여성인 융춰와 회족 출신인 마전, 두 사람은 알라의 모스크와 불교 사원의 오래된 벽화만큼이나 먼 거리에 있었다. 마전은 그들에게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매일 과일을 사다 문 앞에 놓지만, 융춰는 과일을 봉지째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서는 무관심과 혐오, 그리고 호기심과 호감이라는 감정이 보일듯 보이지 않게 쌓여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은 끝까지 서로에게 표현되지 않는다. 이 작품의 표제작인 <설산의 사랑>은 영하 20도를 훨씬 밑도는 눈 내리는 겨울을 배경으로 조용한 폭발력을 보여준다. 딩옌은 적막 속 은은한 분위기와 아직 녹지 않은 주변의 하얀 눈, 서로가 적대적인 두 집안 사이에서 오가는 은근한 긴장감과 완전히 다른 두 종교를 가진 두 사람의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시종일관 짙은 슬픔을 배어 나오게 만든다. 사물과 풍경을 주의 깊게 파고들어 인물들의 감정을 은유하는 우아한 문장의 힘이 엄청난 몰입감을 불러 일으키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아주 특별한 사랑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두 사람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로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것이라 더욱 먹먹한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었다. 튀쥔은 진실과 인내심은 언젠가 보상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딩옌은 위화, 옌롄커 등으로부터 “젊은 세대 중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딩옌은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 둥샹족 출신으로, 중국 북서쪽 칭하이와 티베트의 탁 트인 땅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써낸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히잡을 쓴 무슬림이 등장하고 이슬람교와 불교 신자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풍경 속에서 낯설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서사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그것을 통과하는 인물들의 내면이 너무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 페이지마다 감정을 쥐고 흔드는 힘이 대단하다. 특히나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마음 상태가 드러나도록 쓰인 문장들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딩옌은 속세의 우여곡절이나 허무함을 세찬 바람이 불어 눈밭에 찍힌 발자국을 삽시간에 지워버리는 광경으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스며들었던 감정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벽화 속 화염이 천천히 다가와 몸에 옮겨 붙은 것 같았다는 느낌으로, 애틋한 감정을 억누르며 예의를 갖춰 말하는 작은 목소리를 새 떼가 수면을 스쳐 일으킨 잔물결이 조금씩 넘실대며 수면 위의 평온을 깨뜨리는 것 같았다는 기분으로 그려낸다. 단 한 번도 고백되지 않는 사랑, 애써 유지하며 붙잡고 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희망, 이 쓸쓸한 세상을 견디게 해준 짧은 만남 등 수록된 일곱 편의 작품 모두 수준급이다. 딩옌은 '삶은 극적인 감각으로 충만할 때도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삶의 무정함은 연극의 편집과 연출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강렬한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었다. 딩옌의 다른 작품도 꼭 국내에 번역되어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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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옌 - 설산의 사랑 옌롄커, 위화의 강력 추천작이라는 이 작품을 어떻게 읽지 않을 수가 있을까. 처음 만나는 작가 이름도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소수 민족 둥샹족 출신이라는 배경도 나한테는 신선하고 재밌게만 느껴졌다. 이슬람교인인 작가는 어린 시절을 티베트에서 보냈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티베트족 사람들이 대부분 믿는 불교와 이슬람교가 교차되는 이야기가 자주 반복 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반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화합을 향해 간다는 점이 반전이다. <속세의 괴로움>에선 입적을 앞둔 비구니가 자신이 회족임을 깨닫고 회족 남자와 결혼하는가 하면 <설산의 사랑>에서도 원치 않은 만남이었지만, 불교인 가족과 이슬람교인 남자가 함께 살아가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잿물>에서는 낯선 도시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 쉽게 친해지며 서로 의지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그려진다. 고원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들은 바람이 세차게 불고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는 투박한 환경보다 다정한 사람들의 인심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원래 무언가를 고집하는 사람이 더 고통스러운 법이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것은 무감각한 것보다 생명력이 있다. -151p 🔖"모든 질문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간은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도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죠. 그것만으로도 참 대단하지 않나요?" -251p 🔖"우주 만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은 바로 사랑 받는 사람이란다." -412p 나는 낯선 도시에서 동향을 만나 잠깐이나마 의지할 수 있었던 시간을 그린 <잿소>와 아버지의 진심을 이해하고 타인을 향해 친절을 베풀었던 마지막 이야기<자카트>가 기억에 남는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행동은 천차만별이다. 손님을 진심으로 대우하는 사람이 있고, 일부러 체면을 위해 돈을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하고 또 진심으로 걱정하며 돈을 보태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찾아보니 이슬람교를 믿는 회족은 중국 내에서도 가장 밝고 친절한 민족이라고 한다. 그런 따뜻하고 맑은 이야기가 이 소설집에 그대로 담겨 있다. 딩옌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문장은 그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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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야기에 빨려 들자 두꺼운 책이 어느새 뒤표지의 얼굴을 자꾸 드러내려 하는 통에 마지막까지 책을 덮기가 아쉬워져 한 장 한 장 아끼며 탐독했다. 딩옌은 소설가 위화가 뽑은 젊은 세대 작가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작가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몽골계 소수민족인 둥샹족이라는 딩옌의 작품들에는 고원지대의 이색적인 풍경과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낯설지만 매혹적인 문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독자를 끌어 들어간다. 다른 풍습 다른 삶이지만, 같은 감정선을 지닌 인간이기에 사람은 묘하게 동요되고 함께 살아가진다. 7편의 중단편을 읽으며 나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을 잠시나마 엿보며 다양한 인물들에게 애잔함이 솟아나기도 했다. 작가는 과장된 꾸밈보다는 삶의 무던함을 그저 덤덤하고 정교하게 써 내려감으로써 일상의 일들은 모두 다 극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 비극도 시간이 흐른 뒤에 부드럽고 편안해진다고 하는 작가의 말에서 일상의 극적인 면과 진부한 면이 실은 같은 모습의 형상이며 삶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딩옌이라는 소설가를 알게 해 준 ‘설산의 사랑’. 올여름에 만난 책 중 단연 아름다운 소설집이다. 🏷️ 내 생각과 같을 수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태양 아래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너무 많았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깨진 유리처럼 어지럽고 날카로웠다. | p248 🏷️ 예전엔 고통이 뭔지 몰랐다. 터무니없고 모순적이고 복잡한 사람이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교만하고 까다로웠다.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 은은하게 반짝이는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읽을 줄 알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였다. 잘 살아야 해, 할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해내야 해, 진심으로 대해야 할 사람은 진심으로 대해야 해, 현재를 소중히 여겨야 해, 모든 문제를 짊어진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 | p378 📌 본 게시물은 문학동네( @munhakdongne ) 서평단에 당첨되어 글항아리( @bookpot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설산의사랑 #글항아리 #딩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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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의사랑 #딩옌 #글항아리 #문학동네 #서평단 처음보는 딩옌 작가는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중국 소수민족 둥샹족 출신의 여성 작가다. 책표지가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이 아닐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설산의 사랑 (雪山之戀)이 어떤 내용일지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다. <속세의 괴로움> 샤오줘는 여러 해를 절에서 지냈고 매년 시험을 통과했지만 번번이 입전 의식은 치르지 못했다. 70여 년이나 출가수행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친고모 라오줘마에게 언제쯤 자신도 입전할 수 있는지 묻는다. 주소를 주며 아버지부터 만나고 와야 한다고 한다. 이제 와서 아버지를 만나라는 이유는 그래도 자식인데 사람도리를 아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다섯 살 때 절에 보내진 뒤 첫 외출인데 하필 세밑 추위가 한창 기승이다. 집마다 탁발하며 끼니를 해결하는 고된 여정에 행색은 걸인과 다름없다. 찾아간 집에서는 이미 13년 전에 이사를 갔다고 한다. 차를 얻어타고 고모인 쑤쓰화의 집을 찾아간다.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지 14년이나 됐다고 한다. 그리고 네 아버지는 회족이라고. 회족은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이자 최대 무슬림 집단이다. 쑤쓰화는 아버지를 찾는 일을 돕지만 고비를 맞는다. 위안메이는 샤오줘에게 석가모니도 평범한 삶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었다며 결혼을 권한다. 친척들은 밍한의 장점을 늘어놓고 똑똑한 쑤쓰화가 이 골치 아픈 문제를 잘 해결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샤오줘는 아빠를 찾아 빨리 만나고 출가해서 비구니가 되고 싶다. 쑤쓰화가 겨우 찾은 소식은 장사하던 사람들과 다툼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오빠가 매매한 옛 집의 우물 속에 있다고 한다. 경찰은 펌프로 물부터 퍼내고 시체를 인양한다. 시신은 쑤씨 가문 선산으로 향한다. 백골이 되어 만난 아버지다. 샤오줘는 왔던 길을 따라 절로 돌아간다. 한 번 죽었다가 육도윤회하여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진홍색 승복으로 갈아입고 입고 온 옷은 전부 태워버린다. 예전 컨디션을 되찾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잠시 절 밖으로 나갔다온 여파는 경당에서 공부할 때도 시간 낭비라 느껴진다. 예전에 배웠던 것도 무용지물 같고, 이미 혼란에 빠진 샤오줘는 자기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원한이 샤오줘를 찾아온다. 쑤쓰화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한다. 진홍색 승복 차림으로 도착한 샤오줘는 승복을 벗고 베일을 뒤집어쓴다. 고모는 새로 산 아파트의 창문을 닦다가 추락했다고 한다. 샤오줘는 절에 돌아가지 않기로 한다. 샤오줘와 밍한의 혼사가 성사된다. 샤오줘는 혼인 신고를 하기 위해 밍한의 등본을 보고 아버님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초지종을 전한다. 밍한은 아무 죄가 없지만 이대로 살 수도 없어 떠난다. 설산의 사랑은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표제작인 <설산의 사랑>은 마씨 집안이 운영하던 골동품 가게에서 일하던 점원 자시가 화재로 목숨을 잃자 조정 끝에 양측은 목숨값으로 합의를 보고 마전이 인질이 되고 고집세고 겁이 없는 융춰와 벌어지는..마전이 백번 천번 우러러보았던 설산같은 사랑이야기다. 이슬람 하면 떠오르는 알라, 라마단에 부처와 비구니까지 두 종교가 일상에서 부딪치며 사랑하고, 이별하고 공존하는 삶을 밀도 깊게 그려낸다. <UFO가 온다> 마저 종교로 마무리 한다. 라몐 명인의 <잿물>, 자식에 대한 형태 <늦둥이>, 기부는 사랑이라는 이슬람의 종교세 <자카트> 이야기속 인물들의 서사를 딩옌만의 색깔있고 간결한 문체로 그려내 조금은 낯선 이름들이 익숙해질 무렵 소설은 끝을 향해 가고 있더라는...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프리카봉선화를 키우는 수선집 여자를 사모하게 된 튀쥔 이야기 <아프리카봉선화>와 어린 손님 얼만의 이야기 <자카트>다. 씨앗 한 톨이 발아하고 생장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힘처럼 평범한 삶 속에서 극적인 소재를 선택해 글을 쓰고 있는 딩옌 작가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클래식한 느낌의 세련된 중국소설을 각자의 관점에서 즐겨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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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중 최고의 작가”란 칭호로 떠오르는 신예작가인 딩예의 소설집이 국내에 출간됐다. 넓은 대륙만큼이나 다양한 민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중국에서 저자는 소수 민족에 속하는 둥샹족 출신으로 민족 특성상 이슬람교를 믿는다. 이 작품집에는 이러한 영향으로 7편의 작품들이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 환경상 인접한 곳인 티베트족과 함께 살아가는 무슬림인 회족들의 모습을 함께 그린다. 청량한 하늘과 때론 시릴 만큼 매서운 바람 속에서 저자가 그리는 글들을 접하고 있노라면 타 문학에서 보지 못했던,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그 속이 품은 내용들은 곱이곱이 음미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좋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들의 삶을 비춘 작품들은 세속과 떨어져 승려의 길을 걷고자 했던 여인이 자신과 엄마를 버린 친아버지의 행방을 쫓기 위해서 나선 여정들의 혼란스러움과 긴장 높은 새로운 감정선이 나타나면서도 수도자의 길과 속세의 길을 두고 방황과 두려움들을 잘 포착한다. (속세의 괴로움) 책 제목이기도 한 '설산의 사랑'은 화재로 불타버린 창고에서 죽은 직원에 대한 보상 문제로 서로의 목숨 값 합의 불발로 인해 집안 결정으로 티베트로 가게 된 마전이 그곳에서 죽은 오빠의 여동생인 융춰와 회족 출신인 자신과의 대비를 다룸으로써 종교적인 이질감, 두 이성 간의 알듯 말듯 한 긴장감 넘치는 감정선들이 모스크와 불교 사원의 벽화처럼 다른 방향을 보인다. 사죄의 의미로 매일 과일을 문 앞에 두던 마전에 대한 융춰의 용서할 수 없는 눈길과 점차 호기심과 호감이라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폭발력들은 눈발이 날리고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아슬 함들이 슬픔이란 감정과 함께 잘 그려낸 작품이다. 여기에 현대와 이제는 구시대 사람에 속하는 세대 간의 차별성 있는 사연을 담아낸 '잿물' 같은 경우도 좋았고 7개 작품 속에서 종교에 속한 신앙생활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인들이 받아들이는 삶의 순환(늦둥이), 이슬람의 종교 세라 불리는 자카트를 통해 혈연의 연관은 없지만 종교적인 교리에 따라 착하게 살아가며 이웃을 돕고 자선하는 태도들이 그 후대 자녀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저자는 각 작품들마다 다른 분위기지만 한 흐름처럼 연이은 느낌을 부여한 감정선들이 좋았다. 익숙하지 않은 회족이나 티베트 사람들의 종교적인 삶을 통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저자가 펼치는 자연 풍경과 더불어 여운이 짙게 남게 한 작품들이라 기성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중단편으로 그린 작품들이라 때론 장편소설로 만났더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들 만큼 평범한 삶 속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에게 공감 갔던 내용들을 잘 그려낸 저자의 차후 작품들이 더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