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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겪을 수 있었던 여러가지 트라우마에 관한 책이다. 읽으면서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났다. 군인 복무중 사람을 죽이고, 고문경찰로 활약하다가 가구점 사장으로 전업했지만 사기 당했던 남자. 남자는 총을 구하더니 누구부터 죽일까, 라면서 자신의 한을 표현했었다.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폭력성이 두드러졌던 시대를 보낸 사람에게 트라우마 한 두개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료해서 살아가는냐가 지금의 노년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의제가 아닐까. 아니면 여전히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기에 그것에 복무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국가폭력 트라우마. 한국전쟁 때, 눈 앞에서 자신의 부모나 형제가 총칼을 맞고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 일을 직접 경험했던 피학살 유족들은 억울함과 분노, 수치심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한다. 국가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겪고도 국가에 대해 가해 책임을 묻거나 가해자 처벌을 요구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분노와 좌절감, 그리고 부모형제가 억울하게 죽게 되었는데도 막지 못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 등이 이들의 머리와 마음에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군사정권 시절의 학살, 조작 간첩, 인권 침해, 고문 피해자들 또한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 고문은 권력에 대한 철저한 복종을 요구하고, 인간의 자존감과 자아를 철저히 붕괴 시킨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가족과 이웃을 불신하고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여 자살하기도 했고, 가족의 죽음이나 친구들의 고통을 보고서도 살아남은 데 대한 죄책감을 지닌 채 살고 있다고 한다.
쌍용차 노동자 정리해고 트라우마. 쌍용차 노동자들의 경우 구조조종의 정당성이 충분히 납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3000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으며 무려 77일간의 파업과 경찰 특공대의 거의 토벌 작전을 방불케 하는 진압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글 쓴 시점까지, 24명의 노동자가 자살 사망하였다. 이들은 철저하게 비존재, 비시민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사회의 도덕적 책임감과 공감이 미치지 않았으며 그것 때문에 정신적 상처는 커졌고, 심각한 우울증과 자살을 불러오게 되었다고 한다. 국가폭력이 자행되던 시절에 압도적 다수의 국민은 침묵하였다. 이 침묵은 무지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지만, 의식적인 거리두기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한다.
5.18 시민군 트라우마. 현재까지도 5.18 참가자들의 상당수가 만성화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며 역사의 기록 속에서 민주화 투사이자 영웅으로 인정된 것과 달리 5.18 민주 유공자들 중 다수가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적개심과 반발심이 생겨 살고 싶다는 의욕을 잃고 음독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취직의 어려움, 고문후유증, 정치적 낙인과 감시로 앓다가 자살을 기도한 경우도 있다.
학교폭력 트라우마. 우리나라에서 매년 많은 아이들이 자살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이 매우 높기도 하다. 학업 성취도는 우수할지 몰라도, 흥미도는 밑바닥에 머물러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도 폭력을 겪고 트라우마를 얻는다고 한다. 자기비난, 고립, 수치심, 친밀관계의 장애, 신념의 상실 등. 학교 생활 부적응자들, 문제아들은 대게가 집안이 가난하다고 한다. 불안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각종 범죄 환경, 취업환경에 노출된다. 탈학교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폭력적 환경에 노출되고 그로 인하여 스스로 폭력을 빈번하게 사용하게 된다. 가정에서 폭력적 경험은 아이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고, 그런 아이들이 결국 학교라는 제도적 공간 속에 담겨지고 보호받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게 된다.
미혼모 트라우마.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한 가족규범은 여성에게 도덕적 순결을 강요함으로써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해왔다고 한다. 결혼이라는 의례를 통과하지 않고 임신과 출산을 한다는 것은 사회가 규정하는 인간 유형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와 해외입양인은 국민국가를 구성하는 역사 과정에서부터 철저히 은폐되고 망각되어 숨겨진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한다. 미혼모가 경험하는 고통은 다양하다. 임신으로 인해 가족과 주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게 되고, 사회적 지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미혼모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과 차별은 출산 이후 자녀와의 관계를 단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미혼모와 해외입양은 낙인과 차별의 순환관계이다. 미혼모는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입양을 선택하지만 평생 떠안고 갈 생모증후군이라는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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