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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를 논할 때 ‘악장(樂章)’은 매우 특이한 성격을 지닌 갈래로 여겨진다. 궁중의 공식적인 행사에서 불리던 음악을 악장이라 칭하는데, 문학사에서는 대개 그 노랫말들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하겠다. 어느 시대에나 국가가 주관하는 행사가 있었기에, 악장 역시 그에 수반되어 존재했었다. 하지만 고려시대 이전에는 대체로 중국의 음악을 수용하여 그대로 사용하였고, 현전하는 고려가요들은 고려시대 궁중의 음악으로 채택되어 불리던 노래이기에 그 시대의 악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문학사에서 고려가요로 분류되는 시가 작품들은 <악장가사> 등의 음악서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우리 문학사에서 악장은 대체로 조선시대 초기의 작품들에 초점이 맞춰져 서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다수의 악장이 새롭게 창작되었고, 그 내용은 대체로 조선 건국의 당위성과 그 주체 세력들에 대한 칭송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악장’을 아부문학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세상에 대한 경계를 제시하는 경세문학으로 보는 관점도 공존하고 있다. 아마도 고려 왕조를 무력으로 무너뜨리고 건국했기에, 당시에는 그 정통성을 인정받기 의해 건국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작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리하여 그 주체 세력들은 조선 왕조의 건국이 이른바 ‘하늘의 뜻’임을 강조하였고,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훈민정음이 창제되면서 창작된 <용비어천가>를 꼽을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창작된 악장의 창작 맥락과 작품의 성격 그리고 악장의 창작에 관여했던 주요 인물들의 활동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 성과물이다. 여전히 문학사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기에,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공력을 기울여 수행한 성과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크게 4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1부에서는 ‘조선조 악장의 현상와 미적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4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특히 ‘악장’의 본질과 그것이 당대 어떤 역할과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논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용비어천가>와 <월인천강지곡> 그리고 ‘종묘제례악장’을 대상으로, ‘조선조 악장과 왕조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4편의 논문을 통해 그 성격을 밝히고 있다. 특히 궁중 음악으로서의 악장은 당시 ‘계층화의 명분과 기득권 수호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었다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개인의식과 집단 이념의 조화’라는 제목의 3부에서는 모두 7편의 논문을 통해, 조선 전기 정도전으로부터 조선 후기 익종(효명세자)에 이르기까지 주요 인물들의 악장과 그 문학적 성격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이 악장 창작에 나서게 된 시대적 배경과 개별 작품들의 성격, 그리고 그에 대한 문학사적 위상을 점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마지막 4부에서는 ‘조선조 악장의 흐름’이라는 항목을 통해서, 조선시대 악장 문학의 역사적 흐름과 그 성격을 진단하고 있다.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참고한 참고문헌과 생소하게 여겨지는 악장 관련 용어의 해설을 말미에 첨부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여전히 연구자들의 주된 관심 분야에서 벗어나 있는 갈래에 대해, 오랜 시간 저자의 역량을 투여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연구사적으로도 매우 소중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