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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네가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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キッドナップ-ツア- :: 角田 光代초등학교 3학년때, 유괴를 당했었다. 사실 유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민망할 만큼 하루 중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판 낯모르는 어른이 먹을 것을 사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가 덥썩 따라갔으니, 기간 여하를 두지않는 조건 아래선 유괴의 정의(?)에 얼추 들어맞겠다. 그리고 나는 여태까지 살아 온 대부분의 나날동안 이때의 일이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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キッドナップ-ツア- :: 角田 光代

초등학교 3학년때, 유괴를 당했었다. 사실 유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민망할 만큼 하루 중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판 낯모르는 어른이 먹을 것을 사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가 덥썩 따라갔으니, 기간 여하를 두지않는 조건 아래선 유괴의 정의(?)에 얼추 들어맞겠다. 그리고 나는 여태까지 살아 온 대부분의 나날동안 이때의 일이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믿어 왔다. 그 낯모르는 어른은 나를 제과점에 데려가 빵 몇가지를 사주며 두어가지 조심스런 질문을 한 뒤 그날은 순순히(?) 풀어 주었지만, 이후로 놀이터에서 놀거나 주거 단지 안에서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며 아는 척을 해왔다. 그제서야 수상함을 느끼고 피하려들자 이윽고 그는 자신의 정체를 고백해왔는데, 열살의 어린 나에게는 이해 불가하게도 자신이 나의 '친이모' 라는 것이었다. 이어 들려준 [너의 진짜 엄마는 따로 있다] 는 말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 말을 절반만 믿었다. 마침 보기 시작한 만화의 주인공들이 다 그러한 [출생의 비밀] 을 갖고 있었기에 나에게 어울릴만한 설정이라고 내심 뿌듯해하기조차하며, 그 '친이모' 라는 어른을 별다른 경계없이 더 가까이 했던거다. 집에도 비밀로 했던 건 그 어른의 당부도 있었지만 비밀로 해야만 드라마가 더 산다고 내 스스로를 미화시켰던 것 같다. 반년 정도 지나서인가, 친이모 라는 어른이 미국에서 재혼했다는 '진짜 엄마' 가 곧 너를 데리러 온다고 말한 뒤에 정말 또 다른 낯모를 어른이 나타나 나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는 모습을 보자, 비로소 나는 공포감을 느꼈다. 이것이 정말로 진짜이면 어쩌나, 하고. 그 길로 그 집에 가는 발길을 끊어버렸고, 그때까지의 모든 일은 나만의 비밀로만 함구되었다. 절반은 여전히 믿으며 나를 비련의 주인공으로 미화하고, 절반은 결코 믿지 않으며 내 정체성을 지키려고만 할뿐, 차마 진실은 확인해보려 하질 않았다.

그러던 중학교 3학년 무렵, 어머니와의 심한 다툼 끝에 홧김에 [당신이 내 엄마가 아닌 것을 안다] 고 내뱉어버렸다. 근 20년이 가까운 세월이 지났어도 그 순간의 일만큼은 영원히 잊혀지질 않는다. 어머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진실이 내 앞에서 처절하게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표면적이나마 사이가 좋았던 모녀 관계는 그 길로 파탄을 맞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결혼하기 직전까지 나와 어머니, 아니 새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렇지 않아도 유별난 성격은 완전히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무심한 아버지까지 한몫하는 바람에 나는 집에서 못받는 사랑을 밖에서 갈구한답시고 맺어지는 인간 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균형을 깨트렸다. 실패는 거듭하고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사람은 갈수록 무서워지고 사랑은 절실히 필요하되 가지기만 하면 다치는 것이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야 드디어 보상 받았다고 안심하려 했는데, 아이가 태어났다. 덜컥 겁이 났다. 나처럼 사랑 못받고 자란 사람이 과연 엄마로서 자격이 있을까? 이런 강박관념이 몇년동안 나를 괴롭혔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 맘써주는 친정 엄마를 둔 내 또래의 다른 엄마들은 다들 자기 아이에게도 친절하고 인내심 강하고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것 같아 보여서 더더욱 자격지심의 구렁텅이에 빠져 들었다. 아이에게 종속되지 않으려 하는 내 모습이 그저 독립심이 좀 있는 엄마인 것이 아니라 무심하고 방기적이고 애정이 없는 엄마인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툭 하면 우울증을 겪곤해서 '엄마의 우울증은 아이에게도 유전된다' 는 말에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해버리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다 내 부모탓인 것 같았다. 제멋대로 이혼을 한 아버지나, 계모인 주제에 몇년동안 친모인 척 하다 진실이 드러나자 내팽겨친 새어머니나, 애초에 나를 버리고 자기 살 길 찾아 떠난 친어머니는 누구보다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나와, 내  아이를 망친 건 그들이라고.

그러다가 최근에야 깨달았다. 정말 좋은 환경에서 나고 자라 좋은 부모에게 교육받고 좋은 엄마가 되었다는 이의 아이가 꼭 포지티브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토록 애정결핍의 나날 속에 살아왔다해도 나에게 꼭 네가티브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고 나서는. 부모가 좋은 길만 선별해 주었던 아이는 스스로 진흙탕길을 갈 때 어려워하고, 가시밭길을 헤쳐 온 아이는 웬만한 길엔 내성이 박혀 있다는 것을, 이렇게 글귀로 봤을 때 고개를 끄덕인다해도 막상 경험하고 나서야 납득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과거의 환경이 나를 망쳤다는 것은 착각이자 현실도피다. 환경은 어쩌면 나에게 훨씬 포지티브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항상 네가티브한 선택만 해왔던거다. 떠밀려서 했던 선택은 결코 없다. 그때 그때 그것이 가장 내켰기에 했던 선택인데, 그 결과가 그리 신통치 않다고 내 선택이 아니라 남이 시킨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면 결국 그 자리에 남는 건 자기 부정밖에 더 있을까?

열두살 소녀 하루는 엄마와 별거 중인 무능한 아빠에 의해 잠시 유괴 당한다. 돈도 없고 행색도 초라한데 아빠 노릇 한다해서 오히려 딸인 하루가 딱하다 하며 마음 써줘야 할 처지다. 아빠가 여행 가자 해서 따라는 다니지만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여행이 아니어서 부아만 난다. 고생하는 여행이 가치가 있다는 아빠의 고리타분한 말은 납득이 안가지만, 다니다 보니 이런 우여곡절 많은 여행이 나름 재미가 있다. 결국 엄마에게 들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게 되자 하루는 좋은 걸 줬다가 뺐는 식이라며 아빠에게 화를 낸다. 그러나 아빠는 이건 아빠의 선택이 아니라 네 선택이었다며, 만사에 남탓을 하다간 일이 안풀릴 때는 어쩔 수가 없게 된다며 말하고는 떠난다. 그때까지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일이 잘 안되면 부모탓을 하던 하루는 그 말의 의미를 깨달으며 비로소 부모로부터 진정한 독립의 발을 내딛게 된다.

이 소설의 가장 기특한 점은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최대한 자제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결코 [부모가 이러이러해서 하루가 이러한 성향이 있다] 는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에서 봐도 자식의 입장에서 봐도 하루의 아빠는 무능하고 형편없고 대책없기 짝이 없지만 그러한 개인성 자체가 하루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부모의 별거나 이혼도 여기에서는 대수롭지 않다. 거기에 연연하는 아이는 그저 남에게 선택권을 미루고 있을 뿐이라고 일침하기까지 한다. 그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뜨인다. 나는 부모탓을 할 필요도, 내가 못난 부모가 된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었던거다. 부모의 역할이란 그저 사랑의 꾸준한 소통, 그리고 끊임없는 믿음의 확인, 그것만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각자가 선택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는 스스로가 책임질 일이다. 과거의 환경은 내 성격 형성의 절대적 요소이겠지만, 거기서 얻어진 포지티브가 내 절대적 가치이자 정체성이듯, 네가티브 역시 온전히 내가 만든, 나만의 것인거다.
YES마니아 : 로얄 q****e 2008.02.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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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행복한 납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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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다듬기 위해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나는 미용실을 가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미용실에서 읽을 책을 선택하는 일이다.  잡지책이나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머리를 다듬기 위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 무료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즐겁고 유용하게 보내기 위한 방편으로 책을 한 권 선택해서 가지고 간다.  운이 좋아서 아주 흥미로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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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다듬기 위해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나는 미용실을 가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미용실에서 읽을 책을 선택하는 일이다.  잡지책이나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머리를 다듬기 위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 무료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즐겁고 유용하게 보내기 위한 방편으로 책을 한 권 선택해서 가지고 간다.  운이 좋아서 아주 흥미로운 책을 골라 가면 앉은 자리에서 읽기를 마치고 돌아올 수도 있다.  이 때 내가 선택한 책이 바로 <납치여행>이었다.  

 

미용실에 앉아서 <납치여행>을 읽기 시작했다.  내 머리를 만져주는 언니가 먼저 책의 제목에 대해 말을 꺼낸다.  납치와 여행이 하나로 엮을 수 있을 만큼 어울리느냐고.  그러면서 계속 이상하다는 말과 함께 웃는다.  그리고 내 옆으로 지나다니는 직원 분들도 모두 한마디씩 거든다.  그러고 보니 납치와 여행은 조화를 이룰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런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제목에 담긴 뜻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모두 수긍하는 표정이다.  그렇게 소동이라면 소동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을 한바탕 겪고 나서야 모두들 나를 내버려둔다.  이제야 나는 누구나 의아하다고 느낄만한 여행을 따라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여름방학 첫날 유괴 당했다. p5 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읽자마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이어 뒤따르는 아빠는 너를 유괴한 거야. (...) 얌전히 유괴당하는 거지? (...) 얌전히 유괴당해 볼게 p7 의 문장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왠지 유쾌한 분위기가 앞으로 펼쳐질 것만 같은 좋은 예감에 살짝 미소 짓게 되었다.

 

열두 살 소녀 하루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길에 갑자기 등장한 아빠의 차에 올라탄다.  아빠의 입에서 나온 '유괴'라는 단어를 들을 때도 하루는 아빠와 오랜 시간을 함께 있게 될 줄은 짐작도 못한다.  왜냐하면 아빠는 언제나 집에 없는 존재였고, 그래서 아빠와 함께 있는 상황을 그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와 아빠는 서로를 잘 모른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등 아는 게 없다.  그런 아빠와 딸이 차 안 좁은 공간에 단 둘이 있으려니 불편하고 불안하다. 

 

<납치여행>은 열두 살 소녀 '하루'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서로의 동의 없이 시작된 갑작스런 여행이 하루에게는 어색하고 이상해서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좌충우돌, 티격태격 하는 사이 언제 불편하고 어색했었냐는 듯 하루는 아빠 옆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아빠를 정말 좋아하게 된다.  서로 맞춰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이것이 가족에게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텔레비전에서 가끔 대화가 없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곤 한다.  각자 방에 들어가서 각자 생활을 하는 조용한 가정.  부모님과 자녀들 간에 대화가 단절된 가정은 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걱정 등을 나누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몸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마음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슬픈 관계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무작정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하루와 아빠처럼 말이다.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소설 <납치여행>으로 우울했던 마음이 싹 달아났다.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을 발견했다는 기쁨으로 기분은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이 기분 좋은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나도 여행이나 떠나볼까.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  분명히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될 것이다.  '하루'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었듯이.

 

 

 

 

b******s 2009.04.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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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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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같은 딸, 아이 같은 아빠가 펼치는 유쾌하고 따뜻한 한 편의 로드무비   영악하고 조숙한 열두 살 소녀 하루. 하루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유괴’를 당한다. 범인은 이미 두 달 전에 집을 나간, 할 줄 아는 거라곤 하나도 없는 빈털터리 아빠. 돈도 계획도 없이, 바다에서 산으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그들의 티격태격 동행은 시작된다.   “여름방학 첫날 나는 아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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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같은 딸, 아이 같은 아빠가 펼치는 유쾌하고 따뜻한 한 편의 로드무비

 

영악하고 조숙한 열두 살 소녀 하루. 하루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유괴’를 당한다. 범인은 이미 두 달 전에 집을 나간, 할 줄 아는 거라곤 하나도 없는 빈털터리 아빠. 돈도 계획도 없이, 바다에서 산으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그들의 티격태격 동행은 시작된다.

 

“여름방학 첫날 나는 아빠에게 유괴당했다”라는 매력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납치여행』은 독특한 소재와 아빠와 딸의 로드무비 형식을 통해, 해체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족간의 진실과 사랑을 다룬 가족소설이자, 상실과 아픔 속에서도 주어진 몫의 삶을 책임지는 법을 배워가는 성장소설이다.

경쾌함과 진정성의 절묘한 균형을 보여주는 가쿠다 미쓰요의 이번 작품은, 가족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의 시간이 아니라 어떠한 시간을 함께 나누었냐임을 말해 준다.

 

 

별 내용 없는것 같은데도 속도감이 붙고, 읽고난 후의 느낌이 맘에 쏙 드는 책이다.

열두 살 여자아이의 눈과 입을 통해 해체된 가족의 쓸쓸한 단면과, 그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족간의 진실과 사랑을

쿨하게 그려낸 것이 맘에 든다. 미적미적 뜨뜻미지근한 건 정말 싫다 ;;

왠지 다 ~~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빠와 나는 마주앉았다. 상당히 호화로운 아침 상이었다.

보름달 같은 계란 프라이. 간 무를 곁들인 생선 구이. 자그마한 그릇에 담긴 산뜻한 색상의 샐러드.

유부와 당근을 섞어 버무린 반지르르한 녹미채. 흰 살 생선을 넣고 끓인 된장국. 명란에 무친 곤약.

참깨 소스를 끼얹은 시금치. 우리는 밥통에서 밥을 퍼 담고 잘먹겠습니다 하고 합창했다 [p.108]

 

요 장면에서는 나도 잘먹겠습니다 합창하며 같이 먹고 싶었고

 

열어놓은 유리문 너머로 하얀 물감을 뿌린 것처럼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고, 무성한 나무들의 초록빛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했다. 새하얀 지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느릿느릿 기어가듯이 움직이고, 매미 소리가 말을 걸 듯 하염없이 울려 퍼진다. 열린 창으로 바람이 불어들어 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바깥 경치와 정반대로 무척 시원하다. 문살 틈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 몇 점 떠 있다.

모든 것이 조용했다. 나는 길고 빨간 젖가락으로 연신 접시위의 음식들을 입으로 가져갔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p109]

 

이 부분에선 여름의 냄새가 물씬 ~ 더워서 별로인데도 벌써부터그리워지기까지 하더군요.

 

"왜 엄마나 형제는 자기가 선택할 수 없는 걸까 하고 몇번이나 생각했는지 몰라.

내내 같이 살아야 하는 너무도 소중한 사람들인데 그것만은 선택의 여지가 아예 없잖아.

친구는 고를 수 있어. 옷이며 먹을 것, 학교든 뭐든 자기 마음에 드는 걸 고를 수 있는데,

가족만 고를 수가 없다는 건 좀 불공평한 것 아닐까 하고, 난 늘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였지."

 

"지금도 싫어해 ?"

 

"그렇게 싫지는 않아."

 

"왜 ?"

 

"가족말고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그게 뭐야.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그럴거야"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소중한 것을 고르고 나면 선택할 수 없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지거든. 싫으면 잊어버려도 되고, 좋으면 같이 있어도 되고, 그런것들이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후에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싫은것도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구" [145~146]

 

내 맘같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저 글귀를 발견해 좋았던 책 !!!

 

h****0 2008.02.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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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유괴하러 와야해 <납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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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유괴하러 와야해 - p.162   이 말은 인질사건에서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스톡홀름 증후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유괴당한 사람은 조숙한 열 두 살 소녀 하루 고 유괴한 사람한 다름아닌 그녀의 아버지 이기 때문이다.   <납치여행> 은 사이가 소원해진 부녀간의 여행을 그린 책이다. 언제나 진지한점이라곤 없는 장난꾸러기 아빠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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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유괴하러 와야해 - p.162
 
이 말은 인질사건에서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스톡홀름 증후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유괴당한 사람은 조숙한 열 두 살 소녀 하루 고
유괴한 사람한 다름아닌 그녀의 아버지 이기 때문이다.
 
<납치여행> 은 사이가 소원해진 부녀간의 여행을 그린 책이다.
언제나 진지한점이라곤 없는 장난꾸러기 아빠
무얼하든 허허실실에 약간 멍한 구석이 있는 순진한 아빠는 배탈이 난 엄마에게도 장난만 치다가
야단만 맞는 조금은 한심한 아빠다.
그런 아빠가 결국엔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은지 두달이다.
하루가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아빠는 출근을 했고 아빠가 퇴근할때 쯤엔 잠이들던 하루라서
평소에도 아빠와는 데면데면한 사이여서 딱히 아빠가 그립다거나 보고싶지는 않던 하루였다.
오히려 조금은 그런 아빠가 어색했다랄까..
 
그런 하루에게 두달만에 나타난 아빠는 느닷없이 유괴여행에 동참할 것을 제의하고
조금은 무책임한 그런 여행에 하루는 그저 동참해준다.
 
이 여행이 참 재미있다. 나같으면 난데없이 사라졌다 나타난 아빠가
이리 무성의한 여행에 다짜고짜 나를 끌여들였다면 화부터 냈을지도 모르는데
하루는 그래도 어른스럽게 아버지를 따라간다.
물론 그둘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난생처음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가는 과정이라 아름답게 여겨졌다.
그날 밤, 밤바다의 수영처럼.. 아름다운 그 풍경이 내 눈앞에도 펼쳐졌다.
 
사위는 깜깜하고 머리 위에서는 작은 별들이 반짝거렸다.
이 세상이 아닌 장소, 바다가 아니라 하늘에 가까운 곳에 누워있는 느낌이었다. - p.78
 
하루는 아빠를 사랑하긴 했지만 잘 알지는 못했고 오히려 어색하게 느낄만큼 둘 사이엔 거리감이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는 여행으로 둘 사이의 벽은 어느정도 허물어지고 가까워졌다.
 
꾀죄죄한 티셔츠 차림에 햇볕에 타고 눈 꼬리가 처진 그 남자만 유독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 p.164
 
아빠가 과연 엄마와 협상하려던 건 무엇이었을까에 대해 조금은 궁금하지만
그것보단 하루와 아빠가 한 단께 가까워진 그 사랑에, 그둘의 다음 납치여행이 기다려진다.
다음에 또 유괴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몇번의 여행이 되풀이되면 하루도 아빠가 가르쳐주려 하는 것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겠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소중한 것을 고르고 나면 선택할 수 없는 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지거든
싫으면 잊어버려도 되고, 좋으면 같이 있어도 되고, 그런 것들이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후에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싫은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겠더라구. - p.146
 
책임을 회피하자는 게 아니야. 앞으로, 훗날 생각대로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떄마다
다른 사람 탓을 하면 하루, 너가 관계한 모든 일이 마음대로 안 풀려도 어쩔 수 없게 된단 말이야. - p.161
 
j*******b 2008.03.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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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존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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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이전에 가쿠다 미쓰요의 공중정원을 무척 감명받으며 읽었었다. 각각 자신의 아픔과 비밀을 가지고는 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켜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아프고 안타까우면서도 맘 한구석이 그래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납치여행도 기대가 컸는데.. 공중정원보다는 조금 아쉽단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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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이전에 가쿠다 미쓰요의 공중정원을 무척 감명받으며 읽었었다. 각각 자신의 아픔과 비밀을 가지고는 있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가족을 지켜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아프고 안타까우면서도 맘 한구석이 그래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납치여행도 기대가 컸는데.. 공중정원보다는 조금 아쉽단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또 그 안에서 상처받으면서도 또 서로를 치유해주는 그런 정말 묘한 집단인 가족이라는 관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같이 살지 않아 어색함을 가진 아버지와 딸이, 딸의 방학을 맞아 같이 여행을 다니며 서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는 길지않은 소설이지만, 아이같이 약간 철없고 가끔은 대책없으며 순수한 모습을 가진 아버지와 아직 어린이면서도 아빠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또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법을 벌써 알아버린 어린 딸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면서 더욱더 끈끈한 정을 느끼게 된다. 길지않고, 일본 소설 특유의 감상적은 문장도 없이 소박하지만 내용만은 따뜻하며 읽고나서 여운이 길게 남았다. 2권밖에 못읽어봤지만 카쿠다 미쓰요는 가족관계에 대한 내용을 잘 쓰는듯.. 가쿠다 미쓰요의 다른 소설들도 너무 궁금해졌다.
h******5 2006.08.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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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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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2살짜리 여자아이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유괴되면서 시작한다. 어느새 집안에서 사라진 아버지... 그가 그녀에게 와서 말한다. 지금부터 자신이 유괴하는 거라고...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간다.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일상을 벗어나 그렇게 시작된 아버지의 딸 유괴는 그 둘 사이의 묘한 관계를 알려주며 서로가 서로간의 관계 회복에 주력한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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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12살짜리 여자아이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유괴되면서 시작한다. 어느새 집안에서 사라진 아버지... 그가 그녀에게 와서 말한다. 지금부터 자신이 유괴하는 거라고...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간다.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일상을 벗어나 그렇게 시작된 아버지의 딸 유괴는 그 둘 사이의 묘한 관계를 알려주며 서로가 서로간의 관계 회복에 주력한다. '하루'란 이름의 그녀에게 아버지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늘상 함께 하는 가족들은 자신의 엄마와 이모들, 그리고 외할머니가 전부였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식구들은 그녀에게 있어 그다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란 존재는 그녀에게 있어 늘 필요한 존재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있어 아버지란 존재는 사라져 버렸다. 가부장제 사회를 지나온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구성원 중 제일 힘있는 아버지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예전에 김정현씨의 [아버지]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경제불황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그동안의 힘있는 '아버지'가 아닌 또 다른 성격으로 변화되었고, 점차 그 존재 의미조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때에 비해 다소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그런 시점에서 등장한 이 소설은 참 충격이었다. 물론 요즘 사회에서 아버지가 딸을 유괴한다는 설정은 그다지 심각해보이지는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요즘같은 시대에는 말이다.

 

 그러나 그 설정을 통해 이 두 사람은 서로간의 믿음을 회복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에게 자신의 딸을 유괴함으로 어떤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딸을 데리고 다니며 그동안 못해 준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전한다. 12살 어린 아이에 비친 세상과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에게 색다른 방법으로 다가온다. 아이가 보는 어른들의 세상은 실로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봐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튼 아이들이 보는 세상과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의 모습은 이 소설의 최대 강점이다. 잊혀졌던 순수함을 다시 되살려주는...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이 두 인물은 서로 성격이 바뀌어 있다. 아이는 어른같고, 어른은 아이같다. 아이의 눈에 비친 자신의 아버지와 세상은 참 어처구니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그저 짜증만 낼 뿐이었는데...

 그러고 보면 나 자신도 집에서 아버지와 마주쳐도 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저녁 시간대에 잠시 마주치는 아버지... 하지만 그 시간동안 아버지와 대화를 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떨 때는 하루에 단 한마디도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문득 내 자신이 왜 이렇게 변해버렸나 싶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에게 아버지라고 대답할 거라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난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나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은 듯 싶다. 이런 저런 핑계로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주신 두 분들과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이 소설 속에서 '하루'는 자신의 아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납치 여행을 통해서... 그것이 진짜였든 가짜였든 말이다. 이 소설의 결말은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하루'를 유괴하고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저 '하루'는 아무 것도 모른채 집으로 돌아갈 뿐이다. 자신의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 것도 모른 채...

 삶은 늘상 우리의 의지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항상 우리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그것이 과연 삶일까?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저마다 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삶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준다. 그것이 기쁨이든 아픔이든...

 

 삶을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의 상반된 시각을 통해 이 소설은 누구의 삶이 옳은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처음에는 자기 자신만을 내세우던 사람들이 조금씩 자신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그들은 그렇게 즐겁게 살아간다.

 

 삶은 마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물론 삶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방식이나 생각에 맞춰 삶을 살아간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방식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또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고 같을 것을 읽어도 저마다 느기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진정 정답이란 것은 없는 것 같다. 정답과 비슷한 것은 있을지라도... 어쩌면 정답이란 것 또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면서...

 

 

 

 

YES마니아 : 플래티넘 c***r 2009.11.1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납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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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여행>이라는 책의 제목보다도 띠지의 <여름방학 첫날, 나는 아빠에게 유괴 당했다!>라는 구절이 더 내 시선을 끌었다. 세상에 자기 아빠에게 유괴 당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고 말이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서 책을 폈다.  이 책의 주인공, ‘하루’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나’는 열두 살 소녀다. ‘나’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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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 여행>이라는 책의 제목보다도 띠지의 <여름방학 첫날, 나는 아빠에게 유괴 당했다!>라는 구절이 더 내 시선을 끌었다. 세상에 자기 아빠에게 유괴 당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고 말이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서 책을 폈다.


 이 책의 주인공, ‘하루’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나’는 열두 살 소녀다. ‘나’의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아빠의 빈자리는 이모가 대신해주고 있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바로 여름방학 첫날, ‘나’는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아빠로부터 “납치”를 당하고, 아빠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나’와 ‘아빠’, 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납치 여행’이지만, 하루의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았다면, 아니, 이혼했다 하더라도 이건 가족 여행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납치 여행이라고 했을까. 이 순간 하루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에게 ‘아빠’는 타인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까.


 다 읽고 나서, 이 책, 참 잘 읽었다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오래토록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우리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족이라는 틀에서 아빠는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들.

 내게 ‘아빠’라는 존재는 엄하고 무섭고 두려운 사람이다. 평일에는 얼굴 마주칠 일도 거의 없거니와, 주말이 되어도 일부러 아빠와 마주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떨 때는 손님같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아빠를 피해왔고, 이제는 그런 과거가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용돈 받을 때만 겨우 아빠와 눈을 마주치고, 웃고 돌아설 때면 순간 왠지 속물 같이 보이는 내가 싫고 좀 더 살갑게 아빠께 다가가고도 싶은데,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진 습관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어느 날, 여태껏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아빠가 말씀하셨다. ‘우리’로부터 소외감 느껴진다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한마디를 하는데 얼마나 어려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빠. ‘아빠’라는 말의 소중함을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얼마나 힘이 되는 단어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조용히 불러보기만 해도 알 수 없는 든든함과 믿음이 생기는 말이 또 있을까. 언젠가 지금을 돌아보고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힘을 다해 아빠를 사랑하겠다.

 이 책에서는 아빠로 한정되어 있지만, 점점 서로 멀어져가는 가족의 구성원들에게 깨우침을 주려는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 또한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결말이다. 좀 더 완벽한 결말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곧 있으면 아빠 생신인데, 형편없는 글 솜씨나마 발휘해 아빠께 마음을 담아 드려야겠다.  

 


 왜 엄마나 형제는 자기가 선택할 수 없는 걸까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몰라.

 내내 같이 살아야 하는 너무도 소중한 사람들인데

 그것만은 선택의 여지가 아예 없잖아.

 친구는 고를 수 있어.

 옷이며 먹을 것, 학교든 뭐든

 자기 마음에 드는 걸 고를 수 있는데,

 가족만 고를 수 없다는 건 좀 불공평한 것 아닐까 하고,

 난 늘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였지.





k*******5 2008.02.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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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족의 잔잔한 일상과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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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우리 가족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와 다르게, 이제는 이혼과 같은 가족파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정말 동화같은 가족 이야기만을 듣고 읽고 자라왔다. 그러한 아이들이 이제는 가정 문제를 직접 몸으로 겪게 되면서 사회와 가족과 겪는 괴리감을 더 커지게 되었다. 대여섯 명 중 한 명 꼴로 부모님의 문제가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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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우리 가족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와 다르게, 이제는 이혼과 같은 가족파괴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정말 동화같은 가족 이야기만을 듣고 읽고 자라왔다. 그러한 아이들이 이제는 가정 문제를 직접 몸으로 겪게 되면서 사회와 가족과 겪는 괴리감을 더 커지게 되었다. 대여섯 명 중 한 명 꼴로 부모님의 문제가 있을 텐데, 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교사로서도 아쉬움이 크다. 이것은 학교나 교육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가족,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가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 문제와 관련한 책을 읽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납치여행''은 일본 작가의 책이긴 하지만, 일본 작가들 특유의 분위기를 통해서, 가족 문제를 해학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사건의 흥미진진함이나, 특별한 결말, 이야기 구조가 가져오는 멋진 스토리 전개는 없지만, 이것이 정말 우리 현대의 가족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는 딸아이, 바쁘면서도 열심히 챙겨주려 하지만, 결국 아빠의 빈자리만은 채워주지 못하는 엄마, 그것을 늘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는 아빠, 작가는 그러한 가족 관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끔, 아빠가 딸을 납치한다는 가정을 보여준다. 아빠가 딸을 납치한다.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혼한 가정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납치를 해야만 함께 있을 수 밖에 없는 아빠. 아빠는 납치여행의 짧은 기간 동안 그 동안 주지 못 했던 사랑과 삶의 교훈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딸은 하루아침에 바뀐 아빠의 모습에 역시 하루아침에 바뀌길 거부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사건과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딸은 이 여행을 통해서 결국은 스스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은 아버지와 어머니와 다른 자기 자신일 뿐이라는 것을 특별한 이야기구조와, 재미만을 추구하는 구성 전개 과정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러한 잔잔한 스토리와 주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책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아빠의 하얀 유타카다 언뜻언뜻 보일 정도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발을 저어 헤엄을 치고, 그러다 지치면 통나무처럼 바다에 떠 있었다. 나는 내가 엄마와 아빠는 물론 그 누구와도 이어져 있지 않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아까 전화로 얘기한 사람은 생판 모르는 사람이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도 잘 모르는 사람인 듯한 기분이었다. 아빠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번도 곁에 있지 않았던 것 같은 기분. 하지만 결코 외롭거나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황홀할 정도로 멋진 기분이었다. 그것은 멀리 오렌지색 불빛을 바라보면서 캄캄한 파도 위에 누워 있는 기분과 너무나 비슷했다.
YES마니아 : 로얄 p******s 2006.08.0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친아버지에게 당하는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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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가한 오후. 아빠가 여어-하고 찾아온다. 이혼했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아빠를 생각없이 따라나가는 하루. 아빠의 장난일거라고 적당히 맞장구쳐주던 하루는 그것이 장난이 아님을 알게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게 심각하진 않다. 아빠와 계속해서 멀리가게되며 날씨는 점점 뜨거워진다. 엄마라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 차림에 팔과 얼굴을 까맣게 태워가며 앞으로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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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가한 오후. 아빠가 여어-하고 찾아온다.

이혼했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아빠를 생각없이 따라나가는 하루.

아빠의 장난일거라고 적당히 맞장구쳐주던 하루는 그것이 장난이 아님을 알게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게 심각하진 않다.

아빠와 계속해서 멀리가게되며 날씨는 점점 뜨거워진다.

엄마라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을 차림에

팔과 얼굴을 까맣게 태워가며 앞으로 전진.

가끔씩 엄마에게 거는 아빠의 전화가 제법 진지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지만 이야기는 심각해지거나 파국으로 내닫지 않고,

하루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끝난다.

 

아빠에게 납치당했던 한여름의 추억만 남긴채.

 

처음에는 제목때문에 서가에서 뽑아들었던 소설이었다.

몇 년전 겨울, 도서관 실습때의 일이었다.

당시의 추운 날씨와는 달리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소설 속 풍경이 좋았다.

 

하지만 아직도 이 책을 보면 그때의 추운 날씨가 연상되니

잘 모를 일이다.
수월하게 잘 넘어가는 책.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특별히 우리가 무언갈 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l******l 2008.03.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