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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에서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꽤 똘똘한 녀석이었는데, 그 강아지가 죽고 나서는 집에 반려견을 키우지 않게 되었다. 생명이 있는 것을 키운다는 건 그 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더더욱 집에서 생명을 키우고 싶지 않아졌다. 아마 앞으로도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키울 것 같지는 않다. 나도 내 인생을 어떻게 못 하는데, 반려견이나 반려묘라니. 견이나 묘가 아닌 햄스터. 한때는 그것도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햄스터는 작기에 보다, 편하게 기를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 또한 생명이니까.
이번에 읽은 책은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이라는 책이다. 5편의 연작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햄스터 3부작이라 할 수 있는 ‘돌아온 햄스터’, ‘햄스터 잠들다’, ‘달려라 햄스터’. 3부작은 돌봄에 대한 권력 관계를 이야기한다. 소설 속 소설의 형식으로 현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잃어버린 동물에 대한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은 현수. 어느 날 햄스터를 잃어버린 여자 혜원을 만난다. 혜원과 가까워진 현수는 자신의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고급스런 혜원의 아파트를 부러워한다. 어느 날 현수는 혜원의 햄스터가 된다. 햄스터 케이지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지만 완성하지 못한 소설이 눈에 밟히게 되는데.. 현수의 사촌 형은 초등학교 교사. 부모가 원하는 교육과 교사가 생각하는 교육의 차이. 그리고 학부모와의 갈등이 법적 조치까지 가게 되는데. 초등학교 4학년 미주는 아버지와 둘이 산다. 학교에 가던 어느 날 미주는 어미 햄스터와 갓 낳은 새끼들이 있는 상자를 발견하고 아빠 몰래 키우게 된다. 햄스터를 학교에 가지고 간 어느 날 이웃에 사는 불량한 형제는 햄스터를 빼앗고 그 햄스터를 해부하게 되는데.
작고 귀엽다는 건 그만큼 사랑받을 확률이 높다. 단 주인의 말을 잘 들어야 하고 통제 가능한 것이어야겠지만. 동물도 그렇지만 사람도 그런 것 같다. 사람도 아기일 때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하지만 이유를 알지 못하는데 운다고 하면, 그 예쁨이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 맞춰 먹을 것을 줘야 하고 기저귀를 봐야 하고, 어디가 아픈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조금 더 자라 걷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더 정신없다. 떼를 쓰기 시작하면 답도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를 낳는 것보다는 반려견이나 묘를 키우는 것 같은데. 이것도 아니면 보다 색다른 그 무엇을.
처음엔 예쁘고 신기하고 좋겠지만, 그 귀여움이 건강함이 오래가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 책임을 하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몰래 버리기도 하고, 죽게 내 버려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돌봄이라는 것은 즉흥적으로, 기분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생명이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도 어떤 부모나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생을 살다가는 걸 보면. 삶도 복불복인 건지.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생각, 그리고 교육을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교, 교사의 생각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다니. 각자의 다른 입장에서 누구보다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이래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고. 세상에 온전히 통제 가능한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그냥.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마음이 무거워진. 그렇지만 읽기 잘한. 그런 책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eygirl0903/224086581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