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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년,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을까? 더 나아가 1919년부터 1945년까지 식민지 조선을 관통한 '붉은 시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을까? 이번에 읽을 기회가 있었던 박노자의 <붉은 시대> 잊혀진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라는 의미와 함께,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상상력의 원천을 제시한다. 책이 드러내는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의 꿈은 독립을 넘어선 사회 전체의 혁신적 쇄신에 대한 비전이었으며, 그 유산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1919년은 "반란의 해"였다. 1968년보다도 더 급진적인 해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대전과 스페인독감 팬데믹, 그리고 경제 불황이 겹치면서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폭발 직전"에 있다는 절박감이 전 지구를 덮고 있었다. 이러한 전 지구적 맥락에서 조선의 3·1운동과 이후 사회주의 운동의 부상을 이해해야 한다. 조선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꿈꾼 것은 독립 회복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안적 근대성"을 추구했다. 서구 자본주의 근대성의 모순과 한계를 날카롭게 통찰하면서, 조선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것이다. 이들의 비전에는 8시간 노동제, 최저임금 보장, 성평등, 무상교육, 무상의료, 토지개혁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당시로서는 극도로 급진적인 의제들이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제도들의 원형이기도 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의 국제주의적 시각이다. 조선 공산주의자들은 조선의 해방을 중국, 팔레스타인 등 전 세계 피억압 민족의 해방과 연결해서 사고했다. 그들에게 민족 해방은 세계 혁명의 일부였으며,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맞서는 글로벌한 투쟁의 고리였다. 이러한 초국경적 연대 의식은 오늘날 기후 위기나 불평등 문제 등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조선 사회주의자들의 가장 탁월한 통찰 중 하나는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었다. 1930년대 중후반 전체주의적 국가 이데올로기가 유럽과 일본에서 득세하고 있을 때, 조선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파시즘의 철학적·사회정치적 뿌리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박치우를 비롯한 이들은 '민족문화'의 보수적 본질화와 단군 신화에 기반한 혈통주의적 민족 담론의 위험성을 일찍이 경고했다. 그들은 민족을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태어나"는 역사적 산물로 파악하고, '민족성'으로 표현되는 "영구하고 탈역사적인 불변의 특성"이 허구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혈통 중심의 민족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을 강조했다. 파시즘이 개인을 민족(국민)국가의 유기적 부분으로만 허용하고 개인의 자유를 국가의 요구에 의해 제한하는 것과 달리, 조선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사회적 모순에 대한 "주체적" 이해를 통해 역사 발전을 이끌어가는 개인의 능동적 역할을 중시했다. 이러한 주체성 개념은 훗날 북한의 주체사상으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그 원래 의미는 개인의 비판적 사고와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조선 사회주의 운동의 특징 중 하나는 "아래로부터의 동원"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엘리트 지식인들의 관념적 운동이 아니라, 백정, 기생, 여성, 청소년까지 포함하는 "유례없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이었다. 적색노동조합과 적색농민조합, 야학과 독서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대중"이 "사회정치적 주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꿈꾼 사회주의 사회는 특권층의 지배를 타파하고 노동자와 농민이 "생산과정과 자신이 속한 현장의 문제에서 더욱 주인이 되"는 사회였다. 현장 민주주의를 통해 노동자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무상 고등교육을 통해 "비특권층 출신의 계층 이동 가능성"을 보장하려 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경제적 의미에서 더 민주적인 사회"의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이들의 강령에 포함된 여성 관련 의제들은 주목할 만하다. 성평등, 성매매 철폐, 출산수당과 모성 휴가 보장, 여성과 아동의 위험한 노동 금지 등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주장이었다. 이러한 젠더 관점은 민족주의 계열 단체들에도 영향을 미쳐, 신간회 같은 조직들도 성평등 의제를 지지하게 만들었다. 식민지 조선 공산주의자들이 제시한 사회 비전은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제도들의 원형이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노령연금, 실업수당, 8시간 노동제, 파업권 보장 등은 모두 이들이 먼저 주장한 것들이었다. 해방 후 북조선이 "1950년대 중반에 공식적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최초의 제3세계 복지국가 가운데 하나"가 된 것도 이러한 유산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남한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초안한 유진오는 본래 마르크스주의자였으며, 헌법은 처음부터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의 조화"를 기본 정신으로 삼았다. 심지어 박정희의 경제 개발도 '경제 계획'이라는 사회주의적 개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사회주의적 사고가 훨씬 깊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복지국가 개념,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민주주의적 발상 등은 모두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 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 한번 전 지구적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 변화, 심화되는 불평등, 민주주의의 후퇴, 파시즘의 부활 등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자들의 비전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첫째, 그들의 국제주의적 시각은 오늘날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 필요한 연대 의식을 제공한다. 기후 위기나 팬데믹 같은 문제는 일국적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하다. 식민지 조선 공산주의자들이 보여준 초국경적 연대 정신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참고점이 될 수 있다. 둘째,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현재 한국 사회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강력한 혈통 중심 민족주의는 사회 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족을 역사적 구성물로 이해하고 보편적 휴머니즘을 추구했던 이들의 시각은 "포스트 종족-민족주의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셋째,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참여적 의사결정에 대한 강조는 현재의 대의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유용하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 현장 민주주의, 시민의 정치 참여 확대 등은 민주주의를 더욱 실질적이고 포용적으로 만드는 방안이다. 넷째, 복지국가와 사회적 평등에 대한 비전은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기본소득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들의 포괄적인 사회보장 구상은 여전히 유효한 참고 자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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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오슬로 국립대 교수의 새 책 <붉은 시대>가 출간되었다. 그는 1919년에서 1930년대 후반까지를 ‘붉은 시대’라 명명했다. 항일투쟁의 역사에서 공산당 활동에 참여한 이들의 길을 샅샅이 훑어 그들의 활동이 식민지 조선에 미친 영향과 오늘날에까지 이른 면면을 짚는다. 광복 80주년,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5년을 기념할 의미 있는 책이다. 먼저 그는 1919년을 전지구적 반란의 해라고 불렀다. 1919년에는 세계대전과 스페인독감 팬데믹이 있었다. 러시아,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노동자들의 봉기가 이어졌다. 그해 조선에서 일어난 범민족적 시위 군중은 여성, 청소년, 천민계급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었고, 대중정치의 핵심 주체 ‘인민’이 탄생하여 근대사회가 명확한 골격을 이루었다. 붉은 시대의 사회주의적 급진주의는 조선의 근대문화에서 새로운 기여를 했다. 1부는 조선 공산주의운동 주체들의 조직, 분파투쟁과 공산주의 강령을, 2부 ‘새로운 지식’에서는 붉은 시대에 활동한 주요 인물들의 궤적을 따라간다. 이 책으로 알게 된 놀라운 점은 그 시대에 요구했던 것들이 오늘날 인권, 노동권과 복지국가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김철주가 지도하는 전북 공산주의자 그룹의 강령 내용은 이렇다. 모든 시민의 무상의료, 무상의무교육, 국영 노인요양원과 국영 고아원 운영, 공창제 폐지와 사적 토지 몰수, 석방된 정치범의 생계 보장이다. 노동부문에서는 야간조 노동에 특별 임금, 청소년의 야간 노동 금지, 미성년자(16세 이하)와 연장자(45세 이상)의 노동 폐지 등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이루어진 것도 있고 여전히 요원한 것도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연구했을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덕분에 100여 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지식인, 농민, 노동자 구분 없이 그들이 추구했던 근대화의 열망은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가히 뜨거웠다. 이승만이 대통령이 되고 한국전쟁 전후 공산주의자들은 일제 강점기 보다 더한 탄압으로 숙청당했고 독재자 박정희로 이어졌다. 저자는 결론에서 ‘1945년 이후 북조선과 남한의 궤적은 식민지 조선의 불꽃같았던 붉은 20년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또 ‘해방 이전 조선의 지적 세계에 동시대와 그 이 후에 깊은 흔적을 남긴 전통이 존재했다’는 것을 이 책으로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저자가 증명하는 붉은 시대의 모습과 인물들을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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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시대> 냉전시대에 자라 정치를 청소년기에 읽은 <태백산맥>으로 배운 나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가 같이 쓰일 수 없는 용어로 익혔다. 그러다 어느 책에선가 독일의 정치인, 빌리 브란트의 당 이름이 ‘사민당’이라는 것을 읽었다. 어느 덧 영국의 노동당, 프랑스의 사회당, 스웨덴의 사회민주노동당 등 유럽에서는 이 두 단어를 함께 쓴 정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즈음에는 선진국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어슴푸레 깨달았던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나는 기독교를 받아들인 민족주의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나 1, 2차 세계대전 사이,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때의, ‘붉은 시대’라는 당시의 시대정신이 담긴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며 조선의 좌파운동을 전개하고 6.25 전쟁 이후 북으로 향한 ‘그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통해 제 3자의 시선으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던 박노자 저자의 이 책, <붉은 시대>는 올해, 광복 80주년이자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 우리가 ‘빨갱이’로 치부하며 연루되려 하지 않았던, ‘그들’의 공산주의 운동을 연구한 책이다. 이 활동에 참가한 조선혁명가들 –지식인들과 학생들, 망명자, 노동자, 농민들과 함께 1920년대의 당내 분파 논쟁과 그들의 강령, 전략, 실천이 이후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살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7장의 ‘조선인 여행자의 눈에 비친 붉은 수도 모스크바’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소제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떠올리는 챕터이기도 했다. 이 조선인 목격자들은 “1920년대 모스크바의 심각한 빈곤과 1930년대 스탈린주의 모스크바의 보수적 선회를 모두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붉은 수도’의 진정한 성취, 즉 인종차별을 척결하고 과거에 억압됐던 노동자들에게 고급문화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게 한 노력은 정당한 평가를 받았”(p.254)다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당시의 러시아를 부러워했을 조선인 목격자들이 상상되면서 동시에 지금의 러시아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목격자들과 반대의 행보를 걸어오며 푸틴의 나라를 벗어나 우리나라에 귀화한 박노자 저자의 이런 연구가 감사하면서도 그 사회주의의 원조격인 소련의 수많은 사라진 사회주의자들은 누가 연구해줄까라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한 책이다. 그렇기에 더 신랄하게 비판할 수 밖에 없는 저자의 스타일에 공감이 간다. #붉은시대#박노자#한겨레출판#하니포터11기#하니포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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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 이후 남한 정치사회계의 무조건 반사, 가히 만능 트리거라고 불러도 좋을 게 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공산주의,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일 것이다. 기실 들여다보면 그 내용은 전혀 낯설지 않으나 무슨 불에 덴 것처럼 입에 담기조차 조심스러워하는 그 이름 공산주의, 붉은 깃발은 흔한 수사처럼 정말 중국과 함께 한반도로 흘러들어온 것일까? 한국은 올해로 광복 80주년, 조선공산당 창당으로는 100주년을 맞이했다. 일제강점기와 전간기 모두에 한반도에는 공산주의 운동이 자리잡았고, 그 사이 여러 단체가 생겨났다 사라지며 충돌하기를 반복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분명 하루아침에 생겨난 사조와 충돌이 아닐텐데도, 그 이름과 단체들은 근현대사 교육에서도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마치 지워진 것처럼. p.39 조선과 일본 또는 다른 곳에서 전간기 급진파들의 한계가 무엇이었든, 그들은 많은 측면에서 농업의 재구조화, 탈식민화, 성평등과 복지국가가 구현될 1945년 이후 세계의 선구자였다. p.93 근대성은 사회적 이동의 새로운 패턴과 범게급적 사회적 집합체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동을 가능케 했는데, 공산주의자는 누구보다 여행을 더 많이 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지도하는 (...) 많은 노동자는 시골에서 올라온 이주민, 일자리를 찾아 서울이나 다른 고성장 산업도시로 온 농촌 일꾼이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에서 이어진 1922년 소련 건국은 자연히 식민지 조선과 각국의 망명운동가, 때로는 유학파 지식인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신분제 철페, 노동자의 조직, 노동환경 개선과 부의 재분배 등 국경을 넘어 구질서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필연히 민족주의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맺었던 것이다. 유학파와 대중, 토착노동자와 이민자 사회까지 '븕은 물결'에 온 성원이 참여한 것에 의심할 바가 없다. 저자는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코민테른의 유산 등 식민지배기의 '조선인'의 발길이 닿은 곳곳에서 수집한 문헌과 증언을 토대로 평등사회와 독립에의 이상과 피가 넘쳐흘렀던 혁명과 투쟁의 시기 조선과 식민지의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의 운동과 연구 양면에서의 궤적을 '붉은 시대'의 이름으로 재조명한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의 '좌파 운동'은 어디를 떠돌고 있는가. p.158 공산주의 강령은 사회적 급진주의, 정치적으로 포용적 태도, 경제적 실용주의, 그리고 민주적이고 해방적인 모더니즘의 유기적 결합을 의미했고, 이는 최대한의 대중적 지지를 받아낼 수 있도록 계산된 것이었다. (...) 러시아의 혁명적 볼셰비키 강령과 유사하게, 조선 공산주의 강령은 1945년 전후로 좌파의 대의에 대한 상대적으로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저 입말로나 이용되는 혁명과 붉은 깃발은 과연 무엇을 위해, 어떤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가. 백 명이 모이면 백 한 개의 노선으로 갈라지는 분열과 대립의 연속은 더이상 낯설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며 고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힘입은 극도의 폭력이 망령처럼 득세하는 요즘에조차 저항과 혁명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현학적인 밥그릇 투정의 이미지에 잡아먹히고 있다. 시공을 톺아보는 이 여정에서 독자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전쟁과 독재를 거치며 거듭된 이념 탄압에 휩쓸린 지적, 사회적 탐구와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과거를 실패가 아닌 의도된 망각으로 이해할 때, 끊임없는 다툼과 분열을 단결된 투쟁으로 선회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위기에서의 돌파구를, 너무 오래 닫혀있어 벽이라 여겨지는 잊혀진 문을 열어젖힐 수 있을 것이다. p.308 1930년대 후반까지 풀뿌리 조선의 대부분에 침투했던 좌파 지하활동가들의 네트워크는 대개 한국전쟁 전후로 절멸했다. 그러나 1980년대 노학연대운동은 그 자체로 남한에서 전후 사회주의적 전통의장기적 발전의 결과로, 노동 활동가 한 세대 전체를 사회주의사상으로 교육시켰다. p.309 남북한의 사회주의는 실패라기보다는 고점과 저점, 강화와 침체, 패배와 승리를 반복하는 투쟁의 연속이다. 사회주의는 20세기 한반도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다른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투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투쟁은 조선(한국)의 근대사와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도서제공: 한겨레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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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시대'는 확실히 어렵다. 다만 극우 민족주의와 결합한 자본주의의 종말을 내다 본 4장에서의 '박치우'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면, 끝내 그 어떤 흥미를 갖지 못한 채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전작 중 인물들에 대한 탐구를 한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이 떠올라 지난 저작이 독립과 사회주의에 힘쓴 인물들을 조명했다면, 이번 '붉은 시대'는 그 시대의 흐름 자체- 사상 분파 궤적과 조선 시대의 전반적 사회분석 등 폭넓고 깊게 접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민족 개념에 대한 정리가 되어있고 현재의 남한과 북조선의 상황이 담겨 있는 5장의 내용이 가장 접근하기 좋았기 때문에, 혹 '붉은 시대'를 시작하려는데 벽이 느껴지는 독자라면 5장의 내용으로 책을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898년 민족이란 단어가 들어온 이후 "민족이 국민보다 더 넓은 개념, '국민'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여성과 청소년도 포함하는 개념(198)"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지금과는 결이 다른 주제가 되었지만, 민족 간 결혼의 적합성에 대한 시선이 같은 민족주의 사상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현재 동아시아 국가간의 관계가 어찌되었든 한국의 '붉은 시대'를 이야기함에 있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각 국가별 상황에 대한 내용이 빠질 수는 없었다. 시대적으로 1900년대 초중반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강점기 상황의 특수성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6장 1945년, 김사량의 중국 해방구 관찰'과 '7장 조선인 여행자의 눈에 비친 붉은 수도 모스크바' 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 7장 러시아에 대한 내용이 새로웠다. 인종, 문화적으로 일본이나 중국보다 더 차별적이기도 하고 특히 성평등의 관점에서 차이가 두드러져 흥미로웠다. " 조선인 목격자들의 관점에서 일부 주목할 만한 변화는 남녀 관계의 영역에서 일어났다. 공산주의에 경도된 목격자들은 여성이 작업장에서의 자기실현과 모성을 결합시킬 수 있도록 고려한 모성 보호 제도와 사회화된 어린이 보육 시스템에 찬양을 아끼지 않았다. 258" 는 내용이나 "소비에트는 남녀 모두에게 선거권을 부여했다. 264"는 내용과 더불어 성노동자에 대한 제도와 문화적 차이가 함께 설명되어 페미니즘의 시류와 여성의 인권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었는가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책장 안에서 한참을 골몰하다 보면 저자에 대해 생각이 미치고, 읽는 동안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왜 이토록 낮은가 자괴감이 드는 동시에 왜 독자들에게 이런 괴로움을 안겨주는가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해방과 건국 당시 새로운 한국 사회를 형성하는데 있어 큰 틀을 차지했던 공산주의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했음을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접하기에 앞서 도움이 되는 평을 구하고 감상을 나누기 위해 글을 살폈을 독서가들에게, 배워가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남기는 후기의 부족함에 양해와 더불어 도움의 첨언을 바란다.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극우화 현상이 나타나고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만연해지는 근래의 분위기는 언급된 1919년과 또 다른 '전 지구적 반란의 해(14)'가 아닐까 싶다. " 대공황과 또 한번의 세계전쟁이 분출한 인종-민족주의적 "전체주의"의 광풍 속에서 객관성과 보편성을 강조하는 진보적 근대 문화 전체의 소멸(31)"을 지켜보던 1940년대 임화의 상황과 위태로운 지금의 국제정세는 비슷한 불안감을 야기한다. 때문에 왜 지금 '조선의 붉은 시대'를 재조명하는가 다시 돌아보면 '과거는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자본주의의 위기와 극우화를 향한 쇄신의 길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답변이 아닐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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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보자고 골랐음에도 <붉은 시대>는 쉽지 않은 책이긴 했다. 역사, 철학에 대한 기초가 거의 없는 상태라 더 그랬을 것 같다. 그래도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는 건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모호하게 알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치우쳐 있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붉은 시대>를 끝까지 다 읽고나니 꽤나 뿌듯한 마음이었다. 반공주의가 익숙한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덕에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문구가 자동으로 생각날 정도로 ‘공산주의’, ‘사회주의’하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1920~30년대 조선에서 벌어진 사회주의운동과 그 안에서의 문화적/사회적 현상을 살펴본 경험은 나의 편협한 시각과 현대 한국 사회의 형성 과정에 대한 무지를 깨달은 시간이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파트는 ‘3장 공산주의 강령’이었다. 1925년 창단한 조선공산당에서 제시한, 그리고 풀뿌리 조직가로 활동한 이재유, 이기택과 같은 이들이 제시한 강령에는 성평등, 노예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무상 교육 등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겨우 누리게 되었거나, 여전히 투쟁 중인 복지 관련 제도들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급진적인 사회적 요구가 포함된 강령 속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의 노동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성인보다 적은 노동 시간을 요구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도 일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5장 사회주의 민족 개념과 역사’ 파트를 읽고나서는 국사 시간에 별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인 고조선, 단국 신화 등을 통해 접한 ‘민족’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오랜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뛰어난 특성을 가진 단일 민족. 이런 식의 접근이 그 당시 조선에서도 부정적으로 비판받는 개념이었다고 한다. 핏줄, 혈통 위주로 민족이란 개념을 한정지으며 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 세우니’와 같은 가사가 또렷이 기억나는 것처럼 내 안 어딘가에 종족-민족주의 개념이 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져 보기도 했다. 조선의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에서부터 2000년 남한에서 민주노동당이 출범하여 사회에 미친 영향까지, 시대별로 간략하게 남한과 북조선의 사회주의를 설명한 ‘후기 남한과 북조선의 사회주의’ 파트에는 낯익은 내용들이 종종 보여서 반가웠다. 사회주의의 영향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역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어린이의 주체성을 존중한 방정환의 활동이 사회주의적 이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나 노무현 정부의 일부 유치원 교육 무상 제공 및 노인 장기 요양 서비스 확대 등과 같은 복지 확대 정책,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이었던 ‘주당 최대 노동시간 단축’ 등이 기억에 남는다. ‘주당 최대 노동시간 단축’이 실제 제기되었던 것은 1960, 70년대의 노동 투사들과 학생 활동가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꽤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루어 낸 성과였다. 남북한으로의 분단, 군사적 대치, 그리고 남한에서의 반공주의 탄압과 북한에서의 식민지 시대 공산주의 경험과의 단절을 위한 숙청 같은 역사가 없었다면 1920~30년대 조선의 사회주의운동으로부터 이어진 사회주의가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영향을 미쳤을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서로를 비판할 수 있는 대등한 위치에 있었다면 2000년 민주노동당의 정치 무대 데뷔 이후에야 뿌리내리게 된 ‘복지’ 관련 제도들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금보다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뭐 이미 흘러가버린 역사지만. * 하니포터 11기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솔직히 나는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하고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보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래서 '공산주의'는 낡고 위험한 사상, 혹은 그저 실패한 역사쯤으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단편적인 생각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왜 100년 전 식민지 조선의 그토록 많은 지식인과 민중이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꿀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자본주의는 기회의 땅이 아니라 제국주의와 결탁한 착취 시스템 그 자체였다.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법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존엄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였다. 이 책은 그들의 선택이 이념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아니라 비참한 현실에 대한 인간적인 저항이었던 것이다.
조선공산당이 내새웠던 강령은 100년 전의 주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급진적이고 선구적이었다. '8시간 노동, 최저임금, 실업수당 보장, 유급 출산 휴가, 성 평등, 성매매 철폐'같은 것들이다. 현대 사회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주제들이다. 그들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백정, 기생, 여성,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지향했다. 기존의 모든 차별과 불평등을 전복하고 완전히 새로운 인간상을 바탕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치열함 덕분에 지금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들의 씨앗이 뿌려진 것 같다.
8.15 광복절을 막 보낸 참이라 그랬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마음이 유난히 무겁고 뜨거웠다. 책을 넘기는 내내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을 향한 그들의 외침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21세기판 반공주의가 각종 혐오와 결합해 다시 고개를 드는 시대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잊혀진 역사를 다시 불러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해준다. 식민지 조선의 공산주의자들이 꿈꿨던 세상은 비록 실패로 끝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망각은 미래의 가능성을 잃어버리는 일과 같다. 극우의 시대를 헤쳐 나갈 실마리는 우리가 외면해왔던 바로 그 역사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잊었던 질문을 되찾게 하고 얼어붙었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었다. #붉은시대 #박노자 #조선공산당 #항일운동 #식민지조선 #한국근현대사 #사회주의 #역사책추천 #인문학 #북리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1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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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항일운동의 역사는 민족주의와 독립운동이다. 그 외의 다른 목소리와 실험들은 종종 지워져 왔다. 박노자의 <붉은 시대>는 바로 이 잊힌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저자는 1919년부터 1945년까지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 운동이 세계사적 혁명 흐름 속에서 어떻게 태동하고 실천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식민지 조선의 '붉은 20년'을 '의도된 망각'이라 칭하고 있는데 실제 나 역시 처음 접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역사가 너무 많구나. 권력과 지배 이데올로기가 불편해한 역사는 아예 지워졌고 그 자리에 단선적인 민족주의 서사만이 남았다. 역사를 읽으면 항상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의도된 망각'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내가 지금껏 배운 역사적 지식은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걸까.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이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바로 이 '의도된 망각'을 정면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봉인된 진실을 하나씩 열어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붉은 시대>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노자의 저서이다. (저자는 소련의 레닌그라드 출신으로 2001년에 한국으로 귀화했다. 그의 배경은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운동을 세계사적 맥락에서 바라보기에 독특한 강점을 제공한다.) <붉은 시대>는 일제 강점기 조선 사회주의 운동을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조명하는 역사서이다. 조선의 사회주의자들은 단순히 새로운 사상을 수입한 지식인이 아니었다. 그들의 이념은 책상 앞에서 토론하는 추상적 사유가 아니라 거리와 감옥에서 몸으로 부딪힌 실천이었다.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했고, 검열과 체포, 추방을 감수하면서도 사상을 전하려 했다. 이들에게 사회주의는 머리로만 이해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삶 전부를 건 실험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실패와 좌절마저 하나의 역사적 성취로 남는다. <붉은 시대>는 이들의 흔적을 복원하여 우리가 의도적으로 망각해온 역사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나에게 이 책이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지점은 여전히 먹히는 선동논리인 "공산전체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에 맞설 논리의 근거를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나는 이런 구호에 뒷목을 잡을 정도로 답답해하면서도 공부가 부족해서 그것을 조목조목 반박할 지식과 근거가 부족해 답답함을 느껴왔다. <붉은 시대>는 조선 사회주의 운동이 단순한 전체주의적 충동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서고 민중의 삶을 개선하려는 구체적이고 치열한 실험이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는 이념을 종종 선언적 구호나 온라인 담론으로만 소비한다. 그러나 <붉은 시대>속 인물들에게 사상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고 하루하루를 관통하는 현실 그 자체였다. <붉은 시대>는 지나친 미화도, 강요된 망각도 거부한다. 그들의 성취와 실패를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역사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저자가 불러낸 이 붉은 기억은 우리에게 또 다른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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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교수님의 글은 아픔이 느껴집니다. 생각지 못한 역사와 상황, 그것을 인간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교수님의 통찰은 무지한 나를 아프게 때리고, 그 역사의 벅판을 살았던 삶에 대한 미안함과 부채의식이 또 한번 아프게 합니다. 붉은 시대 그래서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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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나는 <붉은 시대>에 통해 그동안 몰랐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실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의도된 망각’이라는 저자의 말이 참 적절하다. 2025년 지금, 공산당이란 단어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수많은 항일투쟁의 역사가 지워졌던 것이다. 이 책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함께 전개된 항일투쟁의 역사를 담아냄으로써 망각에서 깨어나기를 돕는다. 어떠한 사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시야를 넓히기 위한 역사서이다. 치열하게 싸운 인물들에 대해서도 소개하는데, 이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김사량, 신남철, 이재유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모두 낯선 이름이었다. 나의 무지를 반성하며 그동안 겉핥기식으로 역사를 배웠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앞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다. ‘의도된 망각’을 거부하고 우리 안의 해방 공간을 복원하자는 저자 박노자의 제안. 내용이 어려웠지만 광복 80주년이라는 핑계를 삼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