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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상한 세상을 대변하듯 동화는 더는 어린이를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재해석하거나 각색해서 삶에 대입하는 방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내 기준으로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을 처음 접했던 건 10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다.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의 삶은 날 선 칼날 위를 걸어가는 것과도 같다. 그만큼 견뎌내야 하는 것과 견뎌야만 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따뜻함을 내재한 것들을 찾아 헤맨다. 어린 마음에 깊게 새겨진 동화 한 편쯤 누구에게나 있다. 그 가운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동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어린 왕자』다. 『어린 왕자』는 유년 시절 만나게 되는 최초의 외국 동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 왕자』야말로 어른을 위한 동화의 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책이든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아직 이 동화만큼 읽을 때마다 절절한 감정의 깊이를 전해주는 동화는 만나보지 못했다. 황경신 작가가 『한 입 코끼리』의 화자, 8살 소녀 친구로 373살 보아뱀을 낙점한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아이의 눈에 보아뱀은 보아뱀이다. 하지만 어른의 눈에는 그저 모자일 뿐이다. 이게 바로 아이와 어른의 시각 차이, 환경의 차이, 시간의 흐름에서 존재하는 간극이다. 어렸던 시절, 세상은 무궁무진한 호기심의 세계였다. 모든 게 대단해 보였고 환상으로 가득한 보물섬 같은 존재였다. 반면 어른이 된 후 차츰 호기심이 충족돼갈수록 세상은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떠도는 사람들로 득시글거린다. 어른이 될수록 포기해야 하는 것도 체념해야 하는 것도 늘어간다. 그런 삶에 잠식되어 사는 재미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8살 소녀와 보아뱀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본성의 나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림 형제의 동화는 동화임에도 잔인하고 통속적인 세상의 실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요즈음 한 번씩 그림 형제의 동화를 다시 만날 때마다, 아이들이 이런 내용을 읽어도 될까 같은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세상이 찬란한 무지갯빛 향연은 아니라는 건 안다. 지금의 아이들이 그 옛날 아이들만큼 무지하지 않다는 것도. 하지만 난 그렇다. 세상의 각박함을 빨리 알아가는 것보다 조금은 천천히 알아가는 아이들이길 바란다. 누구는 비웃음을 흘릴지 모르지만, 아이는 아이다운 천진함으로 무장했을 때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임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는 그림 형제의 열여덟편 동화가 소개된다. 소녀는 동화를 읽고 나름의 질문을 보아뱀에게 던진다. 질문하고 답변함과 동시에 아이의 사고는 확장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열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에서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소녀의 질문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고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 성장하고있는 것이다.
소녀의 질문 속에는 어른이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이제는 머리로 기억하지 않아도 몸에 익어 저절로 기계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소통, 관계, 삶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말이다. 아주 가끔, 세상에 찌들어있는 나를 보며 흠칫거릴 때가 있다. 마음은 언제까지나 순수하고싶지만 이미 나는 아이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어른이 되어도 마음 속에는 어린 아이가 존재한다지만 실상 이미 나는 어른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는 거다. 어릴 때 읽던 동화는 대부분 해피엔딩에 권선징악의 주제 일색이었다. 그래서 삶 또한 동화와 비슷한 게 아닐까, 잘은 모르지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었다. 삶은 동화보다는 리얼리티 다큐였다. 그랬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거대함 투성이었다. 알아가야 할 것들로 가득해서 무궁무진하고 찬란한 세계였다. 지금은 알아가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당연하게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해둔 틀 속에서 상처 입고 깨져버린 마음의 허함. 8~9살 아이의 눈과 마음에 투영된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다. 궁금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진짜 어른이 되지 않는 한,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삶의 무게란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그것이다. 보아뱀과 함께 한 몇 달은 아이의 의식 속에 잠재돼있는 어른 세계이자 현실의 바로미터일지도 모른다. 궁금했던 호기심이 보아뱀이라는 지혜의 샘터를 만나 차츰 확장되고 충족되며 또 다른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과정 자체가 말이다.
"너무 애쓰지마. 삶은 절절한 허구야." 언젠가 잠이 든 내 머리맡에서 보아뱀은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는 몰랐던 말의 의미를 알게 될 때, 심장 깊은 곳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혈관의 구석구석을 통과할 때, 문득 삶은 절절해진다. -243~244쪽
책 한 권을 읽고 세상이 살만해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책은 없다. 다만 조금씩 깨우쳐간다. 조금씩 되짚어본다. 잊었던 것들, 잃었던 것들, 잊지 않아야 할 것들, 소중하게 지켜가야 할 것들을 말이다. 『한 입 코끼리』는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책이지만,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아이는 책 속 화자이자 질문자가 되고 어른은 보아뱀이 되어도 좋겠고 역할 바꾸기를 해도 재밌을 것 같다. 때로는 아니 어쩌면 매 순간,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정확한 지혜를 전해줄 때가 있으니까. 복잡함 투성이인 어른의 눈과 마음보다 단순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사실 삶은 단순하다. 단순함을 넘어서려고 하는 삶에 과하게 심취해버린 어른이 있을 뿐. 이즈음에서 나는 고민한다. 내가 딛고 서있는 이 거대한 세상속, 그 안의 저 그림 한점은 보아뱀일까 모자일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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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고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크리스마스 전이었던 것 같은데 텔레비전에서 만화를 했다. 그 당시 나는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이었다. 그때 내 또래의 여자 아이가 차가운 겨울날 양동이에 물을 받아오는 장면이 있었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는 크리스마스이브. 여자 아이는 다 터진 손을 호호 불며 집으로 왔지만 주인 여자와 주인 집 딸은 여자아이를 무시한다. 그리고 밥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여자 아이는 홀로 창고 같은 방에서 다 터진 인형을 부여잡고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 한다. 눈물을 흘리며.. 그 장면을 보며 만화인데도 나는 엉엉 울었다. 가끔 오빠한테 치이고 언니한테 치이고 동생한테 치이는 내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아서... 이후 나는 이야기에 몰입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글을 알고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 뭔지 자세하게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공주와 관련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때론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고 때론 백설 공주가 되는... 이후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는 현실에 공주는 없구나 싶어서 주인공에 심하게 몰입하지는 않지만, 엄마한테 혼나거나 혼자가 되면 나는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나는 이 집의 딸이 아니라, 입양된 아이였다거나, 내 부모는 따로 있지만 지금은 키울 수 없어 이 집에 있는 거라는 둥.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지만... 그 시간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황경신 작가도 어린 시절 상상의 나래를 펼친 그런 사람이었을까? ‘한 입 코끼리’는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 뱀과 여덟 살 먹은 여자 아이의 재미있는 이야기다. 여자 아이는 그림형제의 동화 열여덟 편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한다. 373년을 산 능구렁이(?) 같은 보아뱀과 이제 조금 세상을 알아가는 여덟 살의 아이. 어떻게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조합이지만 상상할 수 없기에 더욱 흥미를 끈다. 무엇보다 ‘그림형제의 동화가 이렇게 많았어?’에 감탄했고, 읽어 본적 없는 동화는 찾아서 읽어봐야지 하는 욕심이 생긴다. 동화는 동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동화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고, 의문을 품지 않으려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가끔 아이들과 동화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왜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을까? 왜 이런 미션이 주어진 것일까? 왜 주인공들은 적극적이지 못하고 남의 도움을 받을까? 공주 왕자가 아니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왜 늘 마녀의 저주를 받을까? 등... 그 의문들이 어린 시절 찾아왔다면 나에게도 보아뱀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동화를 이렇게 바라 볼 수 있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동화가 주는 메시지 이외의 다른 시선을 찾아보는 것. 이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보아 뱀이 소녀에게 하는 말 중엔 기분 좋은 충고가 있어 읽을 맛이 난다. “한 번 비교하게 시작하면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아.” (44) “아예 아무것도 모를 때는 무서울 이유가 없어. 무언가가 무섭다는 건 그것이 나한테 해를 끼칠 거라고 믿기 때문이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을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지. 실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약간만 알고 있는 상태가 가장 어려운 거야. 모르고 있는 나머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50) “열심히 하는 것도 좋고 뭘 이루는 것도 좋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걸로 행복해지진 않아.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이 무의미하다거나, 뭐 그런 판단은 쉽게 내리지 않는 게 좋아.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자기 삶을 살 수 없게 되지. 다른 사람의 가치가 내 가치가 되어 버리니까.” (55) “다 안다고 다 잘사는 것도 아니지, 다 안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세상은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지만 못하는 게 더 많을지도 몰라.”(82) “난 다른 사람의 비밀을 할부로 듣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한테 비밀을 말하더니 그걸 지키라고 하고.” (260) 그림형제의 동화를 다 찾아 읽고 싶어졌다. 나는 그림형제의 책을 읽으며 보아 뱀이 아닌 어떤 생물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 이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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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아이가 나온다고 이 책을 여덟 살 아이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이 말은 어린이를 얕보는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오래전 신동이라 한 사람은 서너 살에 피아노 치고 어른도 잘 모르는 책을 떼고 시를 짓기도 했으니까. 모차르트는 여덟 살에 곡을 썼다고 한 것 같기도 해.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어. 앞에서 피아노 쳤다고 한 것도 모차르트 얘기야. 여기 나오는 ‘나’는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야. ‘나’는 이름이 안 나오는구나. 보아뱀이 아이한테 “꼬마야” 해서, 왜 이름이 아니지 하는 생각만 하고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깨닫지 못했어.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별게 다 다행이네. 여기까지 쓴 걸 보고 ‘보아뱀?’ 할지도 모르겠다. 어린왕자에 보아뱀 나오잖아. 처음에는 책 속 보아뱀이 살아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보아뱀이 그 책 속에 들어간 거였어. 보아뱀이 어떻게 책 속에 들어가지 하는 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길. 어딘가 쉴 곳이 필요할 때 들어가기 좋은 곳은 책 속이 아닐까 싶어. 현실보다는 안전하잖아.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그림이니 책 속 그림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야. 아이는 보아뱀을 만나고 책을 읽고 나면 보아뱀과 이야기해. 아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할 때도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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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다. 영락없는 모자 그림을 보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이라고 박박 우기는 아이의 심리가 궁금했다. '도대체 그 마음을 어떻게 알아채라고?' 오히려 그 동화가 마음에 와닿은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다. 어렸을 때와는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가슴 속에 소중한 문장 하나 남겨두기도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어린 왕자』를 주기적으로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읽던 마음과 지금의 감동은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버전의 책을 읽으며 그때 그때 느낌은 다르다.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어린 왕자의 마음을 짐작하며, 여러 번 손에 집어들게 되는 책이다.
독특한 소설을 만났다. 제목은 『한 입 코끼리』인데, 여덟 살 소녀가 보아뱀을 만나 열여덟 편의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라푼젤,빨간 모자와 늑대, 헨젤과 그레텔 등 어린 시절 읽은 동화이지만 기억에 희미한 무언가를 다시 떠올리며 창의적인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가본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원하던 류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하지 못했던 옛날 동화 속 이야기를 함께 생각해보기도 하고, 동화 속 문장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며 함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나? 이 부분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아이와 보아뱀의 대화를 보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지? 나의 상상력은 여전히 빈약하구나!
동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동화책을 다시 손에 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뒷전으로 미루다보니 일 년이 금세 흘러가버린다. 이렇게 다른 책을 통해서 옛날에 읽었던 동화를 생각해보는 것이 정말 좋다. 동화를 통해 구성한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은 내가 원하던 100%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괜찮다, 마음에 든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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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이처럼 빨간모자는 아니지만 모자 그림을 본적이 있다. 그때에도 순수한 마음보다는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아서일까 하지만 눈으로 봐라본것이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눈으로 바라볼때는 모자이었지만 작가가 말하는 그림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란다.
이번에는 빨간모자 그것도 한입코끼리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을 만나보았다. 하지만 제목과 같이 있어도 여전히 모자라는 생각을 먼저하고 있는 나를 봐라보고 있다. 코끼리를 삼켰다는 보아뱀을 생각하면서......
처음 8살 꼬마아이가 외할머니의 창고에서 373살의 보아뱀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코끼리를 한입에 삼켰기 때문에 소화하는데 6개월이 걸리는 동안 잠들어 있던 보아뱀이 깨어나면서 꼬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있는 총18개의 동화속 이야기를 통해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궁금했던부분과 자신의 생활속이야기를 보아뱀과 나누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알고 있던 동화인지라 같이 몰입해나갈수있는 그런책이었던지라 어릴적이 생각나게 한다. 왜 난 그런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그땐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보아뱀은 어른의 시선으로 멘토의 입장이 되어 강요하지도 않고 입장 바꿔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아이와 함께 했다. 거의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다른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은 보아뱀과의 이야기속에 아이도 어느새 자라고 많은 생각의 힘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어른이 된 나에게도 그 동화속의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아이를 잡아먹지 않았던 보아뱀의 모습 또한 아이의 소중함을 간직할 수 있었던 추억을 남겨주었던 것 같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여러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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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화책들을 별로 못 읽고 자랐다. ‘왜?’하고 묻는다면 그 첫 번째 이유는 어린 시절 내가 읽던 책들은 다 학습지를 파는 곳에서 매달 배송되어 오던 책들이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어머니의 친구분이 사왔던 동화책 전집에 기가 눌려 한번도 책을 펴보지 못한 것이 그 이유였다. 그 때문인지 나는 뒤늦게야 동화책에 빠졌다. 그렇기 때문인지 동화를 담은 책을 매우 좋아한다. 이번에 황경신 작가가 쓴 <한입코끼리> 또한 내가 좋아하게 된 책 중 하나이다.
어린왕자를 읽다가 툭 튀어나온 보아뱀은 뱀 주제(?)에 아이에게 툭툭 던지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면서도 80살 먹은 노인 마냥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보아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내가 이미 겪었거나, 겪는 중이거나, 겪을 것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아뱀에게 공감을 다하게 되다니!)
책을 읽으면서 보아뱀이란 존재가 어른이 된 작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순수했던 그 시절의 자신과 어른이 된 지금의 모습으로 서로 소통하고 있었다고 본다. 책의 신기한 점은 언제 읽어도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 보던 동화책을 보던 그 때와, 세상을 한껏 살고 나서 읽는 동화책은 많이 달라져있다. 같은 내용, 같은 주인공들이지만 이미 시간이 지나 내 자신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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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살짜리 꼬마 아이가 여덟달동안 보아 뱀과 동화책속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하는 이야기! 삽화까지 너무 근사하게 섞여 있어 자칫 착각을 일으킬수도 있지만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요즘은 어른들 책이 아이들용 책보다 이쁘고 멋지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글자만 빼곡한것 보다는 좀 쉬어가듯 섞어 놓은 그림이 글을 한번쯤 더 생각하게 만들어 준달까? 그렇게 천천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기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때 내가, 이 세상 모든 어이 없는 일들을 죄다 받아들일 수 있는, 둥글고 말랑말랑한 여덟살이었기 때문이다'--- p18 시골 외할머니집 창고에서 꼬마는 코끼리를 잡아 먹고 소화시키기 위해 반년을 잠이드는 보아뱀을 만난다. 그렇게 반년을 기다린 꼬마가 드디어 보아뱀을 만난 첫 마디는 '끄으으으으으윽'하는 트림소리! 하지만 꼬마는 실망감을 감추고 먹을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여덟살 생에 있어 할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먹는것에 대한 이야기가 바닥이 나자 동화책이야기로 보아뱀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 그리고 시작되는 꼬마와 보아뱀의 이야기는 인생을 논하고 삶을 되짚어보는 그런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늘 질문에 질문에 질문을 하는 꼬마는 어쩐지 어린왕자를 무척 닮아 있다. 우리가 어릴적부터 읽어오고 어른이 된 지금도 새롭게 읽곤 하는 아이들의 명작동화속 이야기들이 꼬마와 보아뱀의 대화로 인해 그저 책을 읽고 한번도 의구심을 가져 보지 못했던것들에 놀라고 정말 왜 그런지에 대해 한번쯤생각해 보게 되는가 하면 보아뱀의 정답 아닌 정답 같은 이야기에 숙연해지고 만다. 라푼젤은 어떻게 계단도 없는 그 높은 탑에 올라가게 되었으며 그 탑에서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자라난걸까? 한번도 브레맨 음악대가 되어보지도 못한 동물들 이야기가 왜 브레멘 음악대라는 거지? 장화신은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어야 하는거야? 어째서 개구리왕자는 개구리가 되어야 했던걸까? 일곱 난장이의 침대는 그동안 누가 정리 정돈을 해 놓은거지? 정말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엔 분명 떠올렸을 질문들을 창고속에서 하나씩 끄집어 내듯 꺼내오게 만든다. 오늘네가 본 달은 어제의 달과 다르니까, 어제까진 그저 하늘에 떠 있는 무엇이었지만, 그동화를 읽은다음 부터는 의미가 생겨버린거야, 말하자면 존재에 의미가 부여된 거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는 어떤형태로든 삶으로 파고들어 오니까.---p101 동화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꼬마는 땅속에서 자라나는 풀이되는 상상을 통해 생명에 대해 깨우치게 되고 빨간 모자를 잡아 먹어야만 하는 늑대의 입장이 되어자신이 늑대라면 어떻게 했을지도 생각해 보게 되고 보통의 동물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괴물을 통해 두려움이 무엇인지 죽음이 왜 두려운지를 깨닫게 되는가 하면 달을 훔친 이야기를 읽고는 달이보고 싶어 보아뱀과 함께 달을 보러 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난쟁이 요정 이야기를 통해 이별할 때를 미리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에서는 어떤 예감을 하게 된다.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에서 과자집을 어른들을 위한 집으로 상상해보는 보아뱀의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지글지글 구운 등심으로 벽을 장식하고 유리창엔 회를 끼워넣고 지붕엔 온갖 야채와 과일로 얹고 우물은 와인으로 채운다는,,,과자집은 상상이 가지만 어른을 위한 술과 안주로 만들어진 집이라니,,, 것두 꽤 괜찮을거 같긴한데,ㅋㅋ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과 동화를 적절히 섞어 삶이 어떤것인지를 하나씩 느끼게 되는 성장동화! 너는 항상 질문을 해야해,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야. 질문을 하는건, 절대로 창피한게 아니야. 제대로 된 질문은 대답보다 힘이세니까 ---p136 어른이 되면 왜 질문을 하지 않게 되는걸까? 아니 질문을 하기를 꺼려 한다는게 맞는듯 하다. 답이 있건 없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어린왕자의 마지막 이야기처럼 꼬마와 보아뱀의 마지막도 역시 울컥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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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분인 황경신 작가. 새책이 나올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구매를 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는 너무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였는데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읽는 동화는 참 많이 다르다. 계속 궁금증을 유발하고 왜? 라는 질문이 계속 생겨난다. 이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이 책은 그런 어른들의 궁금증을 8살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질문을 하게 만든다. 읽다 보면 딱히 동화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대답을 해주는 보아뱀의 말들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고. 18편의 동화 중에 처음 보는 들어보는 동화도 있어서 새롭기도 했다. 새롭기로 따지자면 그림형제의 잔혹동화 같은 책이 또 있을까. 어릴때 읽었던 동화가 사실은 알고 보니 완전 다른 이야기더라는 건 종종 있고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보고 진심 충격을 받았었다. 어른이 된 이후로는 동화를 잘 안보게 되는데 오랜만에 읽은 동화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 너무 재밌게 읽어서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한편 한편 읽어가는 동안 소녀와 보아뱀에게 점점 동화되어 마지막에 보아뱀과 헤어질 땐 진짜 눈물이 날뻔 하기도 했다. 아주 오랜만에 누구에게라도 선물해주고 싶은 책을 만나서 너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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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소녀는 집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외갓집 창고안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속 보아 뱀을 만나게 된다. 소녀는 보아뱀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 가기 위해 읽고 있던 동화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예를 들면 '피노키오가 사람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먹고 싶었던 음식은 무엇이 었을까?' 같은. 그렇게 현실의 소녀와 허구 속의 보아뱀이 만나 생텍쥐페리와 그림형제의 동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열 여덟 가지의 동화, 그리고 그 동화들에 대한 소녀와 보아뱀 각각의 해석. 8살 소녀와 동화책 속 보아뱀의 대화는 의외로 밝고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한없이 감성에 젖게 만들다가도 지나치게 현실적이기도 하다. 거기에 왠지 손이 닿으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것만 같은 일러스트도 한 몫 했다. 해야할 일도 잊고 책에만 빠져들어 있도록 만들었다. 역시, 믿고 읽는 황경신 작가의 작품답다. 어떻게 동화를 이런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었을까. 새삼 감탄한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풀어내는 동화의 색다른 이면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 나를 보며 '이제는 내 안에 마냥 어린 아이같은 마음만 살고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처음부터 끝까지 동화에 대한 이야기들이지만 어린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읽기 좋을 것 같다.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내면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었다. "너무 애쓰지 마. 삶은 절절한 허구야" 한동안 이 한 마디가 마음속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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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목부터 왠지 모르게 귀여운 느낌이 있는 <한입코끼리>. 여기에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한입에 코끼리를 삼킨, 그림을 보고 어른들이 모자로 착각했던 그 유명한 보아뱀이 등장한다. 우연히 8살짜리 소녀가 외가집 창고에서 <어린왕자>책을 펼쳤다가보아뱀을 만나게 되고, 소녀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다 소화시킬 때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세상이 온통 궁금증으로 차 있던 소녀는, 그 또래의 아이들 답게 잘 알려진 <빨간모자와 늑대>,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 이야기 부터 잘 알지 못하는 동화책들까지 열심히 읽은 후 보아뱀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애초에 마녀가 문도 없고 계단도 없는 탑에 라푼젤을 가둔건지, 고양이는 왜 장화가 필요했는지등 어떤 한 장면에 대한 궁금증, 인물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등에 대해서 묻고 답하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 어릴 때 동화책을 읽으면서 한번도 품어보지 못한 궁금증과 이야기들이 참 신선했고, 그 속에 간간히 들어있는 소녀가 겪는 현실세계의 일상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더불어 내가 읽어보지 못한 동화들에도 흥미가 생겼고~
질문에는 아이다운 순수한 궁금증이 줄을 이었고 보아뱀의 대답에는 오래 살아온 이의 삶에 대한 철학들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가끔은 이런 걸 벌써 알려줘도 되나 하는 커다란 어른만의 의문이 살짝 담겨 있기도 했고...그리고 그 이야기들로 인해 소녀는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갔다. 그런 둘의 대화에 나도 쑥 빠져들었고,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가는가 싶다가도 너무나 공감가는 말을 건네는 보아뱀의 한마디 한마디에 눈길이 멈추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억에 두고 싶은 문장들도 한가득 쌓였다. 이렇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보아뱀이라면 나도 당장 만나고 싶어질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방안에서 때로는 바깥에서 책 읽는 꼬마와 대화하는 보아뱀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 모습이 참 따스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다. 언뜻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가까워 지는 둘의 모습에, 서로를 위하는 진한 우정과 애정마저도 느껴져서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마지막 이야기가 참 아쉽고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더해서 추상적인 느낌이 돋보이는 따뜻한 색감들로 마감된 그림을 보는 재미는 쏠쏠했고. 꽤 만족 스러운 책읽기라서, 처음 만나게 된 황경신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