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걸렸다. 책을 읽으려고 휴가를 냈다. 그럴 필요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이국에 넘어와 모국어로 된 서간문을 읽는 기분이 묘하다. 이어 읽기 시작해 마무리에 이르는 내용이 고흐가 열정적이었던 순간에서 발작이 빈번해지는 시기로 넘어가는 부분이라서그런지 느낌이 어지럽다. 고흐의 예술 외적 삶과 행동을 알 수 없지만, 그림을 향한 순수한 마음과 신념은 백여년이 지난 지금 그가 살았던 공간을 넘어선 곳에서 사람들의 보편성을 관통하는 것을 통해 증명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테오에게 세속적 삶의 역할과 기능을 의탁했지만,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그의 작품속에서 테오 또한 예술적 감성을 투여하고 있다고 하였으니 무작정 받기만한 파렴치한 형은 아니었을 것이다. 테오 또한 그림에 대하여 뚜렷한 목적의식과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형으로부터 배우고 영향을 받는 점이 있었다는 것을 무시하지않은 것으로 읽힌다. 살아 생전에 한 작품만이 팔렸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그가 확신했던 화가로서의 성공이 이루어진 점은 고흐의 삶을 더욱 신화적인 것으로 혹은 극적으로 만든다. 그의 도덕과 생활의 관점에서의 가치관이 일관된 것이었는지 혹은, 무결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문도 있고, 이율배반적이라고 느껴지는 지점도 있다. 술과 담배, 매춘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라던가, 박애와는 다른 형태의 사랑의 방향이 그렇다. 온전한 자기결정의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책임감의 측면에서는 일부 우왕좌왕하는 잣대를 느끼게 한다.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고흐를 바라보면 이런 것 들이 무엇이 문제가 될까 싶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과 자연스러움과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를 꾀하였던 그를 미루어 판단해보면 아쉬움이랄까 불가해함이 잔존하는 것이 여간 자연스럽지 못하다. 고흐와 테오가 주고 받은 이 서간들을 읽다보면, 예술에 대한 평가와 성공이라는 틀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불경한 것인지 확신하게된다. 고흐는 사물과 대상의 본질을 들여다 보길 원했으며, 자신의 방법을 친절하게 가이드한다. 예술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제시하기는 하지만 강요하지 않으며, 보이는 것이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음을 고흐가 일깨워 주는 듯 하다. 그가 처한 곤궁한 상황이나, 말년의 심리적 불안, 물리적 고통이 그가 예술이 가지는 순수함에 가 닿으려는 노력과 욕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극대화한다. 마치 저정도의 장애과 역경이 없으면 진실된 예술에는 접근할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것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놓치지 않았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마주봄이지, 그의 불행한 삶의 과정이 아닐 것이다. 나는 어떤 확고한 믿음과 가치관에 스스로를 맡기고 이렇듯 정진한 적이 있는가 돌아보게 된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낼 만큼의 기술과 진정성이 부족하며,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있지만 나태함이 그것의 깊숙한 탐구를 막아서고, 생활의 무의미함을 표출하면서도 표리부동하게 비참한 삶의 연속을 구걸한다. 위대한 화가이자 예술가로서 고흐, 그 중심에는 일관된 노력과 영원을 고려한 담대함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
반고흐 영혼의 편지
반고흐. 그의 이야기는 늘 나의 흥미를 당깁니다. 그에 관해 나오는 소설, 만화 등등 모든 것들이..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반고흐가 생전에 동생 그리고 동료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 중에서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인기가 있으니 예전에 나온 책이 다시개정증보판으로 나온거겠지. 이북으로 먼저 읽어보게 됐는데 책으로도 구매하고 싶어지네요. |
|
3년 전, 유럽 여행하던 중 버스 값이 싸다는 이유로 아비뇽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일요일이면 가게 문을 닫는 프랑스식 영업 방식 때문에 작은 마을에서 갈 곳이 없어진 나는 기차를 타고 노란색으로 빛나던 마을, '아를'로 향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아는 아를에 대한 정보는 고흐가 한동안 살았던 곳이고,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의 실제 장소라는 것 말곤 없었다. 반나절동안 거리를 둘러보고, 길가에 세워져 있는 고흐와 관련된 표지판을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며칠 전 러빙 빈센트가 재개봉한 것을 보고 영화관에서 러빙 빈센트를 보면서 내가 갔던 아를이 다시 생각나고, 프랑스의 작은 마을들이 생각났다. 영화를 다 관람하고 고흐가 궁금해져서 이 책을 구매했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으며, 가족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자 했던 고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가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부던히 움직이는 화가 고흐의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은 처음부터 천재가 아니었다는 것에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