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같으면 이런 유의 책은 읽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이책을 읽게 되었을까? 토요일 일간지 북섹션에서 추천도서로 언급한 것을 읽기는 했으나 곧 잊어버렸다. 서점에 갔던 길에 빠르게 일별하고는 다른 책으로 넘어갔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세상살이에 ‘이미지’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대한 꿈과 이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 오늘의 계획이 있었고 반성이 있고, 내일의 꿈을 위한 또다른 계획이 이어진다. 오늘 배달된 신문의 제 1면은 이런 특집기사가 눈에 띈다. “21세기를 끌어가는 힘, 결론은 디자인!”, “디자인하라, 그러면 通한다.” “세계는 디자인으로 말한다. 우리는 디자인과 함께 24시간 호흡하고 있다. 휴대전화, 자동차, 아파트, 백화점 매장 등 소비 영역에서 서울 청계천 재단장을 비롯한 공공 부문까지 디자인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것, 개인이건 기업이건 일을 맡길 때에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뛰어난 직관력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라는 느낌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이미지, 비주얼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통해 텍스트와 결합하여 보는 이들이 강한 충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아오지 못했다. 그저 시골스럽고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어 가며 살아가는 것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내 주변은 항상 정리되어 있지 못하고 청결하지도 못하고 특히 그런 일에 관심이 적다. 소위 자연스럽게 살고자 한다는 명분이 결국 나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생을 살고 싶지 않다는 논리로 이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 노자니 장자니, 자연주의니 하는 사상에 관심이 끌리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이 책은 표지부터 강한 인상을 받았다. 소위 예술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의 작업실 내지 집무실이란 곳은 일정한 공통점이 있고 그게 참 매력적이다. 꽤나 고상한 듯하고, 잘 정리되어 있고, 고가인듯한 도구들과 귀한 재료들을 멋지게 배치하여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삶을 잘 알지는 못하나, 책을 통해 그간 그네들의 일상을 들려다 보니, 결국 창의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 하는 것이 그 분야의 일의 분깃점이자 임계점이고 비등점이기도 했다. 그런 창의력, 직관력을 얻기 위해 그들은 많은 것을 보고, 읽고, 생각하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분야의 최고가 되어갈 수 있었던 동인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렇게도 생각을 해보았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지만, 특히 예술분야의 대가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진 이들이라는 것. 그들은 독서건, 여행이건, 기도건, 사람을 만나고 돌아서는 순간이건간에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진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수행이나 명상, 기도를 통해 성인의 길로 나아가는 보편적인 경우처럼 말이지.... 어쩌면 누구에게나 인생은 자신의 삶을 디자인해 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그림과 사진과 텍스트로 나의 인생을 객관화, 표면화 시키는 것이 바람직할까 하는 고민을 해보았다.... 기왕이면 깔끔하고도 멋진, 그리고 원색의 붉은색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튀지 않는 옅은 푸른색의, 또는 연륜이 더해감에 따라 봄에서 출발하여 결국은 겨울까지 이어지는 자연의 색감과 느낌 대로 나의 인생이 디자인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편 책은 중반을 넘어서면서 꽤나 지루하기도 하였다. 330쪽이나 되는 분량의 논지는 일관된 것이었다. 디자인란 무엇이며, 북프로듀셔가 되기까지의 학창시절과 유학시절, 귀국하여 현재의 전문성을 얻기까지 겪었던 에피소드로 책은 이어진다. 앞뒤로 중복되는 이야기도 적지 않고, 일반인에게는 필요없는 설명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그간의 작품들에 대한 사진을 통해 아이디어를 많이 얻게 되었다. 그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그저 평범한 재단법인의 사무를 보는 일을 하지만, 때론 행사를 주관하고 웃사람의 지침에 의해 서류상 혹은 구두보고로 적절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면에서는 그의 일과 다르지도 않다. 그의 주어진 일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 고민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아주 귀한 절차적인 정보를 얻었고, 사물에 대한 직관력이 더 키워질 것 같아 참 즐거운 책이었다. 그래, 인생은 각자의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의 작품이 나오겠다... 가장 많은 경험과 고민을 해본 자에게서 최고의 작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다. 도전하고 인내하고, 얼마나 열심히 수행하느냐에 따라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책 속으로의 여행은 가지 못하는 곳,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 책.... 늘 고맙다... |
|
이책은 제목이 내용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이책의 시작은 저자가 홍대 미대 3학년을 중퇴하고 미국에서 다시 1학년부터 시작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아트스쿨에서 졸업작품으로 책을 선택한 것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책을 보기 전에 이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단지 목차를 흝으면서 책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고 디자이너가 하는 일과 책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를 알 수있겟다 싶어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책의 저자는 책 디자인이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던 80년대부터 책을 디자인해온 사람이다. 이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자신이 업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다는 말을 하지는 않지만 그때부터 일을 해오면서 상당한 명성을 쌓은 것같다. 그리고 광화문의 동아일보사가 운영하는 일민미술관의 월드컵 기획전시회나 이니스프리 브랜드 런칭행사 기획, 삼성미술재단의 프라젝트를 맡은 것을 보면 업계에서 저자의 위치는 상당한 것같다. 책 후반부에 보면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전시회 기획이나 이벤트 기획까지도 하지만 저자의 본업은 저자의 졸업작품처럼 책 디자인이다. 저자가 디자인한 책에는 내가 읽어본 책들도 있다.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란 책이 저자가 디자인한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2권짜리 그 책의 디자인을 이책에서 다시 보면서 기억이 새로웠다. 이책은 저자의 개인적 삶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저자가 해온 작업들의 작업노트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 현각스님의 책을 디자인한 과정에 대해 저자는 표지에 스님의 사진을 고르면서 어떤 컷을 써야할까하는 고민부터 시작한다. 대개 표지에 사람이 나오는 것이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미국출신인 현각스님은 자신의 웃는 얼굴을 쓸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자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책의 내용을 말하지 않는 것같았다. Form follows fuction. 형식은 기능을 따른다. 디자인의 원칙이다. 책의 디자인은 책의 내용에서 흘러나와 그 내용이 형태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토굴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진과 좌정한 얼굴을 찍도록 한다. 흑백의 내면으로 침잠한 사진이 평범한 웃는 얼굴보다 더 내용과 맞아떨어졌다. 그외에 이책에 언급되는 디자인들은 현각스님의 책보다 더 파격적이다. 내용에서 형태가 흘러나와야 한다는 원칙에 따르기 위해서였다. 집의 인테리어를 찍은 사진집의 디자인을 제본을 없애고 박스처럼 외곽을 포장한 사진들의 낱장모음처럼 디자인한 것이나 행위예술가의 빨간 블라우스란 책의 표지를 블라우스 처럼 옷고름을 풀어 펼쳐지도록 포장한 것이나 국내에선 처음으로 손바닥에 들어오는 그래픽 위주의 화려한 기프트 북을 만든 것등. 보통 아트북 즉 책 자체가 예술처럼 느껴지는 많은 책들이 이책에는 소개된다. 이상이 대체로 이책에서 독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저자의 작업들을 보면서 기발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많고 이런 책이 실제 팔릴까 싶은 좀 극단이 아닌가 하는 책들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그 디자인들은 일관되게 원칙에 따른 것들이다. 책의 외형은 내용에서 흘러나와야 한다는. 사실 이책에서 그 원칙 이상을 찾을 수는 없다. 저자가 말하듯이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비결이 이책에 있는 것도 아니다. 원칙을 따르는 평범한 작업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저자의 작업노트를 보면서 다시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이책의 가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