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부터 여름이면 보게되는 작가의 책이다. 추리소설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소재를 채용한 책이다. 바로 "요괴"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뭐 나야 예전부터 무협과 더불어 공작왕 같은류의 책을 읽어왔기때문에 생뚱맞지는 않았지만^^) 여름이라서 더 보게되는 책이다. 왜냐하면 내용은 추리인데 소재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요괴다보니까 무서운 면이 있다(이건 머리속에서 상상하기때문에 더 그렇다) 결론으로 가면 요괴는 없다(?)는 쪽이다. 어쩌면 식스센스에 나오는 대사처럼 "보고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진짜 사실은 그게 아닌데 상황을 자신의 생각대로만 맞추다보니 진실과 더 거리가 멀어지는, 또는 모든 걸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전부를 판단하려하는 개개의 일면을 깨부수는 작업이 이 작품의 사건해결과정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독특한 소재에 재미있는, 여름에 강추할 책이다 ^^v 짜임새있게 잘 씌여진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시원하게 무더위를 잊게 만드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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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는 교고쿠도 시리즈 가운데 백미에 해당한다. 일본의 전통적인 요괴문학을 현대판 범죄소설에 가장 성공적으로 접목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교고쿠 세계에서 희생자를 보호하는 것은 최우선이 아니다. 교고쿠도가 맨마지막에 모든 관련자들을 모아놓고 치루는 신성한 정화의식도 특정한 인물을 보호하는 것보다는 모든 이들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정화시키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둔다. 진범에게 살해당하는 희생자의 수를 최대한으로 줄여가는 천재형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고쿠 나츠히코는 비정한 인생 세태를 특별한 보호색없이 보여주려고 한다. 남의 기억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탐정 에노키즈는 사건의 해결에 커다란 구실을 못하고, 음양사 교고쿠도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담긴 어둠을 제거하는 심령치료사의 역할에 더 주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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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은 독특하다. 일반적이지 않은 지식들을 동원해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주구장창 늘어놓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작가의 논리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마치 작품속 세키구치가 서점상 주인의 이야기를 멍하니 앉아서 듣고 있는 것 처럼. 소재도 결말도 그리고 사건 전체에 통해있는 논리도 철저하게 비일상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작품을 읽어가면서 작가만의 세계에 동화되어 저도 모르게 수긍해버린다. 굳이 장르로 구분하자면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두루뭉실하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뭐라고 콕 찝을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있는 소설이다. 나츠히코식 소설이라고 하는 게 가장 편할 것 같다. 이런 스타일의 소설은 이 전에 본 적이 없다. 나츠히코의 소설의 결말은 조금 억지스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등장인물의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나츠히코식 결말은'' 1+1=2 처럼 명쾌하게 맞아 떨어지는 스타일은 아니라 조금은 어거지가 아닌가 하는 기분에 작품 내 표현으로 살짝 ''뒷맛이 안좋기는'' 하지만 논리적으로 납득시키기 어려운 이런 소재로 이만큼 논리적으로 보이게 끔 잘 풀어나간 이야기는 꽤 드물다. 그리고 그런 결말에 독자가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게 끔 공들여 이야기를 풀어간 작가의 노력에 그 정도는 배부른 불평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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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망량(魍魎)이 무엇인지 알아야 책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일본 에도 시대의 화가 토리야마 세키엔이 1779년에 간행한 요괴화집 금석화도속백귀(풀이하면 과거부터 오늘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백 마리의 요괴 그림책 정도 될 것 같습니다)에서는 “모습은 세 살배기 아이와 같고 빛깔은 검붉으며, 눈이 붉고 귀가 길고 머리카락에 윤기가 돈다. 망자의 간을 즐겨 먹는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는 요괴소설의 일인자라고 불리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소설에서 요괴가 튀어나와 요술을 부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의 마음속에 웅크린 어둡고 외로운 마음에서 그는 요괴를 봅니다. 사람의 마음에 들어있는 악덕을 요괴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이용하여 설명할 뿐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괴기스러운 요괴의 그림을 보면서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사람과 요괴가 겹쳐 보여 섬뜩함을 더합니다.
예쁜 14살의 유즈키 가나코는 친구 구스모토 요리코와 함께 사가미 호수를 보러 가기로 하고 기차를 기다리다 기차역에 떨어져 중상을 입습니다. 요리코와 가나코 둘은 서로 환생하는 사이라고 믿습니다. 가나코는 응급수술을 받은 후 미마사카 근대의학연구소로 전원 하여 치료를 받던 중 모두가 보는 가운데 병원 침대에서 사라집니다. 가나코를 어릴 때부터 같이 보살핀 아메미야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의학연구소의 조수인 스자키는 후두부 강타에 의한 뇌좌상을 입고 시신으로 병원 소각장 근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렇게 가나코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가나코의 사고와 치료, 그리고 사라지는 시기와 겹쳐 토막 난 사체가 발견됩니다. 사가미 호수에서도 발견되었고, 신원을 확정하지 못한 토막 난 팔과 다리들이 발견됩니다. 이른바 연쇄토막사체유기사건이 동시에 벌어진 것입니다. 여기저기 동시다발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등장인물들 중 용의자로 의심되는 자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상권을 읽는 것이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저자가 이야기를 빌드업 해가는 상투적인 전략이라고 이해하면 큰 무리 없이 읽어갈 수 있습니다.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난독증을 의심했습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자꾸 뒤죽박죽 앞뒤가 바뀌어 기억이 나는 겁니다. 큰 아이가 어릴 때 낙동강을 낙공강이라고 대답을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한자로 쓰인 일본이름을 발음할 수 있도록 배웠다면 조금 나아졌을까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 글에서도 이름을 잘못 쓴 게 없진 않은지 걱정도 됩니다. (하권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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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이라는것... 책 속에도 설명이 나오지만, 명확한 설명이 없는 거 같단 생각이 든다. 흔히 요괴나 그런것과 다르게 사념이 모여서 만들어진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흐르지 않는 기가 뭉쳐서 만들어진것도 같고.. 어쨌든 그 형태가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더 무서운 느낌이다.
표지부터가 참.. 으스스한 이 망량의 상자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두가지 물건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랑도 보더니 애 놀랜다고 겉표지 저기 어디 갖다 버리라고..ㅎㅎㅎㅎ 나랑 똑같은 생각을.. 난 밤에 책 표지보고 놀래서 겉표지는 벗겨서 저기 어디 던져놓았다
학교에 적응도 못하는 아이.. 가난한 엄마의 가난한 직업과 더 가난한 추태스러운 남자들의 달락임.. 하지만.. 명문 돈 많이 드는 사립에 다니는... 어울리지 않는 학교생활 안에서 친구도 없던 아이가 만난 최초의 친구는 내가 너의 전생이니 하는 참으로 알수 없는 소리만 한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학창시절 참 친했던 친구에게 "너 먼저 죽으면 나 데리러 오지 마!!! 죽여버릴꺼야!!!"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가장 친한 사람을 데리러 온다는 말.. 그 말이 나는 그렇게 무서웠었다.
그렇게 집으로 도망치고 싶고 숨쉬고 싶은 소녀에게 그 친구는 어느날 여행을 제안하고 둘은 기차역에서 만나지만.. 친구는 그대로 기차에 치이고 만다.
그 후.. 지역 여기저기서 몸의 일부분이 발견이 되기 시작한다.
책의 중간 중간 누구의 시선일까? 세키에게 봐 달라고 의뢰가 들어온 소설일것이다. 상자속의 소녀" 그 이야기가 중간 중간 나온다. 소름이 오소소 돋는.. 하지만 왠지 범인과 연관이 있을것만 같단 생각이 든다.
1권에서는 망량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망량의 상자를 들고 다니면서 의식을 한다는 종교단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는 소녀의 기억에는 친구가 떨어져 죽을때 누군가가 밀었다는 말과, 그 사람은 남자였고 검은 옷에 장갑을 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형태의 사람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정말 그 검은 사람의 정체는 망량일까?
이매망량이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나에게는 낯선 용어여서 잘 알지 못한다는것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함정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앞서 책보다 더 쉽게 빠르게 읽혀지는 걸로 봐서 조금은 적응이 되었으려나 했지만, 역시나 쿄고쿠도의 설명에서는 지쳐버리고 말았다.
나 머리가 나쁜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바가 우연히 맡게 된 사건.. 기바에게는 좋아하던 배우가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배우는 가나코의 언니로 나타나게 되고, 그렇게 기찻길에서 사고를 당한 소녀가 가나코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 둘의 관계는 자매가 아니라는것... 자신의 담당 관할구역이 아닌데도 자꾸만 파헤치는 기바. 그리고 마지막 목격자 요리코.. 가나코의 죽음을 목격한 소녀.. 그런 소녀를 두고 망령이라고 소리치며 누군가를 부르며 도움을 청하는 엄마..
이들은 도데체.. 무슨 비밀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1권에서는 상황의 설명만 있었다면 2권에서는 상황의 명쾌한 해답이 기다리고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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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추리 소설, 혹은 대중적인 스릴러 소설에는 더이상 범인 찾기가 크게 중요하
지는 않다. 대부분의 현대의 추리 소설에서는 그러한 범인을 찾는 것 보다는 벌어
진 사건의 이유와 과정을 추적해 가는 것에 더욱더 중심을 두고, 더 나아가 그러한
과정 속에서 독자들은 재미를 얻는 구조로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추리 소
설이라는 장르가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기발한 트릭들은 거의 다 나
왔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
서, 그리고 물질적으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더욱더 스릴을 느끼고,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은 원초적으로 돌아가 사람들의 심리적인 공간에서 느끼는 스
릴과 재미가 더욱더 중요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시작
점을 우리는 고전적인 추리 소설에서, 특히나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애거
서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특별한 트릭이나 장치가 없이, 작품 속에서
지나가는 것과 같은 등장 인물들의 대화나, 짧은 생각이 결국은 작품의 가장 중요
한 요소로 등장하는 모습을 애거서 크리스티는 많이 보여주고 있었고, 그러한 그녀
의 성향은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영향을 주었는
지, 그녀의 후배들인 현대의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들은 더욱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그러한 심리적인 장치들을 많이들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
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적인 장치들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사용한 작가 중의 한 사
람이 교고쿠 나츠히코이며, 또한 그의 작품인 망량의 상자는 또한 그러한 심리적인
장치가 너무나도 잘 사용된 작품이다.
전작인 우부메의 여름이 기본적인 사건의 과정과 범인을 찾아내기는 독자의 입장에
서 쉬웠던 것처럼 이 작품 망량의 상자에서도 전혀 연관이 없이, 하지만 연결되어
벌어지는 사건들의 범인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는 그 사건의 과정들
또한 너무나도 단순하게 머리 속에서 정리해서 단정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어렵
거나, 꼬아져 있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망량의 상자는 단순함 속에 너
무나도 복잡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망량의
상자에서 작가 교고쿠 나츠히코가 사용한 심리적인 장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망량의 상자는 전작인 우부메의 여름과는 다르게 화자의 시점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통해서 독자들이 더욱더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더불어 그들이 각자의 입
장에서 본 것들에 더해서 사실상의 화자인 소설가 세키구치의 시점으로 마지막에
정리되면서 독자들도 결국은 세키구치가 느꼈던 감정을 느끼면서 전체적으로 작품
이 신비롭게 포장된다. 하지만 결국 그러한 모든 것들은 망량이라는 불확실한 존재
에 대한 교고쿠도의 장광설에 작품의 화자인 세키구치가 끌려들어가는 것처럼 독자
들도 끌려가는 것에 다름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독자들을 휘두르는 작품을
쓴 것이 바로 작가인 교고쿠 나츠히코의 가장 큰 장점이며 이 작품 망량의 상자를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일 것이다.
사실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사건들은 단순하다. 미스터리물을 어느 정도 읽었던 이
들이라면 그 사건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
지 교고쿠도가 감추려 했던 비밀도 또한 미스터리물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추리 소설들이 결코 범인 찾기에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그러한 범인 찾기가 현대의 추리 소설들에서 얻을 수 있는 즐
거움이 아닌 것처럼 망량의 상자 또한 그러한 단순한 사건과 비밀들이 아닌 그러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뛰어다니는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또한 장황하게
쏟아지는 현학적인 교고쿠도의 이야기들에 다른 등장인물들과 함께 빠져서 사건 속
으로 몰입하고,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동굴을 빠져 나온 것처럼 책장을 덮는 순간
에 무엇인가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큰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현대의 추리 소설, 미스
터리 문학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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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이란, 고대 중국에서 전해지는 요괴로 그 모습을 특정하기가 힘들다. 이 작품은 망량이라는 요괴를 모티브로, 상자라는 아이템과 결합하여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미 누계 500만 부가 팔린 검증된 명작이며, 전작인 '우부메의 여름'에 이은 '교고쿠도 시리즈' 제2부다. 이번에도 각종 사건이 어지럽게 얽히고, 교고쿠도(추젠지 아키히코)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 준다. 탐미적이지만 잔인하고, 잔인하지만 안타까운 이야기는 이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에 '몬스터', '데스노트'의 애니메이션화를 맡은 '매드하우스'에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어 방영 중인데, 솔직히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원작을 잘 살려낸다는 평을 듣는 제작사지만 이 작품의 구성과 대사량을 봐서는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모든 것이 드러나 있다. 물론 그 내막은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이 역시 교고쿠도 시리즈의 특징이다. 그 시점에서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 사건들의 범인들 역시 나름대로의 안타까운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고쿠도는 범인들이 죄를 범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가 그 원인이라고 단언한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 연관성이 있는 듯하지만 없는 사건들은 내내 독자를 즐겁게 괴롭힌다. 다만 일본 추리소설들이 대개 그렇듯이, 독자에게 주어지는 정보로는 모든 이야기를 스스로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범인 자체는 너무나 쉽게 추측 가능하지만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저자인 교고쿠 나츠히코는 민속 요괴 전문 연구가이기도 하여, 관련 지식이 이 작품의 배경에 깊게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야의 지식이 없다면 독자는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고쿠도 시리즈의 특징은 '해결사'인 교고쿠도의 지식과 해설에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애매하게 얼버무리듯 파편만을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모든 것을 일거에 드러내는 교고쿠도는 스스로의 정보를 독자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독특한 소재뿐만이 아니라 바로 소설 자체의 구성이다. 읽는 이를 압도하는 구성과 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불가해함이 독자를 압도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구성만으로 작가에게 압도당한 느낌이 든 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후로 처음이었다. 둘 다 방대한 전문지식과 독특한 소재, 충격적인 결말로 독자를 압도한다. 특히 이번 작품의 결론은 충격적이기 그지없다. 서술자인 세키구치 다츠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이미 범인과 사건의 내막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차마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러했다. 결론 중 일부는 사실 독자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도저히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어서 '그건 아니겠지,설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상자'의 정체나 미나미 기누코의 고백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탐미적인 분위기가 전체를 지배하지만 그 뚜껑을 들어 보면 나타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 뿐이다. 각자에게 들러붙은 '망량'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다. 상자는 이 작품에서 '진짜 상자'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미로 나타난다. 이 두 단어는 작품 전체에서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중요 키워드다.
이 소설의 모든 소재는 서로 이어져 있다. 캐릭터의 심리 상태나 잘려진 팔다리, 심지어는 무심코 내뱉는 듯한 한 마디 한 마디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 독자는 이에 조종당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가가 만든 소재를 잇는 실이, 우리를 조종하는 듯하다. 언뜻 연결되어 있는 듯한 것은 관계가 없고, 관계가 있어 보이는 것은 오히려 전혀 관계가 없다.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인물들의 대화에서 이미 사건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전율이 들 정도로 치밀하다.
그리고 시대 배경이 1950년대, 쇼와20년대인 점에도 아마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근대도 아니고 현대라고 보기에도 어중간한 '적당한' 과거다. 현실이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기에 현실성을 살리면서도 저자가 적당히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기인 것이다. 이 외에 하필 이 시기를 배경으로 삼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캐릭터들 중 일부가 전직 일본제국 육군이었다고는 해도, 이것이 실제 작품에서 크게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저자가 의도적으로 '현실적이지만 어느 정도 탐미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정하기 위해 그렇게 설정한 것인 듯하다. 그리고 '전후'라는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시기가 보다 작품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교고쿠도가 문제 해결을 모두 전담하여, 지나치게 해결의 비중이 그에게 넘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것도 나름대로 캐릭터의 특징이고, 소설의 설정이니 불평하기는 힘들지만 역시 뭔가 편중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배경상 일본적 특성이 매우 강하고, 근현대 일본 사회와 요괴 문화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 수 있다. 한국판에 역주가 친절히 붙어 있기는 하나, 역시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은 차이가 크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이 반영된 작품일수록, 배경 지식이 부족할 경우 내용 파악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 작품이 그런 편이다. '장미의 이름'에서 역자가 주석을 붙이지 않았다면 그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망량의 상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나라의 일반인이 그냥 읽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단점이라기보다는 아쉬운 점으로, 작품성을 깎는 부분은 아니다. 이 작품은 분명 내가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참고로, 원작을 읽지 않고 애니만 본 이들이 1화에 나오는 상자의 정체를 안다면, 아마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이건 역시 직접 읽고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