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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라고 하면 통상 '와룡생'의 동양적 판타지와 '금용'의 역사무협 대하소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와룡생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현대 무협의 전형을 창조했다고 한다. 정과사, 구대문파, 무림맹주 등등의 개념은 와룡생에 와서 완성된 구도라고 한다. 와룡생 이후 무협에서는 이런 큰 구도를 다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와룡생 무협의 장점은 현실과 유리된 새로운 무협세상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장개석 치하에서 현실도피적 와룡생 무협은 대만의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와룡생은 말하자면 현대무협의 개파시조와 같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금용은 무협과 역사를 탁월하게 결합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와룡생과는 차별화된 금용만의 무협을 창안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무협은 이런 중국 무협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팔만사천검법으로 시작되는 중국무협의 구조와 틀을 그대로 가져온 한국 무협 1세대에서 서효원, 금강, 사마달, 검궁인 등이 활약하던 무협 2세대가 한동안 꽃을 피웠다. 2세대까지는 소위 만화방 무협, 대여소 무협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용의 영웅문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이후 와룡생의 무협도 새롭게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단행본 무협의 성공으로 그 이후 좌백, 풍종호, 용대운 등의 3세대 작가들이 신무협이 출간되어 새로운 무협시장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세대 신무협은 백가쟁명이라는 말처럼 많은 신진작가들의 활약으로 무협의 폭이 깊어지고 그 주제와 소재가 다양해지게 되었다. 초우라는 작가(본명은 양우석이라고 함)도 3세대 신무협을 주도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서일대 전자공학을 졸업한 공학도이기도 하다. 최근 그의 무협은 무협의 본고장인 중국에서 중국어로 번역 출판되고 있다고 한다. 무협의 덕목은 재미다. 초우도 그런 재미를 철저하게 추구하는 작가인 것 같다. 이 책 호위무사는 흥미진진한 무협이면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애정소설이기도 한 것 같다. 주인공 사공운은 사문의 원수이기도 한 용부의 소공녀인 용설아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둘은 서로가 기억을 상실하고 부부로서 함께 한다. 그런 그들이 헤어지게 되고 용설아는 부부때의 기억을 깡그리 잊어먹게 된다. 위기에 처한 용설아를 위해 사공운은 영원한 그녀의 호위무사가 되게 된다. 사공운의 캐릭터는 광명정대하면서도 순박하고 한 여인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일편단심이다. 한결같이 변함이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용설아가 '제가 삼일 후에 죽을 운명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사공운은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사십년의 인생보다 그 삼일이 더욱 소중할 것이오. 지금부터 백년을 사는것보다 당신과 행복하게 삼일을 살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것을 택할 것이오. 나는 당신의 호위무사요. 만약 당신이 정말 삼일 후에 죽는다면 나는 이후 당신의 영혼을 지키며 살아가리다.'라고 말한다. 그에게는 오직 용설아 밖에 없는 것이다. 그를 어릴적부터 연모한 사매(사부의 딸) 유수아가 있지만 그녀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런 지고지순한 남자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니 참으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용설아도 마찬가지다. 운명의 장난으로 수많은 고난을 겪지만 사공운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 이름없는 삼류무사에서 사공운에 의해 강호의 최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진충도 주인에 대한 한결같은 충성을 보여준다. 남자를 자기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 그대로의 캐릭터다. 그와 수란의 애틋한 사랑도 아름답다. 그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나 가문이나 사문의 명예와 장래를 위해서 희생하는 캐릭터, 악인이라고 알려졌지만 그 본성은 선한 관패와 같은 캐릭터도 있다. 정파라고 하는 용부, 공부, 봉성은 한결같이 음모와 배신, 모략으로 사공운과 그의 가족을 비극으로 몰아간다. 이 무협에서는 명문정파가 대부분 사악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어쩌면 세상이 그런지도 모른다. 정의를 부르짖고 역사를 부르짖는 개인이나 집단치고 진실로 그런 사람은 드물었던 것 같다.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어두운 측면을 무협소설에서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결 같다는 것,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그런 충성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우리는 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현실이 아닌 소설에서의 이야기지만 그 충성과 사랑에 몰입되는지 모른다. 주인공의 행복에 웃고 비극에 슬퍼하는건지도 모른다. 복잡한 음모구조와 일부 얘기가 완결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스릴과 서스펜스가 끊이지 않는다. 사공운의 전투장면, 팽예린의 박력있는 싸움, 풍백과의 우정 등 재미있는 장면도 많다. 한번 손에 잡으면 다 읽을때까지 놓기가 힘들 정도다. 시간도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장편 무협소설은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읽어야 할 것 같다. 마약과도 같아서 한번 읽으면 끝까지 읽어야 하고, 이 작가의 작품이 재미있으면 다른 작품도 읽고 싶은 충동을 떨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협소설의 재미와 지고지순한 남자의 사랑을 두고두고(장편 무협소설이기 때문에) 음미할 수 있는 좋을 무협소설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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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협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우연히 무협 드라마를 보았는데 예전에 봤던 것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완성도에 갑자기 목이 말랐는지 무협 소설이 무척 읽고 싶어졌다. 그러나 김용이라든지 고룡이라든지 정통파 무협은 근처에서 구할 수 없어서 허무맹랑하지 않고 차원이동물 처럼 퓨전이 아닌 것으로 추천 받아 호위무사를 읽게 되었다.
지킬 것이 있는 자는 강하다 하였던가. 그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강한 주인공이 더욱 돋보이고, 멋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나중에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서 모든 걸 이룬 후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은 험난하고 외롭고 힘들지만, 그래서 더 행복해 보였다. (약간의 새드 엔딩이긴 했지만 말이다.)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미처 결말짓지 못하는 것들이 눈에 띄었고(후속편이랄지, 현대판으로 나온다는데 본 책에서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것들이 다음 책들에서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고수들의 레벨이랄까 능력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한 듯 했다. 나름대로 일신, 육존, 사천왕, 십대고수 등 서열을 나눈 것 같긴 했지만, 숨겨진 고수가 나왔을때 기존의 고수들과의 실력 차를 표현하면서 일관성이 좀 부족했다.
정파, 사파에 있어서도 그랬다. 정파의 대표격인 두 곳이 보여준 사악한 진실이 좀 불편하달까? 하다못해 하나라도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좋았으련만. (나중에는 또 하나 역시 지극히 악한 꾀를 내는 것이.. 현실에 대한 풍자일런지) 아니면 은원정리라도 하던지. 어리석은 모습으로 돌아온 옛 영웅의 모습만 보여주고 말았으니...
그냥 가볍고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괜찮은 책이었다. 목마름이 가시지 않아 다른 책을 읽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