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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역사란 위대한 사람들의 전기 같은 것이고, 대단한 사건의 또 다른 일면이라고. 그래서 평범한 우리들의 삶은 역사의 한 면이 될 수 없다고. 하지만 이젠 안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라는 것은 평범한 우리들이 만들어 낸 그 당시의 매일이라는 것을. 우린 매일 같은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내가 10대 때만 해도 핸드폰은 상상할 수 없었다. 상상할 수 없는 그 물건을 우리는 지금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일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카메라로 그 삶을 멀리서 바라보고 그 삶이 누적되면 역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다양한 형태의 오늘.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과 생활하는 모든 것들이 훗날엔 역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문화로 한국 현대사를 재미있게 풀어 쓴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그래서 즐겁다. 어린 시절 우리네 생활을 그대로 투영한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를 얼마나 많이 연발했는지. 지금은 추억으로 떠올리는 다양한 형태의 일상이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모두 열 꼭지로 이뤄진 이 책은 먹 거리에 대한 다양한 변화와 대중매체의 변화, 한 때 금지되었던 문화를 재미있게 서술했다. 선거와 정치가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쟁취되었는지, 교육은 또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몸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재미를 더한다. 주거와 생활에서는 예전과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알 수 있고, 시대에 따라 변했던 다양한 슬로건은 웃음을 자아내며, 힘든 현실 속에서 일탈을 하는 국민들의 모습은 즐겁다. 그리고 국가의 상징과 기념일에 대한 이야기는 훗날 어떤 기념일이 생기고 없어질지 기대를 품게 한다.
책을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바로 다수확 밀 종자 소로나에 관한 것이다. 소로나로 인해 세계인을 식량위기에서 구했다고 노벨 평화상을 받았는데 이 소로나가 한국 토종 밀을 사용해서 개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몇 천 년을 자란 귀한 품종이지만 지키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정권이 어떻게 방송을 이용하는지를 보여준 예는 예전 생각이 나서 씁쓸하기도 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저녁 9시 뉴스 시간에 ‘뚜뚜’하고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끝나면 나왔던 멘트.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 오늘...’로 시작했던 뉴스. 와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싶어서 우리네 삶도 다이나믹했구나 싶다. 그 당시에는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몰랐었는데 이렇게 자라 성인이 되고 책을 읽다보니 그게 어떤 식으로 이용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 의미를 알았더라면 나는 조금 더 멋진 성인이 되었을까?
아이들은 책을 점점 더 읽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책들을 읽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어른스럽게 변하면 좋겠는데, 이건 순전히 내 바람이겠지? 세상엔 좋은 책들도 많고 생각을 하게 하는 책도 많은데 단순하게 즐기고 누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는 게 안타깝다. 하긴 나도 좋은 책들을 아이들에게 읽히지 못하고 있으니... 지금 현재 교육은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는다. 아이들이 뭔가를 물어볼 때 답해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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