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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어떨까? [선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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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겉보기에 빛깔이 좋고 눈길을 끌어갈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보는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 드는 허술한 영화가 있고,겉은 초라해 보여도 속을 보면 탄탄하고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있다.에프 더블류 무르나우 감독이 1927년에 만든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가 딱 그렇다.배우들의 말이 나오지 않고 몸짓으로만 보여주는 흑백영화인데다 새로울 것 같지 않은
"내 사랑은 어떨까? [선라이즈]" 내용보기
1.

겉보기에 빛깔이 좋고 눈길을 끌어갈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보는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 드는 허술한 영화가 있고,
겉은 초라해 보여도 속을 보면 탄탄하고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있다.

에프 더블류 무르나우 감독이 1927년에 만든 <선라이즈 Sunrise: A Song of Two Humans>가 딱 그렇다.
배우들의 말이 나오지 않고 몸짓으로만 보여주는 흑백영화인데다 새로울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다뤘지만,
보자마자 '어, 괜찮은데...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겉보기엔 볼 품이 없지만 세월을 뛰어넘어 오래 머리에 남는 작품이다.

2.
착하고 옆지기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내(자넷 게이너)에다 어린 아들이 있으니,
사내(조지 오브라이언)는 호숫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지만 남부럽지 않다.

그런데 여름철 휴가를 그 마을에서 보낸 여우 하나 때문에 일이 어긋난다.
도시에서 겉모습이나 다듬던 아낙네(마가렛 리빙스턴)가 그 사내한테 꼬리를 흔든 것.
사내의 돈을 노리는 불여우한테 빠져든 사내는 허우적거린다.

그런 사내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이나 그 옆지기는 애가 탄다.
그래도 바람난 마음이 언젠가 돌아오겠거니 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불여우 같은 계집은 휘파람으로 사내를 집에서 불러내서 살살 꼬드긴다.
"당신은 내 사내죠? 농장을 팔고 나랑 도시로 나가요..."
"그럼 아내는 어떡하고?" "물에 빠뜨려버려요!"

"당신은 아내를 물에 빠뜨린 다음에 배를 뒤집어요. 배에 미리 숨기고 있던 부들 묶음을 안고 있으면
물에 뜰 거에요. 기슭에 닿으면 부들을 버리고 사람들한테 알려요. 아내가 죽었다고..."
꼬리 아홉 달린 여우가 따로 없다.
사내는 얼굴이 반들반들한 도시 계집에 홀렸고, 계집은 사내가 가진 돈을 빼앗으려 꾀를 낸다.

3.
호수를 건너 이웃 마을에 구경가자고 꾀어 아내를 물에 빠뜨려 죽이려는 대목은 가슴을 졸이며 보았다.
같이 힘든 일을 하고 사랑하며 살았지만 이젠 아내를 죽여야 하는 사내의 마음이 무거운 얼굴로 나타나고,
마냥 좋아 따라 나선 아내가 옆지기의 딱딱한 얼굴을 보고는 무서워하며 흙빛 얼굴이 될 때는 
한 마디 말이 없어도 내 몸으로 그 느낌이 옮겨왔다. 소름이 돋을 만큼.

저를 죽이려는 옆지기한테서 달아나 무작정 기차에 오르고 그런 다음 닿은 도시에서 
사내와 그 아내한테 일어나는 일들은 때로는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기도 했다.
교회에서 새로이 혼인하는 짝에게 "아내만을 사랑하겠습니까?" 하며 주례가 물어볼 때
사내와 그 아내한테 전해지는 느낌은 내 사랑을 되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그 가운데서 나한테는 이발소에서 사내와 아내한테 일어나는 일들이 좋았다.
시골과 다른 으리으리한 곳에서 머리를 다듬고 수염을 깎을 때의 모습은
요즈음 나오는 어떤 영화보다도 즐겁고 아기자기하게 끌어가므로 옛날 영화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놀이공원에서 사내가 공으로 돼지새끼를 몰아내는 것이나 달아난 돼지가 하는 짓은
무겁기만 한 영화를 보는 이한테 가벼운 웃음을 가져다 주어 영화가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게 해주었다.

놀이공원을 거쳐 춤추는 곳에서 덩치가 큰 사내와 가녀린 그 아내가 추는 춤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잘 보여주는 춤과는 또다른 맛을 보여주었다. 
아내로 나온 자넷 게이너는 152센티미터의 작은 키지만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춤을 추는 게 눈에 들어왔다.

4.
영화 첫머리에서 밝혀놓았듯이 이런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삶의 모습이겠지만,
그런 것으로도 살이 떨리게 하고 가슴을 아리게 만들며 웃음을 짓게 만드는 감독의 솜씨는 놀라웠다.

배우들의 말이 나오지 않는 영화이므로 줄거리를 알려주는 건 글자로 나올 뿐이다.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말을 하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는 이한테는 들리지 않으므로 몸짓으로 보여준다.
그에 맞는 가락이 뒤에 깔리며 분위기를 돋우고...
이 영화는 그 몸짓만으로도 말로 하는 영화보다 더 가슴에 와닿았다.

감독의 솜씨는 다른 곳에서도 드러났다. 사내가 꿈꾸는 세상을 그 자리에서 보여준다.
아내를 물에 빠뜨리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배에서 아내를 밀어 물에 빠뜨리는 장면이 꿈처럼 나타나고,
불여우가 도시에서 살자고 말하자 그 말을 듣고 사내의 마음속에 나타난 모습이 바로 보인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춤추며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영화를 찍는 솜씨가 시대를 앞서갔다.
요즈음이야 여러 장면을 섞어서 만들기도 하고 컴퓨터로 짜맞추기도 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이려는 건, 뒤에 나온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조지 스티븐스 감독이 1951년에 만든 <젊은이의 양지 A Place in the Sun>에서다.
뒤늦게 만난 돈 많고 아름다운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같이 살고파서
그에 앞서 만나 사귀었던 셀리 윈터스를 떨쳐내려고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벌이는 일과 비슷하다.

사람을 죽이려는 건 큰 잘못이고, 게다가 새로이 사랑을 하려고 사랑했던 사람을 없애고자 했다면,
그런 짓을 하는 사내한테 영화 속이라고 곱게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해가 뜨고 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을 법한 옛날이야기처럼 잘잘못을 가리는 뻔한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말 한 마디 없이 보여주는 눈짓과 몸짓만으로도 가슴을 울리고 웃겨서
요즈음 영화에 견주어도 뒤질 게 없는 영화라 별 다섯을 준다.

5.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때에 따라서는 사랑도 바뀔 수가 있어.
아냐 사랑은 바뀌지 않아.

사랑을 두고 언제나 생각하게 하는 말들이다.
무르나우 감독이 보여주는 사랑은 영화 속에 잘 녹아 있다.

내가 가진 사랑은 어떤 것일까?
죽을 때까지 한결같은 사랑일까?
아니면 사랑의 빛깔이나 깊이는 달라서 더 진하고 깊은 사랑을 만나면 앞의 것은 지워질까?

만든 지 벌써 여든네 해나 지난 영화이며 원판을 잃어버린 것이라 디뷔디는 거칠다.
화면에 가끔 비가 내리고 빛깔도 조금 번져 보일 때가 있다. 소리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앞에서 보여 주었는데도 다시 글자가 나와 되풀이하는 대목도 있고...
그래도 덤이라고 예고편을 담아놓았으니, 2,900원이면 지나온 세월에 견주면 나쁘지 않다.

영화 속에서 사내가 배를 타고 건너가는 곳을 강이라 해놓았으나, 보기에는 오히려 호수 같았으며,
밀물과 썰물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면 바닷가 같기도 해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b******g 2011.11.06. 신고 공감 5 댓글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