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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가기 며칠전 즈음인가보다.
그저 지명과 사진들로만 나열된 여행책자만 고르기 아쉬워서, (나름 여행에 의미를 많이 부여했나부다) 그 옆에 같이 자리한 Curious 시리즈 중 Japan 도 함께 집어 들었다.
떠나기 며칠 안남은 기간이라, 글씨가 깨알같은 고서를 집자니 못볼 것 같구, 그렇다고 여행책자만 사기엔 무언가 부족한 것 같구...
그냥 일본의 냄새라도 미리 맡아보자는 심정으로 전형적인 일본인의 인상이 표지로 담긴 이 책을 사고야 말았다.
아마 나같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내놓은 책인가보다. (나중엔 내가 타겟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이 Curious 시리즈의 부제는 "지구촌 문화충격 탈출기"다. 그러나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이런 책이 쓰여졌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돈이 아깝다. -_-;;
가장 큰 두가지 문제점이 보였다.
이 책의 작가는 서양인이다.
작가 소개란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P. 션 브램블은 매릴랜드의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나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작문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일본에서 10년 이상(이 책에선 강조하고 있지만..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 살면서 동양과 일본의 문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책에서 브램블은 동양인이 보지 못하는 일본, 일본인조차 느끼지 못하는 일본의 문화를 서양의 세계관으로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
날카롭게 짚어낸다는 그 관점이 난 도통 맘에 들지 않았다. 문화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다 하여 우습게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음식소개에서...
자동판매기가 믿기 힘들만큼 널리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청량음료를 구할 수 있다. 시골길을 달리다가 총격적이 일어나기 직전의 오래된 서부 마을같이 황량한 분기점과 만나면, 거기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교차로를 지키고 서 있는 것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나눠줄 준비가 되어 있는 자동 판매기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동전을 넣을때 노래까지 들려줄지도 모른다.
...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곳에서 과일 주스는 모국에서와 같은 이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과일주스는 어디를 가나 구할 수 있지만, 있다 하더라도 거의 틀림없이 평범한 오렌지, 사과 또는 포도맛일 것이다.
어이없다. 일본에 오래 살았다면 왜 일본이 자동판매기가 발달했고 거기에서 음악이 나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설명해줄만도 한데, 자기네 나라에 비춰 과일주스가 없다는 불평만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에겐 완벽한 이방인의 나라. 일본에 대해서 그의 말대로 날카롭게 비난하고 있다. 일본을 별로 조아라 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이 읽어도 거부감이 들듯한 이 불쾌감. 하지만 처음 일본을 방문하는 서양인들에겐 그저 특이하고 신비로운 이상한 나라일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문제는. 번역이다.
역시나 이 책은 번역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옮긴이 박선영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와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를 졸업하고 도시바전자와 엘지전자에서 마케팅과 해외마케팅을 담당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어느학교를 나오고 무엇을 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영어로 씌여 있는게 더 나을뻔 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문장들... 아마 옮긴이는 작가의 원생각을, 그 뉘앙스를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태도는 불교에 상당히 심취해 있던 일본인이 아닌 어떤 친구가 끝내 일본을 종교적으로 죽어버린 사회라고 비판했던 원인을 설명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의사가 큰 돈을 긁어 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의 수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이것은 확실히 일본에서 의사를 찾아가는 일이 냉담한 경험이 될 수 있게 하는 한 가지 이유이다."
진짜 제대로 된 문제점 번역의 최고봉이 있었는데, 아쉽다... 메모를 해두지 않았다. 쩝.
정말 이 책을 읽고 일본을 가야하는 웨스턴 관광객이 있을텐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책을 버리고 그냥 느껴보면 더 좋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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