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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내용보기
글쓰기의 목적을 네 가지로 나눠보면 어떤 종류의 글이건 대부분 그 안에 넣어 구분하는 게 가능하다. 작가가 네 가지 목적 중 특히 어느 한 가지를 꼽아서, 이를테면 '나는 미학적 열정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서 쓴다'라고는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읽는 이의 느낌과 감상을 근거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말이다.   많이 알려져 있는 '조지 오웰'선생의 <나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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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목적을 네 가지로 나눠보면 어떤 종류의 글이건 대부분 그 안에 넣어 구분하는 게 가능하다. 작가가 네 가지 목적 중 특히 어느 한 가지를 꼽아서, 이를테면 '나는 미학적 열정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서 쓴다'라고는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읽는 이의 느낌과 감상을 근거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말이다.

 

많이 알려져 있는 '조지 오웰'선생의 <나는 왜 쓰는가>에 글쓰기의 네 가지 목적이 나와 있다. 오웰 말고도 다른 전문가가 글쓰기의 목적을 분류해 놓았을 수는 있겠으나 아마 다른 목적을 찾아낸다고 해도 조지 오웰이 꼽은 넷 중 한 가지 목적에 일부가 포함되거나 여러 개에 중복으로 걸쳐있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학적 열정과 돋보이고 싶은 인정욕구, 역사에 무언가 남기고 싶은 충동, 그리고 정치적 목적, 이렇게 네 가지 이유로 모든 작가들은 글을 쓰게 된다. 나는 조지 오웰의 책을 세 권정도 읽었는데, 그의 글이 주는 재미와 매력에 푹 빠질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소설이 참신하고 흥미로웠다고 말할 정도의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지 오웰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는 모든 글을 정치적 목적으로 썼다. 적어도 1936년 이후에는 말이다.

 

정치적 목적이라는 게 그리 거창한 이념이나 혁명적 행동을 선동하는 그런 글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글. 이것이 정치적인 목적의 글이다. 좋은 세상에 대한 모양과 색깔은 저마다 제각각일 테니, 정치적 글이라고 해서 모두 숭고하거나 존경할 만한 글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치적 목적의 많은 글들이 공론의 장으로 나오고 그것이 저마다의 논리와 장점을 가지고 서로 일합을 겨루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미학적 열정은 자신이 보고 느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험을 글에 담아 사람들과 나누려는 욕망이다. 예술적 글쓰기라고 말한다면 크게 틀리지 않을 거다. 존재의 근원을 묻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행위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해서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진화적 관점이 전적으로 맞는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린아이조차도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특성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고통은 피하고 쾌락을 좇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키의 글은 '미학적 열정' 쪽에 가까운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을 오래전에 몇 편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때의 감상을 복기해 보면 소설도 그랬던 것 같다. 한 개인이나 어떤 현상, 또는 특정 사건은 저마다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대개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모습만 보게 되고 더 깊게 보려는 노력을 특별히 기울이지는 않는다. 하루키는 한 발자국 더 다가서서 깊게 그리고 오래 보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쉽게 보지 못하고 놓치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그런 글이다.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서 그리고 달리는 행위에 대해서 넓게 그리고 오래 들여다보고 거기서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굴해낸다. 나는 하루키와 같은 '미학적 열정'의 글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 예술품을 감상하고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 특성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거니까. 그러나 나는 조지 오웰과 같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글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본능이 인간을 지배하지만, 이성이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기 때문이다.

c****s 2022.02.17. 신고 공감 1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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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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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은 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인용된 문구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무언가에 몰두할 때, 어떤 일에 집중하게 될 때, 흥분되고 즐겁고 마음 한 켠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요즘 책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 넷플릭스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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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은 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인용된 문구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무언가에 몰두할 때, 어떤 일에 집중하게 될 때, 흥분되고 즐겁고 마음 한 켠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요즘 책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 넷플릭스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이 있는 삶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책으로 나를 안내해 준건 운동이라는 사실은 또 센세이션하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한다. 근육량과 하루 먹은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내일의 운동시간이 빨리 돌아오길 기다린다. 십여 년 전 예스 블로그를 하면서 1년에 수백권을 읽었던 시절, 책만 있으면 세상 걱정하나 없었다. 책을 읽고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 때의 독서들이 현재의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풍파도 겪었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고통에도 내몰린 적이 있었지만, 너무 아무렇지 않게도 나는 재기에 성공했다. 다시 일어났고 지금은 매일이 너무 행복하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든 것이 부유해졌고 풍요로와졌다.

고명환이 요즘 티비에 자주 보인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고 모진 풍파 다 이겨내고 그가 한 말은 책 속에 모든 답이 있다는 말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길이 보이고 책을 읽다보면 책이 알려준다고. 그런데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지금의 나 역시 과거 미친듯이 읽어대던 책으로 인해 현재의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덧없는 행위에 너무 시간을 낭비하고 살았다는 자각 때문이다. 

넷플릭스 세계를 빠져나오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아침 잠이 없어 새벽 4에는 일어나는데 멀뚱멀뚱 핸드폰만 며칠을 보내다가 운동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장점은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별고민이나 주저함이 없다는 거다. 헬스장을 등록하고 1년을 열심히 다녔다. 무작정. 과체중이라 근육이 없어 뭘 해야 할지 몰라 유투브를 틀고 따라만 했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마음에 드는 유투버가 있어 본격적으로 100일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다. 지금은 근육이 많이 생겨 덤벨3kg를 들고 한다. 중량을 조금씩 올리고 바벨운동까지 하는게 현재 목표다. 

무라키미 하루키의 오래전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런 책을, 달리기 이야기만 주구장천 해대는 이야기를 내가 재밌어 할 줄 몰랐다. 하루키가 마라톤에 집착하고 달려야만 하는 이유가 오래살고 싶어서가 아닌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키는 방법으로 선택한 일인 것처럼, 같은 시간을 살아도 보다 생동감있게 목표를 가지고 즐겁게 사는 것이 보다 낫다는데 동의한다. 

-책 속에서

내 생각에는, 정말로 젊은 시기를 별도로 치면,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p65

YES마니아 : 플래티넘 k********2 2023.07.27. 신고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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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걷거나 혹은 달리거나,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여정
"삶이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걷거나 혹은 달리거나,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여정" 내용보기
무라카미 하루키를 잘 알지 못한다. 꽤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일본의 유명한 작가 정도로만 안다. 작품을 읽어본 것도 없다. 다만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로 매일 꾸준히 달리고 정해진 시간만큼 직장인이 출근하듯이 꾸준히 글을 쓰는 루틴이 있고 그래서 작품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들었다. 역시나 그의 글은 내가 상상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를 닮았다. 감정의 변화보다는 담
"삶이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걷거나 혹은 달리거나,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여정" 내용보기
무라카미 하루키를 잘 알지 못한다. 꽤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일본의 유명한 작가 정도로만 안다. 작품을 읽어본 것도 없다. 다만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로 매일 꾸준히 달리고 정해진 시간만큼 직장인이 출근하듯이 꾸준히 글을 쓰는 루틴이 있고 그래서 작품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들었다.

역시나 그의 글은 내가 상상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를 닮았다. 감정의 변화보다는 담담한 자기의 생각을 아주 짧은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달리기를 하게 된 계기나,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서 아니 소설을 쓰면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또 연마하는 과정에서 하루키는 어찌나 일상적인지! 글 속에서 보이는 하루키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매우 공감하며 읽었다. 달리기라는 주제보다는 달리기를 선택한 하루키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많이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정말 뜬금없지만, 부인과 함께 열었던 바를 운영하면서도 틈틈이 썼던 소설을 통해 작가로 데뷔한 그 부분에서 어쩌면 인생의 다음스텝에 대한 작은 도전을 받았다. why not?! 더불어 글을 쓰거나 달리기를 하는 모든 것이 잘하는 것이기 보다는 좋아하고 무엇보다 자신과 잘 맞기 때문에 지속한다는 표현에서 공감이 되었다. 사실 의지보다는 자신과 잘 맞는지 여부가 지속성을 결정한다는 것에서도.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잘 맞는 것보다 견뎌내는 의지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적으로 더 효과적인 선택을 늦출 뿐이라는 소리로 들렸다. 더 고생한다는 말로.

달리기처럼 맨몸으로 도구에 구애받지 않고, 홀로 할 수 있는 운동으로서 요가에 최근 관심을 갖고 있다. 하루키 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일주일에 3-4번씩 달리기를 뛰는 남동생을 통해서 달리기의 유익함에 대해 익히 들어왔고, 달리기만한 운동이 없으니 꼭 하라는 말도 귀에 생생하다. 최근 신경숙의 <요가다녀왔습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요가를 통해 인생을 풀어낸,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듯이 요가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지속해 가는 이야기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의 달리기를 떠올렸다. 역시나 하루키에게 달리기란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세월과 노화를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고 완성해가는 과정인 것으로 이해했다.

무언가 하나를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인생사를 관통하는 해석의 세계관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살아가는 것으로, 또 꽤 오랜 시간 일하는 것으로 만들어진 경험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 자체도 본인의 철학을 가지고 임한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먹고사니즘이라는 더 큰 명분을 넘어서긴 힘들다. 결국 스스로 좋아서거나 혹은 잘 맞아서 오래 지속해 나가는 무엇. 그것이 인생을 살게 해주는 힘이고, 또 활력이 되는 것 같다. 삶이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걷거나 혹은 달리거나,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여정인 듯. 그러니 이미 그러하지만 더욱더 나만의 삶을 살자. 더욱 풍성하게!
YES마니아 : 플래티넘 l**********5 2022.12.22.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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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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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쓴 작품 중에 단 하나를 읽어야 한다면,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하루키의 에세이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소지가 있다.하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취향을 타지 않을 거 같은 책이다.실제로 하루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이 책을 읽고 하루키에 대해 좀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는 얘기를 몇번 들었다.나 역시 그렇다.나는 이 책을 읽고 하루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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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쓴 작품 중에 단 하나를 읽어야 한다면,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취향을 타지 않을 거 같은 책이다.

실제로 하루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하루키에 대해 좀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는 얘기를 몇번 들었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하루키를 꽤 존경하게 되었다.

착실하게 글을 쓰는 직업인의 모습들과

그가 운동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것들을 보면

참고할 부분이 많다.

그것은 특출난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인간이 성실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고군분투기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위로도 받고

자극도 받는다.

좋아하는 책이 되었다
m******a 2020.01.25.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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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든 내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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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1인분의 운동이다 축구의 골처럼 극적인 순간이 있다거나 농구처럼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지도 않는다 나 홀로 시작하고 끝맺는 일이다 보니 팀플레이의 끈끈한 맛도 없다 혼자 하는 운동을 가령 요가나 수영과 비교해봐도 뭔가 머쓱해진다 요가처럼 수많은 자세들을 하나하나 내 것으로 만드는 재미도 수영의 다양한 영법을 마스터해가는 과정도 달리기와는 조금 먼 얘기다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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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1인분의 운동이다 축구의 골처럼 극적인 순간이 있다거나 농구처럼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지도 않는다 나 홀로 시작하고 끝맺는 일이다 보니 팀플레이의 끈끈한 맛도 없다 혼자 하는 운동을 가령 요가나 수영과 비교해봐도 뭔가 머쓱해진다 요가처럼 수많은 자세들을 하나하나 내 것으로 만드는 재미도 수영의 다양한 영법을 마스터해가는 과정도 달리기와는 조금 먼 얘기다 러닝의 꽃이라 하면 마라톤인데 그조차도 언뜻 보기엔 몇 시간 동안 달리고 또 달리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달리는가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은 무한한 확장에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로든 내달릴 수 있다 그때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특히 자연이 빚는 삶의 생기에 감각은 한껏 예민해진다 해가 어제보다 얼마나 짧아졌는지 집 앞 숲길의 잎들이 얼마나 무성해졌는지 나무에 열매는 맺혔는지 바람이 새롭게 다가오는 계절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 일상에서는 기껏해야 출퇴근 시간에나 마주치고 그마저도 쫓기듯 스쳐 보내는 풍경들이 달리는 순간만큼은 있는 그대로 나를 관통한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비운 생각의 틈에서 나의 삶을 조용히 감싸고 있던 것들은 엑스트라에서 주연으로 올라선다

 

이렇게 자연의 꿈틀거림과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매번 생경하다 아마 그건 미동 없는 내 일상과 대조되기 때문일 것이다 딱딱하게 굳어가던 마음이 달리며 조우하는 자연의 숨소리 덕분에 말랑해진다 덩달아 내 안 어딘가에 숨어 있던 생기 역시 다시금 호흡하며 살아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오늘 밤 첫 달리기를 시도한다면 그건 실패를 자초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예견된 실패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해도 좋다 약간의 뻔뻔함은 도전하려는 마음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방패를 앞세워 슬금슬금 전진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닿는다 달리기란 원래 그런 운동이니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8 2020.10.19.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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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달리기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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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달리기를 좋아한다. 학창시절 중·장거리로 연습을 해오다 군에서 전역하던 해부터 몇 년 전까지 15년 이상 마라톤을 해왔다. 요 몇 년 달리기를 쉬었던 이유라고 한다면 무릎통증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몇 번이고 대회 출전 도중 내가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다. 마치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고 해야 할 것 만 같은 공허함을 넘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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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개인적으로 달리기를 좋아한다. 학창시절 중·장거리로 연습을 해오다 군에서 전역하던 해부터 몇 년 전까지 15년 이상 마라톤을 해왔다. 요 몇 년 달리기를 쉬었던 이유라고 한다면 무릎통증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몇 번이고 대회 출전 도중 내가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이유가 가장 컸다. 마치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고 해야 할 것 만 같은 공허함을 넘어 그 이상의 공황까지 느끼게 했다. 누군가와 같이 할 운동을 찾았지만 코로나를 거친 현재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덕분에 몸무게는 5㎏이상 급증했고, 나잇살이라고 치부하기엔 과하게 늘어지는 복부비만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드디어 8월 말에 결단을 내렸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그리고 대국민 독서챌린지에서 너무도 낯익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책은 이미 십여 년 전에 완독을 한 바 있지만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버금가는 재미없는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달리기를 새롭게 시작하려 하는 이때, 나는 누군가의 격려라도 필요했던 모양이다. 아니, 그때의 내가 느낄 수 있었던 문학적 깊이와 지금의 그것은 분명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을 "작가 겸 러너"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과 같이 소설가라는 직업과 마라톤 주자를 똑같은 비중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자신의 인생에 있어 문학의 창작활동과 마라톤 완주를 생애의 가장 중요한 성취와 덕목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마라톤 完走!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는 것을 묘비명에 써넣고 싶다고 하니 일생에 있어 쉽지 않은 자신과의 도전을 얼마나 치열하게 달성하고 노력하고자 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계속 달려야 하는" 것을 생명선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지구력에 감탄을 하게 되지만 우리의 인생 역시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 하지 않을 이유를 찾자면 정말 무궁무진하지만 매일 나를 소중히 단련하는 일이 쌓이고 쌓일 때 적어도 인생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근접해 갈 수 있지 않을까? 개개인이 갖고 있는 한계 속에서 좀 더 자신을 효과적으로 연소시켜 가는 일을 마라톤 연습을 통해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대국민 독서챌린지'의 필사를 진행하며 9월에 주 1회 10㎞달리기를 실천했다. 독서를 하며 안 뛸 수가 없었다. 덕분에 참 많은 힘을 얻었다. 10월엔 주 1회 10㎞, 5㎞달리기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에서 소회 한 아테네에서 마라톤코스를 따라 달릴 때, 거리에 따른 저자의 심경변화에 박장대소를 하며 읽기도 하였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저자는 2007년 8월 현재까지 25회의 마라톤 풀코스 경험이 있지만 아직도 30㎞, 35㎞, 40㎞ 지점에서 고통스러움을 느낀다니, 이것이 비단 나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느끼며 다시 한번 그 지점에서의 집중력을 위해 반복적인 일상에 힘을 내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매일의 작은 성취가 모여 나의 인생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것이 (그 누구와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리라. 어쩌면 지루하고 단조롭지만 집요하고 엄격하며 참을성 있게 시간을 들이는 것이 결국은 목표점에 다다르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언젠가 도달하게 될 목표점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나름대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승점일 것이다.


 좀 다른 얘기이긴 한데, 위와 같이 저자가 젊은 시절 가게를 운영할 때 몸소 체득한 바를 밝힌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글을 읽던 시점에 겪은 안 좋은 경험을 방어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전진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내가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행동할 때 타인의 평가를 크게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나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적으로 수신하고 철학적 가치를 세워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 추석에 어떤 친구의 '달리기 예찬'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술자리를 마치고 주소를 물어 그 친구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이 책은 마라톤 입문서도, 특정한 건강법에 관한 책도 아니다. 하지만 긴 인생이라는 레이스를 두고 우리의 주된 직업으로부터 소소한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어떤 행위의 그러한 의미와, 달리기와 인생을 함께 놓고 들여다볼 때 이것이 가져다줄 철학적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최근에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 '달리기크루'에 가입하고 활동할 수 없는 직업이기에 개인적인 달리기에 국한되어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인생을 누군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에 이 레이스의 여정은 내가 이끌어가는 것임이 분명하리라. 그래서 나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잘 다독여가며 매일같이 꾸준히 단련을 하기 위해서 이 책은 격려와 도전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많은 것을 매주 저녁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간다. 

j*****g 2023.10.09.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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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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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다. 그의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유명하다는 것은 안다. 소설만큼이나 그의 에세이가 좋다는 아니 소설보다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독서토론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 이번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 발매 2016.12.15. ⓒ sporlab,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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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다. 그의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유명하다는 것은 안다. 소설만큼이나 그의 에세이가 좋다는 아니 소설보다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독서토론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 이번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문학사상
발매
2016.12.15.

ⓒ sporlab, 출처 Unsplash

많은 작가들이 이 책을 읽고 러너 혹은 마라톤에 입문했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내용일까? 마라톤이 재밌고 유익하다는 말이 많을까?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뛰게 되려나? 책을 읽기 전에는 달리기나 마라톤에 더 강점이 찍힌 책으로 생각했다. 왜 달리는지,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이유, 달리기의 효용 같은 것들을 기대했다. 물론 그런 내용들도 있다.

달리는 것에는 몇 가지 큰 이점이 있었다. 우선 첫째로 동료나 상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별한 도구나 장비도 필요 없다. 특별한 장소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달리기에 적합한 운동화가 있고, 그럭저럭 도로가 있으면 마음 내킬 때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릴 수 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60p

그런데 전반적으로는 하루키의 생각들이 담긴 책이다. 서문에서도 말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느끼고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을, 처음부터 그대로 꺼내 솔직하게 나 나름의 문장으로 써보자. 아무튼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겠다'라고 결심했고,(중략) 달리기에 대해 정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직하게 쓰는 일이기도 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서문 중에서

글을 쓰지 않았을 때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철학들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매일 글을 쓰다 보니 하루키의 글쓰기에 더 눈이 간다. 머릿속의 생각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걸 꺼냈을 때 적힌 글은 다르다. 뭔가 이런 느낌으로 이렇게 전달하고 싶단 생각이 들지만 글로 적어두면 달라진다. 써봐야 알게 되고 깨닫게 된다. 쓸수록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글쓰기다.

하루키의 글은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 ‘솔직하게 꺼내 쓰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일단 생각이 잡히지 않는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이걸 써볼까? 하고 하나를 잡아도 쓰다 보면 적히는 글이 적다. 뭔가 하고픈 이야기가 많았는데 쓰다 보면 몇 개 안 나온다. 이게 글이 될까? 싶다. 그리고 내 생각 정리가 안된다.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거지? 이게 내 생각인가? 이렇게 쓰고 싶었던 게 맞나? 하다 보면 글쓰기는 멀어진다. '난 글을 못쓰는구나'하고 접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 기본적인 원칙을 말한다면, 창작자에게 있어 그 동기는 자신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으로서, 외부에서 어떤 형태가 기준을 찾아야 할 일은 아니다.

(중략)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나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26~27p

이 글을 읽으며 못쓰는 글을 매일 쓸 자신감을 얻는다. 나는 어제보다 약간 더 잘 쓰고 싶다. 어제의 나보다 아주 조금 더 나아지면 좋겠다. 잘 써서 쓰는 것이 아니라 못쓰기 때문에 쓴다. 잘 쓸 유일한 방법은 계속 쓰는 것이니까.

왜 나는 글이 쓰고 싶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어쩌면 내 안에 어떤 소리가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창작의 본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누구는 음악으로, 누군가는 미술로, 누구는 글쓰기로 발현된다고 느낀다. 미술과 음악보다는 글쓰기가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할 수 있는 나’만의 창작물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니 거룩해진다.

솔직하게는 내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을 쓰기도 한다. 머릿속에 엉킨 뒤죽박죽인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며 정리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아 그게 그런 기분이었구나. 쓰면서 깨닫는다. 글을 쓰며 정리하고 돌아보고 다짐한다. 글쓰기 시간은 명상의 시간과도 비슷하다. 하나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시간. 매일 이 시간을 보내고 한편 발행하고 나면 오늘숙제 하나를 잘 마친 기분이 든다. 못 쓰는 글이지만 오늘도 썼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 걸려서 나오지 않는 단어들을 어쩌든지 꿰맸다. 달리기를 하듯 매일 하다보면 점점 숨쉬기 편해지고 다리근육도 붙듯이, 글쓰기 근육도 키워지리라 믿으며.

책 읽으면서 나를 본다. 이 책을 글쓰기로 읽는 모습에 요즘 여기 빠졌구나 알게된다. 쓸수록 진심이 된다. 시작은 얼렁뚱땅했지만 오래 같이 하고싶다. 하루키의 달리기가 나에게는 글쓰기이길 바래본다. 그는 멋진 소설가가 되기위해 달리기를 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만큼의 충족감을 가지고 42킬로를 완주할 수 있는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큰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나는 즐기며 평가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성취의 긍지를 모색해가게 될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187p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수 있는가? 글 쓰며 나는 분명 즐기고 있다. 그것으로도 지금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거면 글 쓸 이유 충분하다고 믿어본다. 독자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못 쓰는 글을 매일 쓰는 사람의 변명이다.

YES마니아 : 로얄 h********k 2023.05.12.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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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확립시키는 건 꾸준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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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에 대한 하루키 최초의 본격적인 회고록이다. 서양의 문학이 주를 이루는 세계문학계에서 최초로 그 중심 무대에 우뚝선 동양인 작가라는 평을 받을 만큼의 대작가인 그의 최초의 회고록인 것이다. 그런데 그 중심 테마가 달리기이다. 작가라는 종족과는 왠지 다른 성질을 지닌 달리기라는 행위는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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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에 대한 하루키 최초의 본격적인 회고록이다. 서양의 문학이 주를 이루는 세계문학계에서 최초로 그 중심 무대에 우뚝선 동양인 작가라는 평을 받을 만큼의 대작가인 그의 최초의 회고록인 것이다. 그런데 그 중심 테마가 달리기이다. 작가라는 종족과는 왠지 다른 성질을 지닌 달리기라는 행위는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 하루키에게 있어 달리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며 그 행위를 하나의 메타포로 설정하고 결부시켜 자신의 인생과 소설가로서의 삶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는 것을 읽고 있으면 이질감은 사라지고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여러 자아 또는 정체성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먼저 하루키가 소설가가 된 경위 부터 흥미롭다. 와세다 대학을 마치고 역 근처에서 재즈 클럽을 경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자영업이 그렇듯 하루키도 클럽을 운영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하루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팬으로서 진구 구장으로 이 팀의 경기를 보러 갔다고 한다. 시간도 정확히 기억난다고 한다.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경기가 진행되는 중 상대팀의 외야수가 안타를 쳤고 재빠르게 1루 베이스를 돌아 2루를 여유 있게 밟았는데 이 때 하루키는 소설을 써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너무나 뜬금없는 고백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큰 야심 없이 시작한 일이기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무작정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완성된 원고를 어떻게 할까하고 고민하다 문예지의 신인상에 응모했고 그 결과로 군조 신인상을 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라는 작품이다. 후에 좀 더 제대로 된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경영하고 있던 가게를 접고 본격적인 집필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작품이 <<양을 쫓는 모험>> 이라는 장편소설이다. 어찌 보면 이 작품이 하루키에게 있어 전업소설가로의 첫 출발점이 된 소설이라고 해도 될 거 같다.

 

 하지만 하루키는 소설을 쓰는 행위가 의외로 체력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앉아서 작업을 하다 보니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체중도 느는 것 같아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무슨 운동을 할까 하고 고민하다 선택한것이 달리기였다. 당시 살던 지역에는 마땅한 운동시설이 없었는데 달리기는 땅만 있으면 되며 장비도 따로 필요없어서 선택했다고 한다. 달리기라는 행위는 소설을 쓰기 위한 체력증진과 건강을 위해 선택한 것이다. 처음에는 20~30분 정도의 달리기에도 쉬이 지쳤지만 진지하게 지속적으로 임한 결과, 이 회고록이 출간 될 당시 풀마라톤을 25회나 완주했을 정도로 진정한 의미의 러너가 되어있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달리기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하루키는 이 행위가 자신의 천성과 잘 맞아서일거라 말한다. 

 내가 이렇게 해서 20년 이상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은, 결국은 달리는 일이 성격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p.73

 

하루키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일이 됐는 다른 사람을 상대로 이기든 지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 자신이 설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에 더 관심이 쏠린다. p.25 

 

 끝까지 달리고 나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혹은 프라이드와 비슷한 것)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장거리 러너에게 있어서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p.26 

 

자신의 성질과 달리기의 성질의 일치점을 얘기하며 소설쓰는 작업에 결부시켜 말한다.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며,...타인에 대해서는 뭐라고 적당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 p.26

  

 하루키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재즈 클럽을 경영할 당시 오롯이 혼자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1시간 정도의 달리기에서 자신만의 공백을 찾는 다고 한다. 직업으로서 소설 쓰기도 그렇고 달리기도 그렇고 혼자 하는 고독한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천성과 맞아 떨어졌고 잘 해내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달성을 위해 끈기있게 노력한다. 

 

 하루키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웠다고 한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소설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하루키는 가장 중요한 자질로 재능이라 말한다. 하지만 재능은 선천적인 것이다. 자신은 문학적 원천이 샘에서 한 없이 솟아나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대신 후천적으로 노력해 얻을 수 있는 다른 소설가의 자질을 설명한다. `집중력` 과 `지속력` 이다. 이것은 러너로서 달리기라는 행위를 통해 달리기와 관련 된 근육을 강화하고 체형을 만들어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소설을 쓰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육체노동이라고 인식한다는 하루키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고 한다. 스스로 선택한 고통인 달리기를 통해 격정적 순간을 인내한다거나 내부의 집중의 정도등을 배우고 소설쓰는 작업에도 분명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p.128

 

 하루키의 달리는 삶은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하다. 책에서는 다양한 풀코스마라톤에 출전한 경험에 대해 말하는데 특히, 훗카이도 시로마 호수에서 열리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에 출전했던 경험에 대한 회고는 간소하게 이야기 하지만 읽는내내 진의 다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완전히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해낸다. 하지만 이 때 러너스 블루를 경험했다고 한다. 러너스 블루는 러너스 하이의 반대 되는 개념으로 하루키가 만든 개념 같다. 달리는 것에 권태 같은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 후에 트라이애슬로인라는 종목에 잠시 외도를 한다. 참 하루키도 하루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20년이라는 세월 앞에 하루키는 점점 한계를 느끼게 된다. 젊었을 때 했던 훈련양을 똑같이 소화해도 나이가 들수록 경기 성적은 점점 나빠져 갔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다.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무릎 통증도 경험하게 된다.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하루키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일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면 된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설령 기록이 더 떨어진다 해도 나는 아무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는 목표를 향해서 예전과 같이-때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노력을 계속해갈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이 태어날 때부터의 나의 성격인 것이다. p.227

 

 산다는 것의 성질은 성적이나 숫자나 순위라고하는 고정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 속에 유동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는 의식에 다다를 수 있다. p.256

 

  이 책은 2005년부터 2006년에 걸쳐 다른 일을 하면서 짬을 내어 조금씩 써내려갔다. 그래서 그런지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대 작가의 회고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소박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위트있는 문장으로 유쾌함을 느끼게 되고 무엇보다 울림이 있는데 그것은 이 책이 그만큼 진실되기 때문일 것이다. 인내심과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전하면 성공한다는 따위의 훈계나 교훈은 전혀 느쪄지지 않는다. 하루키 자신이 자신의 삶을 관조하여 러너라는 자신의 정체성, 소설가로서의 자신의 생각, 나아가 인간의 삶에 대해 소박하지만 진실 된 언어로 두런두런 얘기를 해주는 듯하다. 어느 대목을 대충 펴고 읽어도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책이다.

 

 하루키가 소설가가 되었던 것도 러너로서의 정체성을 얻었던 것도 특정한 야심이나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가 소설을 쓰기 위한 체력증진이라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덧 자신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식적 행위가 되었다. 소설가가 직업이라면 러너는 대체할 수 없는 하루키만의 정체성이 된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 부합하는 행위를 오래 지속해 온 결과물인 것이다. 타인과는 구별 되는 행위. 외부적인 요소에 인정을 받는 행위가 아니라 인정의 기준을 자신의 내면에만 설정해 그것에 만족하기 위해 해온 행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결부 시켜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의 삶 전체를 쉽게 풀어 쓴다.

 

 8장 말미에 이 회고록의 결론이라고 할만한 대목이 나온다.

 

 러너가 되시지 않겠습니까? 라는 누군가의 부탁으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던 것이 아닌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소설가가 되어주세요 라는 부탁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닌 것처럼. 어는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 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난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p.228

 

 나는 하늘을 우러러보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선을 향해야만 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안쪽인 것이다. 나는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 거기에는 친절한 마음이 보일까? 아니,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 같은 나의 성격일 뿐이다. ... 낡은 보스턴백처럼 그것을 둘러메고, 나는 긴 여정을 걸어온 것이다. 좋아서 짊어지고 온 것은 아니다. ...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짊어지고 갈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메고 온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애착도 간다. p.229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테마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테마를 자신의 삶과 결부시켜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없다. 애초에 하루키 같이 꾸준히 해온 행위 자체가 없다.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를 규정해 주는 나만의 정체성이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제라도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거 같다.

 

 

1******k 2021.11.1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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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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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달리기에게 달리기가 인생에게 그리고 하루키의 인생이 나에게 오다.   5키로미터 달리기에 참가했다가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가 50분에서 1시간 사이에간신히 결승점을 통과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42.195킬로미터의 마라톤이나울트라 마라톤은 언감생심. 그런데 글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 그 힘든 달리기를 꾸준히 해내고 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하던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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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달리기에게 달리기가 인생에게 그리고 하루키의 인생이 나에게 오다.

 

  5키로미터 달리기에 참가했다가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가 50분에서 1시간 사이에

간신히 결승점을 통과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42.195킬로미터의 마라톤이나

울트라 마라톤은 언감생심. 그런데 글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 그 힘든 달리기를 꾸

준히 해내고 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하던 차에 만난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표지에 있는 소개의 글, '달린다'는 것은 문학과 삶을 향한 치열한 도전이었다!

  그 속에서 만난 글을 짧게 필사해봅니다. 

 

1. 당연히 서문도 잘 쓰네요.

  선택 사항으로서의 고통

진정한 신사는 헤어진 여자와 이미 납부해버린 세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라고 하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

다. 그 말은 내가 방금 적당히 만들어낸 말이다. 미안합니다. 그

러나 만약 그와 같은 말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면, "건강법은 말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말 역시, 신사의 조건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진정한 신사는 자신의 건강법에 대해 여러 사람 앞에

서 주저리주저리 떠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누

구나 알고 있듯이, 나는 진짜 신사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 일

일이 마음에 두지도 않지만, 그래도 역시 이런 책을 쓰는 것은

어쩐지 멋쩍은 일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변명을 하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지만, 이것은 달리는

이야기에 관한 책이지 건강법에 관한 책은 아니다. 7쪽 

 

2. 목차는?

누가 믹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2005년 8월 5일 하와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 달리는 소설가가 되는가 2005년 8월 14일  하와이 주

한여름의 아테네에서 최초로 42킬로를 달리다 2005년 9월 1일 하와이 주

나는 소설 쓰는 방법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

워왔다 2005년 9월 19일 도쿄

만약 그 무렵 내가 긴 포니테일을 갖고 있었다 해도 2005년 10월 3일

매사추세츠 주

이제 아무도 테이블을 두드리지 않고 아무도 컵을 던지지 않았다 1996년

6월 23일 홋카이도

뉴욕의 가을 2005년 10월 30일 매사추세츠 주

죽는 날까지 열여덟 살 2006년 8월 26일 가나가와

적어도 최후까지 걷지는 않았다 2006년 10월 1일 나카타

후기 세상의 길 위에서

 

하와이, 매사추세츠, 일본의 여러 곳. 본인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왠지

미국과 일본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전업작가로 

산다는 것도 멋져 보였고요. 하지만 '선택한 고통'이라는 문장이 글쓰기

 

와 달리기에서 계속 보이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3. 직접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올림픽 마라코너인 세코 도시히코 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S&B팀의 감독으로 취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그때 나

는 "세코 씨 같은 레벨의 마라토너도 '오늘은 어쩐지 달리고 싶지 않구나.

아, 싫다. 오늘은 그만둬야지. 집에서 이대로 잠이나 자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해보았다. 세코 씨는 말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는,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야'라는 어조로 "당연하지 않습니까,

늘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확실히 어리석은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때도 그것이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래도 나는

세코 씨 입에서 직접 그런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가령 근육이나 운동

량이나 동기의 레벨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고 해도, 아침 일찍 일어나 러

닝슈즈에 끈을 맬 때 그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어떤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의 세코 씨의 대답은 내 마음을 깊이 안심시켜 주었다.

아, 역시 사람은 모두 똑같구나, 하고 깊이 깨달았다. 76쪽  

 

4. 아테네 첫 마라톤 완주, 죽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반복한다.

6월 260킬로(주당 60킬로)

7월 310킬로(주당 70킬로)

8월 350킬로(주당 80킬로)

…… 그러나 기록은 참담한 것이었다. 실패의 원인은 명확했다.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그것이 전부였다. 연습

량의 절대 부족에다, 체중도 줄이지 못했다. 42킬로 정도는 적당히 연습

하면 어떻게든 달릴 수 있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겼던 것이리라.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젊었을 때라면 확실히 '적당히 해도' 어떻게든 마라콘 풀코스를 완

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혹사시키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이제

까지 쌓아왔던 체력의 축적만으로도 무난한 기록을 올릴 수 있었을 것 같

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 88쪽

 

  내가 아테네에서 마라톤까지 혼자서 달릴 작정이라고 말하

자, 그리스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안 하는

게 좋다. 그거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일이 못 된다"라고 말

했다. 나는 아테네의 여름 더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으므

로 그리스에 올 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

다. 요컨대 42킬로를 달리면 좋지 않은가, 하는 느낌으로. 거리

에 관해서만 생각하고 온도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않았다.그러

나 실제도 아테네에 와보고 나서 더위가 너무나 심한 것에 역

시 겁이 났다. 확실히 정상적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는 오리지널 마라톤 코스를 내 다

리로 달려서 그에 관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하고 큰소리치고

머나먼 그리스까지 와버린 것이다. 이제 와서 뒤로 물러설 수

는 없다. 이런저런 궁리를 한 끝에 혹독한 더위에 따른 소모

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에 아테네를 출발하

여 태양이 높이 솟기 전에 결승점에 도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온도는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이것은 흡사 <달려라 메로스>와 같다. 말 그대

로 태양과의 경쟁이었다. 94쪽

 

  27킬로 부근에 고갯마루가 있고, 그것을 넘으면 마라톤 산이

얼핏 보이기 시작한다. 코스의 3분의 2를 달려온 셈이다. ……

  아니, 맥주는 생각하지 말자. 태양에 관한 생각도 하지 말기로

하자, 바람도 잊어버리자, 기사 쓸 일도 잊어버리자, 다리를 번

갈아가며 앞으로 내딛는 것에만 의식을 집중한다. 그것 말고는

지금 당장 급박한 문제는 없다.

  35킬로 지점을 통과한다. 여기서부터는 나에게 있어 '미지의

땅'이다. 나는 태어나서 이제까지 35킬로 이상의 거리를 달린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이다. 왼편으로는 자갈투성이의 황량한 산

들이 솟아 있다. ……

  37킬로 부근에서 모든 것이 싫증 나버린다. 아, 이젠 지겹다.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체내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난 것 같았다. ……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양들에게도,

차 속에서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가에게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셔터 소리가 너무 크다. 양의 수가 너무 많다. …… 피부는 어느

새 작고 하얗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햇볕에 그을린 탓에

생긴 물집이다. ……

  골!

  드디어 결승점에 다다랐다. 성취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내

머릿속에는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좋다'라는 안도감뿐이

다. 주유소의 수도를 빌려서 온몸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몸에 달

라붙은 소금을 씻어낸다. 인간 염전이랄까. 온몸이 소금투성이

다. 사정을 들은 주유소의 아저씨가 화분의 꽃을 꺾어서 작은 꽃

다발을 만들어 나에게 건네준다. "수고했어요. 축하합니다!" 이

국 사람들의 그런 작은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뭉클하다. 마라톤

은 작고 친절한 마음이다. …… 마라톤 마을의 아침 카페에서 나

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암스텔 비어를 마신다. 맥주는 물론 맛있

다. 그러나 현실의 맥주는 달리면서 절실하게 상상했던 맥주만큼

맛있지는 않다.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은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아아,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 * *

  이것이 나로서는 난생처음의 (거의) 42킬로 달리기였다.

  아무리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도, 결국은 똑같은 일의 반

복인 것이다.

  그렇지, 어떤 종류의 프로세스는 아무리 애를 써도 변경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

스와 어느 모로나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고, 그 프

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아, 힘들다. 107쪽

 

  힘들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고통이다. 그래서 화가 나고 힘들

고 체력이 다 떨어진 것 같아도 기어이 해낸다. 그것을 하겠다고

선택했기 때문에. 그리고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속에 있는 말을 제게 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쓰기의

고통을 저는 잘 모릅니다. 마라톤의 고통도 조금밖에 모릅니다.

  하지만 선택한 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성심성의껏 아이들을

부양하고 사랑하는 그녀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방법을 찾는 어

려움은 잘 아는 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찾아오는 문제

를 또 해결하고 고민하고. 집요한 반복에 의해 자신을 변형시키

고, 그 프로세스를 자신의 인격의 일부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를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와 우리 모두는 자신의

글쓰기와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

실된 달리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5. 크게 다칠 뻔했다. 그후로 얼굴만은 언제나 들고 있다.

  처음으로 트라이애슬론 레이스를 위해 100킬로 가까운 장거

리 투어링을 했을 때 정면으로 금속 말뚝과 사정없이 충돌했다.

하천을 따라 난 보행자·자건거 전용도로에 자동차나 오토바이

가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워놓은 그 말뚝이다. 피로에 지쳐

서 머리가 멍해진 탓으로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는 상태를 유

지하는 것에 잠시 소홀해졌던 것이다. 사이클 앞바퀴는 푹 찌

그러져 휘어졌고 머리부터 도로에 내동댕이쳐졌다. 정신을 차렸

을 때 나의 몸은 말 그대로 허공을 날고 있었다. 헬멧이 머리를

보호해주어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크게 다칠 뻔했다. 

  그런 무서운 일을 한 번이라도 당한 사람은 거기에서 몸소 사

무치게 뭔가를 배우게 된다. 무슨 일의 기본을 착실하게 몸에 익

히려면 많은 경우 육체적인 아픔이 필요한 것이다. 그후로 아무

리 지쳐도 얼굴만은 언제나 들고 있다. 전방의 노상에 있는 것을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214쪽  

 

  츠타야 서점 관련 마스다 무네아키의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에서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물건에 관해서도

이 물건은 좋다 나쁘다 등

현장에 찾아가보면 느끼는 점이 많다.

좀 더 말하면, 직감으로 느꼈던 것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거쳐 논리적으로 판단한다.

마스다에게 데이터는 기획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검증이나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다.

일전에도 지인이

어떤 물건을 봐달라고 해서 현지로 찾아가보았다.

그곳에서 느낀 왠지 모를 부족함.

뭔가 납득이 가지 않았기에

좋은 물건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후, 그 물건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지만

인간은 그런 것을 느끼는 힘을 지니고 있다." 82쪽 직감력

 

  글쓰기와 달리기 그리고 "지적자본론"이 어우러진 10월 23일이었

습니다. 직접 선택한 고통을 통해 글쓰기에서 독보적인 하루키와

라이프 스타일 산업의 최전선, 아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브랜드 파

워를 만들어내고 있는 '마스다 무네아키'를 만나면서 '반복적으로 꾸

준히 집요하게 행하는 힘'의 대단함을 느꼈고 제게 필요한 것이 연습,

연습, 연습이며 생각하기, 생각하기, 생각하기. 글쓰기, 글쓰기, 글쓰

기 같은 "좋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행하는 집요함"이라는 생각을 해봅

니다. 좋은 롤 모델을 만났다고 지금 기뻐하는 상태를 지속하려면 읽

고 행하고 조정하고 문제해결하고 피드백 하고서, 다른 문제를 찾아

나서는 절실하고 선택적 집요함을 챙겨야 하겠습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그리고 '힘들지만 좋네.'가 입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생활을 해야 즐겁고 재미난 미래가 펼쳐질 꺼라는 예감. 이번

예감을 온전히 맞을 것 같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h*****j 2019.10.23.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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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통한 공감 백 배의 달리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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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ㅊㅊ아빠!  요 근래 우리가 자의든 타의든 달리기라는 끈으로 의기투합하여 다시 뛰기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다 되어 가는군요. 저는 그리 인간관계가 폭넓지 못한지라 혼자 뭔가를 한다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하게만 느껴지지만 자라나는 우리 집 어린이를 보면 부모의 성향을 닮아가는 아이의 모습으로부터 본보기를 보여야 할 변화의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다행히 ㅊㅊ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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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ㅊㅊ아빠! 

 요 근래 우리가 자의든 타의든 달리기라는 끈으로 의기투합하여 다시 뛰기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다 되어 가는군요. 저는 그리 인간관계가 폭넓지 못한지라 혼자 뭔가를 한다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하게만 느껴지지만 자라나는 우리 집 어린이를 보면 부모의 성향을 닮아가는 아이의 모습으로부터 본보기를 보여야 할 변화의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다행히 ㅊㅊ와 성향이 잘 맞는 덕에 부모도 덩달아 자주 보게 되네요. 개인적으로 달리기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데, 주로 마라톤의 기술과 관련된 내용보다는 에세이와 같이 달리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책에 눈길이 갑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의 생각 엿보기 내지는 정보를 알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에 만난 책 [아무튼, 달리기]는 위와 같은 호기심으로 만나게 된 에세이입니다.

사실 이 책은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타이틀의 [아무튼, ] 에세이 시리즈 중의 하나로 현재 칠십 여권이 출간되어 있는데요. 예전에 [한국이 싫어서]라는 넷플릭스의 원작 소설의 작가인 "장강명"님을 검색하다가 타고 타고 들어와 여기까지 도달했습니다. 서른세 번째의 [아무튼, ] 시리즈인 이 책의 저자 "김상민"님에 대한 정보도 전무했기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구입하게 되었지만, 큰 기대 없이 만난 책이었기에 더 흥미롭게 읽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내용은 저자가 달리기를 하기 시작하여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6회 경험하면서 그동안 느낀 바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달리기를 하러 나갈 때 주변 환경과 내 컨디션이 매번 다르듯, 그 당시의 느꼈던 것들을 실감 나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 참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마도 우리도 어딘가를 뛰며 나만의 달리기 철학을 정립해 나가고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제인 "아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은 일부 수긍은 하지만 완전 동의는 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그만큼 자연스레 도로 위의 내 모습을 연상하며, 비판적 독서를 가능케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맞장구를 치며 '저 기분 내가 알지.'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저의 게으름이 발동하여 느슨해질 여지를 차단할 보호장치 같은 달려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달리기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신 ㅊㅊ아빠는 저 이상으로 단숨에 읽어버리시리가 확신합니다. 또한 이 책의 큰 매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자의 직업이 '브랜드 마케터'인 만큼 카피라이터 같은 단순 명쾌한 필체가 탁탁 가슴에 꽂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곁에 두고 자주 펼쳐 보시며 마음을 다 잡음도 좋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권하게 되었습니다. 이 운동이 남과 경쟁하는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완주를 향한 습관이란 과정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에 멘털관리 차원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책의 마지막 명언으로 글을 끝맺습니다. 한 달을 시작하는 오늘, 또 한 번 파이팅입니다.

 "진정한 고귀함이란 타인보다 뛰어난 것이 아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j*****g 2025.10.01.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