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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쥐 세 마리 달리는 것 좀 봐. 달리는 것 좀 봐. 모두들 농부의 아내를 쫓아 달리네. 여자가 식칼로 쥐들의 꼬리를 자르네. 혹시 이런 광경을 보신 적이 있나요. - [눈먼 쥐 세 마리] -
이전에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그랬던 것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의 [쥐덫] 역시 다소 끔찍한 내용의 동요가 등장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독자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쯤되면 그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동요나 시는 마치 마술피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과연 '눈먼 쥐 세 마리'가 의미하는 것이 어떠한 내용인지 또한 이 낯선 동요 안에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무슨 단서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사실 [쥐덫]의 원제가 [THREE BLIND MICE]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동요의 첫 번째 대목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된다.
[쥐덫]은 눈으로 고립된 한 하숙집을 배경으로 그 안에 갇힌 인물들의 심리적인 갈등과 기묘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고립은 비단 등장인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각의 장면들이 별개의 것처럼 서로 고립되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고립은 바로 이 작품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를테면 처음에 짧막하게 등장하는 의문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런던의 한 주택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장면과 이를 수사하는 런던 경시청의 상황, 그리고,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되는 '몽스웰 장원'이라는 이름의 하숙집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몽스웰 장원'과 런던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초반부에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이 하숙집에 몇몇 인물이 합류하고 동시에 눈으로 고립되면서 오히려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기 시작한다. 바로 런던의 살인범이 그 하숙집의 일원 중 한 명이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런던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근처에서 우연히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첩에는 바로 '눈먼 쥐 세마리'라는 동요와 함께 살인 장소의 주소와 함께 '몽스웰 장원'이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찰은 그곳으로 형사를 급파하기로 결정한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등장하는 '몽스웰 장원'의 이야기는 왠지 살인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산으로 이곳을 상속받은 젊은 부부가 처음으로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숙하기로 결정한 3명의 인물을 차례로 맞이하면서 미숙함을 보여주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앞서 발생한 런던의 살인 사건과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설로 인하여 길에서 고립된 외국인이 추가로 이곳에 머물게 되지만, 딱히 이곳에서는 긴장감을 느낄만한 부분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들이 고립된 상황 속에서 TV와 신문을 통하여 런던의 살인 사건을 전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이야기는 숨가쁜 긴장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곳에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살인과 관련된 범죄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함께 형사들을 급파하였다는 하숙집에 걸려온 경찰의 전화는 순식간에 '몽스웰 장원'을 긴박한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실제로 그곳에 경찰이 파견되고, 파견된 경찰은 이곳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런던의 살인 사건의 진범이 있다고 말하면서 서로에 대한 의심을 키우기 시작한다. 심지어 이곳에 머문 사람 중 한 명이 살해되고, 이 지역에서 오래전에 발생된 끔찍한 사건이 부상하면서 이곳에 머문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용의자로 전환되는 과정은 확실히 흥미롭게 다가오게 된다. 더구나 그러한 의심과 긴장이 오히려 범인을 잡기 위하여 파견된 경찰의 등장으로 인하여 고조되고 있다는 점은 무언가 아이러니한 느낌마저도 띄고 있다. 폭설로 고립된 장소, 또 하나의 살인 사건, 새롭게 밝혀진 과거의 끔직한 사건으로 인하여 서로에 대한 의심, 심지어 하숙집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끼리도 서로를 미심쩍어하는 이 과정은 아마도 이 작품의 백미라 할 것이다.
"(중략) 난 그 사람이 싫어요! 그 사람은...... 그 사람은 우리에게 주입시키고 있어요. 사실과 다른 것을 ...... 도저히 사실일 수가 없는 것을 말이에요." - p. 99中에서 - 고립된 상황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의 지속을 보여주는 [쥐덫]은 확실히 흥미롭다. 전에 읽었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연이어 등장인물들이 동요 내용처럼 살해되면서 동시에 그 범인이 그 중 하나라는 상황이 긴장감을 더했다는 구조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쥐덫]은 처음부터 그러한 의심이 지속된 것이 아니라 폭설에 의한 고립 및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 과정이 그러한 긴장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실제 나중에 이들의 긴장은 바로 고립된 상황에서 인간의 심리가 빚어낸 터무니없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꽤 깊은 의미를 다루고 있다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가지에 출간한 [쥐덫]은 의외로 분량이 그리 길지 않다. 사실 이 작품은 1927년 왕실의 요청에 따라 20분자리 라디오 드라마 극본으로 집필되었기에 이 시리즈의 여타 작품에 비하여 짧을 수 밖에 없다. 사실 내가 이 작품을 기억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 한국의 코미디언들이 이 작품을 원작으로 단막극 형식으로 연기를 한 것을 보았기 때문(오래전임에도 불구하고 자막으로 원작 [쥐덫]의 출처마저 밝히고 있었기에)이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중편 정도의 분량으로 고립된 상황에서의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쥐덫]의 분량으로 인하여 이 책은 이외에 8개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을 추가로 소개하고 있다. 사실 추리 장르의 단편은 분량으로 인하여 그 반전의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기에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지만, 이들 8편의 작품에는 미스 마플과 에르퀼 푸아로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양한 작품에서 그녀가 만든 캐릭터 중 이 둘의 인지도는 상당한데, 각각의 단편을 통하여 두 캐릭터의 특성을 비교하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들 단편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미스 마플은 수더분한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안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단서를 노출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토대로 함께 추리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면 에르퀼 푸아로는 가끔 불어를 사용(벨기에 국적이기에 불어 사용은 당연한 것이겠지만)하면서 정중하고 위엄있는 태도를 보이면서 사건에 대한 번뜩이는 추리를 보여준다. 푸아로의 동료로서 아서 헤이스팅스가 등장하면서 추리를 서로 비교하는 모습은 홈즈와 왓슨의 관계처럼 보여지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푸아로는 홈즈의 외향적인 부분을 보다 강조한 것 같은 느낌의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둘은 이후 애거서 크리스티의 무수히 많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어찌보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쥐덫]에 상당히 몰입할 수 있었으며, 이외의 8개의 단편은 비록 [쥐덫]만큼 몰입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마플과 푸아로를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중단편 역시 분량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기본적으로는 장편과 비슷한 과정과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이 궁금하다면 우선 이 책으로 그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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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유언비어는 적국의 사기를 떨어뜨리면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방법 중 하나이다. 거창하게 전쟁을 들먹이지 않아도 유언비어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조작된 내용이나 거짓을 통하여 상대방을 음해하는 일은 이미 사회에서도 큰 문제로 작용하면서 법적 처벌을 받게 될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을 통하여 인간 내면의 민낯을 드러내는 애거서 크리스티 역시 이러한 소재를 사용하여 글을 썼으니 바로 [움직이는 손가락]이다. 추잡한 모함과 비방의 내용을 담은 편지가 마을에 떠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추리 소설 특유의 설정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주인공 버턴은 비행기 사고로 인하여 불편한 다리 때문에 요양을 위하여 작은 시골 마을인 림스톡의 리틀 퍼즈 저택에서 여동생 조애너와 함께 머무르게 된다. 워낙에 작은 마을이라서 서로에 대하여 잘 알고 있던 상황 속에서 이들 남매는 마을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특히 조애너의 그 세련된 옷차림과 외모는 일찍이 마을에서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내 마을에 퍼지게 된다. 그러한 와중에 이들 남매는 익명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악의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분노하게 된다. 조애너가 버턴의 여동생이 아니라 고급 매춘부라는 말도 안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편지를 불태웠지만, 이내 그 편지를 받은 사람이 자신들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를 포함하여 마을의 많은 사람들 역시 이러한 편지를 받았던 것이다.
말도 안되는 편지라서 무시하면 될 것 같지만, 분명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불안에 떨게 된다. 버턴 남매 역시 처음에는 가볍게 장난이라고 무시했지만, 젊은 하녀는 편지로 인하여 남자 친구와 싸움을 하면서 버턴 남매의 저택에서의 일을 그만두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버턴은 도대체 누가 이런 편지를 써서 왜 마을 사람들의 불안을 조장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다. 음해 내용이 터무니없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러한 내용을 갖고 협박 또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내용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이처럼 특정한 사람을 목표로 한 경우가 아니고, 대상이 막연한 경우라면 문제는 좀 더 심각합니다. 편지를 무차별적으로 보내니까요. 그런 편지는 마음속 욕구 불만을 표출하는 수단이 되는 거죠.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건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기는 점점 자라나요." - p. 28 中에서 - 마을의 의사 오웬 그리피스의 말처럼 마을을 떠도는 익명의 편지는 버턴이 생각하는 단순한 장난이 아님을 의미하며 아울러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음해와 무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버턴은 이러한 편지들이 자신이 마을에 요양하러 오기 전에도 이미 받은 사람이 있었고, 다른 마을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는 이 작품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임을 알기에 곧 무언가가 터질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마을의 목사 부인인 캘드로프 부인은 그러한 상황에 대하여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면서 끔찍한 사건이 곧 발생하리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게 된다. "그 편지에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정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해요. 일종의 수치스러운 비밀들을 모두 모아 놓은 셈이죠. 그런데 그 편지를 쓴 사람은 왜 그 점을 이용하지 않는 거지요?" - p. 94 中에서 - 그렇다! 만약 단순한 장난이라면 [움직이는 손가락]은 추리 소설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캘드로프 부인의 이러한 지적은 곧 그 편지를 쓴 사람이 무언가 사건을 저지르거나, 아니면 편지로 인하여 무슨 사건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한 예측으로 느껴진다. 아닌게 아니라 이후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게 된다.
마을의 변호사인 리처드 사이밍턴의 아내가 청산가리를 먹고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재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음해 편지를 받고 괴로워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 것이기에 이제 익명의 편지는 단순한 장난이 아님이 밝혀지게 된다. 더욱이 일주일 후에는 사이밍턴 집안의 젊은 하녀인 아그네스 워델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익명의 편지가 자살로 보이는 사건과 더불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찰은 익명의 편지가 내용은 인쇄된 책의 글자를 오린 것이고, 주소는 마을 회관의 타자기로 쓰여진 점을 밝히면서 범인은 여성이라고 특정 지으면서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기 시작한다. 버턴 역시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그 나름대로 범인을 찾기 위하여 애쓰게 된다. 실제 아그네스 워델이 위험하다는 사실 역시 버턴이 자신의 하녀인 파트리지와의 대화를 통하여 알아냈으니 그의 행보는 범인을 찾기 위하여 더욱 주목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버턴이 사이밍턴 부인의 딸인 메건 헌터에 관심을 갖는 부분은 그래서 의미깊게 다가온다. 메건 헌터는 사이밍턴 부인이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이었는데, 사이밍턴 집안에서는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라는 점에서 독자 입장에서는 용의자로 볼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러한 푸대접에 메건은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서슴없이 내비쳤으며, 여성이 범인이라는 경찰의 추측을 떠올려 본다면 범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코넬리아의 두 언니인 고네릴과 리건이 왜 리어왕을 차갑게 대했느냐라는 물음에 대하여 "늙고 무서운 아버지가 너무나도 딸들을 괴롭혔기 때문에요."라는 메건의 대답은 그녀가 사이밍턴 부부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하였음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그녀를 범인으로 몰 수 밖에 없다. 또한 두 사건이 모두 사이밍턴 집안에서 일어났다는 점과 범행 시간에 명확한 알리바이가 없었다는 점은 메건에 대한 의심은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애거서 크리스티 특유의 솜씨가 가미되어 메건 헌터 이외에도 의심을 받는 인물들이 점점 부각된다. 의사 오웬의 누나인 에이미가 리처드 사이밍턴을 좋아했다는 점이라든지 버턴 남매에게 저택을 임대해준 에밀리 바턴은 평생 어머니의 억압과 더불어 언니들의 병치레를 하면서 인생의 전반을 보냈다는 점에서 사이밍턴 부부에 대한 질투심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부분들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사이밍턴 집안의 가정교사로서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인 엘시 홀랜드가 사이밍턴 부인이 사망한 이후에 리처드 사이밍턴과 재혼할 수 있다는 소문은 그녀가 사이밍턴 부인을 죽게 만들고, 이를 눈치챈 하녀 아그네스 워델을 살인한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익명의 편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엘시 홀랜드는 유일하게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외에도 마녀 집안 출신이면서 평소에도 그러한 기질을 보였던 클리트 부인이라든지 다소 무서운 이미지의 목사 부인인 캘드로프 부인도 용의자의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애거서 크리스티의 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분명 그녀가 의도한 것처럼 우리는 헛다리를 짚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작품을 읽다 보면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우선 과연 여성이 범인일까라는 부분이다. 경찰은 익명의 편지를 분석하여 여성이 범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실제 애거서 크리스티 역시 작중 다수의 여성들을 용의자로 만들고 있다. 그럼 거꾸로 남자가 범인은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 수 있다. 대부분 작가는 쉽게 범인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합리적인 의심을 유도한 것에 대한 의심으로 여성이 범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 꾀에 자기가 속아넘는 것처럼 확실한 증거가 없는 추측은 오히려 자가당착의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처럼 사건을 바라보는 버턴이 실제 범인은 아닐까라는 의심도 해볼 수 있다. 비록 그가 마을에 오기 전부터 그러한 편지가 돌았다는 말은 범인이 아닐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여 새롭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중 화자가 범인인 경우도 우리는 많이 목격할 수 있지 않았던가?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 작품은 미스 마플의 등장으로 일대 전기를 마련한다. 그간의 작품과 달리 마플 여사는 누군가의 요청으로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여 곧 진범을 밝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역할은 한정되어 있다. 그녀 역시 버턴이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작품이 마지막에서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수사 과정도 그리 상세히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움직이는 손가락]은 사람들에 대한 음해와 거짓된 사실로 인한 인간 내면이 갈등과 불안을 소재로 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미스 마플이 마지막에 등장한 점을 감안한다면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사건의 진실은 의외로 간단히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록 익명의 편지들이 각 인물들에 대한 혼란과 불신을 심어주고 있지만, 그 와중에 몇 가지의 논리적인 부분을 적용해 본다면 사건의 진실을 찾기란 보다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범인을 찾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음해와 무고가 실제 삶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가슴에 와닿던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도 무고와 관련된 이슈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1942년에 발표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움직이는 손가락]은 추리 소설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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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캘거리가 미안함과 기대감에 젖어 아가일 가문을 방문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그 가문의 일원인 재코 아가일이 어머니에 대한 살인죄로 복역하던 도중 폐렴으로 옥사를 한 상황에서 그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하여 그들을 방문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재코 아가일이 자신의 알리바이로서 범행 추정시간에 길가에서 차를 얻어탔다고 증언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를 태운 인물이 바로 아서 캘거리였는데, 그날 그가 교통 사고로 인한 순간적인 기억 상실증으로 인하여 경찰은 그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재코는 가지고 있던 그의 어머니의 것으로 추정되는 돈과 살인 도구에 묻은 지문을 근거로 하여 범인으로 구속되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아서 캘거리는 우연히 그 사건에 대한 뉴스를 통하여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서 실제로 자신이 태운 인물이 재코 아가일이었음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전하기 위하여 아가일 일가를 만나게 된다.
캘거리의 말은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어야 옳았다. 하지만 그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캘거리는 그들이 어리둥절해하고 믿을 수 없는 그 상황에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질문들을 퍼부을 거라고 기대했다...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경계심과 의심만이 남아 있는 듯했다. - p. 36 中에서 - 뜻밖의 이러한 반응에 캘거리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들 가족과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캘거리의 증언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가족이었지만, 그들은 포악한 성격의 재코가 어머니를 죽인 것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2년간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이다. 이제 재코도 병으로 사망한 상황에서 캘거리의 등장으로 인하여 재코에 대한 사면과 동시에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당시 상황을 감안한다면 남은 가족 또는 저택에 일하는 사람들이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반응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캘거리는 자신으로 인하여 수사가 다시 시작된 상황에서 도움이 되고자 나름대로 조사를 하지만 연이어 만난 재코의 가족들은 재코의 억울함을 푼 것에 대한 안도가 아니라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죄를 지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제는 죄가 없는 사람들의 문제가 돼 버렸어요." - p. 49 中에서 - 재코의 여동생인 헤스터 아가일의 이러한 반응은 실제 그 시점부터 가족들이 서로 의심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누명]은 2년 전에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진범이 아니었음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는 작품이기에 수사 과정을 통한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가족끼리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을 통한 이야기의 진행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캘거리는 이러한 가족들의 반응에 분노를 표하지만, 재코가 죽고 나서야 알게 된 그의 아내 모린 클레그의 반응 역시 다르지 않다라는 점에서 아서 캘거리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한 사람에게 부당한 판결을 내렸다는 걸 당국에 설명하는 게 어려우리란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가족들에게 그 일을 이해시키는 일이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 p. 72 中에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 대한 그러한 반응에 대하여 위와 같이 분개하는 아서 캘거리는 나름의 조사를 통하여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조사는 독자로 하여금 가족들의 서로에 대한 의심과 재코 아가일에 대한 그러한 무덤덤한 반응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게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추리의 길로 인도한다. 살해된 아가일 부인은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며, 남편인 레오 아가일과 함께 많은 자선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에 아가일 부인은 필립 더랜트와 결혼한 메리 더랜트를 비롯하여 미키, 재코, 티나, 헤스터를 차례로 입양하였던 것이다. 즉, 이들 가족 구성원은 아가일 부인이 사망한 시점에는 모두 피 한방을 섞이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들의 반응은 일반적인 가족의 반응과는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의사인 맥마스터와의 대화는 아가일 가문의 내부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게 된다. "자서은 사람을 구속한다네. 우리 모두 인간의 본성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어떤 사람에게호의를 가지고 대했다고 생각해 보세. (중략) 하지만 그 호의를 받은 그 사람도 자네에게 똑같이 잘해 줄까? 그는 정말로 자네를 좋아할까? 물론 그래야 마땅하겠지만, 과연 그런가?" - p. 125 中에서 - 보통 살인의 목적이 금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대사는 아가일 부인이 사망함으로써 그 누구도 금전적인 이득을 크게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가일 부인의 일방적인 자선 행위가 오히려 입양된 아이들에게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또한 강한 모성애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그녀가 오로지 아이들의 입양과 자선 행위에 몰두하면서 남편인 레오 아가일은 점점 아내와의 거리감을 느끼면서 비서였던 그웬다 본에 대한 사랑을 키워왔고, 실제 그들은 아가일 부인이 죽은 다음에 재혼을 할 예정이었다. 아가일 부인의 일방적인 헌신은 오히려 입양된 아이들이 엇나가는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아가일 가문의 저택에 있는 그 누구도 아가인 부인에 대한 살해 동기를 갖고 있는 셈이었다.
아서 캘거리와 경찰의 조사는 이후 그다지 상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마치 지금까지의 상황을 독자에게 정리하여 보여주기 위한 요식 행위처럼 느껴질 정도로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들 저택의 구성원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각기 다른 사람들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내부 갈등과 의혹은 장녀인 메리의 남편인 필립 더랜트에 의하여 서술된다. 그 역시 사건 당일 저택에 있었지만, 소아마비로 인하여 반신불구였다는 점을 통하여 의심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에게 존재하는 살해 동기가 상대방에 의하여 부각되면서 독자들 역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는 점과 아가일 부인의 헌신이 그녀의 지나친 모성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과 자녀들이 그에 대하여 불만을 가진 점은 결말에서 누가 범인이라고 지목되더라도 무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누명]의 결말은 순식간에 또 다른 사건의 전개와 동시에 진범이 밝혀진다. 보통 경찰이나 탐정의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독자 역시 나름의 추리를 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범인으로 의심되는 구성원들의 시선 변화를 마주하다가 마지막에 곧바로 진범이 밝혀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독자와의 추리 대결을 제안하면서 마지막에 그 결과를 맞춰보는 엘러리 퀸의 작품과도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건에 대한 물증이라든지 강력한 알리바이와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의 갈등과 의혹 속에서 범인을 찾는 이 작품은 그간 읽었던 그녀의 사건에 초점을 맞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특정인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의혹의 실마리가 감추어 있기에 그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아서 캘거리의 초반 조사 내용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그래도 원하는 답을 작품의 말미에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스 마플이라 푸아로와 같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타 탐정이 등장하지 않지만, 인간의 내재된 욕망과 위선, 갈등을 소재로 한 이 긴장감은 여타 그녀의 작품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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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끝없는 밤]. 그도 그럴 것이 본격적인 사건은 이야기의 중후반부에 등장하여 결말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빨리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부에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증거와 증언을 분석하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이야기 내내 '집시의 땅'이라는 저주를 둘러싼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면서 전반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이 아닌 그러한 분위기와 연계하여 인간 내면의 갈등과 욕망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끝없는 밤]은 확실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많은 작품 가운데서 독특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이클 로저스는 다양한 일을 하면서 현재를 즐기는 청년이다. 주위에서 부자들과 함께 일을 하지만, 부를 얻기 위한 그들의 끔찍한 모습을 혐오하면서 그는 커다란 욕망 또는 포부를 지니고 있지 않다. 다만,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건축가 산토닉스와 친하게 지내면서 그가 자신을 위해 멋진 저택을 지어주었으면 하는 꿈을 가질 뿐이었다. 물론 그 꿈 역시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든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러한 로저스에게 운명의 만남이 다가오는데, 그것은 바로 '집시의 땅'이라 명명되던 '타워스'라는 낡은 저택 근처에서의 엘리와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첫만남이었지만, 이내 둘은 낡은 저택에 대한 경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비록 어렴풋이 그녀가 자신과는 달리 부잣집 가문의 딸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마이클은 엘리와 함께 '집시의 땅'에서 새로운 집을 짓고 살기 위한 꿈을 꾸면서 그녀에게 청혼을 하고, 놀랍게도 엘리는 그러한 마이클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작품은 마이클 로저스의 시선에 의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따라서 이후 로저스가 알게 된 사실은 독자에게도 놀라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엘리가 21살이 되어 엄청난 유산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한 상태였고, 심지어 '타워스' 경매에도 참여하여 그곳을 매입하게 된 것이었다. 더불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마이클과의 결혼을 통하여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게 된다. 사실 이들의 결합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우연한 만남은 그렇다하더라도 둘의 차이가 극명함에도 불구하고 엘리는 주저하지 않고, 마이클의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와 함께 있기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시선이 다소 속물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그러한 시선은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의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우선 엘리의 친척들과 그녀의 재산을 관리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마이클은 불편한 존재로 보일 수밖에 없었으며, 어머니는 물론 그를 유일하게 이해해준다고 생각했던 산토닉스 역시 불안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구트먼 양, 아가씨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야.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만큼 항상 원하는 방향을 향해 걸어가지. 하지만 마이크는 길을 잃을 수도 있어. 아직은 철이 덜 들어서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잘 모르거든.' - p. 85 中에서 - 엘리가 '집시의 땅'에 새로운 저택을 짓기 위하여 산토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산토닉스가 한 이러한 충고는 왠지 둘의 앞길이 험난함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여기에 더하여 엘리의 가정교사이자 그녀의 궂은 일을 담당하던 미모의 그레타의 등장 역시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엘리와 단 둘이 지내고 싶었던 마이클에게 엘리의 무한한 신뢰를 얻고 있던 그레타는 분명 마이클에게는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엘리가 발목을 다쳐서 그것을 간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아예 새로운 저택에 눌러앉은 그레타는 왠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마저 들게 된다. 아닌게 아니라 저택을 방문한 산토닉스와 어머니는 그레타를 보면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마이클에게 충고를 하지만, 그레타는 여전히 엘리의 곁에 있을 뿐이다.
마이클과 엘리의 결혼으로 인하여 다양한 인물들간의 갈등과 함께 이 젊은 부부에게는 원래 근처에 살던 집시 출신의 리 부인의 존재로 인하여 또 다른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원래 그곳이 집시들이 살던 곳이었기에 그곳을 떠나지 않으면 큰 재앙이 온다고 엘리에게 협박을 하고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게 저택에서 몇 가지의 소소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정말로 리 부인의 예언이 맞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이들이 쉽게 떨쳐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머물면 사람이 죽는다는 예언은 실체는 없었지만, 점점 이야기를 어두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더구나 그레타와 다투기까지 하는 마이클의 상황은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초래하지만, 엘리는 여전히 그레타와 함께 있기를 고집한다.
매일 밤 그리고 매일 아침 어떤 이는 달콤한 기쁨의 운명으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달콤한 기쁨의 운명으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끝없는 밤의 운명으로 태어나고. - p. 177 中에서 - 기타를 치며 이런 노래(그러고보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노래들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를 부르는 엘리를 보면서 마이클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달콤한 기쁨의 운명으로 태어난 엘리를 보면서 마이클 역시 그녀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듯한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이들이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추측하게 된다. 그레타의 존재는 물론 둘의 결혼을 불편해하는 사람들과 저택에 걸린 저주는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처럼 마이클은 엘리를 위하여 그녀가 마음에 들어야 할 가구 경매에 참여하면서 기쁨을 느끼게 된다. 비록 필포트 소령이 그런 날일수록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전설을 이야기하였지만,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사건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바로 엘리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한 약속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고, 아침에 말을 타고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색 끝에 말에서 떨어져서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엘리의 시신이 발견되고 마이클은 오열하게 된다. 왠지 자취를 감춘 리 부인이 유력한 용의자처럼 보였지만, 그 실상을 알 수 없기에 마이클은 좌절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와중에 엘리가 자신의 재산을 모두 마이클에게 상속하였다는 유서로 인하여 마이클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지만, 용의자로 떠오른 리 부인마저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게 된다.
이 작품은 결말 부분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된다. 작품의 2/3 지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되니 그 사건에 대한 결말은 곧바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끝없는 밤]은 사건에 이르기 전까지의 인물들의 갈등과 내면의 혼란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더욱 부각되는 작품이다. 솔직히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엘리가 부른 노래에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끝없는 밤'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오랜 시간 맴돌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인 심리를 묘사하면서 그 안에서 사건의 진실을 의미하는 반전 포인트를 찾게 되는 순간 이 이야기는 또 다른 형태로 다가오게 된다. 앞서 읽은 작품 중에서 비슷한 결말을 보여준 작품이 있지만, 스포의 위험성이 있어서 따론 언급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로지 직접 읽어보면서 느껴보기를 권해본다. 개인적으로 엘리가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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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은 제인 마플이 등장한다 그리고 1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번저 전반의 6편은 매주 화요일 밤에 모이는 여섯 사람이 돌아가면서 내는 수수께끼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후반 6개의 단편은 이번에도 6사람이 등장하며 그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는 구성이다 전반부에 나오는 수수께끼를 미스 마플이 모두 맞추게 된다 물론 후반 6편에서도 마찬가지다 단편이긴 해도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라 읽는 재미가 있다 미스 마플의 활약은 단편임에도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편은 1931년에 발표한 단편으로 이야기를 듣는 형식이 아닌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서 등장한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단편집이면서도 이야기들이 6개씩 이어져 있어서 재미가 있다 그리고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스 마플은 뜨개질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문제를 해결한다 그것도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해서 사건에 대해서 말하는 게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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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집계가 안되어 다시 올려요 ㅠ 대담함. 한 번 밖에 써 먹을 수 없는 트릭. 반칙. 이런 타이틀과 함께 명작의 한 편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읽었다. 애크로이드가 살해당하고, 그의 주변인이 용의자로 지목된 가운데 소설 속의 '나'가 얼마전 옆집으로 이사온 호박기르는 남자 '포와로'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유명하기도 하고, 소설로 오래전 읽었던 데다가, 분명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로 본 기억이 난다. 사실 내용은 기억이 안나고 범인의 존재만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범인을 알고 읽어도 아깝지(?)가 않았다. 그 속의 장치들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범인에게 자살을 권유하거나 그럴 기회를 주는건, 최근 작에서는 '쿨한 형사'의 몫이었는데, 오히려 고전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명예'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자살을 방조한다. 얼마전 읽은 '해리홀레' 시리즈의 해리도 법보다 직간접 적으로 심판하는 것을 딱히 꺼리지 않았는데, 그걸 보면서 괜히 '발랑까진'형사라 생각했던게 무색해질 정도..... 그나저나, 역시 포와로 시리즈가 제일 재미있구나. *밑줄 “누나, 그 사람의 직업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는 은퇴한 미용사야. 그의 콧수염을 좀 봐.” “습관이란 게 그런 거죠.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하지만, 목표가 달성되고 나면 우리가 진짜 원한 것은 사실 매일의 노동임을 알게 되지요. 가장 흥미로운 일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니까요.”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각자가 뭔가 숨길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도 말인가요?” 내가 웃으면서 물 “열린 창, 잠긴 문, 저절로 움직인 의자. 이 세 물건들에게 내가 묻지요. ‘왜?’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내가 진실을 알아내려 애쓴다는 걸 이해해 주십시오. 진실은 그 자체가 아무리 추할지라도,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한테는 항상 흥미롭고 아름다운 법입니다.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재의식의 작용으로 온갖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지요. 그들의 잠재의식은 그 사소한 것들을 종합하는데, 여자들은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과를 직관이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나는 심리학에 조예가 깊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에 대해 좀 알지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그저 내 사소한 생각일 뿐입니다. 나는 이런 사소한 생각으로 유명한 사람이지요.” “또 그러시는군요. 선생 말에 따르면 분명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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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작복작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마플식 추리의 전형인데, 마플의 활약은 좀 급하고 짧게 이루어진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은 사실 추리보다는... 로맨스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크리스티가 언제나 열광하는 조합의 커플이 나오고요. 처음엔 급하게 읽느라 별 생각 없이 휙휙 넘기다보니 이거 너무 금사빠 아닌가 싶었는데, 다시 찬찬히 읽어 보니 로맨스의 단계를 꼼꼼하게 밟아왔네요. 자꾸 눈에 밟히고 각별히 마음이 쓰이지만 아직은 사랑임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유독 그 사람과 관련된 일이라면 별나게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점점 마음이 커지다 어느 계기로 폭발하여, 결국 사랑임을 인정하고 밀어붙이는... 이 과정이 섬세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개인적 평은 추리는 무난, 로맨스물로 보면 사랑의 과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세밀하고 흥미롭다.... 정도로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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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다가 인간의 본성 및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하게 되다니, 이런 놀라울 데가. 그런데 저절로 드는 생각이라서 골몰할 수밖에 없다. 왜 범죄를 저지르는가. 환경 탓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없는 게 비슷한 환경에서도 다른 결정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다고 유전자 탓이라고 하기에는 썩 명쾌하지가 않고. 본성과 욕심이 합쳐졌을 때 악을 택하는 사람과 선을 택하는 사람의 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이 책은 내가 갖고 있던 스무 권의 시리즈에서 빠져 있던 1권 책이다. 읽지도 않았는데 어떤 연유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고, 1권을 안 읽는다면 남은 세 권을 다 읽어도 완결된 느낌을 얻지 못할 것 같아 새로 구입했다. 새로 나온 책이라 갖고 있던 책들과는 판형이 완전히 달라서 함께 꽂아 놓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지, 잃어버린 내가 잘못인 거니까.
1권의 내용이 이러했던가.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랄 듯한 짧은 분량의 소설들이 실려 있다. 본격적인 추리 소설도 아닌 것 같고(짧은 추리 소설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음), 소설 이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에피소드 모음도 아니고, 푸아로 탐정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고, 범죄 사건이 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마무리되는 글도 있고. 전집의 첫 권으로서 이 작가의 글을 맛보여 주겠다는 취지를 담고 편집을 한 건가 싶기도 하다.
선과 악의 의미는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도 이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해 주는데 모처럼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런 생각 의외로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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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출간 순서대로 읽는 그룹에 발가락 하나 들이밀고 도전하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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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본인이 베스트 10에 속하는 작품으로 할 만큼 유명한 작품으로 여기에는 명탐정 포와로도미스 마플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의 발단은 아질 집안에 한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최근 감옥에서 병사한 사람이 있는데 그는 재코이며 그는 무죄라고 주장한다 재코의 알리바이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시간에 그는 잭을 자신의 차에 태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데려다 준후 교통사고가 나서 뇌진탕을 일으켰고 그만 기억 상실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극으로 출극하여 재판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극에서 영국으로 돌아와 우연히 신문을 보고 낯익은 청년의 사진을 본순간 2년 전 일이 기억나서 알려주려 왔다는 것이다
아질 집안은 엄청난 재력가 집안이다 그리고 부부와 입양자녀로 구성된 가족으로 11월 어느날 어머니가 살해당한다 범인은 작은 아들 재코였다 그는 감옥에서 폐렴으로 죽게 되고 2년 후 갑자기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재코의 알리바이를 알린다 재코의 무죄를 주장하는 이는 아서 캘러리가는 사람으로 재코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자 가족들은 이제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하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이 가족은 화목한 가정은 아니었다 죽은 레이첼은 아이를 낳지 못해 4명의 아이들을 입양했으며 남편 리오와의 사이도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있어서 레이첼의 존재는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존재였으며 죽여버리고 싶은 대상일 뿐이었다
캘거리는 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샬 변호사로부터 듣게 되고 그들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사건이 벌어지고 캘거리를 비롯한 휘시 총경 필립도 사건의 용의자를 찾는다 과연 레이첼을 죽이고 재코에게 누명을 씌운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