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점점 살기 편해져 가고 있다...안분지족을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조금 더 편하고...조금 더 등이 따끈한 수준의 삶을 추구한다는 것은 얼마나 당연한 노력인가...꼬불꼬불하고 지날 때마다 먼지가 폴폴나는 소달구지길을 대체한 고속도로는 한국인의 교통문화를 송두리째 뒤바꿔놓았고...좀 빡세긴 하지만 일일 생활권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하게끔 만들어 주기도 했었지...하늘로는 초음속 비행기가 훨훨 날아다니고 있으며...시속 300km를 내달리는 구라파산 직수입 모델 KTX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불과 3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에 내달리고 있는 시대가 바로 지금아닌가...세상은 앞으로 점점 더 인간을 쉽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난데 없이 니들은 편하게 돌아가시라...나는야 독불장군처럼 어려운 길을 그대로 고수하겠노라고 나선 이들이 있다면 당신은 이들의 골때린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교화하여 한결 더 안락한 인생으로 인도하여 줄 요량이신가...대형 할인 마트에 가면 보기좋게 냉장포장된 김치의 종류가 포기김치와 오이소박이 등 수십 가지가 맛깔나게 진열되어 있는데 어느 천년에 언 땅을 곡괭이로 파 독을 묻고 김치를 담구어 먹겠다는 발상이 정말 이십 일세기를 제대로 살아갈 마음가짐이 있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거참...쯧쯧 ㅋ 웃겨 죽는다 진짜...아무리 나이가 지긋한 구식 노인이지만 이해할 수가 없네 그려...가까운 백화점이나 남대문 도매상가에 가기만 하면 얼씨구나 어서옵셔 반겨대는 그릇가게 주인의 살살거리는 비위맞춤을 받아가며 느긋하게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면 근사한 그릇 풀세트로 구입하여 가지런히 찬장위에 진열해 놓을 수 있는 초고속 귀차니즘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앞에서...어느 안전이라고 수천도가 넘는 흙가마에 전통적인 방법으로 유약을 발라 굽고 또 굽고...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가며 도자기를 구워내는 도공의 모습이란...과연 답답한 느림보 거북이의 똥고집 정도로 밖에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일까...생고생을 해가며 구워낸 도자기...누가 봐도 멋들어진 색깔과 국사책에서나 나올 법한 전통적 상감기법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느낌의 물건임에도 불구하고...어디서 나타났는지 신출귀몰한 노스승은 단 숨에 그 도자기를 가로채 바닥에 내동댕이쳐 깨빡을 쳐버리는 장엄하면서도 안타까운 모습은 이제 드라마에서나 볼 수 밖에 없단 말인가...이처럼 대한민국 땅에서 장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생각만큼 수월한 것이 아니다...그래서 더욱 애절하고 안타깝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제비 몰러 나가던 故박동진 명창을 기억하시는가...물론 오방 역시 직접 그 분의 소리를 Live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제비 후리러 나가던 광고를 통해...그리고 가끔 명절때만 되면 텔레비전에 나와 장인의 명창에다가 곁들여진 속이 후련해 질 정도로 구수한 욕바가지 한 판은 걸작 중의 걸작이었지...거참 신기하기도 하여라...불같은 성질의 한국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대국민 공중파를 타고 나오는 걸쭉한 욕설을 듣고도 어찌 분기탱천하지 않고 깔깔 거리고 웃을 수 있는 것일까...그것이 바로 장인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에너지의 소산이 아닐까...아님 말구. ㅋ 그나마 인간 문화재라는 명예직을 받은 장인들은 복받은 이들일지 모르겠다...동년배 친구들은 토익이나 토플이다 되도 않는 영어를 씨부리며 내노라하는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하여 넥타이를 동여매고 폼이란 폼은 다 잡고 댕기는데...오늘도 내일도 톡 까놓고 가르쳐 줄 것 같지도 않고...하루 아침에 확 실력이 스승님 수준으로 늘 것 같지도 않은 전통기술을 습득하겠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슴처럼 일하는 마음에 어찌 유혹이 없을쏘냐...누구나 우러러 보는 장인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돈이건 명예건 챙기기 힘든 상황일 것이 뻔한데...어느 누가 흔쾌히 장인의 밑에서 전통기술을 배우겠다고 앞장 서 나설 용기를 가질 수 있겠는가 말이다...안타깝지만 이 것이 우리 시대의 장인의 현주소가 아닐까...그렇다면 5代째 운영하는 우동집이나...수십년된 초밥집이 즐비한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흐음...생각만큼 그렇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역시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어디에서든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오오 위대한 장인의 길이여... 이 책은 일본 장인들의 이야기다...앞서 말한 대로 우리가 나름대로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느끼곤 했던 일본 역시 그리 수월한 상황은 아니다...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젊은이들 역시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지켜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뜻깊은 일이라는 사실은 크게 공감하나...그 수호자가 바로 자신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망설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ㅋ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를 위해서는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놓아야 한다는 경제적 현실의식이 팽배하며...장인의 견디기 힘든 스파르타식 도제시스템 역시 결코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예전처럼 밥해라 빨래해라 일만 잔뜩 시키고 부려먹으면서도 땡전 한푼 주지 않고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에 만족하라며 욕설을 퍼붓는다면 당장 때려치고 나가겠다는 뜻이다...또한 사회적 제도 역시 장인들에게 우호적이지 못하다...수백년간 척관법(일본의 전통적 도량형법, 길이를 척, 체적을 되, 질량을 관이라고 정한 법)을 이용하여 물건을 만들어 왔으며 제자들에게 전수해 온 장인들은 정부의 서양식 미터법 사용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수련중인 제자들에게도 반드시 월급을 지급해야만 한다는 현행 근로기준법 역시 전통적인 도제제도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발상인 것이다...일본의 장인들에게도 역시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제도적 뒷받침도 되지 않고 있으며...배우겠다는 제자들 역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타나지 않는 총체적 난국...하지만 이들의 적극적인 전통수호의 몸부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과거 집에 문하생으로 들어와 밥하고 빨래하던 구식 도제제도의 틀을 과감히 버리고 96년 개교한 가나자와 장인학교는 기본을 몸에 익힌 학생들을 무료로 연수시키는 사단법인이다...이 과정을 통해 여러가지 분야의 장인들은 후진을 양성하며 전통기술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다...자칫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자잘한 기술까지 가벼이 보지 않고 이십 일세기에 걸맞는 장인을 길러내는 일본의 힘...이 책을 통해 잔뜩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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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유명한 방송작가 에이 로쿠스케의 작품이다. 에리 로쿠스케라는 이름이 무척 생소한데, 일본에서는 무척 유명한 인물인 듯 하다. 1933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90년대에는 노인문제를 다룬 수필집 '대왕생'으로 초유의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아이를 나무라지 마라,지나온 길인데. 노인을 비웃지 마라. 가야할 길인데'라는 유명한 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장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장인 앞에는 '아름다운 길'이라는 말이 말이 붙어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접하면서부터 '아름답다'라는 말보다는 '외롭다'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물론 책을 읽는 내내 '외롭다'라는 말은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맴돌았다. 아마도 장인에 대한 현실과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옛것이 하나,둘 씩 모습을 감추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오래된 것은 불편하다라는 인식하에 새 것, 편한 것, 빠른 것만을 선호하는 세태속에 전통이라는 이름이 사라져 가고 있다. 그것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 일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디지털 시대의 각종 폐해로 인해 아나로그적 감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패스트 푸드의 반대 격인 슬로우 푸드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옛 방식을 고수한 것들에 관심을 많이 갖기도 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런 것들이 오로지 경제적 논리 즉 상술에만 부합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음식, 수제품, 유기농과 같은 말은 고급이라는 말과 동일시된지 이미 오래이다.
작가는 오랜시간동안 각 분야의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했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은 것이다. 일본에는 참 다양한 분야의 장인이 있다. 일본 전통의 기모노를 만드는 장인. 다다미를 까는 장인 , 심지어는 담뱃대를 수리하는 장인까지도 존재한다. 물론 이 장인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어갔고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장인이라는 이름은 그저 허울일 뿐,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가장 큰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물론 기모노나 다다미 같은 문화는 일본을 대표하는 것들이고, 현재에도 사용중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들또한 거대한 자본 논리에 밀려 상품화 된지 오래이다. 편하고,빠르다는 이유로 대량생산되다 보니, 전통방식을 고수한 장인들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장인들은 하나,둘 사라져 갔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똑같다. 한복,구들장 같은 문화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다. 이런 것들을 잘 만드는 장인들을 우리 나라에서는 인간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장인 대접을 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의 소리, 전통의 문화들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과연 그것이 진정한 보호일까? 한복의 맵시, 한복의 우수성은 이미 외국에서부터 확인된지 오래이다. 하지만,딱 거기까지이다. 한복은 이제 텔레비젼의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소품이 되었다. 물론 명절이나 결혼식 같은 행사 때에도 간혹 입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한복들도 수제로 만든 정성스러운 옷이 아닌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복제품에 불과하다. 진정한 장인의 맵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설사 그런 장인의 맵시를 찾으려고 해도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서민들은 구입 할 엄두도 낼 수 없다. 좌식문화에서 입식문화로 바뀌면서 구들장의 문화가 없어진지는 이미 오래이다. 아랫목,윗목이 없어지면서 아랫사람과 윗사람의 도리마져 무너져 버렸다. 기모노 '입는 거'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기모노를 '맵시 있게 입는 거'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지요. 28쪽
장인 일이라는 것은 진보가 없어.진보하면 안 좋아. 연장이든 뭐든 옛날부터 써온 걸 써야 제일 좋게 만들 수 있지. 30쪽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건 좋지 않아요. 그 사람이 지닌 능력과 그 사람이 한 일을 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안 되지요. 그렇게 하면 칭찬도 나오게 됩니다.40쪽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오류중의 하나가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기준 없이, 그저 타인과 비교를 해서 우,열을 가리고자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지닌 능력과 그 사람이 한 일을 비교하라는 말이 얼마나 합리적인가? 물론 그 사람의 능력을 정확히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할수도 있겠지만, 무작정 타인과 비교하는 것 보다는 훨씬 합리적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에게 원초적인 굴욕감을 안기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면 칭찬도 나오게 된다는 말. 그 사람의 정확한 현재적 능력을 판단해서 그것과 비추어 결과물을 판단한다면 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장인이란 직업이가기 보다는 살아가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업은 중간에 그만둘 수 있지만, 자기 살아가는 방식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 아닙니다. 138쪽 장인이라는 말을 가장 정확히 정의한 것 같다.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경제적 논리에 얽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로지 경제적 논리만 따질 수는 없다. 오히려 경제적 논리는 논외로 취급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는 걸 뻔히 알면서도 평생을 그 일에 몰두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련하고, 무능력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말이다. 장인이라는 이름이 더이상 희생의 대명사가 아니었으면 한다. 어떠한 분야든 최고의 귄위자가 되었을 때에는 그에 걸맞는 보상이 따라주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전통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더욱 더 많은 보상이 따라주기를 바란다. 물론 경제적인 것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최고의 권위자에 대해서는 , 비난이 아닌 존경을 표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랄뿐이다. 일본의 노 작가의 짧은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