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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부모)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아빠(부모)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내용보기
지금 세상에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하면 빌리려고 하는 사람 많을까. 그런 사람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는 아빠가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아빠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러면 나는 어떨까 한다면, 별로 빌리고 싶지 않다. 아빠가 있어야 할 나이는 지났으니까. 아니 나이를 먹었다고 아빠 엄마가 없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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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에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하면 빌리려고 하는 사람 많을까. 그런 사람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는 아빠가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아빠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러면 나는 어떨까 한다면, 별로 빌리고 싶지 않다. 아빠가 있어야 할 나이는 지났으니까. 아니 나이를 먹었다고 아빠 엄마가 없어도 괜찮을까. 그건 아니겠다. 어릴 때부터 아빠와 살지 않고 아빠 사랑이 어떤 건지 잘 모르는 사람은 아빠를 그리워할지도. 내가 그런 것을 알고 느낀 건 아닌데.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한테 기대고 싶지 않은 건지도. 내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다정하지 않은 아빠와 산 사람이나, 나이를 먹고 힘없을 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사람도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 아빠를 바라는 건 아닐 거다. 아주 잠시 자신이나 아이한테 아빠 노릇을 해주면 그걸로 괜찮겠지. 어쩐지 요즘 세상은 가짜가 진짜 같기도 하다.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태만은 명문대를 나오고 일을 했지만 그 일이 잘 맞지 않았는지 그만두고 오랫동안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아내 지수가 미용실을 해서 돈을 벌었다. 두 사람한테는 아홉살짜리 딸 아영이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2학년이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나 만화에서 본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이 같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나쁜 뜻 없이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엿본 듯하다. 다른 것보다 이런 것을 먼저 말하다니. 아영이는 영화를 보고 힘없는 병아리를 냉동실에 얼리고 니모가 아빠를 찾기를 바란다면서 물고기를 변기에 넣었다. 나쁜 뜻으로 한 건 아니지만 결과는 별로 좋지 않다. 이럴 때는 아이한테 확실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아영이는 엄마가 쓸모없는 물건으로 보는 아빠를 학교에서 다른 물건과 바꾸었다. 엄마가 별 생각없이 한 말이 문제기는 했다. 태만은 어이없었지만 하루 동안 진태 아빠가 되어 놀아준다. 진태 아빠는 일찍 세상을 떠나서 진태는 아빠를 그리워했다. 아빠 같은 남자 어른을 잘 따랐다.

아영이는 아빠가 있어도 그렇게 좋다는 것을 모르고, 진태는 자신과 놀아준 아빠가 있는 아영이를 부러워한다. 본래 그런 법일지도, 가까이에 있으면 소중함을 모르기도 한다. 아영이는 인터넷 중고 물건을 사고 파는 사이트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하는 글을 올린다. 진태 같은 아이들한테 자기 아빠 태만을 빌려주면 어떨까 해서. 태만은 아영이가 그런 글을 썼다는 것을 몰랐다. 이상한 전화가 걸려와서 어떻게 자기 휴대전화번호를 알았느냐고 하니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았다는 말을 들었다. 딸과 아내가 자신이 돈을 벌지 않아 쓸모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일을 하려고 여기저기에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다 떨어지고 된 곳은 대리운전하는 곳이었다. 그것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하루 만에 사고를 내서 그만두어야 했다. 태만은 아내 지수한테 그 일을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해야 할까 하다가 태만은 아영이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생각하고 ‘아빠를 빌려주는 일’을 해 보면 어떨까 한다. 이번에는 게시판이 아닌 카페를 만들었다.

무엇인가 하려고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데 그 일을 아내한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건 좀 안 좋게 보였다. 소설이니 어떤 문제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겠지만. 태만은 다른 사람한테 아빠 노릇을 하면서 세상에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 또한 아영이한테 아빠 노릇을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까이에서 보면 알지 못하는 것을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알기도 한다. 그것을 알고 고쳐가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현실에는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길에서 아는 사람 만나기 어렵던데 이런 이야기에서는 그럴 때가 많기도 하다. 제대로 모르면서 어떤 모습만 보고 멋대로 생각하기도 한다. 태만한테 다른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정을 버릴 마음은 없었다. 아내, 남편이 있어도 다른 사람을 보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아주 없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그것은 잠시뿐이겠지. 지수는 태만이 집에 있을 때는 쓸모없다 하고는 일하러 밖으로 나간다고 하니 조금 걱정했다.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닐까 하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하는 게 조금 이상한 일로 보이지만 그걸로 도움을 받은 사람은 태만한테 고마워했다.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엄마는 딸을 제대로 보고 남편과 헤어진 일을 다른 사람한테도 말했다. 아이 아빠가 달아난 여자는 아이를 낳고 입양 보내려고 했는데 아이와 함께 살았다. 아빠가 뭔지 가장 많이 생각한 사람은 태만이다. 태만은 아빠보다 엄마를 원망하고 그리워했다. 엄마가 태만을 버리고 떠나서. 태만은 어렸을 때 괴로운 일을 겪었다. 아빠가 그런 태만을 잘 돌본 건 아닌 듯하다. 태만 엄마가 왜 떠났는지 그건 알 수 없었다. 태만이 찾아갔을 때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태만은 엄마를 빨리 만나지 않은 것을 아쉽게 생각했다. 자기 부모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지만 태만은 아영이한테 아빠 노릇을 제대로 하려고 한다. 부모 때문에 아이가 비뚤어지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아이를 낳는다고 모두 부모가 되는 건 아니기도 하다. 엄마, 아빠가 되려고 애써야 한다.



희선




☆―

지금껏 태만은 자신의 기준에서 아영을 가르치고 이해하려 했지 아영이 뭘 좋아하고 뭘 바라는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아빠’라는 것에 큰 의문이 들었다. 태만은 식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돈을 벌어오는 사람을 아빠라고 생각했다. 힘없는 아내를 위해 집안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형의 말을 듣고 보니 그건 몹시 사소한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바라는 아빠는 자신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관심을 갖고 이를 이해하고 함께 해주는 아빠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했다. 사랑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아영이도, 재형이도 아빠 사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입으로만 말하는 사랑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랑. (245~246쪽)


“누구나 애를 낳을 수 있지만 누구나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거.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자격 미달인지, 얼마나 많은 가족이 아버지 때문에 아파하고 있는지 처음 알았어. 그래서 솔직히 나를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씁쓸하더라고.” (327쪽)


n***8 2015.01.30. 신고 공감 2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