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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루소의 '그래도' 얇은 축에 속하는 책이다. <에밀>을 읽은 후 루소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높아졌지만 <에밀>조차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책을 읽었기에 다른 책은 그저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만난 은행나무 출판 이 책!! 루소의 사상과 삶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기에 번역이 참 중요했던 책인데 괜찮았다. 한줄 한줄 읽어나가다가 다시 되돌아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여전히 쉽지 않다. 얼마만큼의 삶을 더 살아야, 더 많은 경험이 쌓여야 온전히 그의 문장들을 이해하게 될까. 다시한번 생각에 잠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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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 그렇게 혼자 산책하면서 때때로 느끼곤 했던 그 황홀감, 그 도취감은 나의 박해자들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즐거움들이었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내 안에 있던 그 보물들을 결코 발견하지도,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P47 만일 노인에게 아직도 해야 할 공부가 남아 있다면, 오로지 죽는 것을 배우는 일뿐이다. 그런데 내 나이 정도의 사람들이 가장 안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 나도 그러지 않는가? 가장 해야 할 일을 가장 안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가장 해야 할 일을 가장 먼저 하는 사람의 삶은 어떠할까? 필요가 동기를 낳아서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P49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은 믿어야만 하는 것에 많이 좌우되며, 일차적인 생리적 욕구와 관계없는 모든 것에 있어서 우리 행동의 기준은 우리의 소신이다. 나는 항상 고수해온 이런 원칙 속에서 종종 그리고 오랫동안, 나의 삶을 어떻게 활용할지 방향을 잡기 위해서 삶의 진정한 목적을 알려고 애썼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그런 목적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나는 곧 이 세상에서 능숙하게 처신하는 재주가 나에게 거의 없다는 것에서 위안을 느끼게 되었다. ~~~ 루소가 본인의 욕구에 충실하여 내세운 이론이, 그렇게 주장한 부분들이 루소가 숨 쉬는 현실에서는 먹히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능숙하게 처신하는 재주’가 삶을 지탱하게 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될까? p57 나는 끝내 굽히지 않았었다. 난생 처음으로 용기를 냈었고, 그 성공 덕분에 내가 전혀 예상조차 못했었지만 그때부터 나를 뒤덮기 시작했던 끔찍한 운명을 견뎌낼 수 있었다. ~~ 루소의 삶이 산책을 통해 지난날의 어려움과 아픔을 몽상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고 있지는 않을까? p193 행복이란 이 세상에서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어떤 항구불변의 상태이다. 지상에서는 모든 것이 끊임없는 흐름 속에 있는데, 그 흐름은 어떤 것도 변함없는 형태를 지니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변한다. 우리 자신도 변하며, 그래서 아무도 오늘 사랑하는 것을 내일도 사랑하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현세를 위한 우리의 모든 행복 계획은 공상에 불과하다. 정신적 만족이 찾아오면 그것을 만끽하자. 우리의 실수로 그것을 쫒아버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하지만 그것을 묶어놓을 계획일랑 세우지 말자.~~~ 루소는 아홉 번째 산책을 통해서 행복함을 느낀 것일까? 삶이 시간으로 채워졌고, 시간은 흐르고, 그 흐름속에서 간간히 찾아오는 게 행복이고, 그리하여 붙잡아 둘 수 없음을 깨닫는 것일까? p221 그 정도로 가혹한 숙명이 나를 줄곧 짓눌러왔다. 하지만 그 몇 년 안 되는 기간 동안 친절함과 상냥함이 넘치는 한 여인에게 사랑을 받으며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했고,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다. 또 나의 여가 활동을 이용하고 그녀가 주는 교훈과 본보기의 도움을 받아, 아직 순박하고 미숙했던 나의 영혼에 더욱 알맞은 형태를 - 그것이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 부여해 줄 수 있었다. ~~ 루소는 자신의 삶이 고달팠음에도 드 바랑부인과의 몇 년 동안의 보살핌이 삶에 큰 힘이 되었음을 알고 그리워함을 엿볼 수 있다. 인생의 전체를 두고 볼 때 자신을 지지해주는 만남이 누구에게든 존재한다면, 삶을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루소는 행운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