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만 보고서 "신의 지문" 류 따위의 고대문명 에세이라고 접근하였다간 낭패를 당할 것이 틀림없다. 이스터 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그리 말랑말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라파 누이(Rapa Nui:큰 라파섬, 원주민들이 이스터 섬을 이르는 말)의 지형학적 특색으로부터 시작하여 원주민 이주와 인종적 원류를 밝힌 뒤, 그 유명한 석상 모아이(Moai)의 제작과 운반 과정을 고증한다. 또한 농경과 주거·종교·문자(롱고롱고) 등 물질문명과 정신세계 전반을 다루고 나서, 이 놀라운 신석기 문명의 붕괴 과정을 찬찬히 음미하고 있다. 말미의 부록에는 간략한 여행안내까지 붙어 있어, 멀게만 느껴지는 이 섬을 친근하게 생활 속으로 끌어당긴 친절함이 돋보이는 그야말로 ''이스터 섬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대개 사람들이 라파 누이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노르웨이의 탐험가 토르 헤예르달(Thor Heyerdahl)의 선구적인 업적에 힘입은 바 크다. 다만 그의 박진감 넘치는 "콘티키 항해기"를 읽다 보면, 동부 폴리네시아에 미친 남아메리카의 영향을 너무 강조하는 듯한 억지스러운 주장이 눈에 뜨는데, 이처럼 상상력에 근거한 비과학적 분석은 이후 이스터 섬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지속적인 어려움을 안겨 주었다. 지속적인 연구 성과로 이제는 폴리네시아 기원설과 단한번 이주설(이후 교류가 거의 없었음)이 지지받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이 책도 아직까지 대중적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헤예르달의 논거를 반박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절해고도(絶海孤島)에 불과한 라파 누이가 세인들의 관심을 계속해서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인상적인 모아이 덕택이다. 한때 외계인 방문설까지 나돌았듯이, (철제 도구나 수레가 없는) 석기시대 야만인에 불과한 섬 주민들이 어떻게 이처럼 거대한 석상을 만들고 운반하여 세웠는지는 분명 매혹적인 수수께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근자에 들어서는 철저하게 고립된 환경[생태계] 속에서 문명의 발생과 붕괴 과정이 주목 받으면서, 하나뿐인 지구의 ''미니어처'' 모형으로 더 크게 각광 받고 있다. 수많은 고고학자·역사학자·인류학자·생태학자가 이 조그만 섬과 주민들의 베일에 싸인 과거 전모를 밝히려고 애쓰는 것은 한가한 사람들의 지적 유희가 아니라, 이제 단 하나의 세계 문명으로 통합된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예측해 보고자 하는 절박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본문이 3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소책자에 불과하지만 빼곡하게 들어찬 글자가 전하는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수십장의 화보와 도표·지도가 삽입되어 있어 별다른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 중간중간 화분학(花粉學),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등 생경한 전문분야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 접근하기에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단지,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궁금했던 대목은 모아이의 조각 후 모재(母材)인 응회암에서 떼어내는 방법인데, 어떻게 거의 눞혀 있는 석상을 분리하였는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부분에서 갑자기 설명이 부실해지고 참조할 만한 그림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좀더 비주얼(visual)한 해설을 기대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참조해야 하리라. 또한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 칠레가 영유권을 확보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면 더욱 완벽한 작품이 되 것 같다. 그런대로 성의있게 편집·출판되었지만, 번역은 아무래도 영문학 전공인 역자가 조금 버거웠던 것 같다. 관련분야인 고고학이나 인류학 전공자가 옮겼더라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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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터 섬은 우리에게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거대하고 기묘한 모아이 석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서태지의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섬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터 섬과 환경 연구가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잘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스터 섬은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그야말로 절해고도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이상한 석상인 모아이를 비롯해서, 열대지방임에도 지표수는 물론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경관, 이상한 생김새와 식인풍습까지 가지고 있다고 하는 원주민들.. 이스터 섬은 열대지역인데 왜 나무가 없을까? 사람들이 도대체 기묘한 석상을 수백개나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외계인이 이러한 석상들을 만들어놓고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관들과 환경 연구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렇게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음에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이스터 섬. 저자들은 이곳의 속내를 면밀하게 연구하여 책을 썼다. 여러 실증적 자료를 분석하여, 이스터 섬의 현재 경관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연구했다. 저자는 존 플렌리, 폴 반 두명인데, 특히 존 플렌리는 열대우림의 생태를 연구하는 지리학자로, 이스터 섬의 과거를 최초로 설득력 있게 복원했다고 한다. 장차 어떤 국가도 이스터 섬의 발견이라는 명예를 위해 겨루지 않으리라. 태평양의 섬들 중에 이 섬만큼 해운업에 필요한 편의성과 물자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섬은 없으므로 -캡틴 제임스 쿡 (p.32) 앞서 말했듯이 이스터 섬은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해서, 어느 대륙과도 가장 멀리 떨어진 외딴섬이다. 위치적 특성을 보았을 때 해운업에서 중간기착지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듯 한데, 쿡 선장은 일찍이 이 섬에 대해 악평을 했다. 그 이유는, 섬에 나무나 기타 식생이 거의 없고, 지표수도 부족해 보급물자를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먹을 것이 없었으면 식인풍습이 있었다는(p.231) 이야기도 있을까? 그런데 처음부터 이 섬의 환경이 이렇게 열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선 이스터 섬의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현재 남아있는 소수의 원주민들의 기원부터 찾아야 하겠다. 노르웨이의 탐험가 헤예르달이 20세기 중반에 실시한 연구에서는, 이들은 남미에서 페루해류를 타고 왔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뗏목을 타고 남미에서 이스터섬까지 가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러한 헤예르달의 연구를 비판한다. 고고학, 문화인류학, 유전학적 등 여러 측면에서 연구해 봐도 이들은 폴리네시아인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폴리네시아인들은 유럽인들보다 훨씬 먼저 몇천km를 항해하여 거주지를 확장한 민족이다(p.104). 섬의 물질문화에서는 지금까지 아메리카 대륙의 특성이라고 믿을 만한 그 어떤 표시도 발견되지 않았다. <중략> 그러므로 이스터 섬은 오로지 폴리네시아 동부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식민화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p.100) 폴리네시아인들이 이스터 섬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여타 열대지역 섬의 경관과 다르지 않게 삼림이 우거진 곳이었다고 한다. 이는 현재 이스터 섬의 토양을 분석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5장 이후에는, 과거 토양의 화분을 분석하여, 시대 별 식생변화를 통해 고환경과 그 변화를 유추하는 과정이 나온다. 그래서 폴리네시아인들이 이곳에 처음 와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 한마디로 이스터섬은 "자멸한 섬"이었다. 이는 12장 제목이기도 한데, 장의 내용에 이러한 과정이 요약되어 있다. 화려하고 장엄한 건축과 조각을 만든 종교적 동기 이면에는 조각품과 건축물을 진열하고 과시하려는 부족들의 자긍심이 깃들어 있었고, 폴리네시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식도 자리잡고 있었다. <중략>그런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의 기념비를 채석하고 세우고 또 운반하는 일이 엄청나게 증대하자 식량의 공급도 그만큼 늘어났고 농사를 짓는 이들이 석상 제자에 투여된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인구가 증가해갈수록 이렇게 기념비를 제작, 운반하는 종교적 활동도 강화되어 갔으므로 점점 더 많은 식물을 소각하고 나무를 벌목하게 되어 삼림이 훼손되고 수풀이 고갈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불가불 침출과 토양의 부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바람을 더 많이 받아 토양의 수분이 증발함으로써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게 되었다. <중략> 시냇물까지 말라버리게 했으며, <중략> 대형 목재가 사라져가자 점차 심해 어업을 포기하게 되었고 따라서 절실하게 필요한 단백질의 공급원도 줄어들어갔다. <중략> 미묘하게 유지되어 오던 균형은 무거운 중압감에 눌려 결국은 뒤엉켜버렸다. 환경의 붕괴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p.278~279) 정착한 지 몇백년 만에 주민들은 섬과 함께 자멸하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인간의 환경관리 실패가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이스터 섬의 황량한 경관은 결국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이러한 결과는 이스터섬이라는 고립된 특별한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스터 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첫째, 이스터 섬을 '우주에 고립된 지구'로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주 한가운데 고립된 지구는,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더라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외부와 고립된 한 문명에서 인간의 탐욕과 자원수탈을 지속 불가능한 형태로 계속 하면, 어느 순간 파국에 이르는 것이다. 게다가 둘째, 이러한 문명의 멸망은 현재처럼 고도로 발달한 문명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스터 섬처럼 과거의 문명에서도 일어났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과거보다 더 탐욕스러운 행위가 많이 일어날텐데, 현재 지구도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스터 섬의 원주민들도 자신들의 석상 제작 행위가 섬의 멸망으로 이어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멸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국 이스터섬의 사례는 문명의 흥망성쇠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환경관리란 어떤 것인지, 현대의 발달한 과학기술을 어떠한 방향으로 활용해야 할 지를 고민하도록 해 준다. 한편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연구 과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일반대중이 읽어나가기에 조금 여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반부의 연구과정을 서술하는 부분은 조금 지루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 사진자료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전혀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쉬운 환경관련 책을 읽고난 뒤,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하다. |
| 고리 환 자일까? 고리 모양의 환초처럼 생긴 섬인가? 지도에 보니 아닌데.. 한글 사전도 찾아보고 말이지요. 환산섬이 아니고 화산섬이지요? 태평양의 외딴 환산섬 이스터 섬은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고고학 유적지로 여기질 만한 신비로운 사실들을 간직하고 있다. 섬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석상들과 의도적으로 석상의 목을 베어버린 흔적들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이스터 섬의 수수께끼』은 이스터 섬에 얽힌 수많은 미스터리를 종합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들은 이스터 섬의 암각화에서 발견된 새사람(birdman)을 숭배하는 기묘한 종교와 최근에 해독된, 목판에 새겨진 롱고롱고 스크립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최근에 발견되 고고학적 자료와 초창기 탐험가들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채 남아 있는 한 문명의 모습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