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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오바마가 새 임기를 시작한 이제는 'ex'다) 국무장관도 지난 4년 동안 재임하며, 중국 관계 외교 업무 중 몇 마디 코멘트가 필요할 때에는 꼭 사자성어(물론 four word expression이 아닌[ㅎㅎ], 우리가 아는 그 사자성어이다)를 사용하려, 최소한 해당 성어의 배경 고사를 인용하려, 나름 공부도 하고 애를 썼다고 한다. 우리야 정규 12년의 교육만 받아도 일상이다 싶게 익숙한 게 중국의 고전 문화지만, 서양인들이야 최고 수준의 엘리트라고 해도 (그들 입장에서야 이제 갓 등장한) 신흥국의 인문적 자산을 눈과 입에 익히는 게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게 당연하다. 그런데, 무슨 인도차이나나 필리핀 현지 문화 학습 하는 셈 치고 가볍게 접근한 입장이라면, 이거이거 평생을 공부해도 시간이 부족할 만한 그 엄청난 양에 아마 충격을 받지 싶고, 다음으로 '이런 거대한 정신적 자산을 배경으로 가진 수십억 인구 집단이 진정 각성이라도 하는 날엔 (그 예전 빌헬름 카이저의 예측대로) 우리 서구는 엘로우 페릴에 압도나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할 만도 하다. 어느 정도 거대한 실체가 그 모습을 드러낸 후라면,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된 상태에서 그 물리적 충격이란 예상보다는 강도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많기에, 상황은 생각만큼 비관적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안심할 수 있다. 프랭클린 로스벨트도 그래서, '두려움보다 더 두려워할 것은 없다'며 예리한 갈파를 일찌감치 한 것이다. 서양인들의 강점은, 위협이 입박했다고 여기면 즉시 '호들갑떨기' 모드에 들어가, 일단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는 가정 하에 플랜 A, 플랜 B를 세우는 것에 있다. 반면, 우리 동양의 경우, 예컨대 명조의 멸망 과정에서 보듯, '저딴 놈들이 본디 뭐였관대!'를 외치며 제 마음 편히 추스리기부터 몰두한다는 데에 그 특이성이 있다. 적이 목전에 쳐들어와도 일단 호기를 잃지 않는다는 명분 하에 술판부터 벌이고, 어지간히 취했다 싶으면 광기를 무기 삼아 미친 돌격 모드로 돌입한다거나(결과가 좋기만 하다면야 탓할 건 아니다), 채 취하기 전에 적이 앞마당에 돌입하면 '그저 대인께서 미천한 이의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라며 와신상담의 고사를 빙자한 굴신 양태를 뒤집어 쓴다(나중에라도 실천만이야 한다면 뭐가 문제랴). 이 책은 불과(?) 7년 전에 출간되었다. 요즘같은 특이점 국면에서 정말 7년은 장대한 시간이기라도 한 건지, 세상은 그새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바뀌었다. 이 책에서의 중국은, 아직 GDP 규모가 일본(미국이 아니라 일본)의 1/3밖에 안 되는 수준의 중진국이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국민의 대다수가 포버티 라인 아래에 머무는 형편의, 문제 많은 국가 단위이다. 역자나 감수자의 서문을 보면, 이처럼이나 약점 투성이인 나라에 대해, 지나친 경계나 거부감을 가질 게 뭐 있겠냐며, 개인 투자자나 외국 정부의 과감한 진입과 투자 결단을 요청하는, 호의 일변도의 초청사로 가득하다. 친일이나 친미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외국 정부에 대해 무조건적인 무장 해제를 주장하는 입장은 어느 경우든 다소의 곤란함을 초래할 수 있음은 이 경우에서도 증명이 되는 것 아닌가 생각될 만큼이다. 중국은 이제 세계를 향해, 그 장점이건 단점이건 어느 정도 드러날 사항이 다 드러난 공개된 엔트리이며, 그 은폐성이나 비공개 상태가 두려움을 자아내는 국면은 최소한 아니라고 봐야 한다. '황화'를 언급하던 미디어의 엄살은 간 데 없고, 좋은 시절이 끝났음을 알리는 성급한 안도가 줄을 잇는다 싶게 중국에 대한 급격한 평가 절하가 어느 새 유행이 되어 버렸다. 이 책은 한창 각지의 장점과 잠재 성장 포인트를 짚어 열심히 대외 홍보를 하고 다니던 '그 시절의 중국', 한창 좋은 시절 사춘기적 활력이나 구경하듯 모양새 좋은 앨범을 구경하는 느낌이고, 이 시점 이 수를 두고 이 지점을 지났기에 지금 이런 모습이구나를 복기하게 해 주는 자료집이자 '역사책'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그래프 커브의 몇 단계 앞 국면을 정확히 포착하여, 그 페이즈에서의 변화 추세를 짚는 게 필수 작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향후 4,5년의 대륙을 파악하는 데, 지금 시점에서의 최신 정보와 바로 이 책을 입체적으로 살피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중국 고전 문화야 차고 넘칠 만큼 알고 있고, 무능하고 게으르며 인적 전통으로 과거 엘리트와 단절되다시피한 공산당 당국자를 상대함에 있어 별반 필요할 것 같지도 않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