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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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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를 읽는다는 건 사건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다 끝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바로 그 아무 일도 없음이 실은 삶의 전부였다는 사실에 서늘해지는 경험이다. 이 선집은 「복수자」·「함정」·「사모님」 같은 초기 유머 소품부터 「골짜기」·「귀여운 여인」·「약혼녀」 같은 만년의 걸작까지 열한 편을 묶어, 한 작가가 종달새처럼 지저귀던 재담꾼에서 인간을 가장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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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를 읽는다는 건 사건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다 끝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바로 그 아무 일도 없음이 실은 삶의 전부였다는 사실에 서늘해지는 경험이다. 이 선집은 「복수자」·「함정」·「사모님」 같은 초기 유머 소품부터 「골짜기」·「귀여운 여인」·「약혼녀」 같은 만년의 걸작까지 열한 편을 묶어, 한 작가가 종달새처럼 지저귀던 재담꾼에서 인간을 가장 깊이 응시하는 눈으로 변해가는 궤적을 한 권에 담았다.


체호프의 힘은 판단하지 않는 데 있다.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는 사랑하는 남자가 바뀔 때마다 그의 의견을 제 것인 양 되뇌는, 자기 자신이라곤 없는 여자다. 풍자하려면 얼마든지 냉소할 수 있는 인물인데, 체호프는 그러지 않는다. 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네 번이나 다시 읽었다는 일화는 유명하지만, 정작 톨스토이는 이 소설을 조롱으로 읽었다. 작가가 인물을 사랑하는 방식과 독자가 그를 판단하는 방식 사이의 이 간극이야말로 체호프다운 것이다. 그는 답을 주지 않고, 다만 인간을 있는 그대로 데려다 놓는다.


「상자 속에 든 사나이」의 벨리코프는 모든 것을 덮개로 감싸고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사는 인물이다. 우스꽝스러운 소극처럼 시작되지만, 그 웃음의 끝에는 자기를 세계로부터 격리시킨 채 두려움 속에 살다 가는 한 인간의 초상과, 그런 인간을 길러낸 억압적 사회에 대한 서늘한 진단이 놓여 있다. 웃다가 문득 입을 다물게 되는 것, 이것이 '웃음 섞인 애수'라 불리는 체호프 특유의 정서다.


수록작 중 가장 짧은 「우수」는 아들을 잃은 마부가 자신의 슬픔을 들어줄 단 한 사람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자기 말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야기다. 몇 쪽 안 되는 이 소품이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 대해 장편 몇 권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체호프의 위대함은 늘 이렇다. 가장 사소한 일상의 한 장면에서 삶의 둔중한 무게를 길어 올린다.


김학수의 번역은 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투르게네프를 두루 옮긴 1세대 노문학자의 것으로, 유려하고 안정적이다. 다만 초판이 오래된 번역이라 일부 표현은 다소 예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옛스러움이 오히려 19세기 러시아의 공기와 어울리는 면도 있다. 최신 원전 번역의 감각을 원한다면 다른 판본과 비교해봐도 좋겠지만, 체호프에 처음 발을 들이거나 여러 시기의 작품을 한눈에 훑고 싶은 독자에게 이 선집은 균형 잡힌 입구가 되어줄 것이다.


극적인 사건도, 뚜렷한 교훈도 없이 그저 삶이 흘러가는 것을 보여줄 뿐인데 다 읽고 나면 여운이 오래 남는다. 무언가를 만들고 쓰는 사람이라면, 판단을 유보한 채 대상을 끝까지 응시하는 이 태도에서 배울 것이 많다. 짧아서 부담 없이 손이 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YES마니아 : 골드 y*****n 2026.08.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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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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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문동, 문예 중에 어디서 구매할까.. 차라리 희곡을 살까 고민하다가 김학수 번역 +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습니다. 바쁜 시기라 바로 읽지 못하지만 체호프가 궁금해서 구매하게 됐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모든 단편들을 읽어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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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문동, 문예 중에 어디서 구매할까.. 차라리 희곡을 살까 고민하다가 김학수 번역 +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습니다. 바쁜 시기라 바로 읽지 못하지만 체호프가 궁금해서 구매하게 됐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모든 단편들을 읽어보고싶습니다.

s******y 2026.06.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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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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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에서 리뉴얼되어 나온 세계문학선 중 체호프 단편선입니다. 문예출판사의 번역이 좋아서 선택하여 구입하였습니다. 체호프 단편의 정수가 모두 담겨있으며 유머러스하고 날카로우면서 재치있고 서늘한 작품들은 읽을수록 감탄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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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에서 리뉴얼되어 나온 세계문학선 중 체호프 단편선입니다. 문예출판사의 번역이 좋아서 선택하여 구입하였습니다. 체호프 단편의 정수가 모두 담겨있으며 유머러스하고 날카로우면서 재치있고 서늘한 작품들은 읽을수록 감탄이 나옵니다.
YES마니아 : 골드 o******r 2025.11.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