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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질 무렵, S 골목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 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K 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p. 11)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청년이『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다. 이틀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 생각이 뒤죽박죽이다. 〈음······ 그래······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거다. 다만 겁이 나서 사람들은 모든 일을 망치는 것이다······. 이건 명제와 다름없지.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한 걸음, 자신의 새로운 말, 이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너무 중얼대는구나. 이렇게 말만 하니까,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거야.「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 일도 못하니까 지껄이기만 하는 거다.」이렇게 지껄이는 버릇이 생긴 것은 최근 한 달 동안 방구석에 처박혀 누워서······ 있을 수도 없는 일에 대해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걷고 있는 걸까? 정말 난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진정 그 일은 진지한 것일까? 전혀 진지한 일이 아니다. 이건 망상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 장난이다!〉 (p. 12) 끝까지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면 라스꼴리니꼬프가 죄를 지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죄와 벌 (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벌을 받을 일도 없었을 테고 말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꼈다고는 하지만, 라스꼴리니꼬프는 왜 죄를 짓게 된 것일까.(p.98) 어쩌면 죄는 ‘그 일’을 저지르기 전부터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퇴역 관리 마르멜라도프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참고로 청자 ‘존경하는 선생’은 라스꼴리니꼬프다. 「존경하는 선생.」그는 득의만면해서 말문을 열었다.「가난은 죄가 아니라는 말은 진실입니다. 저도 음주가 선행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건 더할 나위 없는 진실이지요. 그러나 빌어먹어야 할 지경의 가난은, 존경하는 선생, 그런 극빈(極貧)은 죄악입니다. 그저 가난하다면 타고난 고결한 성품을 그래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빈 상태에 이르면, 어느 누구도 결단코 그럴 수 없지요. 누군가가 극빈 상태에 이르면, 그를 몽둥이로 쫓아내지도 않습니다. 아예 빗자루로 인간이라는 무리에서 쓸어 내 버리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더 모욕을 느끼라고 말입니다. 잘하는 일입니다. 극빈 상태에 이르면 자기가 먼저 자신을 모욕하려 드니까요. 그래서 술집이 있는 겁니다! 친애하는 선생, 한 달 전쯤에 레베쟈뜨니코프 씨가 제 아내를 때렸습니다. 제 아내는 저 같은 사람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한 가지 선생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냥 호기심 때문이라고 해도 좋습니다만, 선생은 네바 강 건초용 짐배에서 밤을 지내 보신 적이 있습니까? 」 (p. 25) 라스꼴리니꼬프는 짐배에서 밤을 지내 본 적은 없지만, 가난을 넘어 극빈을 경험한다. 자존심이 강한 그에게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극빈이었을 것이다. 다소 설명적이기는 하지만, 주제와 맞닿는 얘기를 늘어놓던 마르멜라도프는 죽어서도 의미를 남긴다. 이번에는 말이 아니다. 죽음 그 자체로 파고든다. 「죽을 때만이라도 편안하게 죽게 해줘요!」그녀는 구경꾼들에게 분통을 터트리기 시작했다.「무슨 구경거리라도 났어! 담배까지 입에 물고! 콜록콜록콜록! 모자까지 쓰고 들어오지 그래······! 아이고, 정말 모자까지 쓴 사람도 있군······. 나가요! 죽어 가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켜 줘요!」 그녀는 기침 때문에 숨이 막혔지만 그녀가 윽박지르자, 사람들은 주춤하기 시작했다. 분명 사람들은 까쩨리나 이바노브나를 두려워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입자들은 이상하고 은밀한 만족감을 느끼면서 한두 명씩 문 쪽으로 물러났다. 이 만족감은, 친한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다고 할지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도 으레 마음속에 품게 되는 감정이며, 아무리 진실한 슬픔과 동정심을 갖는다고 할지라도, 누구나 예외 없이 느끼게 되는 그런 감정이었다. (p. 261~ 262) 누구나 예외 없이 느끼게 되는 그런 감정이지만, 차마 인정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혹 나만 그런 게 아닐까, 두렵기 때문이다.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는 막심 고리끼의 표현처럼 “러시아가 낳은 악마적인 천재”인 것 같다. 언뜻 천사의 모습도 비치는 것 같기도 하고, 접하면 접할수록 매력적이다.『죄와 벌 (상)』은 낯선 사내가 야릇한 어조로 대답하면서 끝난다. 이름은 전혀 낯설지 않기에 그의 방문이 더 기이하기만 하다. 어서『죄와 벌 (하)』를 만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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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하)』는 아래와 같이 시작하고 있다. 총 6부 중 4부의 시작이기도 하다.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라스꼴리니꼬프는 다시 한 번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조심스럽고 미심쩍은 눈으로 뜻밖의 손님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스비드리가일로프 씨라고? 이게 무슨 헛소리야? 그럴 리가 없어!」마침내 그는 당황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외침을 듣고도 손님은 놀라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나는 두 가지 일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첫째로는 오래전부터 당신에 대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좋은 소문을 많이 들어 왔기 때문에 직접 만나고 싶었고, 둘째로는 당신의 누이동생, 아브도찌야 로마노브나와 직접 관련이 있는 한 가지 계획을 어쩌면 당신이 도와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섭니다. 만일 내가 아무런 소개도 없이 혼자서 댁의 동생을 찾아간다면, 동생은 선입견 때문에 나를 마당으로도 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도와준다면, 일이 잘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못 생각하셨군요.」라스꼴리니꼬프는 그의 말을 잘랐다. (p. 409)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등장도 등장이지만, 캐릭터가 꿈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추잡한 제안으로 아브도찌아 로마노브나를 모욕하기도 했지만, 보면 볼수록 라스꼴리니꼬프를 닮았다. 스비드리가일로프도 우리에게는 무언가 공통점이 있다, 라고 말한다.(p. 419) 결정적인 공통점이라면 죄를 짓고도 그 심각성을 모른다는 게 아닐까. 꼰스딴찐 모출스키의 작품 평론 ‘5막 비극으로서의『죄와 벌』’에서도 스비드리가일로프를 라스꼴리니꼬프의 어두운 분신으로서 그의 옆에 서 있다, 라고 표현한다.(p. 864) 분명 악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정하기에는 뭔가 애매한 부분이 있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소냐는 누가 봐도 천사의 모습으로 라스꼴리니꼬프를 품는다. 그러니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으랴. 아무리 라스꼴리니꼬프가 위대해도 예외일 수는 없을 듯. 그의 베개 밑에는 복음서가 놓여 있다. 그는 기계적으로 그것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은 소냐의 것으로 그녀가 그에게 라자로의 부활을 읽어 줄 때 들고 있었던 바로 그 책이었다. 유형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그녀가 그를 신앙으로 괴롭힐 것이고, 복음서에 대해서 말하며 그에게 책들을 강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는 한 번도 그 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고, 그에게 복음서마저 권한 적이 없었다. 병들기 직전에 그 스스로가 이 책을 부탁했기 때문에 그녀가 말없이 가져다준 것이었다. 이제까지 그는 책을 열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지금도 책장을 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녀의 신념이 이제 나의 신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적어도, 그녀의 감정, 그녀의 갈망은······.> 그녀 역시 그날 종일 마음이 설레었고, 밤에는 다시 앓아눕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행복해서 자신의 행복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지경이었다. 7년, <겨우> 7년! 행복이 시작되고 있던 이 무렵과 또 다른 순간들마다 두 사람은 기꺼이 이 7년을 7일로 생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새로운 삶이 거저 그에게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것도, 그 삶을 사기 위해서 아직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그것을 위해서는 앞으로 위대한 행적을 쌓아 보상해야 한다는 것도 미처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이야기, 한 사람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는 이야기,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는 이야기, 이제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에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우리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완결되었다. (p. 809~ 810) 『죄와 벌』이 이것으로 완결되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미심쩍은 점이 많다. 꼰스딴찐 모출스키의 작품 평론 ‘5막 비극으로서의『죄와 벌』’에서도 대담한 진실을 지혜로운 덮개로 가려야 했다, 라고 말하고 있다.(p. 874) 그러나 그는 이를 <막이 끝날 무렵에야> 서둘러서 부주의하게 해치워 버리고 만다. 병이 완쾌된 다음, 주인공은 감옥에서 소냐의 발아래 몸을 던진다······. 그리고 사랑한다. (p. 874) 소설은 주인공의 <갱생>에 대한 막연한 예견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예견은 약속일 뿐이지 독자에 의해 확인되는 사실은 아니다. 우리는 이 <경건한 거짓말>을 믿기에는 라스꼴리니꼬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 (p. 875) 우리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는『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나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전기를 시작함에 있어 나는 다소간 의혹에 빠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내가 비록 알렉세이 표도로비치를 나의 주인공이라 부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전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까닭에, 다음과 같은 종류의 질문들이 불가피하게 튀어나올 것임이 미리부터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즉, 당신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뛰어나단 말인가, 당신은 왜 그를 주인공으로 골랐는가? 그가 무슨 그럴듯한 일을 했단 말인가? 누구에게 무엇으로 유명하단 말인가? 독자인 내가 왜 그의 인생의 사실들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해야 한단 말인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 믿음사』p. 11 작가로부터) 언뜻 보면 라스꼴리니꼬프에게 이런 의혹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꼰스딴찐 모출스키의 분석대로 지혜로운 덮개로 가리긴 가린 모양이다. 곱씹을수록 만만찮은 소설이다. 이 책을 고른 죄로 벌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에 따른 성취감도 크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 |
| 유시민 작가님의 개정증보판 ‘청춘의 독서’ 1장을 읽고 샀어요. ‘청춘의 독서’만 읽고 넘어가면 안 되겠더라고요. 유 작가님이 읽으셨다는 홍대화 님의 번역본으로 저도 사서 읽는데, 번역이 매끄럽다는 여기 게시판 어느 분의 후기처럼 번역을 잘 하셔서 그런지 이해도 잘 되고 잘 읽혀요.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한구절 한구절 너무 새롭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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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전 군대있을때 동서문화사 버전으로 처음 읽어보고 이번에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읽기 시작하면서 열린책들 버전으로 다시 구입했다. 그 당시에는 도스토옙스키가 누군지, 죄와벌이 어떤 내용인지, 문학계에 얼만큼의 영향력있는 작가이고 작품이었는제 아무것도 모른체 아무 정보 없이 읽었었는데 그런데도 작품 속 주인공의 심리가 고스란히 전이되 저장되었고 나도 인식하지 못한체 아직까지 그 인물의 감정과 심리가 마치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감각처럼 남아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작가였구나라는걸 느낀다. 전집을 읽고나면 대문호의 문학세계를 얼마나 깊이 경험할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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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필독서라고 해도 좋을만한 작품으로, 심리묘사를 따라 가는 재미가 상당하다. 도스도예프스키는 다른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방식의 생생하고 심도 있는 인물의 내면 묘사로 왠지 영화를 보는 것 보다 더 선명하게 인물의 심리를 체험한 느낌이다. 아마 VR 로 가상으로 인물을 체험하는 것보다 훨씬 인물에 깊게 들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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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인간의 양심에 대한 고민이 인상적이었고,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전이지만 몰입감이 뛰어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책이라 추천합니다. 특히 심리묘사가 정말 뛰어나서 진짜 주인공의 입장에 몰입이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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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에 읽어도 낡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소설이다. 분량이 적은 책은 아니지만 로지온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게 된다. 도스토옙스키 특유의 사상화된 인물과 장광하지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대화들까지. 고전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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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쓰인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 언뜻 보면 범죄 소설이지만 조금 다르다. 독자가 범죄 과정을 전부 지켜본다. 이 책엔 추리할 것이 없다. 다만 물증 없는 범죄를 저지른 후 벌 받는 범죄자의 심리를 따라가게 된다. 마치 내가 살인자가 된 기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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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듯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대표작이다. '죄 와벌'은 많은 독자들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으로 첫 손에 추천하는 책이다. 이 책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중에서는 그나마 읽기 쉬운편이라고도 한다. 나에게 러시아 소설은 늘 어려웠는데... 너무 생소한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지명 등으로.. 등장인물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번번히 실패했던 기억이있다. 열린책들의 번역본은, 문예출판사 번역과 더불어서 가장 많이 추천받는 번역본이다. 열린책들 출판사는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을 비롯해서 러시아 문학들의 대한 번역이 전반적으로 좋다는 평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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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은 인간의 죄책감과 양심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입니다. 내용이 쉽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