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로 알려진 금오신화에는 5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남염부주지>, <취유부벽정기>, <용궁부연록>이 바로 그것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이루어지는 환타지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꿈과 사랑은 삶과 죽음을 초월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담긴 것같다.
<만복사저포기>는 살아있는 주인공 양생과 죽어서 구천을 떠도는 귀신 아가씨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양생은 결혼도 못하고 나이만 먹은 외로운 사람이고, 아가씨는 왜구에게 절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귀신이다. 부처님과 저포내기(윷놀이)에서 이긴 양생은 부처님 도움으로 아가씨를 만나고 사랑을 하며 또 이별을 하는 과정을 그린다. 과연 사람과 귀신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생규장전>은 이생과 최랑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제목은 '이생이 담장 안을 엿보다'는 뜻으로 작품이 배경이 된 고려말 당시 사회적 금기를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이다. 양반 자제로서 몰래 담장을 넘어 규방의 처녀와 사랑을 키우다가 부모님에게 들켜 강제로 헤어지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홍건적의 난으로 죽은 최랑의 영혼은 혼자 살아남은 이생과 만나는 등 3번에 걸친 만남과 헤어짐을 그리고 있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담을 넘어야 하는지, 죽음이라는 벽까지 뛰어넘을 수 있는지 저자는 독자에게 묻는 듯하다. <취유부벽정기>는 개성의 부잣집 아들 홍생과 은나라 왕의 후예인 미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동강변의 부벽정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한가위 달맞이를 하며 술에 취한 홍생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 미인을 만나 시와 노래를 주고받으며 하룻밤을 보내고 헤어진다는 이야기이다. 홍생은 집에 돌아와 미인을 그리워하다가 몸져 눕게 되고 결국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 견우성 막하의 종사가 된다. 선비와 선녀와의 정신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앞의 작품들과 구별된다. 그들이 나눈 시에는 기자조선과 위만에 관한 역사의식도 들어있다. <남염부주지>는 박생이라는 선비가 염부주라는 세계에 들어가 귀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마침내 염라대왕이 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귀신이나 천당과 지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유생 박생은 천하에는 천성이라는 하나의 이치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소신있는 유학자이다. 어느날 잠결에 바닷속 염라국을 방문해 염라대왕과 이야기를 나누고 결국에는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저자의 유교적 세계관과 종교관, 인생관 등이 박생과 염라대왕과의 대화속에 드러나 있다고 하겠다. <용궁부연록>은 글 잘 하는 선비 한생이 용왕의 초대로 용궁을 구경한 이야기이다. 용왕이 딸을위해 지은 별궁의 상량문을 짓고, 융숭한 대접을 받은 후 용궁구경을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와 노래 등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옛이야기는 저자 김시습의 박식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네 작품과는 달리 유쾌한 풍류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고대소설에서도 작가의 상상력은 활발하게 살아 있다. 앞의 3편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가 그려져 있고 마지막 두 작품은 일종의 몽유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현실세계와 대비되는 저승이나 용궁도 자유자재로 드나들고 있으며 자신의 사상들을 등장인물의 통해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고 하겟다.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세상과 등지고 살고 있는 작가의 모습도 작품 속에서 언뜻언뜻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