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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이었나? 향香자의 음과 훈을 묻는 시험 문제가 있었다. 나를 비롯한 제법 많은 아이들이 '냄새 향'이라고 적었다. 비슷하다고 생각해 맞는 답으로 해달라고 선생님께 사정했지만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냄새가 향기이면 똥 냄새도 향기냐?" 작가정신의 소설향 앤솔러지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초록 땀>. '색'과 '향'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김화진, 문진영, 이서수, 공현진, 김희선, 김사과 여섯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색이라는 주제... 우리는 무지개를 7가지 색깔로 본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문화권별로 6가지 또는 5가지 색깔로 무지개를 보기도 한다. 무지개 색깔이 6가지, 5가지라니, 우리가 볼 때 그런 인식은 어색해 이상하기까지 하다. 김화진의 <초록 땀>에서 '나'는 숨 쉴 때마다 혀를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른다. '숨 문제'가 있는 '나'는 사무보조 아르바이트 보영과 친해지면서 보영이 '초록 땀'을 흘린다는 비밀을 알게 된다. 보영은 초록 땀이 흐를 때마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재빨리 손수건으로 닦아 숨긴다. 그런가 하면 초록 땀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초록 땀을 유리병에 담아 판다. 보영이 남들이 이상하게 바라보는 '땀 문제'에 갇혀있지 않기로 마음먹자 '초록 땀'은 소원을 들어주는 '행운'이 된다. 이서수의 <빛과 빗금>에서 색은 정치를 상징하며 사람들 사이에 빗금을 그어놓는다. 하지만 색은 빛이 있어야만 드러난다. 빛이 없다면 색을 식별하고 분류할 없음을 사람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색보다 빛을 먼저 보라고." 승주가 도통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빛이 뭔데?" 빛은… 빛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야. 입자나 파동, 광선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식상하지만 사랑과 온기라 표현할 수 있고, 식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노려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온기라고 말할 수도 있어. (p. 128, <빛과 빗금>)' 김희선의 <뮤른을 찾아서>에서는 색을 식별하는 빛마저 흡수해버리는 블랙이 있다. 블랙의 세계에서 할 일은 내 기억 속에 존재했을지도 모를 사라진 색깔, 흡수되지 않는 색깔, 뮤른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항상 반사되는 빛, 즉 흡수되지 않는 빛이다. 거부당한 색을 보고 '사과는 붉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사과는 빨강을 제외한 모든 색이다.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작가정신, p. 435)' 향이라는 주제... '냄새에 대한 감각은 지극히 정확할 수 있지만, 어떤 냄새를 맡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 그것을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냄새는 침묵의 감각이고, 냄새에는 언어가 없다. (...) 우리는 숨 쉴 때마다 냄새 맡는다. 눈을 가리면 보이지 않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지만, 코를 막고 더 이상 냄새를 맡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작가정신, p. 19)' "냄새가 선을 넘지"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구분했다면 문진영의 <나쁜 여행>에서 냄새는 너와 나의 '구별 짓기'를 한다. 냄새로 누구는 밀어내고 또 다른 냄새를 가지고 내 품으로 뛰어드는 누군가는 끌어안는다. 공현진의 <이사>에서 정체 모르는 악취는 불안을 일으킨다.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이기에 냄새를 알 수 없어 불안은 공포가 된다. 드디어 언젠가 맡아본 냄새라는 걸 알아낸 해오는 그 냄새의 정체를 알지만 우진은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라 여전히 그 냄새를 알 수가 없다. '우진은 해오와 같은 냄새 속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있지도 않은 냄새 속에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 (p. 170, <이사>)' 김사과의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에서는 미래도시에 가득한 향을 말한다. 홍차향만 남고 모든 향이 사라진다면, 낙엽의 달고 씁쓸한 향, 냉기 서린 죽음의 냄새 등등... 하나씩 사라진다는 건 사랑하는 연인도 이웃도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존재했다는 기억조차 사라질지 모르기에 '어떤 것은 사라지면 안 된다. 아니 사라질 수가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p. 250,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 똥 냄새도 향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냄새 향'을 정답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에게는 무지개 색깔이 6가지, 5가지다. 누군가는 아는 냄새를 누군가는 모른다. 각각 추억에 따라 냄새도 색깔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렇다.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후각이 아내보다 덜 예민한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이런 내 후각이 어떤 때 유리하고 어떤 때는 불리하다. 하지만 어떤 때 유리했는지 어떤 때 불리했는지 나는 모른다. 경험이 없어 인식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다. 어떤 색깔을 좋아하나. 보라색? 어떤 사람은 그 색깔을 싫어한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니 보라색이 내게 장애물로 작용할리 없다. 그저 언제나 내겐 행운의 색깔일 뿐이다. |
소설집 『초록 땀』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저마다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앤솔러지로, <소설향> 시리즈의 첫번째 권이다. 시리즈의 기획의도가 궁금하여 먼저 찾아 옮겨본다.
소설향 시리즈 첫번째 권의 테마는 ‘색’과 ‘향기’다. 초록과 검정 등의 '색'과 홍차향 등의 '향기'라는 감각적 매개체를 활용하여 작가마다 각기 다른 시선과 감각적 언어로 테마를 변주하면서 일상의 불안, 관계, 상실, 성장, 인간관계 등의 테마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각 작품마다 <작가노트> 코너를 두어 주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작품 의도를 밝히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표제작인 김화진 작가의 「초록 땀」에서 ‘초록’이라는 색은 인물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투영하면서 주인공의 정체성, 불안, 그리고 성장과 깊이 연결된다. '안팎을 연결하는 통로에 갑작스레 셔터가 내려가서 장 통하던 공기나 물이나 바람이나 그런 것들이 통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p18)'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숨쉬는 게 힘들어졌던 화자는 사무보조 아르바이트생인 보영의 숨을 부러워하며 지켜보다가 보영이 초록 땀을 흘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보영은 이 땀을 자신의 약점이 아니라 삶을 정의하는 하나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그런 보영과 소통하게 된 주인공은 '초록의 흔적이 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p40)'는 믿음으로 초록 땀 하나를 산다.
감각이라는 것은 인지하기에 앞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던가. '감각으로 보는 세계는 그러기에 더욱 기민하게 현실을 포착하며 우리의 의식을 보다 깊고 넓게 확장한다.' 각 작품 속 감각들은 단독이 아니라 상호 얽혀 인물의 내면이나 인간관계, 사회적 조건까지 연결하는 상징적 언어로 활용된다. 빛의 온도, 피부에 밴 땀, 공간 안에 드리운 잔상 등 시각 및 촉각적 묘사가 심리적 분위기를 촘촘하게 환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검정이라는 색을 통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상실과 공허, 세상에서 길을 잃는 감정과 현실을 그린 김희선 작가의 『뮤른을 찾아서』 는 삶의 빈틈, 상실의 감정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화자는 자신이 잃어버린 어떤 색깔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고, 이 현상이 자신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 혹은 전 지구적으로 퍼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다. 이 비현실적인 현상의 중심에는 물리학자 출신의 예술가가 존재하고 그의 집은 블랙홀 같은 어둠으로만 이루어져있다. 검정은 단순히 어둠이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현실에서 길을 잃거나 소외된 감정, 무엇인가를 잃고 난 뒤의 깊은 공허와 절망, 그리고 현실에서의 소속감 부재까지 확장되어 진다.
잃어버린 색은 제목 속의 단어인 '뮤른'이다. '곧 잃게 될 것을 알면서도'(p211) 화자가 나지막이 그 색깔 이름을 중얼거리는 마지막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내 세계에서도 어떤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김희선 작가는 작품은 각각의 독자에게 저마다의 해석으로 다가가기에 작가노트에서는 무지개의 일곱가지 색에 대해 서술해본다고 하면서, '무지개의 진짜 색깔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있을 뿐이다. 무지개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색깔이 그러하다(p220)' 라고 전하고 있다. 앤솔러지 『초록 땀』 의 각 단편의 이야기들에는 그다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장면들 속에 시각, 후각, 촉각 등을 자극하는 문장들이 감각의 부스러기처럼 읽는 이의 마음에 쌓인다. 감각과 존재가 연결되며 읽는 이들만의 '색'과 '향'을 인식하도록 이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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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알고 싶으면 빛의 휘장을 걷고, 그 안을 봐야 한다 신선한 조합으로 만난 푸르른 5월에 만난 좋은 에세이였다. 특히 김희선 씨의 에세이가 참 좋았다. 올림픽 공원에서 푸르른 들판을 보며 읽었더니 더 굳굳 다음에도 읽어야지. #5월의젊은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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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색을 소재로 하는 여섯 작가의 여섯 이야기 엔솔로지. 작가 정신 출판사의 <초록 땀> 엔솔로지라는 용어가 익숙치 않아 찾아보니 꽃다발 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온, 시나 소설 등의 문학작품을 하나로 묶은 작품집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여섯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소설 6편이 왠지 '작가 정신'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에서 엿보이는 사명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사뭇 어울린다 생각된다. <초록 땀> 나는 숨 문제를 겪고 있다. 숨을 들이쉬는 법을 의식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아니라, 사탕을 삼키듯 꿀떡 삼키게 되고, 배 속은 공기방울이 뽀글거리며 불편해진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다른 이들에게 들킬까 신경쓰여 점점 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고립해 들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록 땀을 흘리는 보영을 만난다. 초록 땀을 흘리는 이유로 땀이 많이 흐르는 여름은 재택 근무를, 그 외의 세 계절에는 계약직으로 일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문제에도 세상으로부터 숨지 않았다. 보영은 자신의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듯,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듯 무심히 다룰 줄 아는 가람이었다. 그녀를 통해 나는 숨 문제에서 조금은 초연해지길 기대해본다. 누구나 각자 가진 골칫거리 곤란거리 하나 있을 지 모른다. '나'는 자신의 숨 문제가 다른 이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한다. 내 문제인데도 사회적 시선이나 평가가 신경쓰여 정작 나의 힘듬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너무나 '나'란 존재의 마음과 태도가 공감이 되기에 보영을 만나 그가 품는 기대와 소원을 응원하게 된다 <나쁜 여행>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세요. 그리고 그 과정을 보여주세요. 자신의 일에 무기력해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헤밤님의 말에 힘입어 일을 그만두고 치앙마이로 여행을 떠난다. 그 사실을 SNS에 올리자 대학 때 잠시 알았던 핌의 연락이 온다. 브이로그를 핑계로 액션캠을 들고 치앙마이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나. 여행지로 날아온 핌. 나의 기억 속 핌과는 전혀 다른 핌의 모습과 기대와 상상 속 치앙마이와 현실 속 치앙마이. 나는 왜 여기에 온 것이지. 치앙마이에서 만난 소녀는 땀냄새, 비릿한 바람 냄새, 흙냄새, 핌은 비온 뒤 촉촉한 숲 냄새, 부담스럽지 않게 옅은 꽃향기로 표현되는 대상에 대한 인상들. 작중 '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녀가 기억하던 과거 속 패딩을 빌려 입은 태국에서 온 핌은 현재 내가 만난 핌과 전혀 다른 이미지다. 과거 삼겹살에 소주 냄새를 풍기면 길을 함께 걸었던 핌과 꽃향기나는 향수내음을 풍기며 외국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핌의 괴리감 만큼 나와 핌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끝내 씹다 뱉은 갈랑갈 뿌리나 썩은 내 나는 웅덩이나 까오의 까오 아님을 담을 수 없다면 내가 찍는 브이로그 속 모습이 진짜가 아님을 깨닫는다. 넌 향수 안 쓰는 것 같더라? 핌이 말했다. 응. 난 한 번도 뿌려본 적 없어. 왜? 향수는 너무 비싸기도 하고. 별로 관심 없어서. 그러자 핌이 묘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더는 말없이 조그만 핸드백에 이것저것 집어넣더니, 어느 순간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축복받은 사람이네. <빛과 빗금> 쉐어하우스로 들어서는 나(민정).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민정은 미처 듣지 못했지만 쉐어하우스의 구성원 혜지, 은희, 솔미 사이에는 정치적 갈등이 있었다. 남자친구 승주와 정치 문제를 대하는.태도때문에 갈등을 겪다 도망치다시피 집을 나온 민정은 다시 같은 문제 상황에 들어간 생각이 든다. 빨강이냐 파랑이냐 ㅡ 색을 매개로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노선을 확실히 하란 이들과 어느 노선도 표시하지 않고 그들을 메이트로 챙기는 이, 굳이 노선을 잡자면 한쪽을 지지하긴 하지만 깃발과 적극적 참여로 내 노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 어느 색을 지지하기 이전에 가족이고 연인이고 메이트였고 사람인 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색으로 구분되고 색을 표하지 않으면 박쥐로 비난받는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기에 저절로 피로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색보다 빛을 먼저 보라고. (p.128) #초록땀 #소설향앤솔로지 #소설향 #앤솔로지 #색과향 #초록땀 #나쁜여행 #빛과빗금 #이사 #뮤튼을찾아서 #전기도시에서는홍차향이난다 #김화진 #문진영 #이서수 #공현진 #김희선 #김사과 #작가정신 #작정단 #작가정신출판사 #서평단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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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감 중 어느 감각이 먼저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에서는 색과 향에 주목해 인식을 앞서는 감각 속 소설과 에세이를 보여준다. 감각 기능의 이상이 없는 한 색과 향은 후각과 시각을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인지 하는 것 이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표제작이기도 한 김화진 작가의 「초록 땀」을 통해 땀의 색이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이들과는 다른 색의 땀을 흘린다는 것이 그럴수 있는 것이 아닌 문제적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보영은 그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공현진 작가의 「이사」는 개인의 감각적 차이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외출 후 돌아왔을 때 맡아지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냄새를 소재로 하면서 그것이 어느 순간 동일한 공간에 있는 한 사람(해오)에게만 맡아지고 이후 그 냄새의 정체가 밝혀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김사과 작가의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는 사람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전기도시의 향을 홍차향에 비유하고 있다는 점이 기이한데 인간의 소리가 사라지고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에 점점 더 사라져버리는 인간성의 상실과 그 과정에서 오는 외로움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일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색과 향을 소재로 하지만 장르도 스토리도 작가님들만의 개성이 묻어나고 독특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험적 시리즈를 작가정신의 대표 시리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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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출판사의 새로운 소설향 앤솔러지 시리즈, 그 첫 번째 책 『초록 땀』이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김화진, 문진영, 이서수, 공현진, 김희선, 김사과, 여섯 명의 작가가 '색'과 '향'이라는 매력적인 테마 아래 펼쳐내는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우리는 인식보다 앞서는 감각으로 세상을 새롭게 경험하게 됩니다. 이 책은 '색'이라는 감각을 통해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복잡한 세상을 헤아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김화진 작가의 「초록 땀」에서 남들과 다른 특별한 땀을 흘리는 주인공은 삶의 혼란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서수 작가의 「빛과 빗금」은 사회적 대립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빛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김희선 작가의 「뮤른을 찾아서」는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 속에서 역설적으로 진짜 세상을 발견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한편, '향'이라는 감각은 우리를 과거의 특정 순간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합니다. 문진영 작가의 「나쁜 여행」은 냄새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느끼고 내면의 낯선 향을 감지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공현진 작가의 「이사」는 알 수 없는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존재들을 상기시키며 삶의 미스터리와 사회적 비극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김사과 작가의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는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져가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스산하고 환각적인 미래를 보여줍니다. |
각자의 색에 대한 존중세계를 이루는 우리들 사이의 경계와 기억개인 속으로의 침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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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뭔가에 홀린 듯 책을 읽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을 때 책만큼 좋은 친구가 있을까 싶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초록 땀은 표지부터 싱그러운 초록색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속에 작은 초록색 물방울이 톡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소원이 있으세요?”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나 자신에게 나는 요즘 뭘 원하면서 살고 있지? 라고 질문하게 되었다. 나도 한때는 매일매일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초록 땀은 여러 작가들의 단편 소설과 에세이가 담겨 있는 책이다. 그래서 각기 다른 색깔의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조각보를 이루는 느낌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소원 수리 초록빛 땀' 이라는 글이었다. 연하고 투명하게 빛나는 소원, 그리고 낯선 내 안의 향. 작가님들이 써내려간 이야기는 단순히 활자를 넘어, 마치 내 삶의 한 조각처럼 다가왔다. 특히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도 좋다는 문장은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결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어릴 적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여름 방학 숙제로 가장 소중한 소원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그때 나는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을 그렸는데, 막상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내가 진짜 우주에 가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멋있어 보여서 쓰고 싶었던 건지 헷갈렸다. 그저 막연한 소원이었던 거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나처럼 우리 모두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진짜 소원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색에서 향으로, 향에서 색으로 이어지며 삶을 이루는 다채로운 조각들' 이 문장도 인상 깊었다. 때로는 희망적인 초록빛으로, 때로는 씁쓸한 회색빛으로, 그리고 다시 빛나는 주황빛으로.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양귀비 꽃밭을 지날 때의 붉은 꽃잎이 떠오른다는 구절에서는 정말 생생하게 그 장면이 그려졌다. 나에게는 책을 읽는 이 시간이 바로 나만의 초록 땀을 흘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각 작가님들의 삶의 조각들을 엿보고 그 속에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다. 숨이나 잘 쉬고 싶다'는 외침처럼, 때로는 거창한 소원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여러분도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만의 소원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초록 땀 을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모두의 마음속에 작은 위로와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것 같다. |
'색과 향'이라는 주제로 묶인 앤솔러지, 『초록 땀』. 텍스트로 되어 있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감각적인 경험을 동시에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글을 통해 색이 보이고, 향이 맡아지는 느낌이랄까. 소설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것과는 또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 * 숨 문제가 있는 '나'와 초록 땀을 흘리는 '보영'의 이야기. 김화진, 「초록 땀」. 치앙마이 여행에서 '낯섦'을 느끼는 '나' 문진영, 「나쁜 여행」. 두 가지 색으로 나뉜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나'의 이야기가 담긴 이서수, 「빛과 빗금」.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나기 시작한 알 수 없는 냄새의 원인을 찾는 '해오'와 '우진'. 공현진, 「이사」. 그날 이후 색깔을 잃어버린 사람들. 하지만 잃어버린 색깔이 어떤 건지 아는 사람은 없다. 김희선, 「뮤른을 찾아서」. "모든 것이 어제와 동일한 채로, 너만 삭제되어 있다." 김사과,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 * 앤솔러지는 참 매력적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나 다양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라면 이 주제로 어떤 내용의 글을 써볼 수 있을지 하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 김화진 작가님 글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참 좋구나...🫶🏼 작가님의 모든 글을 흡수해버리고 싶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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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땀'은 '향'을 주제로 한 소설 앤솔러지다. 여섯 작가의 색과 향을 접할 수 있었다. 기억은 색과 향으로 존재하는데, 그들처럼 오래 기억 속에 머무를 책이라고 느꼈다. 읽으며 많이 떠올린 단어는 '공유성'이다. '초록 땀'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나온다. 숨을 쉬기 어려운 사람과 초록 땀이 흐르는 사람. 서로가 만났기에 어쩌면 더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다르다는 걸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나쁜 여행'에서는 사람 간의 거리감이 드러난다. 낯선 장소에서 어색한 동기를 만나고, 그 속에서 섞이지 못하며 결국 멀리서 바라보는 감각. 심지어 자신에게조차 거리감을 느낄 수가 있다. 생소하면서도 모두 언젠가는 느껴봤을 감각이다. '빛과 빗금'에서는 함께 살아가며 공유하는 현실이 드러난다. 비록 그들은 모두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졌지만, 서로 적대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공유하는 현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사'에서는 공유하는 그림자가 떠올랐다. 모두가 잊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다. 아니, 없었어야 하는, 그러지 않았어야 하는 날이겠다. '왜?'라는 질문만 겨우 나오는 그런 순간. 한순간에 모두에게 상처를, 충격을 주고야 만 마는 그런 일들이 오늘도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뮤른을 찾아서'에서는 공유하는 상실감이 떠올랐다. 아픔조차 선명하고 강렬하게 드러내는 세상에서 색을 하나 뺏은 것은 앞으로의 상처를 그리 보지 않기 위함일까. 남의 고통이 콘텐츠가 되고, 모든 것이 기만으로만 돌아오는 현실에서 무채색으로 덮인 순간은 분명 필요하다.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에서는 기이한 차가움이 느껴졌다. 그게 모두가 가지고 있고, 당연하다. 주류가 안 되는 게 더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누군가는 세상 속의 기이함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깨닫더라도, 그게 '진실'일지라도. 그 사람은 그저 '다른 사람'인 현실이 있다. 나는 코가 둔한 편이라 친구들이 언급하는 향에 대해 못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가까운 이와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느끼는 건 기쁜 일이니까. 무언가를 '공유'하는 감각이, 그걸 인지하고 있는 우리가 계속해서 함께한다는 건. 추억은 함께 한 이들과 공유하는 즐거움인데, 어쩌면 모두 다 다른 기억 속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자의 시선으로 느낀 색과 향으로 다양하게 '그날'의 기억이 존재한다면, 오히려 더 좋겠다. '너와 나는 다르다'라는 생각만으로 남겨두지 않고, 그것에 아쉬워하지 말고, 다채로워진 추억을 아껴주는 게 어떨까 싶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들과 다른 색과 향을 느끼고 살았다 해도 '공유성'의 문제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색과 빛과 향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지만, 모두가 같은 감각을 느낀다고는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런 향수도 있지 않은가? 체향과 체온에 따라 다른 향이 풍기는 신기한 향수. 삶 자체가 어쩌면 그런 세상일 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 갑자기 사진집 펀딩에 참여한 적이 있다. SNS를 통해 한 사진을 접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경이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세상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사진작가는 자신의 시선을 나눠주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 시야를 빌려라도 보고 싶어져서 그 사진집을 샀었다. 그 이후부터는 사진 전시회도 종종 가보고 있다. 나로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각자의 특색이 담겨있는 그 시야가 너무나도 새롭고 아름다워서. 사람은 직접 경험한 것만을 믿는 경향이 있다. 그 기반이 되는 건 자신의 오감일 것이다. 그 속의 감각들이 사실 확신의 대상이 아니라, 추상적인 개념이라면 어떨까. 우리는 그 무엇도 확신하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막연한 믿음으로 사는 것 같다. 같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이유는 두렵기 때문일까. 자신의 복제품이 있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이 세상은 한없이 약하기만 하다. 모두 다른 우리가 만났기에 하나의 사회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다름'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을 거라고. 개성은 중요하지만, '다른 것'은 여전히 용납되지 않는 이 세상 속에서 모두가 '나'인 채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원래 모두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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