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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가 그리는 연애소설이다. 건축에 대한 애정과 건축을 배우는 사람의 자세, 자연과 조화를 생각하는 건축가의 마인드가 깊게 자리한 여름 별장의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가을, 겨울, 봄, 여름을 지나는 동안 도쿄를 떠나 홋가이도로 이주해 온 여성의 계절이 몹시 아름다웠다.
무요 게이코는 삼십 대 중반의 나이, 함께 살던 연인과 이별하고, 아버지와 함께 몇 년을 지냈던 홋카이도가 그리웠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우체국에서 편지를 배달하는 일을 하는데도 즐거워 보인다. 차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길의 풍경이 퍽 다채롭다. 시골 마을답게 게이코가 움직이는 노선을 사람들은 다 꿰고 있다. 가게 앞에서 하품하더라는 소문이 무성한 동네다.
게이코는 목조가옥에 사는 데라토미노 가즈히코에게 소포를 배달하며 그를 마주한다. 눈이 마주치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꿰고 있다. 그의 사인을 받고 물건을 건네주던 날, 쉬는 일요일에 집에 방문해달라고 말한다. 의문의 프랜시스가 누구인지 그를 방문해서야 알게 된다. 모든 음을 채집하는 그는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다. 그에게 빠져드는 게이코. 무성한 소문을 뒤로 하고 그와 연인이 된다. 서른 중반의 게이코는 소문 따위 두렵지 않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사계절이 소설 속에 드러난다. 봄의 향연, 여름의 더위, 가을의 바람, 겨울의 눈, 계절과 더불어 우편배달을 하며 급여가 적어도 몇 년은 충분할 것 같다. 그저 세상에 둘이 있는 듯 머물 것 같지만, 둘에게도 갈등은 존재한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는 게이코의 행동은 가즈히코와 닮아있다. 세상 모든 소리를 채집하는 가즈히코는 세상에 초연한 듯 살아간다. 수력발전소의 프랜시스의 상태를 지켜보며, 홋카이도가 정전이 되었을 때, 홋카이도 전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안치나이의 전기 정도는 충분한 감당할 프랜시스일 것이다.
번잡한 도쿄가 싫었던 게이코는 이처럼 평화로운 홋카이도의 삶이 좋다. 한겨울, 게이코가 소꼬리를 삶는다. 오랜 시간 졸여야 하는 과정을 즐겁게 하고 있다. 눅진한 국물, 부드러운 고깃살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눈이 내리는 날, 뜨거운 국물 한 모금을 마신다면 홋카이도의 추위 따위 잊어버릴 것 같다. 그렇듯 평화로운 홋카이도에서 머무는 게 좋다.
마쓰이에 마사시 소설의 매력은 고요함과 잔잔함에 있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 여름 한철을 보냈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와 닮아있다.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어릴 적 잠시 살았던 도시를 잊지 못하고 찾아온 여자의 삶은 평온하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아도 혼자서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 강가에 사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하고서도 그가 결혼은 했는지, 연인이 있는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다. 잔잔한 호수처럼 일렁이지 않는다.
봄은 먼저 하늘에서부터 온다. 그렇게 묵직이 꼼짝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겨울이 4월 중순이 지나자 급속하게 힘을 잃고 안치나이 마을 상공에서 흐르듯이 사라져갔다. 투명한 파란 하늘도 아니고, 눈을 낳는 두꺼운 구름도 아닌, 봄 안개로 어슴푸레하게 하얗고 밝은 하늘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154페이지)
홋카이도의 날씨는 여름에는 선선하지만, 겨울에는 봐주지 않는다. 눈이 허리 높이로 쌓이고, 바람마저 매섭다. 마치 이들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듯 홋카이도의 태풍은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별에는 음이 있다. 게이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들리지 않는 음이 하나하나의 별에서 이쪽을 향해 내려온다. 그 음은 빛이었다. 광원조차 되지 않는 덧없는 빛의 음. (189~190페이지)
감정은 물처럼 유유히 흐르다가도 세찬 비바람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굳건해지고, 어떤 선택을 해도 상관없다. 그저 원하는 대로 나아가면 된다.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노인들에게 편지를 읽어주었던 것처럼, 게이코는 홋카이도의 계절을 즐거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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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의 책은 새로 나올 때마다 읽었습니다. 특유의 묘사와 표현을 참 좋아합니다. 정말 가까이서 보고 느끼는 것처럼 마을과 계절, 풍경들이 한꺼번에 밀려 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습니다. 흑요석. 선사시대. 별과 강물. 음과 눈 같은 것들이 쓰여진 이야기 이면과 이전의 더 큰 서사가 있진 않을까 상상하게 하고 작가의 문학적 세계를 더 궁금하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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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을 통해 듣는 것과는 달리 시각으로 그 소리를 음미한다는 것에 반대의 의견을 품을 수 없는 작가의 신작이다. 전작인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서 사각거리는 연필의 스케치 그림을 연속 떠올려보면서 눈은 읽되 손은 나도 모르게 연필을 찾아 헤매며 건축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비례한 그 이후의 작품들 또한 저자의 섬세한 필치가 각인되었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 또 한 번 느껴본다.
비정규직으로 우편배달을 하면서 동거하던 남자 및 주변을 정리하고 내려온 그녀에게 주변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에게 우편을 전하는 일은 단조롭고도 실용적인 면이 있다. 인차나이 마을에서 떨어진 강가에 목조 오두막에 기거하고 있는 데라토미노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홀로 살아가는 모습을 짐작케 하는 그의 주변을 지켜보던 어느 날 소포를 전하면서 그의 초대를 받게 되고 그곳에서 하세가와라는 부부와 만나고 데라토미노가 들려주는 '음'을 듣는다. 세상에서 온갖 소리를 들으며 하루에도 무심히 지나쳐가는 소음과 소리들, 그런데 그가 들려주는 '음'은 말 그대로 '음'이다. 함께 모여있을 때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에서 뚝 떨어진 독립적인 소리의 세계, 그 간단하고도 현실성 내지는 비현실적인 '음'에 빠져들면서 그가 이후 다시 초대한 것을 응하면서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깊은 관계를 맺어나간다. 전공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에 대한 표현이 이토록 정갈하면서도 껄끄럽고 불협화음 같으면서도 왠지 더 듣고 싶어지는 오묘한 세계, 읽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점차 진행되면서 성인들의 연애가 젊은 청춘들의 연애와는 좀 다르게 와닿았다는 현실성 있는 표현들에 빠져든다. 연애 감각이 없진 않았던 30대의 사랑이란 그 사랑의 주체에 해당하는 두 사람의 감정의 깊이와 생각도 그렇지만 사계절 자연의 변화해 가는 모습들이 문장문장마다 깃들어 있어 역시 저자의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은 마을에서 보이지 않는 주요 시선의 대상자로서 그녀의 행동에 대한 소문들이 어떻게 흐르는지, 그러면서도 데라토미노의 일관성 있는 감정의 표현과 행동들이 호기심과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그를 알고 싶고 함께 하고 싶다는 감정이 들기까지 게이코가 느끼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폭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보여주는 흐름들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열정적이고 때론 그 표현들이 어른의 연애를 그렸다는 점에서 저자가 이런 작품도 쓸 줄 알았구나를 생각해 본다. 프랜시스란 수력기계를 관리하면서 게이코를 만나고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에 자연의 혹독한 표현들을 제대로 드러낸 폭풍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한 매개가 아니었을까? - 격류에 실려온 커다란 바위나 큰 나무줄기처럼, 거기에 멈춰 서서 형태를 남기는 것도 있지만 그러나 그런 것은 좀처럼 흘러오지 않는다. 그렇게 친숙하고 친했던, 못 알아볼 리도, 잊을 리도 없는 몸짓과 목소리와 냄새는 망망한 시간 앞에서 여지없이 패배한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이윽고 잊히고 사라진다.-p.23 인생의 흐름이 강물의 흐름처럼 잔잔한 가운데 자연의 거센 도전을 받고 그 도전 속에 굳건히 버티는 삶, 그런 삶 가운데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프랜시스도 이해하고 스스로 멈추길 허락했을 것도 같다. 어른의 연애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던 저자의 말처럼 자연의 조화 속에 인생과 사랑, 연애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실존하는 마을이라면 방문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전작들이 모두 양장본으로 출간된 것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 또한 양장본으로 출간해도 정말 좋았겠단 생각이다. 가격 대비 20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의 내용을 생각해도 그렇고 소장하고 있는 책들과 함께 같은 형식을 취했더라면 더욱 좋았겠단 아쉬움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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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책은 고스란히 여름같았는데 이 책은 고스란히 겨울에 내리는 눈 같은 느낌이에요. 폭풍처럼 읽히고 금새 잊혀지는 책들도 많은데 이 분 책은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힘이 있어요. 계절이 보이는것도 참 신기하고요. 다른 책들도 궁금해지는 작가님이에요. |
| 마쓰이에 마사시의 문체를 좋아한다. 제일 처음 읽었던 책은 <여름은 오래 이곳에 남아>였는데 서정적이면서도 잔잔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그 뒤에 줄줄이 같은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다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어서 이번 신간도 구매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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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출판사에서 출간 된 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가라앉는 프랜시스 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작가의 특유의 표현력이 직접 그 현장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가라앉는 프랜시스》는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녀가 나누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결을 세심히 짚어낸 작품이다. 라는 소개와 맞는 책의 이야기가 홋카이도의 대지랑도 잘 어울리는 내용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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