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이탈리아 기행기인 줄 알았다. 생활과 지적으로 여유로운 자의 자랑인 줄 알았다. 그러나 괴테는 보고 싶었다. 지루하지 않았다.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가 괴테를 느끼게하고 나의 실제로 매우 낮은 수준의 괴테에 대한 이해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휴식은 휴식후의 허무함만을 느끼는 것들이었다. 책 한 권이 나의 휴식의 품격을 높혀주었다. 아 괴테.. 그리고 이탈리아, 한번 함께 가보고 싶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시작이다. |
|
MBC 베를린 특파원으로 재직했던 손관승 전직 기자의 글과 사진으로 <괴테와 함께 한 이탈리아 여행> 책을 빌렸을 때 과연 이 책을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 책에 레겐스부르크 챕터가 있어서 레겐스부르크 쪽 여행기만 잠깐 읽어보자고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레겐스부르크 편 이야기는 한국 회사 생활에 대하여 회상하는 이야기가 주로 채워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문화대조랄까. 혼자 식사하는 독일인 직장인 모습과, 함께 식사하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한국판 회식 풍경의 대조가 두드러졌다. 어떻게 보면 차가운 북방 나라의 풍습과 인간적 남방 나라의 풍습같은 것들. 거기서부터 '메마른' 독일을 탈출하여 '따뜻한' 이탈리아로 향하는 괴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괴테가 들렀던 도시들을 중심으로 저자도 렌터카를 타고 로드여행을 한다. 그리고 도시를 여행하며 정돈된 글씨로 지출입까지 상세하게 기록하여 쓴 괴테의 일기와 그 도시들에서 쓴 저서를 통해 이 도시에서 괴테가 받은 인상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저자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으며, 그 에피소드 사이사이로 자신의 '일'에서 도망친 괴테처럼 저자 자신도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기 위해 주위의 우려를 뒤로 한 채 감행한 여행에 대한 불안을 내비치는 동시에 여행지에서 새로이 발견한 기쁨과 경험, 깨달음등을 토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자가 아니었으면 접하기 어려웠을 괴테를 친숙하게 느끼게 해 주고 그에 대한 궁금증을 불어일으키는 점이 참 좋다. 이 책이 지닌 이런 강점 때문에 이 리뷰의 첫 문장이 저렇게 시작된 것이다.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빌렸을 때는 거의 읽지 않고 반납했던 기억이 있어서.
토스카나 지방에서의 일화가 새로운 부활의 면면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서양판 손자병법인 <군주론>의 저자로, 공직에서 억울하게 물러나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분노를 되씹으며 와인으로 유명한 키안티 지방의 작은 마을에 은거하고 있던 마키아벨리의 '소심한(쫄아든) 모습'도 재발견하게 되고,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프랜시스의 마지막 대사를 소개하며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행운은 찾아오는 법이다'를 읽으면서는 그것이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의 씨앗을 보았고, 르네상스가 시작된 피렌체에서 자신의 르네상스를 발견하고 다짐하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여행서적에서는 단골처럼 등장하는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불어일으키는 상징에 비추어 묘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괴테가 생전 그 관계를 비밀로 한 여성과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로마의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관능적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로마에서 그 상징을 발견하게 되는 '성'과 '속'의 대비를 이 책에서 보는 것이 좋았다. 테베레 강을 사이에 끼고 나누어진 바티칸 공국과 고대 로마의 이야기였다. 고대 로마는 나폴리와 폼페이의 운명을 가르는 베수비오 화산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그 고대도시의 흔적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산산조각난 조각 폐허가 가슴에 자리잡는 기분이었다. 나폴리는 그 다음 행선지이자 시스템이 잘 발달한 북부도시 볼로냐와 대비되어 남부 도시의 푸근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한편, 북부도시 볼로냐의 아래로부터의(시민에 의한) 행정 시스템 이야기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경제는 산학협력, 자발성이 생산력을 가르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다른 도시가 실업율 12프로에 허덕일 때 볼로냐는 4프로의 실업율을 보였다고 한다. 길 양쪽이 로지아 구조로 되어 있어 비가 와도 우산 없이 걸을 수 있고, 매년 3월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고, 라파엘로의 '체칠리아' 그림이 있고, 세계 최고 대학이 있는, 그래서 젊은이들이 유난히 많다는, 볼로냐에서 발견하게 된 뜻밖의 '선진 시스템'.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이 이미 그 소문을 듣고 많이들 방문한다고 한다. 피렌체에서 시작된 르네상스의 발자취가 이 볼로냐에 흐릿한 발자국으로나마 남아있는 것을 보는 기분이다.
그리고 괴테는 독일로 돌아왔고, 책은 라인가우 지역의 와인생산지 뤼데스하임과 괴테가 군주 칼 아우구스트 공작 아래서 행정관으로 일했던 바이마르 이야기로 이어진다. 한국인이므로 독일에겐 외국인일 저자가 뤼데스하임에서 독일인 와인생산주에게 와인을 사랑했던 독일의 위인 괴테의 일화와 그가 남긴 말을 들려주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괴테는 맥주보다 와인을 좋아했고, 진지하고 준비성 철저한 독일인의 성품을 가졌지만 마음은 열려 있었다고 한다. 다른 문화에 대하여 독일인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은 면모는 확실히 문학의 거장이자 대가의 그것 답다. 바이마르 공국의 칼 아우구스트 공작과 그 어머니 안나 아말리아의 이야기는 르네상스 화가 라파엘로가 어린 시절 그 수혜를 받았던 우르비노 공국의 군주들을 연상케한다.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은 지금도 매우 유명한 안나 아말리아 도서관을 세웠고, 바이마르 공국을 뮤즈의 나라로 만들기 위하여 각국의 지성인들과 예술인들을 초대하여 바이마르 공국에서 자유로이 활동하게 하였다. 책에서 나온 말이다. 'Die Abwesenheit macht frei' 부재가 자유롭게 만든다, 사람이 자기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면 비로소 자유롭게 된다는 뜻이라고 책은 소개하고 있다. 괴테가 한 말은 아니고 괴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괴테에 부쳐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독일어 문장 어딘가 익숙하다. 'Dxx Arxxit macht frei' (이 문장으로 검색되고 싶지 않아 음절을 생략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걸려 있던 말이다. 판단을 잘 한다고 말하기는 좀 어색하지만 남다른 통찰력과 그 파급력을 갖고 있던 괴테가 시대를 바꿔 태어나 히틀러와 동시대를 살고 있었으면 그를 두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독일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렸을까? 책을 보며 굉장히 궁금해했던 부분이 저 독일어 문장을 읽고 더욱 불길이 지펴졌다. 히틀러는, 괴테와 그가 친애한 칼 아우구스트 공작이 뜻을 합쳐 제정한 바이마르 헌법과 이상적인 강소국 바이마르 공국 이념을 바탕으로 세운 바이마르 공화국을 뒤엎고 등장한 독일의 독재자였다. 나치 독일의 부상은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한 부인으로 시작했다. Make Germany great (again)! 처음 이렇게 시작된 모토는 곧 Deutschland ueber alles라는 어구가 찬송가를 바탕으로 한 National Anthem에 어느새 쏙 끼어드는 것으로 점점 발전해나간다. 예가 적절할 지 모르겠지만 오바마 정부의 업적을 부인함으로써 정당성을 찾는 트럼프 정부와 닮았다. 저 macht frei의 주어처럼 독일이 배출한 두 사람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한 사람은 자유를 응원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자유를 억압하였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지금 독일을 대표하는 두 사람으로, 독일의 두 얼굴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수잔 손택의 글이 살짝 스친다. "수사적 표현의 흐름은 고결함이라는 절벽 꼭대기까지 다다랐고 곧 히스테리, 번민, 두려움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책의 마지막은 베를린이다. 아니 포츠담이다. 포츠담의 산수시 궁전은 Sans souci '근심없이'라는 불어 이름의 궁전으로 독일의 재건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 재건은 독일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어떤 정치인의 끊어질 뻔한 발길도 돌려, 밑바닥부터 다시 세워 다진 정치의 첫 시발점이 되었던 곳이기도 했다고 한다.
심정적으로 프랑스를 응원하는 내게도 요즘 인정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점이 있다면 요즘 두드러지는 독일의 비상이다. 프랑스를 생각하면 좀 안타깝기도 하고, 보불전쟁-제1차세계대전-제2차세계대전으로 군사를 일으켜 힘으로 패권을 장악하려고 했던 독일이 의외의 시점에서 패권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이들이 원했던 것을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 베를린을 보면 마치 잠자고 있는 거대한 메머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잠자고 있었는데 지금은 눈을 뜨고 두 발로 일어서려고 하는 것 같다. 경외.....라고 그 기분을 표현해야 할까. 괴테의 나라 독일. 지금은 괴테가 행정관으로 활약했던 동부 독일 출신 여성 총리가 패권을 장악한 독일을 이끌고 있다. 독일이 제대로 된 수순을 통해, 제대로 자신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독일. 언제라도 히틀러의 나라로 바뀔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괴테의 나라도 되지 않는가. 좋은 것이 영원히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것을 '좋은 편'에 있었던 사람들이 교훈으로 간직했으면 좋겠다. 특히 미국. 하지만 나빴던 기억 역시 설욕되기도 한다. 나빴던 것이 계속 나쁜 것으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더 희망적이다. |
|
일도 하기싫고, 자유롭게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다. 내 나이 마흔. 유럽은 여러나라를 가봤지만, 역시나 내 마음 한구석의 목표는 '이탈리아' 이다.
최근 중국을 갔다온 후 한동안 중국관련 서적에 빠져있었으나, 이탈리아를 외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탈리아어 공부를 시작 해보려한다.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고... 그전에 이탈이아 관련 서적은 닥치는 대로 읽어보기로 맘먹었다.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에 무심코 집어든 책 [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가뜩이나 불안한 내 마음을 많이 흔들어 놓은 책이다. 누구에게는 단순한 '인문기행서' 일수도 있으나, 누군가는 책속의 단 하나의 문장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수많은 여행서, 인문기행서 등을 읽어왔으나, 지금 시점에 읽은 이 책은 또다른 가르침을 나에게 주고있다.
지금의 나보다는 10년이나 더 늙으셨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회사를 나와 막막한 세계에 던져진 저자. 아직 재직중이지만 지금의 나와 많이 오버랩되어,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의 마무리는 나의 한숨을 쉬게 만들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을 발견한 뒤, 다시 미치도록 일하고 싶어졌다는.... 괴테가 기나긴 [이탈리아 기행]을 끝내고 다시 바이마르로 돌아간 것 처럼, 우리도 극적으로는 자신의 직장과 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책을 읽은 후 독서후기는 항상쓰고 있다. 하지만 오늘따라 글을 써내려가면서도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또 무슨 생각을 해야만 하는지... 그래! 짧은 인생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지 않은가?
저자가 인용한 마크트웨인의 '20년뒤'. 나의 피를 가장 끓어오르게 한 글귀였다. 저자의 말대로 무슨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때로운 뜨거운 심장이 이끄는 대로 가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20년 뒤 당신은 했던 일보다 저지르지 않았던 일로 인해 더 많이 실망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던져버리고 안전한 항구를 멀리 떠나 항해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담아 탐험하고, 꿈꾸며, 발견하라." - 마크트웨인
|
|
제목 그대로 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이네요. 이탈리아의 모습보다는 괴테의 여행기 속에 나타난 이탈리아의 모습을 더 떠올리게 만듭니다. 여행을 하면서 저자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인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자주 반복되는데 얼핏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많다는 생각에 약간 지루하기도 합니다.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지루하지 않은데 사진에 대한 설명도 친절히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두껍고 날카로운 종이를 사용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읽는 내내 책을 누르느라 손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