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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그것 자체로의 발전이 가지는 특성으로 인해 진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술 자체의 논리보다는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이 더욱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책은 참고문헌에도 나와 있듯이 1991년부터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를 찾으려고 한다면 연재했던 글을 묶은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어디를 펴서라도 읽기 편한 책에 방점을 둔다면 장점으로 작용한다.
목차에서 보여 지듯이 책은 크게 세계의 교량(쉬운 말로 다리)과 그 밖의 구조물로 나눌 수 있다.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줄기차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구조공학의 발전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어떤 때는 그것에 용기를 실어주는, 어떤 때는 그것에 제약을 가하는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요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굵직굵직한 구조공학의 실패 또한 기술 자체의 속성으로 인해 생기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문화적 요소가 이를 부추기기도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만 가고 있는 한국의 마천루,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최장 길이의 교량들, 지금까지는 주로 수치에만 흥미를 가졌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지는 사회문화적 요소를 곱씹어볼 수 있는 관점을 전환을 나에게 가져다 준 책이다.
번역도 제2의 창작인 만큼 초보자를 위해 원판에 없는 사진들과, 관련 사례가 등장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자리 잡은 지도 정도는 책에 보충되었으면 좋았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이것을 독자의 몫으로 의도적으로 돌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책의 완성도와 관련해서, 책의 몇 군데에서 이상한 기호가 글자를 대체하는 편집상의 오류가 있다. 초판을 산 나는 흔쾌히 이해하겠지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인상깊은구절]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미래의 상황은 정부, 업계, 시민들이 테러리즘과 테러리즘의 위협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던 광경은 앞으로 몇 세대 동안 우리들의 집단의식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천루의 인기가 다시 회복된다 해도 한 세대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저어도 서구사회에서는 그럴 것이다. 초고층빌딩과 기타 대규모 구조물의 미래는 건축이나 공학이 아니라 초소형 기기, 텔레커뮤니케이션, 정보기술, 경영 실무, 경영 과학, 경제, 심리학, 정치학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