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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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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캘빈 쿨리지 제30대 미국 대통령 내외가 정부의 새로 지은 농장을 시찰할 때다. 닭장을 지나치다 수탉이 암탉과 열심히 교미하는 장면을 본 영부인이 수탉은 얼마나 자주 교미하는지 묻자 관리인 왈. “하루에 수십 번은 합니다.” 그러자 영부인은 “이 사실을 대통령이 오면 꼭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을 파안대소케 했다. 잠시 후 도착한 대통령, 영부인의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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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캘빈 쿨리지 제30대 미국 대통령 내외가 정부의 새로 지은 농장을 시찰할 때다. 닭장을 지나치다 수탉이 암탉과 열심히 교미하는 장면을 본 영부인이 수탉은 얼마나 자주 교미하는지 묻자 관리인 왈. “하루에 수십 번은 합니다.” 그러자 영부인은 “이 사실을 대통령이 오면 꼭 말씀해 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을 파안대소케 했다. 잠시 후 도착한 대통령, 영부인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묻는다. “항상 같은 암컷과 하오?” 아까 관리인이 다시 말하길, “아, 아닙니다, 각하. 매번 다른 암탉과 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대통령이 주문한다. “그 사실을 꼭 좀 영부인에게 말해 주시오.”
이야기 둘. 얼마 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난 사실을 알게 된 그녀, 카페에서 친한 친구들과 모여 남자친구를 씹는다. “그래, 남자는 다 늑대야. 짐승이라고!” 그 얘기를 들은 친구가 점잖게 정정하길, “아냐, 어디서 읽었는데 수컷 늑대는 일생동안 한 암컷늑대만을 사랑한데. 그러니까 남자는 늑대만도 못한 거지.(사실일까?)”
이야기 셋. 국민가수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1·2절 후렴구다. “♬하루하루 바다만 바라보다 눈물지으며 힘없이 돌아오네.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 다 그렇게 다 아하 이별의 눈물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자는 다 그래♪ (···) ♩♪ 못 견디게 내가 좋다고 달콤하던 말 그대로 믿었나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 다 그렇게 다 아하 쓸쓸한 표정 짖고 돌아서서 웃어버리는 남자는 다 그래♪♬♩”
‘마누라 죽으면 화장실 가서 웃는다.’는 씁쓸한 농담이 있다(남편이 죽으면 시집식구 몰래 조의금부터 헤아려 본단다). 조강지처를 두고 바람피우는 남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각종 문학 장르를 넘나들며 자주 쓰이던 레퍼토리이자, 이제는 식상해졌음에도 드라마 단골 소재로서 여전히 인기를 누린다. 시대가 변해 이젠 여자들도 제법 바람을 핀다고 하지만 남자들의 숫자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왜 남자일까? “네 우물의 물을 마셔라. 네 샘에서 솟는 물을 마셔라. 어찌하여 네 샘을 바깥으로 흘려보내고 그 물줄기를 거리로 흘려보내느냐? 그 물은 너 혼자 마셔라. 다른 사람과 함께 마시지 마라. 네 샘터가 복된 줄 알아라. 젊어서 맞은 아내에게서 즐거움을 찾아라.(잠언, 5;15-18)”며 성경에서도 니 물이나 마시라고 단속하지만, 점잖은 쿨리지 대통령마저 수탉을 부러워하고 있다. 진짜 늑대(짐승)만도 못해서일까, 아님 유행가 가사처럼 남자는 다 그래서일까. 이별의 눈물 보이고 돌아 서면 잊어버리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된 사연이다.

 

40억 년 전 지구에는 분자들만이 우글대고 있었다. 어느 날 개중에 어떤 분자가 엉성하게나마 자신을 복제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함으로서 복제하지 않는 분자보다 유전적으로는 더 오래 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 복제술의 완성도는 점점 나아졌고, 마침내 특정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 분자들이 한데 모여서 최초의 세포를 만들어 냈다. 그러다가 약 30억 년 전 단세포 생물이 세포 분열 후 두 개의 독립된 세포가 되지 못하고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가 발생했다. 다세포 생물의 탄생, 이들은 이전 생물에 비해 월등히 오래 살았고, ‘몸’과 같이 공동의 이익을 위한 모둠을 만들어냈다. 정자와 난자, 성(性)이 생겨난 것은 대략 20억 년 전 일이다. 성의 출현으로 인해 두 개의 생물은 자신들의 유전설계도를 때로는 몇 쪽씩, 때로는 몇 권씩 효율적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성이 발생한 초창기, 모르긴 몰라도 이때엔 생식 세포의 크기가 거의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개중에 다른 세포보다 조금 더 큰 생식 세포가 탄생했다. 아마 큰 세포는 평균 크기의 배우자(gamete ; 생물의 접합·합체에 관여하는 생식 세포)보다 유리했을 텐데 자신의 배(胚), 즉 태아에게 다량의 양분을 줌으로써 시작부터 좋은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세포들은 점점 커지는 경향으로 진화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그 방향을 따른 것은 아니다. 정직한 사회에서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진화도 같은 수순을 밟아간다.
한 배우자 세포가 필요한 크기 이상으로 커지자 이를 이기적으로 이용하려는 개체들이 생겨났다. 크기가 작아진 것은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남는 에너지를 굵은 골격, 질긴 근육, 면역성 등에 투자할 수 있으므로, 크기가 작은 배우자를 만드는 개체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세포들마다 너도나도 모두 작아지려고 했다면 세포의 총량도 작아져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을 것이 분명하다. 다수가 거짓말하려는 사회에서도 정직하게 살려는 사람들은 늘 존재하는 법. 법 없이도 살 사람, 아니 세포들은 여전히 큰 크기를 유지하였으며, 오히려 상대방 세포가 작아지는 비율에 맞춰 자신의 크기를 더욱 확장시켜나갔다. 한쪽은 작아졌지만 다른 쪽이 커짐으로서 크기 차이는 상쇄되었고 세포의 총량 역시 변하지 않았기에 난점도 해결할 수 있었다.
약간의 양심은 있어서일까, 작은 배우자는 운동성을 길러 적극적으로 큰 배우자를 찾아낼 수 있게 진화하였다. 크기가 작아져 본들 둘이 만날 수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 그래서 작은 배우자를 만드는 개체는 활발히 움직이는 배우자를 만들수록 더 많은 자손을 남겼을 것이다. “착취하는 배우자는 점점 더 작고 민첩해졌을 것이다. 정직한 전략의 배우자는 착취하는 배우자의 투자량이 점점 축소되어 가는 것을 메우기 위해서 계속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고, 착취하는 배우자가 늘 적극적으로 이들을 찾아 나서므로 운동성도 잃게 되었을 것이다. 정직한 배우자는 난자가 되고 착취하는 배우자는 정자가 되었다.『이기적 유전자』”
정자와 난자의 염색체(유전자)에 대한 기여도는 같다(23:23, 즉 1:1이다). 그러나 난자는 수정란 또는 태아의 발달을 도와줄 영양소와 대사 기구를 지니고 있어야 하므로, 양분의 양과 크기 면에서는 난자의 기여도가 정자를 압도한다. 실제로 정자, 난자 크기 비율은 놀랍게도 1:1000000이다. 정자는 유전자를 가급적 빨리 난자로 운반하는 데에만 주력하므로, 그저 편모 운동을 하는 꼬리와 그 운동으로 며칠 정도 헤엄치는 데 필요한 에너지만을 갖는다. 그러나 여성은 난자를 만드는 데 이미 상당한 투자를 했을 뿐 아니라 추가로 수정란에도 투자를 해야만 한다. “암컷은 자기 몸의 칼슘과 영양소를 이용해서 알껍데기와 난황을 만들거나 혹은 자기 몸의 영양소로 태아의 몸을 만든다. 이와 같은 영양소의 투자 외에도 암컷은 임신 기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섹스의 진화』”
시간, 열정, 노력을 투자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성과는 매우 판이하게 갈린다. 하룻밤 잠자리 상대는 다음날 연락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평생을 함께 한 부부가 이혼할 때에는 이혼까지 이르게 했던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갈라서는 그 순간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는 것은 그만큼 보수적여 진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지금 붙잡고 있는 일 또는 대상에 이미 많은 투자를 했다면 별로 투자하지 않은 경우보다 손 털고 떠나기 더 어려울 것이다.『섹스의 진화』” 난자에서 수정란, 태아로 까지. 여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새로운 만남을 추구한 다기 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던 것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해간다. 출산과 육아는 둘째치더라도 난자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정자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통상적으로 28일)이 걸린다. 그러나 남성은 매일 수백만 개의 정자를 만들 수 있으며 이 정자들은 시간당 1200만개씩 새것으로 교체되기에, 한결 여유 있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나 할까. 남자가 바람피우는 첫 번째 이유는 들이는 시간의 차이, ‘투자’의 차이다.
남자들 바람본능의 두 번째 이유는 수정된 태아나 알을 돌봄으로써 또 다른 자손을 수정시킬 ‘기회’를 얼마나 잃어버리게 되는지와 관련 있다. 일단 여성은 한정된 수의 난자를 비교적 느린 속도로 만들어 내기 때문에 여러 남성과 잔다 해도 얻을 수 있는 자식 수에는 한계가 있다. 한 여성이 일생동안 열 명이 넘는 아이를 낳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여성의 가임 기간에는 엄격한 규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수유는 1시간 동안에도 여러 번에 걸쳐서 젖을 먹이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그로인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2~3년간은 무월경 상태가 지속되었다. 남성과 관계를 맺는다 할지라도 추가로 임신을 할 확률은 더욱 줄었단 얘긴데, 설사 그 기간에 다른 남성과 섹스를 해도 유전적인 이득은 전혀 없다는 말이다(즐거움은 있겠지만). 그래서 갓 출산한 여성은 새 자식을 만드는데 힘쓰기 보단, 방금 난 자식을 돌보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남성의 경우는 어떨까. “자신의 정자 일부를 암컷의 몸 안에 지금 막 방출한 수컷의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돌아서서 다른 암컷에게 또다시 자신의 정자를 주입하고, 그럼으로써 잠재적으로 더 많은 자손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한 여자를 임신시키고 나서 즉시 등을 돌리고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는 남성들의 행동을 설명해 줄 진화론적 논리이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데 전념하는 남성은 엄청난 잠재적 가능성을 포기해 버리는 셈이다.『섹스의 진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잠재적으로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맺음으로서 단기간 내에 많은 수의 자식을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 접근해보자. 성인 남자 1명이 한번 사정할 때 2억 개의 정자가 방출된다고 한다. 오늘날 지구의 인구를 60억으로 잡고, 이중 여성이 30억, 가임 여성이 15억 명 있다고 치면, 남자는 넉넉잡고 하루에 한번, 일주일간의 사정만으로도 지구상의 대부분의 여성에게 자신의 정자를 하나씩 나눠줄 수 있다. 이렇듯 남성은 매일 막대한 수의 정자를 만들 수 있으므로 상대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관계를 가져서 많은 이익을 얻으려 한다. 여성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남성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남성은 늘 여러 여성과의 잠자리에 목말라한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평생 한 여성이 가장 아이를 많이 낳은 기록은 19세기 모스크바의 여인이 세운 69명으로, 세쌍둥이를 많이 낳았다고 한다. ‘놀랄만한’ 숫자다. 그러나 남성의 ‘경악할만한’ 숫자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일처다부제 사회를 이루며 자녀를 신이 주신 축복으로 생각하여 가능한 자식을 많이 낳으려 노력하는 모르몬교도 남성의 경우, 한명의 아내를 둘 경우 일생 동안 얻는 자녀의 수는 평균 7명인데, 둘인 경우에는 16명, 셋인 경우에는 20명으로 늘어난다. 또 다른 예로 19세기 한 여행자가 니잠(Nizam of Hyderabad)이라는 인도 왕자의 궁전을 방문했을 때, 그가 체류하는 8일 동안 왕자의 부인 중 4명이 아이를 출산했고, 그 다음 주에는 추가로 9건의 출산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모로코의 황제 이스마일(Ismail the Bloodthirsty)은 700명의 아들과, 그와 엇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딸을 낳았다. 한 아버지 아래 자식이 자그마치 1400명! 이 모두는 남성이 한 여성에 헌신할 경우 엄청난 기회를 놓치는 것임을 증명한다.
남자가 바람피우는 세 번째 이유는 자신의 자손임을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가, 즉 부성의 ‘확신’과 연관있다. 원시인 남성은 난교, 혹은 무규율적 성교 때문에 자신의 자식을 확신할 수 없었다. 남성은 자신의 정자가 여성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그 여성의 몸에서 자식이 태어난다. 그러나 자신이 보지 않는 동안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안 했다고 확신할 것이며, 여성을 수정시킨 것이 다른 남성의 정자가 아닌 자신의 것이라고 확신할까. 
자식들에게 투자할 때마다 남성은 항상 부성 불확실성이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특히 다른 포유류 수컷들과 비교할 때 인간 남성은 자식들에게 엄청난 투자를 한다. 부성에 대한 확실성이 없는데도 자식에게 투자한 인간은 이중으로 손해를 보았을 것이므로, 자연선택은 오쟁이를 지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지 마는지 무신경했던 조상 남성은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짝짓기 외에도 많기 때문에 여성을 24시간 내내 감시하기란 불가능하다. 배우자에 대한 두 가지 선호가 이 문제를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해 주었을 것인데, 혼전 순결에 대한 욕망과 결혼 후의 정절에 대한 요구가 그것이다. “순결과 정절,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남성이 언제나 예외 없이 여성보다 더 중시하는 대목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순결(정절)을 중시한 문화는 하나도 없었다.『욕망의 진화』”
순결과 정절 서약에도 부족했나보다. 다양한 사회에서 아내가 낳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임을 확실히 해 두기 위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 기회를 제한하도록 한 수많은 폭력이 도사리는 것을 보면. 인도 남성은 집안 깊숙이 여성들을 격리시켰으며, 아랍 남성은 여성의 얼굴과 몸을 베일로 가렸고, 일본 남성은 여성의 발을 묶어 다른 남성과 접촉하는 것을 제한했다. 우리나라도 안채와 사랑채는 엄격하게 구분했으며, 여염집 규수라면 자신에게 허용된 공간(안채) 이상을 활보하기는 사실상 어려웠고, 행여나 외출할 일이 있다 하더라도 쓰개치마 등으로 몸의 윗부분을 가려야만 했다. 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인도와 중국, 페루의 군주들은 경악할만한 숫자의 여인을 하렘(harem)에 가둬 놓음으로서(인도:4000~1만2000명, 중국:100명 이상, 페루:최소700명) 여성이 다른 남성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원천봉쇄하였다(거세된 내시를 제외하고는). 더 폭력적인 경우도 있다. 이른바 ‘예방책’이라 불리는 것으로 아프리카의 북부 및 중부, 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여러 문화권에서는 여성의 생식기 절단을 통해 혼외정사를 예방하고자 한다. 음핵 절제술, 음순 봉합 등의 시술로 인해 오늘날 아프리카의 23개 나라, 6500만 명의 여성의 생식기가 훼손된 상태다.
남성의 이 모든 만행은 결국 ‘내 새끼’라고 확신하지 못했음에서 기인한다. 반면 여성의 경우 확실한 모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여성은 자기가 낳은 자식이 자신의 것인지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다. 여성의 몸속으로 정자가 들어와서 수정이 이뤄지고, 무엇보다도 자기 몸에서 자라 자기 몸을 통해 아기가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은 여성과 비슷한 수준의 확신에도 도달하지 못했기에, 혼인과 육아의 압박에서 종종 줄행랑치곤 했다. 손자병법 삼십육계(三十六計)의 제36계는 주위상(走爲上), 즉 도망가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 것이다. 승리는커녕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압도적인 적을 만났을 때에는 도망치는 것이 장땡이다. 다윗이야 초인적인 용기로 골리앗과의 승산 없는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평범한 대다수 남성들이 이런 용기를 가졌을 리는 만무하다. 내꺼라 ‘확신’할 수 없을 때, 저 아이는 내 자식이라는 조그마한 ‘승리’조차 장담하지 못할 때는 비겁하지만 도망치는 편이 유리하다. 한 여성에게 헌신하기 보다는 바람피우는 것이 남는 장사란 뜻. “이러한 불가피한 불확실성 앞에서 대부분의 포유류 수컷이 내린 진화론적 결론은 교미가 끝난 후 되도록 재빨리 내빼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암컷들을 임신시켜 자신의 새끼를 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섹스의 진화』”
투자의 차이, 기회의 차이, 확신의 차이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더 쉽게 자신의 배우자와 아이를 저버릴 수 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아내와 아이에게 목숨 바쳐 헌신하는 남편, 아버지를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오해하지 말자. 다만 진화적으로 볼 때 남성들의 무의식, 본능은 바람피울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 남성과 여성의 ‘생식력’의 차이가 남성의 본능에 쐐기를 박는다. 바람피우는 마지막 이유다. “남자들 가운데 일부는 다양한 이유 때문에 인생의 다양한 시점에 생식력이 사라지거나 감소하기도 하지만 특정 연령에 이르러 일제히 불임이 되지는 않는다. 94세의 할아버지를 포함해서 나이가 많은 남자가 자식을 보았다는 확실하게 입증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대략 40세 전후에 시작해서 약10년 안에 생식력이 완전하게 사라져 버린다.『섹스의 진화』”
남성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약간은 감소하지만, 여전히 수백만 개의 정자를 만들며 이 정자들은 시간당 1200만개 씩 새것으로 교체된다. 그러나 여성의 번식 가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꾸준히 감소하고, 40세에 이르면 현저하게 낮아져서 50세에 이르러 제로(폐경)에 가까워진다. 여성은 평생 400여개의 정해진 수의 난자를 만들며 이미 만든 난자를 새로 교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남성의 번식 능력이 평생 유지된다면, 여성은 일부 기간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배우자 선택에 대한 국제 연구에서 조사된 37개 문화 모두에서 남성들은 예외 없이 자신보다 어린 여성을 아내로 선호『욕망의 진화』”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여성의 번식능력이 감소하고 성적 매력이 떨어지는 것과는 정반대로,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은 차츰 자리를 잡아간다. 빈털터리였던 젊었을 때보다 예쁘고 어린 여자를 만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인데, 그러므로 남성은 나이 든 아내를 집에 두고 더 젊은 여성과 잠자리를 가지려 노력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일생에 걸쳐 새로운 배우자를 얻으려 경쟁하기, 누가 성욕이 위대하지 않다고 했던가.
정리해보자. 편의 상 남성은 성실하거나 바람피우거나 하는 두 가지 유형밖에 없다고 가정해 볼 때, 바람을 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일단 여성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크며, 바람피우지 않는 남성에 비해서도 훨씬 더 크다. 그래서 원시 영장류로부터 오늘날까지 남성은 오랜 시간동안 자녀 양육 등에 있어 조금 덜 헌신적 이려고 하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경향(바람피우기)도 여성보다 조금 더 강했다. 다양한 상대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야말로 남성 입장에서는 유전자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십계명중 아홉 번째 계명은, “네 이웃의 아내를 끌어들여 잠자리를 같이하면 안 된다. 그 여인에게서 너는 부정을 탄다.(레위, 18;20)” 즉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탈출, 20;17)’건만, 일부일처제가 대세인 요즘에도 뻔뻔하게 남성들의 바람은 계속된다. 애초에 그렇게 진화되었으므로.

 

남자는 원래 그렇다고, 두 손 다 놓고 어쩔 수 없다고 분을 삭이기에는 여자들 입장에서 너무 억울하다. 자식을 임신하고, 낳고, 돌보고, 먹이고, 보호하는 것도 벅찬데, 바람피운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니, 억장이 터질 만하다. 그러나 진화의 시계추는 항상 움직이기 마련. 여성이 칼자루를 쥘 시간이다. 여성이 만드는 난자 1개에 대해 남성은 수백만 개의 정자를 만들어 내므로 한 집단 안에서 정자의 수는 항상 난자 수를 훨씬 웃돈다. 난자는 상대적으로 귀중한 자원인 만큼 임의의 난자 1개가 수정될 가능성은 정자보다 높기에, 여성은 난자의 수정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번식배당금은 남성이 더 큰 만큼 짝짓기에서 밀려나는 위험도 남성이 더 크다(미국에서는 29세까지 남성의 43%가, 그러나 여성의 29%만이 결혼하지 못했다.「U. S. Bureau of the Census 1989」). 일단은 능력 없는 남자가 장가가는 것 보단, 못생긴 여자가 시집가는 것이 더 쉽다는 말씀. 나이가 먹을수록 결혼에 더 절박해지는 것은 남성이다. 그래서 여성은 인내심을 갖고 한결 느긋하게 자신들의 성 전략을 행사한다.
또한 여성의 성적 자원은 처음부터 투자량이 많기에 정자에 비해 가치 있고 희귀하다. 내 유전자를 물려받는 자식을 낳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진데 키워주기까지 하다니, 남성 입장에서 본다면 여성의 자원은 매우 귀중할 것임이 분명하다. 원래 귀한 물건일수록 아무한테나 헐값에 넘기지 않는 법. 여기에 잘못되어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몇 달, 몇 년, 심지어 몇 십 년 동안 그 대가를 고스란히 여자 혼자서 치러야하므로, 여성은 배우자를 아주아주 까다롭게 고르기 시작한다. 바람피우는 남성에 대항하는 여성의 첫 번째 전략이다. 
여성은 먼저 경제력 있는 남성을 선호하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사실 대다수 영장류 수컷은 자기 배우자와 음식을 나누지 않지만, 인간 남성은 음식을 제공하고, 보금자리를 찾아내며, 영역을 지키고 아이를 보호하는 것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단서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 즉 경제력이다. 자원을 소유한 돈 많은 배우자를 둔 우리의 조상 여성은 엄청난 혜택을 보았을 것이고, 그 여파는 수십, 수 백 만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보편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배우자의 경제력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오늘날에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혼 사유는, 남편이 아내와 자식들에게 적절한 자원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된 조건으로 사회적 지위, 야망 등이 있다. 사회적 지위란 자원을 통제하는 능력과 같은 말이므로 지위가 낮은 아버지를 둔 아이 보다 지위가 높은 아버지를 둔 아이가 좋은 음식, 토지, 의료 혜택 등의 호사를 누릴 수 있기에 여성들이 선호한다. 야망이 큰 남자는, 아무래도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에 비해 빠른 승진, 더 높은 연봉을 차지할 것이므로 인기가 많다.
여성들은 남성을 볼 때 경제력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유형의 가치 뿐 아니라, 헌신, 성실함과 같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까지도 중시한다. 남편의 헌신이야말로 그가 갖고 있는 자원을 자신과 아이들에게 기꺼이 바치겠다는 신뢰이자, 그 자원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을뿐더러 직접 관찰할 수 없으므로 ‘밀고 당기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떤 여성은 오랜 기간의 연애기간을 둬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여러 단서들을 관찰함으로서 혼인 여부를 결정하거나, 또 다른 여성은 오랫동안 접촉을 거부하고 수줍어함으로서 ‘첫날밤’까지 남자가 기다리게 함으로서 바람둥이 구혼자를 솎아내고 성실함과 인내력을 갖춘 남성을 가려냈다. 남성 입장에서도 인정받기까지 이미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상태이므로 아까워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혼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밖에도 여성들은 나이(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남성은 어린 남성에 비해 사회적인 지위, 경제력, 인내심, 지혜 등이 높기에 대체로 연상을 선호한다), 지능(똑똑한 사람일수록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닐 것이며, 판단력과 문제해결력이 우수하다), 적합성(인종, 나라, 특히 종교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결혼이 오래 간다), 키(키 큰 남자일수록 모든 문화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며, 몸집이 좋을수록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 건강 등 다양한 조건을 두고 남성을 평가한다. 여성의 남자 고르는 기준은 스스로도 헷갈릴 정도로 다양하다. 이에 비해 남성은 다른 조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외모와 신체적인 매력을 중시하여, 여성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소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스갯소리로 여자는 10대에서 60대까지 이상형이 끊임없이 변하나, 남자의 이상형은 10대에서 60대까지 줄곧 ‘예쁜 여자’라고 한다.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끝내 주고, 미모를 갖추고, 매혹적이고, 육감적인 여성, 한마디로 예쁜 여자! 모든 대륙, 모든 정치체제, 모든 인종집단, 모든 종교집단에 걸쳐서 남성은 외모와 신체가 뛰어난 여성을 선호한다(Preferences in human mate selection).
바람피우는 남성에 대응하여 여성이 선보인 두 번째 전략은 배란의 은폐다. 일반적인 포유동물의 암컷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발정기에 들어간다. 발정기가 되면 종종 생생한 시각적 단서나 후각적 단서로 수컷을 강하게 유혹하는데, 비비의 경우 암컷은 엉덩이가 선홍색으로 부풀어 오르며 암내가 난다. 영장류 수컷은 짧은 발정기 동안 암컷을 독점하여 인간 남성과는 달리 자신이 아버지임을 확신할 수 있었지만, 인간은 이러한 축복(?)을 타고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될 수 없다. 확신할 수 없으면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여성의 배란이 은폐됨으로서 한편으로, “남편은 가능한 한 많은 날 동안 아내와 함께 지내며 사랑을 나누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내가 임신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테니 말이다. 또한 남자들이 여자를 찾아 밖으로 나돌 이유가 적어진다. 왜냐하면 이웃의 아내 중 누가 임신할 수 있는 상태인지 어차피 알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로서 여성은 육아에 협조해 줄 배우자를 얻게 된다. 그러나 남성 역시 이로부터 얻는 것이 있다. 집에 머무름으로써 그는 자신이 힘을 합쳐 기르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섹스의 진화』” 배란이 은폐됨으로, 언제 임신이 될지 모르게 된 남성은 아내 곁에 머물며 자신의 아내와 주구장창 사랑을 나눌 것이다. 아울러 외도의 목적이 쾌락이 아닌 자녀 출산이라면 집 밖으로 나도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여성이 현재 배란중인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배란 은폐는 난교 시절 어미가 겪은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다. 암컷 쥐는, 이전 배우자의 것과 다른 수컷 쥐가 분비하는 화학 물질의 냄새를 맡았을 경우 십중팔구 유산한다. 소위 말하는 브루스 효과(Btuce effect)로서, 질투심 많은 수컷 쥐는 잠재적인 의붓자식을 모두 죽여 버리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자에서 인간과 가까운 고릴라와 침팬지까지, 유아 살해는 동물 세계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수컷 입장에서는 새끼를 살해함으로서 어미의 수유를 중단시키고 어미의 생식주기를 재개시켜 자신의 자식을 임신시킬 수 있기에 커다란 이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미 입장에서는 유전적 투자분이 손실되는 만큼 매우 심각한 손해다(정신적 외상은 제외하고라도). 하지만 배란이 은폐됨으로서 어떤 수컷도 암컷이 낳은 새끼가 자신의 새끼라고 확신할 수 없지만, 어쩌면 그 새끼가 자신의 새끼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갖게 된다. 배란 은폐로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여성의 지위는 높아졌다.
일부일처제는 여성이 취한 세 번째 전략이다. 인간 여성은 영장류로서는 드물게, 그리고 포유류와 모든 생물 종 전체를 포함해서는 아주 드물게 일부일처제를 선호하도록 진화되어졌다. 여러 암컷이 아닌, 자신에게만 번 돈을 갖다 주고, 헌신하고, 사랑을 나누는 남성. 체내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도 여성이고, 태어난 자식에게 젖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여성이며, 자식의 양육과 보호의 부담을 지는 것도 여성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고두고 자신을 보좌할 수 있는 남성을 찾기에는 일부일처만한 제도가 없을 것이다. 결혼은 그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다.
일부일처제 전략이 여성에게만 효과적이었다면, 다시 말해 남자들이 강렬히 반대했다면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 입장에서도 일부일처제는 딱히 손해 볼 것이 없었다. 먼저 여성은 전통적으로 바람둥이보다 헌신적인 남편을 요구했으므로, 여러 여성과 관계하려는 남성은 여성들의 보이콧으로 인기가 급락할 것이다(오늘날에도 바람둥이는 결혼상대로 인기가 없다). 또한 배우자의 질도 향상되었을 것이다. 한 여자에게만 정을 주기로 결심한 남자는 아무래도 비슷한 생각의 ‘조신한’ 여자를 만날 테지만, 술집에서 하룻밤 상대를 찾는 남자는 그만큼 ‘쉬운’ 여자를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부일처제는 자식들의 생존 및 번식 확률을 높인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편부, 편모인 아체족 아이들은 부모가 생존해 있는 아이들보다 사망률이 10% 더 높다고 한다. 복지제도와 같은 사회적 안정망이 있기 전까지,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아이를 혼자 돌보는 것은 매우 힘들거나 불가능했다. 인간은 생육기간이 긴만큼 자식의 양육에 장기간 투자하지 않았다면 어린아이가 죽을 확률은 더 높게 올라가므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준다는 관점에서 여자와 남자 모두 일부일처제를 승낙했을 것이다.
수많은 세월, 수많은 세대를 거친 진화의 역사에서 발전시킨 남자와 여자의 각기 다른 전략들. 남성의 전략은 전투를 판가름하는 하사관의 전략(얼마나 임신시키느냐)에 가깝지만, 여성의 전략은 전쟁의 판도를 결정짓는 장군의 전략(평생의 배우자)에 가까워 보인다. 이처럼 성 전략이 시작부터 다른 만큼 남성과 여성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각자의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없다. 성 갈등, 부부싸움은 당연한 것이다. 동상이몽!

 

수많은 세월동안 여성들이 그렇게 단속하고자 했건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오늘도 남성은 속마음으로나마 다른 여자와 놀아난다.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더 많은 잠자리 상대를 꿈꾼다. 앞으로 1년 동안 남성들은 이상적으로 평균 6명 이상의 섹스 상대를 두고 싶다고 답한 반면에 여성들은 평균 단 1명만 두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3년 동안의 경우 남성들은 10명의 상대를 희망한 반면, 여성들은 단 2명을 희망했다(Sexual strategies theory). 그래서 남성들을 성관계까지 걸리는 시간을 되도록 줄이고자 한다. 그 시간을 단축시킬수록 성공적으로 짝짓기 할 수 있는 여성의 수도 많아져서다. 날 사랑하면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여자 친구의 완곡한 만류가 있음에도 남자들은 늘 선을 넘고, 은은한 조명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하는 아내의 바램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곧바로 실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 둘의 궁극적인 지향이 다른 이상 꿈은 꿈에서 그칠 뿐이다. 현실에서 꿈을 이룰 수 없는 남성들은 종종 성적 판타지에 빠진다. 잠을 자면서도 여성보다 성적인 꿈을 더 자주 꾸는데, 여기엔 낯선 여인, 여러 명의 여자들, 이름 모를 여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매춘은 현실세계에서 큰 손실 없이 남성들이 찰나적인 성 관계를 즐기려 함을 증명하는 사례다. 이렇듯 남성들은 현실이건 상상이건 각양각색의 많은 여성들과 자고자 한다. 「킨제이 보고서」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킨제이(Kinsey)가 지적했듯, “사회적 규제만 없다면, 인간 남성들은 평생 아무 여자나 섹스 상대로 삼으며 문란한 성생을 즐길 것이라는 명제에는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 인간 여성들은 다양한 상대를 접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남성 그리고 여성은 결코 최종적인 모습이 아니라 잠정적인 상태며, 이후 수많은 변화들로 인해 결국은 또 변화할 것임을 명심하자. 모든 것이 장구하게 변해가는 진화 역사에서는 어떠한 것도 결코 최종적인 것이 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진화라는 긴 긴 여행을 떠나는 열차에 아주 잠깐 탑승한 이름 없는 승객일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갈등, 상이하고 복잡한 전략들에도 불구하고, 유전자를 전혀 공유하지 않은 두 사람의 이해가 평생토록 포개어진다는 것은 실로 훌륭한 업적이다. 서로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 각자 최선을 다하여 사랑이라 불리는 연대에 투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지금까지 성취해온 일들 가운데 가장 멋진 일이 아닐까. 
아마도 원시스프(primordial soup) 시절 하나의 분자에서 출발한 인간은, 장구한 시간을 거쳐 각기 다른 짝짓기 목표를 추구할 정도로 확실히 나뉘었다. 그럼에도 함께 살고, 사랑하고, 늘 하나가 되고자 열망한다. 때로는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화목하게 지낼 때도 많다. 인생사가 그렇지 않던가. 그렇게 되기까지 다윈 말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변해 왔고, 그리고 변할 것이다. “갖가지 종류의 많은 식물들이 무성하게 덮여 있고, 그 숲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여러 가지 곤충들이 날아다니며, 벌레들이 그 습지를 기어 다니는, 그렇게 서로 뒤엉켜 있는 강둑을 바라보면서, 이 절묘하게 만들어진 생물들이 서로 매우 다르며 또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서로 의존하고 있지만, 이들이 모두 우리 주위에서 작용하고 있는 법칙들에 따라 생산되었다는 것을 반추해 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이 법칙들이란, ‘생식’을 수반하는 ‘성장’, 거의 생식 속에 함축되어 있는 ‘유전’, 외적 생활조건의 직접 및 간접적인 작용에 의해 생겨나는, 또한 사용 및 불사용에 의해 생겨나는 ‘변이성’, 생활을 위한 투쟁을 야기하고 또한 자연선택의 결과로서 마침내는 절멸을 수반하는 높은 번식 ‘증가율’이다. 이리하여 자연계의 전쟁으로부터,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목적, 즉 고등동물의 산출이 직접적으로 따라 나온다.『종의 기원』”
다윈이 수도 없이 걸었을 그 강둑, 식물들과 새들과 곤충들이 뒤엉켜있을 그 강둑. 그것들은 서로 다르고 매우 복잡하게 상호의존 하지만, 우리가 날마다 경험하는 일상적인 법칙에 따라 생산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고귀한 목적,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볼 수 있는 그 목적의 장엄함 가운데 인간은 그렇게 살아 왔고, 살고, 살 것이다. 지금, 여기, 이 순간.
“From so simple a beginning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and most wonderful have been, and are being, evolved!(그토록 단순한 발단에서 극히 아름답고 극히 경탄할 만한 형태들이 무한히 진화해 왔으며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니!)『종의 기원』”

 


이한솔
2010년 11월

 



YES마니아 : 로얄 a*****e 2010.11.25. 신고 공감 1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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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의 진화』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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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사랑하고, 질투하며, 이끌리는가?”섹스(sex).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지만, 정작 이 주제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은 없다.『섹스의 진화』는 그런 나의 무지를 직면하게 만든 책이다.이 책은 성적 매력, 사랑, 불륜, 육아, 짝짓기 전략 등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들이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추적한다.놀라웠던 건, 우리가 도덕이나 인격으로 생각했던 많은 행동들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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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사랑하고, 질투하며, 이끌리는가?”

섹스(sex).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지만, 정작 이 주제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은 없다.
『섹스의 진화』는 그런 나의 무지를 직면하게 만든 책이다.
이 책은 성적 매력, 사랑, 불륜, 육아, 짝짓기 전략 등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들이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추적한다.

놀라웠던 건, 우리가 도덕이나 인격으로 생각했던 많은 행동들이 사실은 생존과 번식의 결과였다는 점이다.
남성이 젊고 매력적인 여성에게 끌리는 이유, 여성이 자원과 안정감을 가진 남성을 선호하는 이유조차도 우연한 취향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불쾌할 정도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 인상 깊은 문장

“사랑은 진화가 발명한 가장 정교한 착각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나는 한동안 멍해졌다.
내가 믿어온 감정, 내가 고귀하다고 여겼던 관계들이, 어쩌면 유전자의 전략일 뿐이었다는 말.
그리고 그 전략을 우리는 '사랑'이라 이름 붙이고, ‘의리’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하지만 책은 단순히 사랑을 환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환상 속에서 인간은 공동체를 만들고, 양육을 선택하고, 문명을 쌓아올렸다.
그러니 이 책은 사랑을 부정하는 책이 아니라, 사랑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사랑은 때로 비논리적이고, 왜 질투는 그렇게나 날카로운가?"라는 질문에
진화심리학적 대답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렇기에 우리가 인간이다"라는 쓸쓸한 자각도 함께 떠오른다.


이 책은 결국 ‘사랑의 진실’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는 책이다.
그 본능을 알아야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조금 더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다.

YES마니아 : 로얄 n****1 2025.05.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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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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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침팬지> 나 <총, 균, 쇠>를 포함한 문명 3부작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덜 알려진 그러나 엄청난 내공으로집필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숨은 역작입니다.작가가 <총, 균, 쇠> 를 쓴 이후에 성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만든 책이라고 하는데요.다른 책들보다 얇고 아무래도 인간의 주요 관심사인 성에 대한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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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침팬지> 나 <총, 균, 쇠>를 포함한 문명 3부작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덜 알려진 그러나 엄청난 내공으로

집필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숨은 역작입니다.

작가가 <총, 균, 쇠> 를 쓴 이후에 성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만든 책이라고 하는데요.

다른 책들보다 얇고 아무래도 인간의 주요 관심사인 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3 2019.1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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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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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은 다른 종, 같은 종 내의 다른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에도 특이한 점이 많다. 인간의 성은 아래와 같은 2가지 측면에서 가장 특이하다.1. 인간은 아무도 보지 않는 침실에서 관계를 맺는다.   => 다른 동물들은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관계를 맺는다. 2. 인간에게 성은 생식의 의미만 있지 않고, 순수한 즐거움에서 비롯된 행위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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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은 다른 종, 같은 종 내의 다른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에도 특이한 점이 많다. 인간의 성은 아래와 같은 2가지 측면에서 가장 특이하다.

1. 인간은 아무도 보지 않는 침실에서 관계를 맺는다. 
  => 다른 동물들은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관계를 맺는다. 

2. 인간에게 성은 생식의 의미만 있지 않고, 순수한 즐거움에서 비롯된 행위일 때가 많다. 
  => 인간은 배란기가 아닌 때에도 즐거움을 위해서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을 배란기에만 관계를 맺는다. 

어쩌다가 인간의 성은 이런 특이한 성격을 갖게 되었을까?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이것이 생물학적 이익에 기초하여 인간의 성이 특수하게 진화한 결과라고 말한다. 

인간의 아기는 다른 종의 아기와 달리 크고 무기력하다. 50kg 체중의 여성은 평균 3kg의 아이를 낳지만, 100kg에 육박한 고릴라는 2kg 미만의 새끼를 낳는다. 인간의 아기는 다른 종에 비해 크게 태어나지만, 몹시 연약하다. 침팬지의 아기는 생후 한 달만에 제 발로 걸어 다니지만, 인간의 아이는 자라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이런 크고 무력한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길러내기 위해서는 양육자의 역할이 주효하다. 어떤 동물은 암컷 혼자서 새끼를 온전히 키워내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아이는 손이 많이 가서, 아빠와 엄마 모두의 노력을 기해야 가까스로 길러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인간의 성에 수많은 특이점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인간 여성의 배란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른 동물의 배란기는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밖으로 드러나는 데 말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2 2025.03.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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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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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총균쇠로 널리 알려진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섹스의 진화.인간의 생식에 대한 본능은 종족본능의 기능적인것에 더해 쾌락이라는 부산물을 준다.그러한 까닭에 이는 신성시 되면서 한편으로는 탐닉이라는 두가지 잣대가 동시에 적용되곤 한다.고대사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인간의 생식 본능과 그 생식본능에 따른 행위...그 행위의 결과...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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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총균쇠로 널리 알려진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섹스의 진화.

인간의 생식에 대한 본능은 종족본능의 기능적인것에 더해 쾌락이라는 부산물을 준다.
그러한 까닭에 이는 신성시 되면서 한편으로는 탐닉이라는 
두가지 잣대가 동시에 적용되곤 한다.

고대사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식 본능과 그 생식본능에 따른 행위...
그 행위의 결과...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의 성에 대한 가치의 변화등을
사회학자의 입장에서 깔끔하게 서술한 저서이다.

아울러 사이언스 북스의 새로운 시리즈인 사이언스 마스터스의 출발이기도 하다
YES마니아 : 로얄 m****o 2024.10.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