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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를 목록으로 리스트화해서 명료한 설명과 세세한 주해를 다는 작업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본의 문제점과 자본주의의 폐해를 '갑질'이나 '양극화'로 몸소 체감하면서 살고 있다. 서구의 좌파 이론가들 가운데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 이미 원숙한 경지에 도달한 분이 몇 분 계신데, 그중 한 분이 바로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다. 십 여년전 대학원 시절 그의 명저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을 처음 접한 이후, 우연히 저자 강연회에도 참여하여 그의 강의를 들어볼 수 있었다. 강의는 책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그때 받았던 지적 충격과 감동을 여전히 기억한다. 이 책은 데이비드 하비의 최신 저서로, 자본의 모순을 하나하나 묘사하여 반자본적인 색채가 물씬나는 정치경제적 저항의 구상도를 명확하게 그려보이고 있다. 하비는 기본 모순, 움직이는 모순, 위험한 모순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자본이 갖고 있는 모순 열일곱 가지를 설명한다. 제1부 '기본 모순'에서는 사용가치, 교환가치, 화폐, 사유재산, 자본주의 국가, 노동, 분업, 독점과 경쟁 등 마르크스의 《자본》의 주요 토픽을 설명한다. 제2부 '움직이는 모순'은 일종의 사회비평 혹은 문화비평에 해당하는데, 지리적 경관, 스펙터클, 정보, 기술, 비물질 노동, 대중문화, 자유와 지배,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등 우리 시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자본 모순의 변증법적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논한다. 제3부 ‘위험한 모순’에서는 복률 성장의 한계, 자본과 자연의 관계를 논의하며 자본이 지구라는 생태계 자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진단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토지, 노동, 자본 같은 비상품의 화폐화, 상품화, 사유화라는 '객관적'이면서도 완전히 허구적인 중재가 어떻게 자본주의적 합헌성이라는 위선의 뿌리에 놓이게 되었는지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자본주의적 합헌성(과 그 법 규약들)의 토대에 불법성이 똬리를 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허구와 물신이 어떤 사람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체계적으로 몰아주고 이를 통해 자본가 계급권력의 기초를 닦는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자본이 구축한 정치경제적 구조물 전체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다."(109, 110쪽) 자본은 왜 노동과 모순되는가? 자본은 노동력의 상품화를 통해서만 스스로를 체계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데, 평등에 기초한 시장교환 시스템이 이윤의 불평등을 양산하는 문제가 여기서 파생한다. 사회적 노동(우리가 타인을 위해서 하는 노동)이 자본의 생산과 재생산에만 전념하는 노동, 즉 소외된 사회적 노동으로 전환되는 것과 관련된다. 데이비드 하비가 제시한 대안 시나리오의 원론적 구상도는 이렇다. "교환가치보다는 사용가치를 지향해야 하고, 부와 권력의 사적 축적을 억제하는 화폐형태를 추구하며, 국가-사유재산의 결합을 해체하여 집합적으로 관리되는 중층적인 공유재산 체제로 전환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공동의 부를 전유하는 사적 개인의 능력은 억제되어야 하고 계급권력을 위한 금전적 기초는 허물어져야 한다. 자본과 노동 간의 모순은 조합노동자들이 소외되지 않은 노동에 참여할, 즉 타인에게 필요한 사용가치를 생산하면서도 자신의 노동과정을 직접 결정할 권한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고정성과 이동성 간의 관계는 불로소득계급의 권력을 억제하고 만인의 기본적인 필요를 꾸준하고 확실하게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산을 위한 생산이라는 쳇바퀴를 돌려 조증에 걸린 듯 들뜨고 소외된 소비주의라는 강압의 세계를 유지하는 대신, 만인이 적절한 물질적 생활수준에 이르는 데 필요한 사용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합리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실현은 필요 중심의 수요로 전환되고 생산은 여기에 대응하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147, 14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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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26 YES24 한동안 카트에 넣어두었던 책이다. <자본>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세계적 맑스주의 학자인 데이비드 하비의 책이라길래 일단 카트에 넣어둔 것이다. 요즘 기대를 많이 한 책일수록 실망을 더 많이 하는데, 사실 이 책도 (지금) 제법 많이 기대하고 있다. 기대를 좀 억누르고, 맑스의 <자본>부터 다 읽어야겠다. 온통 모순인 것에 대하여 자본은 그 태생부터가 모순적이다. 1원으로 1원을 살 순 있어도 1.5원을 살 수 없는 법인데, 자본은 그것을 가능케 한다. 일명 '이윤축적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태생 탓일까? 자본에는 이러한 근본적인 모순 외에도 수많은 모순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데이비드 하비가 본 서적에서 밝힌 17가지 모순이, 바로 자본의 대표적인 모순들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하비는 영리하게 모순을 세 가지로 나눈다. 1. 기본 모순 2. 움직이는 모순 3. 위험한 모순. 기본 모순은 맑스가 <자본>에서 분석한 모순을 조금 간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 놓은 모순들이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사유재산과 공유재산, 자본의 과정/사물적 성격, 자본과 노동 등. 이러한 모순들은 자본이 갖고 있는 태생적인 모순으로 인해 생겨나는 것들이며, 논리적으로 시간이 지나도 그다지 변하지 않는 모순들이다. 그러나 2부, 즉 움직이는 모순은 다르다. 기술과 노동, 분업, 독점과 경쟁, 사회적 재생산 등은 분명 모순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1부의 기본 모순과는 달리 고정된 모순이 아니다. 예컨대 독점과 경쟁 사이의 모순은, 마치 진자운동을 하듯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가장 중요한 모순은 3부인 위험한 모순이다. 1부는 <자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강 다 이해하는 내용이고, 2부 역시 자본을 열심히 공부했다면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다. 3부 역시 자본의 대표적인 모순으로 꼽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심각성이 1부나 2부에 비해 아주 크다는 것이다. 특히나 '무한한 복률 성장'의 모순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왜 지금까지 이 모순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스스로 한탄했을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위험한 모순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시간 때 배운 복리 개념만 알고 있어도 자본은, 그리고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멸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