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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만 보았다. 스포유-
사실 좀 어려운 영화였다. 그렇게 극적인 내용도 아니고 말그대로 시골 사제의 일기같은 영화다. 조금 이해하기 힘든 대화도 있고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의외로 수수께끼같은 장면이 많아서 그런대로 흥미를 유지해가며 괜찮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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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부임해 온 젊은 신부가 주인공.
시골 신부의 일상은 순탄치 않다. 그는 오자마자 백작과 가정교사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그로 인해 가정교사와 껄끄러운 관계를 가지게 되고 그녀는 꼭 감시하는 사람처럼 매일 성당에 와 예배를 드린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으며 아이들은 신부를 놀려먹으며 그를 짝사랑하는 듯한 소녀도 그를 괴롭힌다. 마을 최고 유지인 백작은 자신의 가정사에 본의아니게 개입하는 신부를 못마땅해하고 그녀의 딸 역시 신부를 적대시한다. 그의 건강은 좋지 못하며 성격마저 내성적이고 비사회적이라 마을 사람들에게 호의를 얻지 못함은 물론 그 자신이 혼자 있을 때는 여러 우울과 번뇌에 시달린다. 지나친 금욕생활 역시 신부의 좋지 못한 건강에 한 몫 한 듯 하다.
그와 대화를 나눈 의사가 나중에 자살하는 사건이 생기고 또 자신의 아들이 일찍 죽은 탓에 하나님에게 마음을 닫고 사는 백작부인과 대화를 나누고 그녀는 그 대화를 통해 평안을 얻었다고 편지를 보내오지만 그 다음날 백작부인은 사망하고 마는데 사람들은 그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가 사망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며.. 게다가 포도주에 빵 한조각을 찍어먹는 단촐한 그의 식사습관이 문제가 되어 그는 알콜중독자라는 악평까지 얻게 되고 또 그에게 불만을 품은 백작부인의 딸 역시 악의적인 소문을 낸다.
건강이 좋지 않아 큰 도시의 병원에 간 그는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친구의 집에서 "걱정말게나, 모든 것이 잘 되지 않았는가" 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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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구겨넣어서라도 일단 종교 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원작의 작가가 천주교 신자이고 다루고 있는 내용도.
하지만 일반적인 전기나 종교 영화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업적이나 성취를 이룬 사람도 아니고 하나님과 신비스럽고 깊은 교제를 나눈 사람도 아니다. 특출나거나 뛰어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어쩌면 평범에도 못 미칠 성직자로서는 실패한 인생이라 볼 수도 있다.
원만한 성격이 못 되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오해의 벽을 쌓고 사는 그는 일견 A.J.크로닌의 <성채>의 주인공을 떠올리게도 한다. 한편으로 <천국의 열쇠>의 치셤 신부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으나 그래도 치셤 선부는 이 영화의 주인공에 비하면 나름 성취를 이룬 인물이다.
이렇게 평범하고 보잘 것 없달 수 있는 인물을 영화의 주인공, 그것도 종교 영화로 볼 수 있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몰라서 던지는 질문이다.)
주인공의 삶은 성경에서의 '좁은 문'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우리가 비범하다고 알고 있는 인물들 - 예를 들면 루터나 칼빈, 선다싱 - 등도 이 시골 사제와 같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볼 수 있는 걸까. 신앙인의 삶 그것도 훌륭한 신앙인의 삶이라 하면 언제나 천국의 번쩍이는 황금 계단, 공중 계단을 걷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천국의 길을 따르는 자들은 가시밭길을 고뇌와 번뇌로 걷는 넝마와 같은 옷을 입은 나그네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실제로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의 일기>를 읽었을 때, 물론 그가 하나님과의 교제가 천국과 직통 전화를 하는 것처럼 뻥 뚫린 (?)날은 황홀하게 행복해하고 천상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그렇지 않는 날은 진창도 그런 진창이 없던 삶을 보며 다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데이비드 브레이너드가 유독 지독한 우울질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보더라도.. 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울질에 가까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데이비드~의 모습 위로 겹쳐가는군.
아무튼 모르겠다. 진정한 신앙인의 삶과 길이란 어떤 것일지. 분명 대로와 같은 길이라거나 휘황찬란한 성공과 성취의 길을 기대하고 예상하는 건 아니지만. 글쎄.. 외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마음속에 흘러넘치는 평화와 기쁨은 단지 아주 간헐적으로만 마치 가뭄에 콩나듯만큼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시간을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팍팍함과 우울 속에 살아가는 것일까 그게 진정한 좁은 길을 가는 삶인 걸까..
주인공이 영화에서 이룬 외적인 업적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게 없지만 그가 좁은 길을 따르려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삶은 천국에 선명히 황금깃대로 새겨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나, 하지만 또 한편으로 주인공 신부가 정말 좁은 길을 따르려 발버둥친건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대부분 영화에서 그는 죽지 못해 사는것처럼 보였다.
아~ 너무 모르겠다, 진짜.
사실 난 이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 조은령 감독님의 추모 홈페이지에서 이 분의 글을 읽고 있었다. <우리학교>와 <스케이드>의 조은령 감독님. 어디선가 이 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참 신앙이 깊은 분이셨구나 생각했다. 특히 자신의 성 덕에 '조감독'이라 불리는 것을 기뻐하며 '하나님이 감독이시고 나는 조감독일 뿐'이라고 고백하시는 것이나 영화가 풀리지 않을땐 몇시간이고 무릎꿇고 기도하셨다는 등등의 일화를 들으며 정말 '훌륭'한 신앙의 선배셨구나 생각을 했는데 홈페이지에 실린 감독님의 글들을 보며 의외로 많은 고뇌와 짙은 한숨이 적지 않게, 점철되다시피 한 걸 보고 좀 많은 놀람과 의외라는 감정, 의아함 등을 느끼고 있었던 터다.
점점 더 모르겠는 '진정한 신앙인의 삶' 그리고 '신앙인의 길' .. 정말 모르겠다 모르겠어. 어렵고 정말 모르겠고 생각할수록 혼란에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