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에 한 번 봤던 책인데도 마치 한 편의 대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진한 감동이 그대로 다시 느껴진다. 우리 역사로 치자면 임진왜란 시기에 중국 명나라를 통치한 만력제의 무덤인 정릉 발굴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적 발굴에 대한 학문이 고고학, 문헌 사료를 통한 접근이 (역)사학. 여기에 대중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기름과 양념을 치면 문학. 이 책은 바로 그 고고학과 역사학, 문학을 절묘히 섞어 놓은 결정판이자 종합판이다. 모택동의 ‘신중국’이 성립하고 처음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왕릉 발굴. 이전까지는 서양인에 의한 발굴과 약탈로 점철되었던 악습을 끊고 자신들이 세운 공산 중국의 문화적 역량을 세계에 보여 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으나 역사는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정릉 발굴 전후로 정치 환경과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거침없이 밀려왔다. 폭풍처럼 몰아친 문화대혁명의 광기가 이들을 덮치기까지 한다. 그리하여 2년 여의 기초 작업 후 공식 보고서가 나오기 까지는 이후에도 20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을 정도. 중국뿐 아니라 전 인류의 공동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소중한 문화유산이 스스로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고 다시 또 보존이 되는지 마치 한 사람 인생의 희노애락을 코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 1956년 중국이 정릉 발굴을 처음 시작하고 기초조사를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우리가 무령왕릉을 우연히 발견한 것은 1971년. 불과 400년 전의 무덤을 2년 동안 연구 작업한 중국을 보고 15년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1500년이나 된 왕릉 발굴을 불과 8시간 만에 뚝딱 끝내고 말았다. 유물을 빗자루로 쓸어 담았다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워낙 못살던 때의, 다 지난 옛날 일이라고 위안 삼아서도 안된다. 우리에게는 발굴 전후를 이렇듯 자세하고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는 이런 책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적어도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의 학계는 열정과 양심이 있었던가 보다. 역사를 마음대로 왜곡하는 지금 저들의 행태를 보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