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어학논저로서 이주제로 책을 낸것은 처음이 아닌가 한다.그렇다고 한국어가 갖고 있는 특질에 대한 언급을 김교수가 처음으로 편것은 아니다.한국어 특질에 대한 언급은 이미 1957년에 나온『유네스코 한국총람』에 있고, 이후 국어학의 개론서와 문법론에서 저마다 한국어 특질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리하여 그 특질이 어떤 내용들이란 것은 국어학도라면 다알고 있을 정도가 되어있다. 솔직히 필자가 이책을 받았을 때, 한국어의 특질이라 하면 빤한 것이고 특징적인 사실을 지적만 하면 될 것을 한권의 책으로까지 기술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이었다.지금까지 문법서 안에 있는 별도의 한장에서 특질을 다룬 것이 전부이고 분량도 대략 10쪽 안팎을 넘지 않았다.필자도 그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해 온터에 단행본은 납득가지 않았다. 물론 설명과 논지를 상세히 베풀고 거기다 용례를 붙이고 하면 책 한권으로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그랬을 때의 장황함과 초점의 흐림으로 인한 역효과는 책에 대한 기대를 반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책을 빨리 읽게 한 동력이 되기도 했다.도대체 어떤 내용들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체계적이지는 못하다할지라도 필자가 알고있는 한국어의 특질에서 얼마나 더 나아갔는지가 궁금했다.이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본문의 1/3도 읽지 못한 상태에서 필자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고,지금까지 필자가 알고있던 한국어특질에 대해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되었다. 기존의 책을 보면 한국어 특질을 논하면서 한국어만 보고 있다.특질이라고 하면 다른 많은 언어와의 철저한 대조와 분석을 통해 차별성과 독자성이 검증되었을 때 가능한것이다.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특질만 언급한다고해서 특질이 되는것은 아니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에 그동안 무감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기존의 책에 있는 한국어 특질을 보면서 별 이의를 느끼지 못했었다.더러는 다른 언어와의 대조방식을 취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정도에 그쳐 구색만 갖추는 격이었다. 이에 반해 김교수는 한국어 특질을 논의하면서 절차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지구상의 언어와의 대조를 바탕으로 한국어 특질을 논하고 있는 것이다.이는 김교수가 탄탄히 쌓아온 비교언어학의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대표적인 한 예를 들어 본다.한국어의 특질로 누구나 꼽고 있는것중 하나가 높임법이다.기존 문법서를 보면,“국어는 경어법이 극도로 발달한 언어에 속한다.”라 하고, 다른책에는 한술 더떠“국어의 높임법은 세계언어중 가장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라 한다.그러면서 두책 모두 국어의 주체/객체/상대높임법 체계를 소개하고 있다.그런데 정작 국어 높임법이 어떤 면에서 최고의 정도가 되는지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다.물론 그책들이 한국어의 특질을 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보니 그부분까지 언급을 안한것일수도 있다.그러나 모든 책에서 이 정도의 기술로 일관하고 있으니 그냥 그런 줄로 만족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점을 김교수가 풀어 주고 있다.김교수의『한국어 특질론』에서도 ‘한국어의 대우법’을 하나의 특질로 다루고있다.이 책에서는 대우법이 과연 한국어의 특질이 될 수 있는가를 검증하기 위해 대우법이 발달해 있는 여러 언어의 대우법부터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자바어 대우체계, 아메리카인디언 제어의 대우법, 벵골어‧힌디어‧인도유럽제어의 대우법, 아이누어대우법, 일본어대우법 등을 차례로 검토하면서 그 특징을 살펴보고 있다.이를 한국어대우법과 대조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어가 여느 언어에 비해 가장 발달한 대우법 체계를 갖고 있다고 단정할 만한 어떤근거도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오늘날 알려진 언어들 중에 대우법이 가장 체계적으로 발달한 언어는 일본어라는 것이다.그리하여 김교수는 한국어의 특질로 대우법을 정확히 말한다면 대우법 중 상대대우법, 특히 명령형대우법의 발달을 고유한 특질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지금까지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것이다.이를 보면 그동안의 한국어 특질은 별 근거없이 우리끼리 자화자찬하으로 늘어놓은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를 갖게한다.여기서 한국어 특질을 논하기 위해서는 여러 언어와의 대조분석이라는 엄정한 과정이 필수적임을 깨닫게 된다.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때 우리는 한국어가 최고의 대우법 체계를 가진 언어라는 식의 환상에 빠지게 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김교수의 특질론은 비교언어학의 바탕 위에서 광범한 대조와 분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얻어진 검증된 결론들로 되어 있다.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철저하지 못한 상태에서 찾아진 것으로 보이는 지금까지의 한국어 특질 중에는 김교수에 의해 대우법의 경우처럼 수정되는 것도 있고,심지어 폐기되거나 새로운 특질로 조명되는 것도 있게 마련인 것은 당연하다.한자어의 경우 폐기된 특질에 해당할 것이다.흔히 “국어에서 한자어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어 어휘의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라고 하여 한자어가 많음을 한국어의 특질로 들고 있다.이런 내용쯤은 멀리 갈 것도 없이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어,베트남어,그 밖의 중국소수민족 언어만 봐도 거의 동일하게 발견되는 현상임을 알 수 있는데도 이를 한국어만의 특질로 본 것은 검증의 절차를 무시하였음을 드러낸 것이다.저자는 이에 더 나아가 터어키어,핀란드어,영어 등에 차용어가 많음을 지적하고는 “한자어의 많음이 한국어어휘의 고유한 특질이라 말하기에는 논리적인 어려움이 있다.”라고 하여 한자어의 많음이 특질이 될수없음을 완곡하게 피력하고 있다.이밖에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한국어수사의 특질을 퍽 심도있게 밝히고 있다.물론 이것도 동아시아 여러 언어들의 수사와 관련시켜 언어학적 검토를 거친 끝에 얻어진 결론임을 알수있다.특히 필자가 이책에 대해 고마움을 갖는 것은 부록에 있다.부록은 두부분으로 되어있는데,첫부분에서 책에 나오는 183개 언어에 대해 자세한 해설을 베풀고 있다.가히 언어학소사전이라 할 만하다.필자는 이때까지 이름만 겨우 알정도의 언어가 여럿 있었는데 여기의 도움을 받아 비로소 알게 된것이 많다.그리고 둘째부분은 책에 나오는 65가지 문자의 실제모습을 모은 것이다.문자박물관쯤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이 모두가 독자를 배려하는 저자의 성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우리는 이 역저를 통해 한국어의 특질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한국어의 특질이 될 수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http://jakob.m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