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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를 ‘악의 교사’라 칭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군주론을 읽고 난 후 마키아벨리를 악의 유포자라기보다는 이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학자이며 정치와 삶에 대한 통찰력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마키아벨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 책은 무척 반가웠다. 그의 사상은 적절한 조건을 걸고 있어 공감이 가며 사상 자체는 현대에 적용하기 힘들지라도 사상에 내재한 원리는 현대에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도덕적∙정치적 삶을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현 사회에서는 이미 멀어진 것으로 보이기에 더욱 와 닿는다. 우리는 그의 저작들을 통해 인간성을 꿰뚫는 통찰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인간은 "배은망덕하고, 변덕스럽고, 속임수를 쓰기 좋아하고, 위험은 피하고, 이익은 좋아한다. 그래서 당신이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동안은 당신을 도울 것이며, 그들의 재산∙목숨∙자식들을 당신에게 바치겠노라고 한다. 물론 내가 이미 이야기했듯이 그럴 필요가 아직 없을 때에만 그런 말을 한다. 하지만 당신이 곤경에 빠지자마자 그들은 등을 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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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키아벨리가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허나 '권모술수'라는 낱말이 가진 부정적인 의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면 칼은 위험한 도구이지만 이는 '쓰는 사람'에 따라 위험할 수도, 또 유용할 수도 있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이기 때문이다. 살인자에게는 나쁜 도구일테지만, 엄마에게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이라는 책을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 라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책이 많다. 이 책도 그러하다. 그간의 평판으로 마키아벨리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이 압도적이었으나, 이는 <군주론>이라는 책을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한 소인배들의 속좁은 평가이니, <군주론>을 비롯하여 마키아벨리의 저작을 두루 살펴보아서 제대로 본다면 그 진면목을 엿볼 수 있을 거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 책이다.
<군주론>이라는 책을 보면 섬뜩할 내용으로 보이는 대목들이 참 많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군주는 백성에게 선한 존재로 굴기보다는 두려운 존재로 군림하는 것이 더 낫다는 조언이다. 필요하다면, 겉으로는 선한 척할지언정 속까지 착할 필요는 없다고까지 조언한다. 민심은 천심이라며 백성을 덕으로 베풀어야 한다며 임금을 조목조목 가르치려 들었던 사대부들이 들으면 천부당만부당하다며 마키아벨리의 목을 베어야 마땅하다고 했을 것이 틀림없다. 비단 조선시대 뿐이었을까? 오늘날 민주주의가 판을 치는 전세계 어느 나라라도 한 나라의 지도자가 겉과 속이 다른 한낱 '야심가'에 불과하다면 당장에라도 내쳐버리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으려 들 것이다.
이런 당연한 것을 뼛속까지 정치인이었던 마키아벨리가 몰랐을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군주론>을 비롯해서 자신의 저작물에 왜 이렇게 야심가들의 마음에 쏙 들게 쓰면서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일까? 일반 평론가들은 이런 점을 들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목적의 수단화'라는 악평을 들어 마키아벨리를 폄하했다. 과연 마키아벨리가 이런 정황과 평범한 사람들의 저질적인 비난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적어도 이 책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왜냐면 마키아벨리가 뼛속까지 착한 놈이기 때문이란다. 이건 또 뭔소리인가 싶겠지만, 마키아벨리의 선한 마음은 당시 이탈리아 안에서 벌어지는 혼란을 극복하고 '통일 이탈리아'를 완성해냈겠다는 의지로 증명 된단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절의 이탈리아는 주변 강대국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며 조각이 난 상태였다. 그런 이탈리아를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통일 이탈리아'를 완성해내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마키아벨리의 조언이 그리 야비한 술수로 보이는 것이다. 약소국이 강대국을 상대로 정면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있다면 마키아벨리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온갖 권모술수로 '통일 이탈리아'를 만든다하더라도 권모술수에 능한 군주가 통일 이탈리아를 행복한 나라로 만들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느냐는 의문말이다. 글쎄...마키아벨리는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당장 뿔뿔이 흩어져 강대국에 휘둘리는 이탈리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구국의 결단'으로 최후의 수단을 꺼내든 것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독을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독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그 '또 다른 독'에 거의 불가능한 희망을 걸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수단을 목적화'시킬지언정 마음만은 깨끗하고 순수한 군주가 있을 거라는 희망 말이다. 자신이 그토록 순수하기에 그런 군주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비록 현실은 그렇지 못할 지라도.
대한민국의 시국이 참으로 혼란스럽다. 부정한 권력의 밑바닥이 훤히 드러난 판국에도 부정한 무리들을 일거에 소탕할 수 없는 형국이라 답답하기 그지 없고, 그런 답답함을 속시원히 해결해줄 '무엇'을 촛불을 밝히며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한편으로 더 답답한 심정이다. 이럴 때 '누군'가가 나타나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게 한방에 해결해주면 좋겠다는 막연한 심정으로 요즘 시국을 지켜보고 있다. 이럴 때 내 손에 쥔 책이 <군주론>이었다.
이런 시국에 황망하기 그지없는 표리부동한 군주가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 읽는 건 결코 아니다. 한쪽으로 기운 권력은 또다시 부패하기 마련이니 그런 표리부동한 군주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다. 마키아벨리가 순수한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도 부질없다. 현시국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난 이 책에 끌렸다. '무엇' 때문에?
마키아벨리의 권모술수를 우리 국민들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일렀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탐하는 '군주들의 속성'을 마키아벨리는 낱낱이 밝혀냈기 때문에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정한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부정한 권력이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려 드는지 마키아벨리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군주론>을 탐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새로 뽑으려는 지도자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지도자가 현실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약소국처럼 굴었던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다시금 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지, 아니 적어도 약소국으로 전락할지라도 강대국들을 어떻게 요리하면 될 지를 배웠으면 좋겠다. 새로 뽑힐 지도자가 배웠으면 싶은게 아니라 진정한 주권을 가진 우리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새로 뽑힌 지도자가 누가 뽑히든 간에 대한민국은 오뚝이처럼 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 옛날 마키아벨리가 '통일 이탈리아'를 꿈꿨던 것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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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중심으로 원전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그 부분의 의미를 보여주는 식의 소개서인 하우 투 리드 시리즈의 마지막 권 입니다. 예전에 세트로 16권을 구입한 적이 있는데, 마키아밸리 편이 한참 나중에 나오고, 마지막 권이라고 합니다. 다른 하우 투 리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나쁘지 않습니다. 반 정도는 군주론이고, 반 정도는 로마사 논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우 투 리드 시리즈가 영어로는 더 많이 있는데,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이번 권을 마지막으로 손을 떼기로 했나 봅니다.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