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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소설이라길래 궁금했어. 서점에 앉아, 모르는 작가들을 뒤적이는 게 취미인지라, 약속 시간보다 읽찍 교보에 도착했다. 책을 들고 단숨에 읽었다. 표현이 참 기발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특히 짝사랑이라는(짝사랑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모두 애틋하다) 감정을 참 잘 표현했더라. 예를 들면 '그를 우연히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그를 만나지 못할 것 같은 것보다 더 두렵다'는 그 표현을 보고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지. 일단 처음에는 사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와 미친듯 서점으로 달려가 이 책을 샀다. 전편은 여자의 관점. 시종일관 짝사랑처럼 표현하더라. 후편은 남자의 관점. 반전이 있더라. 조금 불쾌하고 가끔 구역질도 났지만, 책 속에 뛰어들어가 '지랄' 떨지마 하고 충고도 해주고 싶었지만, 꽤 괜찮은 책이었다. 세상에 저런 것들도 있어야지. 후훗. 이 작가, 간결하고 파워 있고, 간결함 속에 섬세함과 묘함이 있다. 얇은 책이고 세 개의 단편이고 두 개는 내용이 이어진다. 마지막 편을 아직 읽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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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에 사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나오는 그 집은 골목 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로 돌아나가야 빠져나올 수 있는 곳.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그 집에 사는 사람 중 한 명을 부른다. 불렀다. 이제 막다른 골목의 그 집은 폐허가 되어 가고 있다. 가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열쇠를 아무 데나 던져두었다. 이름을 부를 일도 그 집에 들어가 밥을 먹을 일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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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쪽도 안 되는 시집만큼 얅은 이 책에는 총 세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나 말이야” 당신이 말한다. “사실은 계단에서 구른 게 아냐.” “예?’ “술이랑 약을 먹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어.” “기억나요?” “그 순간은 기억나지 않아. 그러나 죽고 싶었을 거야.”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혹시 애인에게 버림받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죽고 싶어져서 막다른 골목길 그 집, 냉이가 자라는 처마 아래 겨우 이층짜리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것인가. 그래서 등뼈가 부러진 것인가. 꼴사납다. 너무 꼴사납다. 당신이 가진 최후의 담보는 멋있다는 거, 그거 하나인데, 심하다, 배신이다. “아파서 정신 차렸지. 기어서 내 방까지 와서 구급차를 불렀어. 그후부턴 기억나.” ‘잊어도 돼요. 잊는 편이 좋은 것도 있잖아요.” 그때 내 목소리가 떨려 나왔던 것을, 당신은 분노가 아니라 공포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36-37).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의 원제는 「막다른 골목의 남자」라는데, 내 생각에는 원제가 '그 남자'의 사정이나 심리 상태, 그리고 그 남자와 그 여자의 관계를 더 잘 드러내주는 듯하다.
결혼은 하지 않았는데, 장례식은 한다. 나는 당신이 남긴 뼈 중에서 작은 조각 하나를 슬쩍할 생각이다. 반은 막자사발에 갈아 카페오레에 넣어 마실 것이다. 그러면 내 뼈가 될 것이다. 나머지 반은 주머니 속에, 작은 주머니 속에 넣어, 불안할 때나 힘들 때마다 만질 것이다(49).
만난 지 십이 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손가락 하나 건드린 적이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더치페이 할 때 잔돈을 주고받으며 가운뎃손가락이 스쳐서 저렸던 적이 있는 정도. 손 안에 들어온 십 엔짜리 온도로, 당신의 손이 따뜻한 것을 알았다. 신슈에 갔을 때, 당신이 잡고 난 핸들을 잡았을 때의 조금 끈적한 느낌으로, 당신의 손이 기름지다는 것을 알았다. 불쾌하지 않았다. 그런 새로운 정보로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52).
“여자에 대해 할 것은 세가지밖에 없어” 언젠가 클레어는 그렇게 말했다. “여자를 사랑하거나, 여자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여자를 문학으로 바꿔버리거나, 그것뿐이야.” -로렌스 더렐,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중 「저스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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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당신'' 이라고 부르면 딱 ''당신'' 만큼의 거리가 생긴다. 그리고 그 거리를 눈 짐작으로 따라가면 ''당신''과 내가 함께한 시간이 펼쳐진다. 추억을 회상하는 것, 그리고 ''당신''과 내가 여전히 함께라는 것, 그것으로 내가 보상을 받는다. ''당신''에게 나의 존재가 얼마만큼의 무게감인지 이제 내처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에 아이처럼 뛰어놀고 있는 시간이 내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과 나. 애인 미만 가족 이상의 뭐라 지칭할 수 없는 미묘한 관계. 그러나 더이상 그 이름 짓기에 목 매지 않는다.
편안함이 깃들기에 충분한 우리의 어깨가 닿는 거리.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
밤하늘을 본다. 시력이 나빠진 후엔 별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 저너머의 별을 상상해본다.
저 달은 언제나 뿌연 달무리를 허리에 두르고 있다. 별도 달도, 내겐 우주의 것이 아니다.
너무나 친근하기 때문일까?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
''우리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본다, 아름답지? 이미 우리 눈에 보여지는 저 별은 아주 오랜 과거의 빛이 이제야 도달해서 보여지는 것이다. 그 만큼의 시간의 너머에 저 별이 위치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보고 있는 과거의 저 별, 이제는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백발의 선생님은 창가에 서서 파란 하늘을 가르치며 말한다.
''지금도 저 파란걸 걷어내면 별이 빛나고 있겠지''
과거에서 달려온 저 빛, 내게 무슨 이야기를 전하려는 걸까?
나만의 별, ''알리오 올리오''가 들려주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전언들.
<알리오 올리오=""> [인상깊은구절] ''신기해'' 어두운 공간 바로 옆에서 오지마가 말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마 오지마는 꽤 괜찮은 사진을 찍을 것 같을 때 떠올리는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게 분명하다. ''우주에는 보통물질보다도 암흑물질(dark matter)이니 암흑 에너지니 하는 것들이 훨씬 많잖아. 그런데 어째서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고 싶어지는 걸까.'' 우주의 96 퍼센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별은 겨우 1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본 것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 하고 도오루는 말했다. ''그건 답이 되지 않아'' ''인간 사회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아'' 오지마에게만은 그런 혼잣말 같은 말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을 말로 메우려고 한다. 도오루의 인간관계는 워낙 좁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말로 못해 안타까움을 느낀 적은 없지만 그러한 상황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인간은 무엇이든 설명하려 하지만, 우주 공간에 말과 수식은 굴러다니지 않는다. 도오루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다시 망원경을 들여다 보았다. <알리오 올리오="" p.140~141=""> ''아, 좀 더 가까이 잘 보이는 은하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고 오지마가 말했다. ''지금 있는 것 만으로 충분하잖아.'' 도오루는 그렇게 말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빛나는 천체가 아니라 암흑 물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는 항성 사이의 어둠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선명하게 어둡지만, 실은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 해명되지 않는 것이 맑게 비쳐보인다. <알리오 올리오="" p.159=""> 모든 것은 시간이 얽히면서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끝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시간이 아닌가. 우주가 끝난다고 하면, 그때 시간이라는 것도 끝난다. 그러나 왜 자신은 언제나 끝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일까. <알리오 올리오="" p.168="">알리오>알리오>알리오>알리오>막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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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런 건조한 문체를 좋아하기도하고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렇다할 남녀관계로서의 발전도 없는, 여느 연애소설과는 다른 소재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렇게나 긴 시간동안 한사람만을 쫓으며 숨김없이 너를 좋아한다, 고 할 수 있는 솔직한 부분이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이라 동경의 마음이 들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전체적인 스토리로 보아서는 답답한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읽어나가는동안 지루하기보다는 독백조의 말투에 빠져들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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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여름휴가 때 이 책을 읽었었다, 거제에서. 아이와 남편이 잠깐 산책하러 나간사이, 발코니에 있는 커다란 욕조에서 바닷바람 쐬며. 그 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날씨도 아주 좋았고, 주변은 조용했다. 커다란 욕조안의 물은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였고, 바쁘게 쫓기다 떠난 여행이라 그 해방감이 엄청났었다. 뜨거운 볕에 잘 말려 뽀송뽀송해진 이불을 덮은 듯한 상쾌함과 아늑함이 느껴지던 때에 읽어서 그랬는지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를 발랄하고 유쾌한 연애 소설로 느꼈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꺼내 읽기 전까지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3년 만에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소설이었던가? 내 기억속의 산뜻, 발랄함은 그 날 내 기분 때문이었던가! 나(오타니 히나코)는 신주쿠 쇼와칸 옆의 어두침침한 재즈바 ‘엑시트 뮤직’에서 그를(오다기리 다카시) 처음 봤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문득 돌아보니 당신은 찌를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의 시선은 줄곧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나는 당신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는 내게 심부름을 시켰고, 약속을 펑크 냈고, 내 이름을 외지 않았다. 어떤 땐 날 세워두고 서점에 들어가 한 시간쯤 서서 책을 읽고, 파킨코 가게에 들어가 삼십 분을 기다리게 만들기도 하는 남자였다. 대학 졸업 후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사이 그는 작가가 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엑시트 뮤직을 드나들고 있었다. 그가 사고가 났을 땐, 한참동안이나 간병을 했지만 퇴원 후 그의 행동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귀는 것보다는 가깝지만, 막상 몸과 마음까지 주고받는 애인보다는 먼 사이. 나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그는 나를 거부하는 듯 보였는데, 적어도 날 아껴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다른 남자들을 사귀기도 했지만 결국 헤어지고 그에게 돌아갔다. 만난 지 십이 년이 지나도록 서로 손가락 하나 건드린 적이 없는 사이인 주제에. 표제작인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와 연작인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 조카와 삼촌간의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표현한 「알리오 올리오」, 이 세 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2004년 가와바타야스나리문학상 수상작이고 2005년 일본 서점대상을 받았다. 대기업에 입사하여 일본 각지에서 일하다가 퇴직 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다. 소설은 세련되었지만 도시적이진 않다. 문장은 매끄럽지만 밑줄 긋고 옮겨 적고 싶을 만큼 감성적인 것은 아니다. ‘오다기리 다카시’처럼 쿨해 보인다. 역자는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 기교조차 부리지 않은 평범한 문장이지만 아주 독특한 맛이 난다. 희한한 재주다.’라고 표현했는데, 나 역시 동감이다. 꾸미지 않은 문장인데 묘한 끌림이 있다. 당장 읽지 않고는 못 베길 정도의 흡입력은 아니지만, 서서히 젖어 드는 매력 때문에 접어둔 그 다음 페이지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져서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소설이다. 반전이 있거나 이야기의 흐름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화무쌍한 것은 아니지만 담담하게 이어지는 스토리가 꽤 근사하다. 과하지 않아서 더 좋다. 두껍지 않아서 주말에 혹은 휴가 동안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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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때는 그저 밋밋한 느낌이라,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둔 채로 몇 년을 지냈다. 그러다가 요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도중 다시 꺼내 읽게 되었다.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는 총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와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은 연작 소설이다.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는 한 학년위의 고등학교 선배를 12년 동안이나 짝사랑해 온 그녀의 이야기다.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그녀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은 짝사랑의 대상인 오다기리 다카시와 짝사랑을 하는 그녀 오타니 히나코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다기리 다카시는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겨 인기가 많은 남자였다. 그러나 성격은 별로 좋지 않다. 무엇에든 무관심한 듯한 태도로 그녀가 자신을 짝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미묘하게 거리를 둔다. 그렇다고 오타니 히나코가 싫은 눈치는 아니다. 오다기리 다카시는 고교를 졸업하고 삼수를 한 끝에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후에는 취직도 하지않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지만 그의 인생은 영 풀리지 않는다. 간신히 현상공모에서 가작으로 당선되지만 그 뿐. 그후로는 여전히 그저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운이 없을뿐 능력이 없는 건 아니라 생각하며 그의 곁은 늘 맴돌고 있다. 얼마나 무모한가, 얼마나 근사한가. 지금도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당신은, 이제야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한다. 가슴이 뛰었다. 그녀의 사랑은 순애보다. 보답받지도 못하지만 늘 그의 주위에서 그를 지켜본다. 그렇다고 그녀가 혼자인 건 아니다. 남자를 사귀기도 하지만, 언제나 결국 그의 곁으로 돌아온다. 애인 이상 가족 미만. 당신은 좋아하는 사람과 하룻밤을 함께하고 헤어지겠는가, 아무일도 없는 채 매일 만나겠는가. 그게 이 두 사람 오타니 히나코와 오다기리 다카시의 관계다.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다기리 다카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속에는 어쩜 그녀가 알지 못하는 진실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약속시간에 늦지 않고 제대로 가잖아. 녀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약속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은 오타니를 만날 때 뿐. <알리오 올리오>는 삼촌과 조카의 이야기이다. 삼십대 후반의 삼촌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별이니 음악이니 하는 무형의 것을 좋아하는 남자이고, 중학교 3학년 조카는 '리얼 타임'과 눈에 보이는 '진짜'만을 고집한다. 그 두사람이 우연히 플라네타리움에 가게 된 것을 계기로 3광일이 걸리는 편지를 교환하게 되고, 그동안 두 사람이 무관심하던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오늘 나는 새로운 별을 만들었습니다. 오로지 나에게만 보이는 별입니다. 겨우 3광일의 거리에 있어요. 이름은 알리오 올리오. 저는 도오루 삼촌에게 편지를 쓸 때 커튼을 살작 열고 별을 바라봅니다. 편지를 쓰고, 우체통에 넣고, 삼촌에게 도착하고, 삼촌이 읽을 때까지 3일이 걸립니다. 그때, 알리오 올리오의 빛이 도착하는 것입니다. - 본문 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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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답답하고 이해가 안되서 머리가 어지럽다. 그러다가 차츰 알게된다. 이런 종류의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과 그것이 내가 하는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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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인 이토야마 아키코는 서른 후반에 등단한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는 잘 나가는 작가란다. 하지만 더욱 구미가 당기는 것은 이 책이 <일본서점대상>을 수상했다는 것...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 가와바타야스나리문학상 기타등등의 상들이 많지만 내 구미에 가장 으뜸으로 맞아 떨어지는 것은 <일본서점대상> 수상작들... 『박사가 사랑한 수식』, 『밤의 피크닉』(정확한지 가물가물)등이 그 수상작들이다.
책에는 모두 세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앞의 두 편은 연작 소설로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기 시작한 순애보의 여주인공(하지만 나름대로 쿨한) 두 살 연하의 오타니 히나코와 겨우 두 살 연상인 주제에 인생의 대선배처럼 대부분 거만으로 점철된 관계를 유지하는(그래도 완전히 밉살스럽지는 않은) 두 살 연상의 오다기리 다카시의 사랑(이라고 말하기 애매하지만) 이야기이다.
세 편의 작품 중 가장 재밌는 건 첫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책을 읽다 말고 아, 이런 여자라면 정말 사랑스럽겠는걸, 외치게 되고 만다. 뭐 페미니즘에 입각하여 말하자면 여성 공공의 적이라고 불리어 마땅한 주인공이지만, 사랑스러운 걸 어쩌란 말인가... (얼핏 보면 결혼하기 전의 아내와 많이 닮아 있다...ㅠ.ㅠ 결혼한 후의 아내와는 조금만 닮아 있다...)
“당신은 막다른 골목에 살고 있다. 골목의 끝은 다른 번지의 뒷담으로 고양이만이 아무런 불편 없이 왕래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그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킹카)를 엑시트 뮤직이라는 재즈바에서 만나고 그에게 완전히 필이 꽂혀 버린 여자의 십이년에 걸친 사랑의 행로를 단문으로 쿨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끔 당신은 늦은 밤에 자전거를 타고 우리 집으로 오곤 했다... 나는 신호인 휘파람 소리가 들리면, 부모님에게 들키지 않게 쪽문으로 나가 살구나무를 타고 담을 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근처의 레스토랑 데니스까지 걸어가서 연한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웠다...”
고등학교 일학년에 시작된 그녀의 사랑은 남자에게 제대로 먹힌 것 같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사소한 것에도 200% 감동하고, 중차대해 보이는 남자의 무관심에도 2%만 슬퍼하고 곧바로 회복하는 신기한 감정의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
『내가 스무 살이 되자, 당신이 전화로 말했다. “스무 살이 됐으니까 섹스를 해도 범죄가 되지 않겠지. 기회가 오면 하자.” 나는 화들짝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화기를 들고 머뭇거리자 당신은 쿡쿡 웃으며, “뭐, 조금 더 드라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말이다” 하고 말했다.』
스무 살이 되자 이런 전화나 하는 남자이지만, 언제나 여자는 준비를 하고 있지만 남자는 여자와의 잠자리는 초지일관 거부...(이쯤에서 생각나는 과거의 직장 여후배가 있으나, 이 건은 다음 기회에...) “뭐, 나 같은 놈하고 수다 떨어봐야 별 볼일 없으니, 집에 일찍 가서 효도나 해라.” 일박이 가능한 여행을 제안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쌀쌀하고 애늙은이 같은 답변 뿐이다.
그러다가 여자는 대학교를 가고 오사카에서 일을 하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고, 자주 만나기도 하고 띄엄띄엄 만나기도 하고 도쿄의 그를 병문안 가기도 하고 오사카의 그녀를 그가 방문하기도 하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남자는 아슬아슬 소설가의 길에 들어서고 여자는 연애에서는 허술하기 그지없지만 사회에서는 나름의 캐리어를 쌓아가고... 그리고 그녀의 사랑은 계속되고...
“결혼은 하지 않았는데, 장례식은 한다. 나는 당신이 남긴 뼈 중에서 작은 조각 하나를 슬쩍할 생각이다. 반은 막자사발에 갈아 카페오레에 넣어 마실 것이다. 그러면 내 뼈가 될 것이다. 나머지 반은 주머니 소에, 작은 주머니 속에 넣어, 불안할 때나 힘들 때마다 만질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일방적인 것으로 보였던 연애이지만 두 번째 소설인 「오다기리 다카시의 변명」에서는 그 남자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봐야 별 것 아니지만) 그녀를 나름 생각하고(혹은 사랑하고) 있었음이 아주 살짝 드러난다.
세 번째 소설인 「알리오 올리오」는 앞의 두 편 소설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재밌다. 형네 집에 놀러 갔다가 중학교 삼학년인 조카 미유를 플라네타륨(조금 흥미진진한 곳인 듯, 우주의 별을 커다란 돔의 천정에 매우 사실적으로 옮겨 놓고, 이를 즐기는 쇼 같은 것을 하는 곳으로 짐작된다)에 데려간 것이 인연이 되어 편지를 나누는 삼촌 도오루... 우주, 그리고 별, 삼촌과 조카 사이, 열넷 소녀의 꿈과 혼자 사는 늙다리 삼촌의 우정 같은 것, 편지를 쓰고 보내고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 3일을 책임지는 그들만의 별 알리오 올리오... 예쁜 소설이다. “우주의 96퍼센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별은 겨우 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멋진 말도 들어 있고...
시덥잖은 일로 마음이 번거롭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싸늘하게 식고, 쿨 하지 않으면서 쿨 한 척 해야 하는 세상살이 연기에도 시들해질 때 읽으면 딱이다. 일상 속의 판타지라고 해야 할까... 푹푹 웃음 흘리도록 만드는 등장인물들의 뜬금없고 비일상적인, 그러나 지극한 일상 속의 디테일한 모습들이 의외로 신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