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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대한민국과는 상당히 다른 시간감각에 황홀했던 추억이 있다. 나는 여행지와 터전의 차이라고만 생각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두오모뿐 아니라 작은 호텔과 카페, 마을의 작은 성당에서도 세월의 품격, 시간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삶의 터전을 떠난 여행자의 여유로움 때문이겠지만, <힐튼과 김종성>을 읽으며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로마와 서울의 차이는 건축물과 건물의 차이일 수 있겠다 싶었다. 우리는 늘 어떤 건물로 들어가고 건물에 거주한다. 이탈리아의 도시들에서는 건물이 아니라 건축물로 들어서는, 어떤 시간 속으로 들어서는 체험을 했다.
지어진 것이라면 모두 건물일 수 있지만, 건축물은 심미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 책은 힐튼 호텔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다. 힐튼 호텔을 설계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아니다. 힐튼 호텔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니다. 힐튼 호텔의 허물어짐을 추도하는 책이다. 아니다. 이 책은 건축학개론이다. … 이렇게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책이다. 힐튼 호텔을 두어 번 가본 적이 있지만(가보지 못한 사람이 읽어도 머리로 그릴 수 있다), ‘한국 사람이 지은 첫 번째 대형 호텔’이라는 사실은 책을 집어 들고서야 알았다.
김종성은 ‘100년 후에도 질리지 않을 클래식’(24쪽)을 만들고 싶었고, ‘너그러운 공간’(94쪽)으로 힐튼을 기획했다. 100년은커녕 호텔이 운명을 다했으니, 슬프거나 허무한 후일담일 수도 있는 책이다. 하지만 왜 그 기획이 스러졌는가를 살피는 일 또한 의미 있지 싶었다. 옛 것은 새 것에, 작은 것은 거대한 것에, 무명의 것은 이름난 것(브랜드)에, 소박한 것은 고가에 밀려난다. 재개발과 축적이 시대정신인 대한민국에서 힐튼/클래식이 설 자리는 없고, 도시의 격이나 빛깔도 없다. 부의 상징인 아파트는 요새 주택을 꿈꾸는지 입주민 이외의 틈입을 허용하지 않는 너그러움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1935년생인 김종성이 만든 1983년생 힐튼은 시효를 다했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에 등장하는 자재나 공법이야 문외한은 알 수 없지만, 건축물의 외관이나 사진, 도면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물이 사라지면? “효율에만 목을 매면 문화적으로 가난한 도시가 된다.”(160쪽) 빌딩 숲, 건물 더미, 콘크리트만 남고, 역사가 시간이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에 역사가 있고, 시간이 추억이 스민다.
김종성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을 읽는 맛이 있는 책이다. 그의 직업적 경력과 내력, 취향, 인연과 태도, 정서를 읽고 듣고 볼 수 있는데, 그 재미가 솔찬하다. 그 솔찬함을 통해 힐튼 같은 건축물을 다시 볼 수 있기도 하다. 건축물을 통해서 사람이 보이고, 사람을 통해 건축물이 다가온다. 이를테면, 스승 미스 반데어로에가 중시한 건축 이념의 하나가 클래식이었다. “패션같이 2년쯤 지나면 한물간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지은 지 30년이 넘어도 그 자리에서 점점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건물.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멋스러운 건물.” “오랜 세월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다르게 말하면 반짝 눈에 띄는 공간이 아니라, 처음 보았을 때나 5~6년 지나서 봤을 때나 본연의 품격과 재료의 질감이 살아 있는 공간을 목표로 작업했어요.”(152쪽)
자신을 시대의 행운아로 생각하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협력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한다. 1980년대의 접대문화가 오늘의 시각으로 보면 구태의연할 것이 뻔한데, 그 부분을 미화하지도 변명하지도 않고 담담히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은 술도 잘 못 마시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 일을 기능적으로 수행하면서 인사불성된 일화가 나오기도 한다. 기능적인 자세가 담백한 태도로 이어지는 셈이다. “사람이 사는 집이든, 객실이 있는 호텔이든 저마다 기능이 있지요. 기능이 건축을 만들어내는 시작이에요. 그런데 기능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는 않거든. 기능을 충족하면서 건축미를 완성하는 것이 건축가의 능력이죠.”(141~2쪽)
인터뷰를 진행한 정성갑은 이렇게 평한다. “그의 말, 그의 생각이 비례와 규격이 딱딱 맞는 힐튼 호텔처럼 무척 정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117쪽) 둘의 관계도 기능적이고 유기적이며 심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성과 힐튼이 ‘모두가 도와준 인생, 모두가 함께 만든 호텔’이듯 이 책도 모두가 만든 작품이겠다 싶다. 건축물을 넘어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살짝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물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나의 한계는 분명할 터이다. 하지만 보여주는 만큼 볼 수 있기도 하다. 김종성이 후배들에게 남기는 말로 마무리한다. 꼭 건축학도나 건축가가 아니라도 새길만한 당부다.
“건축은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융합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분석적인 냉철한 두뇌가 필요하고, 또 한편으로는 뛰어난 안목의 예술적 자질도 중요해요. 비례감, 구조적 아름다움, 재료의 병치 같은 것들을 눈으로 늘 익히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지요. 그럴싸한 디자인에 현혹되지 말고 지금 요구되는 기법과 재료, 공법을 잘 융합해 오래가는 건물을 잘 만들어주세요.”(184~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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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가치가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추억속에만 남아 있는 호텔들이 벌써 4곳이나 되는데..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왜 우리나라는 외국 처럼 몇백년된 호텔이 유지가 안되는건지 아쉽습니다. 밀레니엄 힐튼, 리츠칼튼, 경주 콩코드, 해운대 그랜드.추억이 있는 호텔들이 사라지다니.. 그나마 힐튼은 이렇게 책으로나마 아카이브가 되어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요.. 글을 읽는데 너무 아쉽고 마음이 아려서 마치 살아 있는 무언가를 떠나 보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김종성 선생님께서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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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은 역사의 시간 속으로 사라졌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건축가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에요. 그 시절의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책 표지가 레트로한 스타일인데, 공간이 주는 의미와 연결성이 있는 것 같아 출판사의 센스와 감도가 느껴집니다. 저와 제 가족의 추억이 있는 공간의 이야기를 책으로 소장할 수 있어 기쁩니다. 두고두고 저의 책장에 머무를 책이라 생각해요! |
| 아이들이 서너살 무렵 크리스마스 시즌에 시내를 나갈 때면 꼭 힐튼 호텔에 들리곤 했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기찻길 앞에 서서 사진을 찍던 추억은 이제 다 커버린 아이들 보다 제게 더 값진 추억이 되었네요. 이제 곧 힐튼마저 사라지고....이런 기억을 선사해준 공간이 앞으로 얼마나 우리 곁에 남아 있을까요. 쓸쓸한 마음에 <힐튼과 김종성>의 발간 소식을 듣고 펀딩에 참여했습니다. 책은 역시나! 기억 속 힐튼 만큼 너무 따뜻하네요.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고풍스럽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건물',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멋스러워지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던 노령의 건축가가 담긴 담담한 인터뷰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울컥하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날마다 수많은 건축물이 허물어지고 다시 세워지는 공사판 도시에 살고 있지만, 사라져가는 자신의 건축물을 반추하는 건축가의 마음이 어떨지 헤아려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건축 역시 인간이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게 된 책이에요~ 저 처럼 힐튼에 추억이 있는 분들은 꼭 일독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 역사적인 공간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도 사라지면서 많이 아쉬웠는데 건축가와 건축에 관한 책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구매.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생생한 이야기들도 너무 흥미롭고 김종성 건축가에 대해서도 다시 보게 된다. 사진이나 자료도 풍성해서 너무 좋았음. 강추입니다~! |
| 건축과 친구가 갖고 싶다고 해서 선물한 책이에요. 문외한이 보기에도 당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사진 자료, 건축가의 스케치, 설계 도면 등이 다양하게 실려 있어서 흥미롭게 보였어요. 건축에 관심 있는 분, 힐튼 호텔에 추억이 있는 분들께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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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과 김종성> 밀레니엄 힐튼 호텔이 매각돼 영업을 종료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친구 중 하나가 힐튼에서 일해,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힐튼과 관계된 박정희, 김우중, 김종성 관련해서 숨겨진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대우그룹 회장 김우중은 죽기 전까지 힐튼 최고층에 마련된 수백 평짜리 펜트하우스를 하루 100원에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힐튼호텔 만들 때 계약이 그리 돼 있었다고. 상징적인 금액으로 설정한 게 아니라 실제로 하루 100원씩 지불해 사용하고 그 층까지 갈 수 있는 특별 엘리베이터를 타고 드나들었다고 한다. 김우중 사후 그 방은 인도계 자본이 임명한 외국인 CEO가 한국의 중년 뮤지컬 스타와 동거하는 집으로 오래 사용했다는 말도 들었다. 밀레니엄 힐튼 호텔은 김수근, 김중업과 함께 대표적인 한국의 건축가로 손꼽히는 김종성이 지은 웅장하고 멋진 건물이다. 오래된 호텔이라 스탠다드 룸은 평범한 비지니스 호텔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대리석으로 둘러싼 로비와 홀은 클래식하면서도 휘황찬란했다. 호텔이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건물 전체를 모두 부수고 서울에서 제일 큰 카지노 호텔로 다시 만든다고 하더니, 지금은 그래도 1층과 로비는 살려두는 방향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 <힐튼과 김종성>에는 힐튼호텔의 건축 과정은 물론 주요 시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사진과 곁들여 포함돼 있다. 힐튼 호텔과 관계된 여러 사연과 문화적 이벤트도 충실하게 소개 돼 있다. 김우중 회장 관련 일화도 여러개 나와 있어, 100원 이용 계약도 있나 찾아봤더니 그 얘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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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인터뷰하듯 대화하듯 읽으니 흥미로웠어요. 첫장을 펼치고 하루에 다 읽는 책이 많지 않은데 하루에 다 읽었습니다. 힐튼호텔을 몇번 가보았지만 이 책을 읽고 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갈 수 없다는 아쉬움이 크네요. 김종성님의 건축도 아름답지만 삶의 태도와 인격도 아름답고 본받고 싶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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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펼치고 하루만에 전체를 다 읽게 되는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이 그렇습니다.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대화하듯 읽게 되는 스토리가 흥미롭습니다. 힐튼호텔을 몇번 가보았지만 이 책을 읽고 갔으면 더 좋았을 거 같네요.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김종성님의 건축뿐 아니라 삶의 태도와 인격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디자인과 색감도 따뜻하고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