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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얼굴을 읽고
"진흙 얼굴을 읽고" 내용보기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나긋나긋한 시인의 목소리였다. 시집 전체가 강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모습 하나하나를 시에 맨종이를 물감물에 대서 물들이듯 담아냈기 때문에 날카롭거나 사납다기 보다는 읽으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느낄 수 있었다. 왠지 시집 앞쪽에 있는 시인의 사진을 보면서 시들이 꼭 시인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흙 얼굴을 읽고" 내용보기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나긋나긋한 시인의 목소리였다. 시집 전체가 강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모습 하나하나를 시에 맨종이를 물감물에 대서 물들이듯 담아냈기 때문에 날카롭거나 사납다기 보다는 읽으면서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느낄 수 있었다. 왠지 시집 앞쪽에 있는 시인의 사진을 보면서 시들이 꼭 시인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보면서 느낀 것들 중 두 가지를 꼽아본다. 하나는 단정된 언어다. 그 언어들과 표현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았다. '부음'이라는 시에서 '갑작스런 부음이 내 귀에 혓바닥을 날름거려/죽음과 삶의 경계를 불온하게 속삭인다'라는 표현은 그 어떤 표현보다 더 부음을 들을 때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표현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에서는 단어 하나가 또다른 분위기나 색깔들을 만들어낸다. 그만큼 시에서는 단어 선택이 중요시된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부음이라는 소식이 혓바닥을 날름거렸다는 표현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하나는 섬세하고 날렵한 시선이다.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시 속에 시인만의 섬세하고 날렵한 시선이 포착한 것들이 가득 담겨있다. '사물A와B'라는 시 속에서 시인은 '개울 물소리를 한 번도 보거나 들어보지 못한 사람에게 개울은 필사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라는 멋진 인생통찰을 보여준다. '내 몸에서 연어를 잡다'라는 시에서는 '종소리에서 쇠를 발라내어도 소리는 팽팽하지 않을까' 라는 멋진 구절을 선보인다. 그의 시 속에는 이렇게 섬세한 관찰과 날렵한 시선에서 배어나온 구절들이 잔뜩 쌓여있다. 시집 제목이 '진흙 얼굴'인데 시집 분위기랑도, 진흙 얼굴이라는 시집 제목이랑도 시집 색깔이 잘 어울린다. 시집의 시들 때문만 아니라 시집 자체로도 너무 예뻐서 책꽂이에 꽂아두니 마음에 쏙 들었다. 너무 많은 책을 읽진 않았기에 부족한 서평이지만, 부족한 서평이라도 올리고 싶게 만드는 좋은 시집이었다.

[인상깊은구절]
월하리 은행나무가 이렇게 늙어도 매년 열매를 열 수 있었던 까닭을 노인은 개울이 은행나무 근처 흘렀던 탓이라고 전해주었다 개울의 수면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와 맺어졌다는 이 고목의 동성애와 다름없는 한편생이 은행의 다육성 악취와 함께 울컥 내 인후부에 머문 어느 하루! 누구라도 자신을 그대로 사랑할 순 없을 거다 한 시절의 화장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나르시시즘이 그렇게 뚱뚱해지거나 늙어가고 있다
y*******1 2005.08.02. 신고 공감 0 댓글 0